2016년 세계 전자책 시장 트렌드 분석 (기획회의 431호)

외부 매체 기고 2017. 6. 9. 15:45

2016년, 세계 전자책 시장은 어떻게 움직였을까? 


최근 세계 출판 시장은 종이책의 완만한 감소와 전자책의 더딘 성장 추세를 병행하고 있다. 그렇다고 종이책 시장에서의 손실을 전자책이 채워주는 구조는 아니다. 전자책 베스트셀러는 장르문학(소설, 판타지, 에로티카 등)과 셀프 퍼블리싱(Self publishing)을 통해 출간된 콘텐츠가 대부분이다. 2016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보면, 세계 전자책 시장 규모는 전년 동기대비 약 20% 감소했다. 세계 전자책 시장의 성장세는 점유율 1위인 미국을 중심으로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미국출판협회(AAP)에 따르면, 2014년부터 회원사들의 전자책 매출 성장률이 10% 정도 감소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함께 세계 전자책 시장의 성장을 주도했던 영국도 비슷하다. 


이렇게 전자책 시장이 최근 정체 및 감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1차적인 이유는 전자책 판매 가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소위 빅5 출판사(Penguin Random House, Macmillan, Simon & Schuster, Harper Collins, Hachette)에서 전자책 가격을 평균 9.99달러에서 5~10달러 정도 인상된 가격 책정 구조를 단행했다. 전자책 독자를 대상으로 한 각종 설문조사에 따르면, 다수의 독자들은 높은 가격 때문에 유료 구매하는 것에 불만족을 나타냈다. 


비영미권 주요 국가의 전자책 시장 현황을 살펴보자. 우선, 독일은 전자책 시장의 수익성이 확대되면서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출판사는 전자책 가격이 저렴해야 한다는 독자들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독일출판협회에 따르면, 2016년 독일의 전자책 평균가격은 6.6유로로 1년 전에 비해 내려갔다. 2016년 상반기 전자책 시장은 전년대비 약 2% 정도 증가했다. 여전히 전자책을 구입하는 독자들은 재구입 고객이 많은 편이다. 독일 독자들은 2016년 평균 6권의 전자책을 구입했는데, 이는 2015년 대비 1.8% 증가한 수치다. 네덜란드의 전자책 판매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2016년 2분기에 전자책은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했고, 3분기에는 10% 증가했다. 네덜란드 서점업계 발표에 따르면, 전체 판매액 중 6.4%가 전자책 매출이다. 2014년 0.6%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편이다. 브라질의 전자책 시장은 16년에 전년대비 4.2% 증가했는데, 14년과 비교하면 21% 성장한 수치다. 남아메리카를 대표하는 브라질 출판 시장은 아마존, 애플, 코보 등 주요 메이저 플랫폼이 정식 진출하면서 성장을 촉발시켰다. 


전자책의 높은 부가가치세가 성장의 걸림돌이었던 유럽연합(EU)의 변화도 주목해야 한다. 최근 유럽연합은 기존에 전자책을 소프트웨어 품목으로 취급하면서 적용하고 있는 높은 부가가치세(VAT)를 인하하는 방향으로 적극 검토하고 있다. 디지털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도 이번 유럽연합의 전자책 부가가치세 인하 움직임은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그동안 전자책 시장의 성장을 견인했던 전용 디바이스(e-reader)는 전환기에 있다. 우선, 브랜드별 출시 모델의 가격 상승은 독자들이 신형 디바이스로 교체하는데 어려운 요인이 되었다. 아마존 킨들 오아시스(Oasis), 코보 아우라 원(Aura one) 등 최신 모델은 200달러 중후반의 고가로 출시되었다. 전자책 독자들을 위해 신기술이 적용된 전용 디바이스의 변화도 있었다. 코보(Kobo)와 토리노(Tolino)는 전면 조명 디스플레이에서 방출되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 노란색 조명을 적용했다. 전자책 독서시에 발생하는 눈의 피로감을 덜어주고 집중력을 높이는데 효과적이다. 아마존 킨들 오아시스는 세계에서 가장 얇은 전용 디바이스로 내장된 배터리 케이스와 함께 판매된다. 이렇게 전자책 애독자들을 위한 하이엔드(High end)급 디바이스 출시는 지속되고 있다.


주요 유통 플랫폼의 활동을 살펴보자. 세계 시장점유율 60% 이상을 자랑하는 아마존의 위력은 여전했다. 무엇보다 공격적인 해외 진출이 돋보였다. 중국과 일본, 호주에 킨들 언리미티드(Kindle Unlimited)가 정식 출시되면서 서브스크립션 서비스 모델이 해외콘 확장했다. 킨들 언리미티드에 포함된 전자책은 기존 출판사를 통한 소싱보다 소규모 출판사 및 독립 작가 출신들의 전자책이 다수다. 일본의 경우, 단행본 만화가 주된 콘텐츠로 서비스를 오픈했다. 


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워지면서 출판사에 개런티한 수수료가 지급 가능한 금액을 상회했다. 이로 인해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삭제하는 등 출판계와 심한 대립이 발생했다. 아마존은 자체 전자책 기획 제작에도 많은 투자를 단행했다. 아마존 래피드(Amazon Rapids)는 아이들을 위한 단편소설 형식으로 만든 기획물이다. 모든 콘텐츠는 인스턴트 메시징 앱 스타일로 전달된다. 이용자는 TTS(text-to-speech) 기능을 사용해서 ‘읽기전용’ 모드로 전자책을 즐길 수 있다. 


반즈앤노블의 시장 축소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전자책 사업 부문인 누크(Nook)의 매출액은 분기별 전년대비 20~30% 정도 감소했다. 누크 플랫폼 개발과 고객 지원 부분도 아웃소싱을 통해 해결하고 있고, 디지털 교과서와 디바이스 판매도 빠르게 축소시키고 있다. 상대적으로 구글의 약진이 돋보였다. 서브스크립션 플랫폼 오이스터(Oyster)의 사업권을 인수하면서 기존의 북스 서비스와 본격적으로 연결하고 있다. 조만간 아마존과 스크리브드(Scribd)에 맞서는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를 추진할 계획이다. 


2016년 코보의 해외 진출 속도도 빨라졌다. 프랑스와 스페인에서 전용 디바이스와 태블릿 판매를 위해 프낙(fnac)과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고객은 구매 전에 충분히 오프라인 매장에서 체험할 수 있고, 판매자와 편하게 상담할 수 있다. 코보는 대만에도 스토어를 오픈하면서 중국어권 전자책 시장에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전형적인 해외 진출 방식인 로컬 서점(또는 유통점)과의 계약은 없지만,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현지화하는데 주력했다. 코보는 영국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 세인즈버리(Sainsbury’s)의 전자책 사업 중단에 따라 협력 승계 프로그램을 통해 세인즈버리의 기존 이용자들을 통합하고 있다. 이미 대형 서점 체인인 워터스톤즈(Waterstones)도 코보를 통해 사업 중단에 따른 리스크를 해결했다. 영국 전자책 시장의 90%는 아마존이 점유하고, 코보는 5% 정도다. 


언급한 바와 같이, 영미권의 전자책 성장이 감소한 주요 원인으로 꼽힌 가격 인상은 메이저 출판사를 통해 대부분 결정되었다. 이는 시장을 주도하는 아마존이 킨들 사업에서 수익을 내겠다는 전략과 맞물리면서 빠르게 시장에 안착될 수 있었다. 그 결과, 독자들의 전자책 구입율은 생각보다 많이 낮아졌다. 아쉐트의 2016년 3분기 전자책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1.1% 하락했다. 하퍼콜린스도 1~2% 정도 전자책 매출액이 감소했다. 


상대적으로 디지털 콘텐츠 부분에서는 오디오북 매출이 성장을 주도했다. 메이저 출판사들은 전자책 매출액이 감소하는 현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지만, 이익 개선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해야할 상황이다. 그나마 전자책 시장을 유지하는 콘텐츠는 소규모 출판사와 독립 저자들의 장르문학에 집중되고 있다. 전자책 베스트셀러도 그들이 만들고 있는 저가의 장르문학 타이틀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메이저 출판사들의 전자책 가격 인상이 종이책 살리기를 위한 목적인지, 전자책 수익력 확보를 위한 목적인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을 보면 전자책 시장의 헤게모니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져야할 것이다. 


그러면, 전자책 시장을 주도하는 독자들은 누구일까? 코보의 내부 조사 발표에 따르면, 가장 활발한 디지털 독자는 45세 이상의 여성이며 하루 평균 30분 정도 전자책을 읽는데 쓰고 있다. 총 약 2천8백만명의 회원 중 가장 활동적인 독자층은 45세 이상이다. 젊은 세대보다 더욱 기술 혁명을 주도하는 세대로 파악된다. 나이가 들수록 전자책을 읽을 때 많은 이점이 있는데 이를 잘 활용하고 있다. 가장 인기있는 장르문학 분야는 로맨스 소설이며, 여성 독자들의 인기가 매우 높은 편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전자책 유통 플랫폼에서 발견되는 현상이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전자책 이용에 익숙할 수 있지만, 교육 기관에서 사용하는 다수의 자료들의 종이책이 주류인 관계로 현실적인 한계는 있다. 세계적으로 다수의 전자책 독자들이 원하는 전자책 가격대는 저렴할수록 좋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영미권 전자책 시장을 기준으로 보면, 전자책에 대한 지불 의향이 가장 많은 금액대는 5.99달러 전후이고, 그 다음은 1.99달러로 나타났다. 이는 아마존이 2007년 킨들을 출시하면서 오랫동안 유지했던 9.99달러 금액대에 전자책 애독자들의 인식이 강하게 남아 있어서다. 최근 20~30% 정도 판매 정가가 올라가면서 단행본 전자책 구입이 줄었고, 이것이 전체 시장 축소로 직결되었다.


2017년 전자책 트렌드 전망, 사라지는 경계와 북테크의 확산 


2016년 세계 전자책 시장은 전체적인 재정비의 시기로 정리할 수 있다. 지난 10여년간 시장을 주도했던 미국과 영국의 성장 정체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와 유럽 및 주요 신흥국가들은 약진하고 있다. 음원, 영상, 신문, 잡지 등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와의 경쟁에서 전체 출판 시장은 정체 또는 감소하고 있다. 종이책의 감소를 채울 수 있는 가장 큰 대안은 전자책이다. 출판 시장에서 전자책이 점유율 10%를 달성하기까지는 빠른 성장이 필요하다. 이를 촉발시키는 중요한 요인은 무엇일까. 해외 사례를 보면, 아마존과 코보, 구글, 애플 등 메이저 플랫폼들의 진출이라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로컬 사업자와 출판 및 미디어 콘텐츠 시장을 재편하고, 이용자들의 니즈를 강력하게 충족시킬 수 있는 자원과 역량이 있기 때문이다. 


2017년에는 기존 장르문학의 강세가 유지되면서 웹소설과의 통합 관계가 설정될 것이다. 단행본 전자책 형태가 웹 콘텐츠(Web contents)의 성장으로 경계가 허물어지는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한국 등 웹소설이 활성화된 국가들의 경우, 더욱 빠르고 강하게 확장되고 새로운 서비스로 연결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웹소설 플랫폼인 북미의 왓패드(Wattpad), 중국의 텐센트(Tencent), 일본의 이에브리스타(e-everystar), 한국의 네이버 등을 중심으로 사업 모델의 확장과 변화의 속도가 높아질 것으로 본다. 


전자책 이용이 가능한 디지털 디바이스가 일상화되면서 전자책 애플리케이션은 이용자 편의성 관점에서 고도화되고 있다. 소셜 리딩과 책의 발견성을 높일 수 있는 각종 유틸리티와 북테크(Booktech) 기반의 전자책 사업 모델이 더 많이 등장할 것이다. 디지털 교과서를 활용한 교육 시장의 성장도 주목해야할 모델이다. 실제 미국 학교의 80%가 전자책으로 수업과 강의 준비에 활용하고 있다. 독립 작가들의 전자책 출간도 매년 증가하고 있는데, 2017년에도 성장이 지속될 것이다. 상업적인 성공 여부는 다른 사항이지만, 작가 경험이 전자책 콘텐츠 발굴에 든든한 기반이 될 것이다. 2017년은 정체기를 넘어서 콘텐츠와 플랫폼의 확장과 다양한 실험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통해 2020년까지 주도할 수 있는 시장 전략이 만들어지는 역동적인 한 해가 될 것이다. <끝>

posted by 류영호

뉴미디어는 출판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기획회의 437호)

외부 매체 기고 2017. 4. 7. 09:52

뉴미디어는 출판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시간을 2010년으로 되돌려 보자. 당시에 열린 '제5회 파주북시티 국제출판포럼'의 주제는 <넘나듦 : 뉴미디어와 출판 콘텐츠의 확장>이었다. 국내외 출판 전문가 20여명이 디지털 출판 시대를 맞아 콘텐츠의 융합, 새로운 출판 비즈니스 모델, 콘텐츠 산업의 현황과 발전 방향 등을 논의했다. 모바일 시대를 활짝 연 애플의 아이폰(iphone)이 한국에 상륙하면서 미디어의 전환도 본격화되던 시기였다. 이후 지난 7년간 급속한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출판 콘텐츠 생태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제 콘텐츠를 담는 그릇에서 미디어와 결합된 콘텐츠 자체로서의 출판에 대한 고민과 도전이 진행되고 있다. 출판은 유통 채널 관점에서는 오프라인과 온라인, 매체의 물성 관점에서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사전적으로 미디어(media)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매개체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글자나 그림, 음악을 표현하는 미디어는 오랫동안 존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책(지식정보), 캔버스(미술), 악기(음악) 등이 있다. 마샬 맥루한(Herbert Marshall McLuhan)은 저서 『미디어의 이해(Understanding Media: The Extension of Man)』를 통해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명제를 선언했다. 과거에 문자와 인쇄술이 시각적인 인간을 형성했다면, 현대의 전기/전파 미디어들은 인간 감각의 배치와 강도를 변화시키면서 촉각적인 인간형을 만들고 있다. 이는 인터넷과 모바일 기반의 미디어 플랫폼으로 확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맥루한의 주장처럼, 이제 인간이 소통을 위해 이용하는 도구는 여러 갈래의 뉴미디어로 진화하고 있다. 


뉴미디어를 통한 출판 매체의 전환과 기획의 확장 


뉴미디어(new media)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던 기존의 매체들의 특성이 새로운 기술과 결합하여 더 편리한 기능을 가지는 미디어를 의미한다. 인터넷 신문/잡지, 블로그, 비디오 게임, 소셜 미디어, 위키피디아 등이 대표적이다. 뉴미디어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인터렉션(interaction,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유/무선 네트워크의 연결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고 이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과 반응을 공유할 수 있다. 따라서, 뉴미디어 환경에서는 디지털화된 정보의 전달 및 상호 교환이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사용자와 수용자는 미디어를 더욱 능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기존의 여러 매체들이 하나의 통합된 멀티미디어 구조를 생성할 수 있다. 


그러면, 뉴미디어 환경이 출판에 어떤 식으로 적용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뉴미디어의 특성으로 인해 정보 교환과 커뮤니케이션 양이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사람들이 웹 사이트 및 블로그를 통해 개인의 생각과 사진 등을 출판을 통해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통해 대중들 사이의 사회적/공간적 거리는 단축되었다. 뉴미디어는 특정 사람과 공간의 사회적 변화를 넘어 세계화에 영향을 끼치는 기술로 활용되고 있다. 출판이 뉴미디어와 결합되면서 선제적으로 진행된 성공 사례는 매체 전환에서 찾아볼 수 있다. 


뉴미디어의 등장은 콘텐츠의 매체 전환을 보다 수평적이고 다양한 방식으로 실현될 수 있게 만들고 있다. 2000년대 이후부터 영상과 음악의 표현 방식이 기술의 발전과 함께 자유로워지면서 더욱 활발한 편이다. 예를 들어,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결합으로 탄생한 웹툰(webtoon)은 디지털 매체 환경의 가변성이 제대로 적용된 출판 콘텐츠로 자리를 잡았다. 웹툰은 만화를 기반으로 탄생해서 지속적으로 다양한 매체와의 상호매체적 관계 맺기(intermedial relationship) 과정을 진행했다. 결론적으로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적극적인 수용을 통해 뉴미디어 환경에 최적화된 콘텐츠다.  

뉴미디어는 출판기획 영역에서의 매체 관계성을 더욱 긴밀하게 유지 및 확장시키고 있다. 방송 내용이 그대로 출판되는 팟캐스트(podcast)와 인문학 강연의 출판 콘텐츠화가 대표적이다. 오디오 매체 제작 환경이 간편해지고 채널 접근성이 쉬워지면서 팟캐스트는 다양한 주제를 실용적으로 만드는 매체로 성장했다. 이미 국내에서는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지대넓얕)>이 팟캐스트 출판을 통해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노유진의 정치카페>, <일빵빵 입에 달고 사는 기초영어> 등 정치/어학/과학 등 팟캐스트를 즐겨듣는 애청자들을 책으로 연결하면서 신선한 가치사슬을 만들고 있다. 이렇게 오디오 콘텐츠로 1차 제작된 내용을 보완해서 출간하는 모델은 기획의 완성도와 안정적인 최소 독자를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방송이나 북 콘서트, 길거리 강연 등을 통해 제작된 영상 콘텐츠를 출간하는 트렌드도 주목해야할 점이다. 구어체로 풀어서 쓴 책은 독자들에게 친근하고 생동감을 주면서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준다. 일본 번역서인 <미움받을 용기>는 구어와 대화체 방식으로 장기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스타 강사’ 출신의 설민석과 최진기, ‘인문 예능’을 주도하는 김용옥 교수, 유시민 작가의 역사와 인문학 시리즈는 TV 강연과 출판이 연계한 솔루션 퍼블리싱(solution publishing,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식을 책으로 연결한 출판)의 표준이 되고 있다. 기성 출판사에서 교양 강좌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해당 내용을 책으로 출간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21세기북스는 2013년 시작한 인문재단 <플라톤 아카데미>의 강연을 시리즈로 출간하고 있다. 창비는 인문 스타 저자들의 강연을 기획해 이들의 강연을 <공부의 시대>라는 시리즈로 묶어 내기도 했다.


국내 미디어 환경에서 포털 사이트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기존에 유통을 중심으로 출판 시장과 협력 관계를 유지했지만, 모바일 미디어의 발전으로 출판 플랫폼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하고 있다. 네이버는 ‘책문화’ 카테고리를 두면서 출판홍보 플랫폼으로의 위상을 갖추었다. 무료로 이용 가능한 네이버 포스트는 출판사의 자체 콘텐츠를 다양한 이용자들과 접점을 만드는데 적극 활용되고 있다. 카카오의 콘텐츠 퍼블리싱 플랫폼의 ‘브런치’는 출판 저작 툴로 인기가 높다. 출판사와 함께 진행하는 브런치 북 프로젝트는 책 출간 공모전으로 전업 작가와 글쓰기에 관심있는 일반인들도 출간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최근 글쓰기에 이어 일러스트 분야를 신설하면서 출판 콘텐츠 제작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작가와 출판사, 독자를 다양한 경로로 연결하면서 출판계에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시하고 있다. 


뉴미디어를 통한 영향력의 확대와 새로운 실험


뉴미디어는 대중과의 자연스러운 소통을 원하는 셀러브리티(celebrity)와 인플루언서(influencer)의 영향력을 키워주고 있다. 서점과 출판사에서 일률적으로 소개하는 책 광고는 이제 독자들에게 주는 긍정적 효과가 줄어들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셀러브리티나 배우고 싶은 특정인의 추천에 더 큰 의미를 두고 따르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소셜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셀러브리티와 인플루언서의 활동이 실시간으로 공유되면서 이런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데이터가 아닌 사람을 통한 책의 발견성과 비독자를 독자로 만드는 사례가 대부분 이러한 패턴을 보인다. 


예를 들어, 영국 출신의 배우 엠마 왓슨은 자신이 진행하는 페미니스트 독서클럽 <우리의 공유 책장>에서 선정한 책 <맘앤미앤맘(Mom&Me&Mom)>을 런던 지하철에서 숨기고 자신의 SNS에 남기면서 대중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엠마 왓슨은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지하철에 놔두고 시민들과 돌려 읽는 '북스 온 더 언더그라운드'(Books on the Underground) 캠페인에 동참한 것이다. 왓슨이 지하철 곳곳에 책을 두고 있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은 왓슨의 인스타그램에서 240만 회 이상 재생되었다.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는 2015년을 ‘책의 해'로 선정하고 2주에 한 권씩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이용자들에게 공유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유명한 독서광으로 자신의 블로그 ‘게이츠 노트(gates notes)’를 통해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수시로 추천하고 있다. 저커버그와 게이츠가 추천하는 책은 실제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판매량이 급증하고,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빠르게 확산된다. 


뉴미디어를 대표하는 콘텐츠의 포맷은 영상(video)이다. 대부분 텍스트와 이미지라는 정지된 포맷이 중심인 출판도 마케팅 활동에서는 조금이라도 영상을 채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만큼 강렬한 메세지와 밀착된 소통과 확산을 진행하기에 유리하다. 지난 2015년부터 해외 도서전에서 북튜브(book tube)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쉽게 말하면, 어떠한 특정인이 직접 책을 소개하는 화면을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라이브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송출하거나 간략하게 편집해서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이다.

하퍼콜린스(HarperCollins)는 페이스북 라이브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북 스튜디오 16’(Book Studio 16)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저자, 편집자, 마케터 등이 직접 출연해서 15~45분 분량의 책 관련 인터뷰 또는 퍼포먼스를 라이브로 보여준다. 총 1천만 회 이상 조회수를 돌파했고, 주제별로 일간 일정을 만들어서 진행하고 있다. 하퍼콜린스는 ‘북 스튜디오 16’을 통해 저자와 독자들을 직접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팬덤(fandom)을 강화할 수 있어서 책 판매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뉴미디어는 독서 환경의 변화를 촉발했다. 영상 매체를 비롯한 다양한 미디어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독서 시간이 줄어들고, 독자도 감소하면서 과거 책이 지녀왔던 문화적 가치나 의미는 퇴색되고 있다. 이제 책과 독서는 ‘페이지에서 스크린으로의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뉴미디어의 시대가 확산되면서 이용자들의 참여 권리가 강하게 요구되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다수의 미디어 이용자들은 여러 가지의 크로스 플랫폼 이용 행태를 보이고 있다. 다양한 미디어 디바이스를 사용한 미디어 동시 소비 이용 방식도 일반화되고 있다. 


웹에서 모바일로 네트워크 환경이 확장되면서 한번의 애착 관계가 구축되면 쉽게 변하지 않다. 컨버전스(convergence)과 옴니채널(omni channel)을 통해 미디어와 플랫폼의 애착 현상은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출판계의 변화가 필요한 가장 중요한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독자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콘텐츠에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는지 면밀하게 챙겨야 한다. 그리고, 이를 뉴미디어 환경에 맞게 구조화해서 비즈니스로 연결해야 한다. 


뉴미디어는 출판계에 기회와 도전의 영역이다. 무엇보다 호의를 가진 자발적인 독자와 독독한 관계를 만들 수 있다. 디지털 시대의 출판 기획과 마케팅을 위한 자산 확보 기반 구축에도 큰 힘이 된다. 앞으로 콘텐츠(contents)-커뮤니티(community)-큐레이션(curation)의 구조적 연계를 자생적으로 갖출 수 있는 저자-출판사-서점의 네트워크 구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뉴미디어 환경과 플랫폼 구조는 이를 강력하게 구축시킬 수 있는 핵심 키워드로 함께할 것이다. <끝>



posted by 류영호

서점의 혁명: 리테일테인먼트와 독자취향저격의 시대 (기획회의 436호)

외부 매체 기고 2017. 4. 7. 09:48

《서점의 혁명》: 리테일테인먼트와 독자취향저격의 시대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온라인과 디지털 산업의 급속한 성장에 따라 전통적인 오프라인 서점은 위기에 직면했다. 상대적으로 온라인서점은 가격 할인과 무료 배송 등을 앞세워 시장점유율을 높여왔다. 계속되는 저성장 구조와 미디어 콘텐츠의 다변화는 독서 인구의 감소로 이어지면서 서점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2010년대에 본격화된 스마트 디바이스의 보급은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는 출판 유통 생태계를 뒤흔들며 물리적인 포맷과 공간의 구성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출판 콘텐츠의 포맷은 종이책에서 전자책과 웹 콘텐츠(web contents)로,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공간적 대립은 옴니채널(omni channel)로 연결되고 있다.


서점의 위상이 줄어들었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 하지만, 서점의 부활을 말하는 현장의 목소리와 열정도 높아지고 있다. 전통적인 오프라인서점은 라이프 스타일(life style)이 접목된 고객밀착형 서점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츠타야 서점(Tsutaya Bookstore)의 성공이 국내에 전해지면서 오프라인 대형서점은 한국형 츠타야를 표방하는 분위기다. 서점은 더 이상 책만 판매하는 곳이 아니다. 책의 발견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참신한 진열과 각종 이벤트 등 참신한 아이디어가 서점의 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서점은 지적인 감성으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리테일테인먼트(Retailtainment) 비즈니스로 진화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서점의 혁명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라이프 스타일 제안에 집중하는 오프라인 대형서점


오프라인의 특성상 서점으로 유입 가능한 모객의 수는 매출과 직결된다. 독자를 위한 매력적인 공간 구성은 항상 요구된다. 분류법 기준의 도서 추천과 베스트와 스테디셀러 중심의 진열은 점점 독자들과 멀어지고 있다. 수많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검색하고 공유할 수 있는 현대 사회에서 무차별적인 매스(mass) 마케팅은 성공률이 낮은 편이다. 서점에 오는 독자들에게 선택의 고민을 줄여줘야 한다. 그만큼 여유로운 시간을 갖게 하면 서점에 좀 더 오래 있을 수 있다.


라이프 스타일을 오프라인 대형서점의 메인 컨셉으로 자리잡게 한 츠타야의 다이칸야마 T사이트(Daikanyama T-Site)를 살펴보자. 2011년 12월에 오픈한 곳으로 매거진 스트리트를 중심으로 요리/여행/디자인 등을 취급하는 전문 코너가 연결되어 있다.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카페와 중후한 멋이 느껴지는 라운지가 책을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 츠타야는 책을 통해 연령대와 취향에 맞는 이상적인 라이프 스타일 유형을 복합 진열을 통해 제안한다. 츠타야가 만드는 서점 공간의 변화는 연령대와 트렌드를 기반으로 독자들의 삶을 반영하면서 재탄생하고 있다.


국내 오프라인 대형서점은 어떤 모습으로 변하고 있을까? 대표적으로 교보문고는 2015년 11월 광화문점 리모델링을 통해 ‘없는 책이 없는 서점’에서 독자가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서점’으로 과감하게 컨셉을 전환했다. 오고 싶고 머무르고 싶은 서점을 만들기 위해 매장의 통로를 넓히고 책의 전면 진열을 늘렸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보다 쉽게 책을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매장 내 5만년 된 대형 카우리 소나무 테이블도 설치해서 100명이 동시에 독서를 할 수 있게 구성했다. 책만 구입하는 1차원적인 서점의 기능에서 지식과 감성을 충전할 수 있는 다차원적인 서점을 지향하고 있다.


그리고, 책을 진열하는 공간이 줄어들면서 발생하는 출판사와 독자들의 우려는 ‘바로드림센터’를 통해 불편함을 해소하고 있다. ‘바로드림 서비스’는 교보문고의 대표적인 온-오프라인 결합형 옴니채널 모델이다. 온라인 서점의 할인율을 적용받으면서 단시간에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수령해갈 수 있는 강점을 결합했다. 교보문고의 서점 모형 변화는 고객이 매장에 더 적극적으로 찾아오고, 더 오래 머무르게 하는 것이 핵심 목적이다. 


책을 읽는 즐거움 이외에도 작가와 소통하거나 강연이 이뤄지는 ‘배움’, 시각예술 콘텐츠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교보아트스페이스’, 엄마와 아이가 함께하는 공간인 ‘키즈가든’과 ‘키위맘’ 등 문화체험 공간이 더해지면서 전체적인 시너지 효과도 높아지고 있다. 교보문고는 책이 함께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기획하고 독자에게 제안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과거에는 매장의 위치와 진열대의 위치에 따라 판매량 차이가 많았다. 이제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진열이 더 많은 고객을 유입하고 수익에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독자의 취향을 저격하고 있는 동네서점


온라인서점이 성장하면서 지역의 동네서점은 급속히 쇠락했다. 새로운 선택이 필요했던 동네서점은 보다 독자친화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오프라인 대형서점의 물량 공세와 온라인서점의 배송 경쟁력과 직접적인 경쟁은 무리수가 많다. 개성있는 공간 구성을 경쟁력으로 삼으면서 새로운 감각으로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매장의 규모보다는 전문화된 분야, 특징있는 상품을 선호하는 독자의 취향을 저격하는 진열은 속도감과 더해지면서 차별화되고 있다. 


이렇게 반전을 노리는 동네서점의 변화는 2011년에 오픈한 <땡스북스>가 시작점으로 평가된다. 서울 홍대라는 젊은이들과 문화예술인들이 밀집한 지역적 특성에 맞춰 주로 디자인 관련 서적을 판매하고 있다. 2014년에 서울 상암동에 오픈한 <북바이북>은 책맥(책+맥주) 문화를 유행시켰고, 북 콘서트와 감성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독자와 저자의 연결성을 강화하고 있다. 일반 서점에서는 찾기 힘든 독립 출판물만 판매하는 <유어마인드>는 독립 예술인들이 직접 제작한 출판물과 문구류, 음반 등을 판매하는 '언리미티드 에디션' 축제도 열고 있다. 제일기획 부사장 출신의 광고인 최인아 씨가 서울 강남에 문을 연 <최인아책방>은 지인들의 큐레이션과 특색있는 강좌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시인인 유희경 씨가 운영하는 시 전문 서점인 <위트앤시니컬>, 카피라이터 출신인 유수영 씨는 추리소설 전문 서점인 <미스터리 유니온>, 가수 요조 씨는 서울 북촌에서 <책방무사>, ‘기획회의’ 에디터 출신인 김세나 씨는 <세렌북피티>를 운영하고 있다. 기존의 서점업계와는 거리가 있는 외부인의 시선에서 책과 독자의 차별화된 연결고리를 만들고 있다. 


이어서, 일대일 상담 후 고객에게 필요한 책을 처방(book pharmacy)해주는 서점인 <사적인 서점>, 요리 전문서점인 <북스쿡스>, 향기를 파는 서점인 <프레센트.14>, 북클럽과 심야서점을 운영하는 <북티크>, 경춘선 철길공원에 있는 서점인 <51페이지>, 해방촌에 문을 연 독립출판물 전문서점 <스토리지북앤필름>과 문학 전문서점 <고요서사>, 예술 전문서점 <비플랫폼(B-platform)> 등 신선한 감각으로 독자의 취향을 저격하기 위한 특색있는 동네서점들도 독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서울을 벗어나 지역의 특색있는 동네서점도 독자들의 색다른 관심을 얻고 있다. 청소년 전문 서점으로 유명한 부산의 <인디고서원>은 지역 청소년들에게 인문학을 교육하면서 학술지를 발간하고 있다. 충북 괴산에 있는 <숲속작은책방>은 책과 함께하는 북스테이를 운영하면서 자연 친화적인 면모를 유지하고 있다. 경남 통영에 자리잡은 출판사인 '남해의 봄날'이 운영하는 <봄날의 책방>은 지역의 아름다운 문화와 조화를 이루면서 랜드마크가 되었다. 강원도 속초에서 1956년 개업 이후 3대째 이어지고 있는 <동아서점>은 특색있는 책 추천과 진열로 인기가 높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동네서점의 성공전략은 대표(또는 실무운영자)분들의 전문성과 지역적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아이템을 발굴하고, 단골 독자들과 친밀한 커뮤니티를 유지하면서 매장을 구성한다는 점에 있다. 전체적인 서점업의 균형을 맞추면서 지역의 지식문화를 유지 발전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출판 생태계의 활력과 상생을 위한 정책적 지원과 협력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  

  

오프라인으로 확장하고 있는 온라인서점


온라인 서점도 오프라인 경험과 연결하기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오프라인 확장을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대표적인 브랜드는 아마존닷컴이다. 이미 2015년 11월에 아마존북스(amazon books) 1호점을 본사가 있는 미국 시애틀에 출점한 바 있다. 최근 4호점을 동부해안 지역인 데드햄에 오픈했고, 현재 준비중인 곳을 합산하면 9호점까지 예정되어 있다. 매장 내에 진열되는 책은 철저하게 온라인에서의 판매량과 별점 평가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고객들이 서점에서 책을 찾기 위한 노력을 최소화시켰다. 감성적인 매력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미 검증된 책을 편리하게 구입할 수 있는 프로세스에 대한 호응도 높은 편이다. 아마존 프라임(prime) 회원에 대해서는 할인을 더해주고, 원클릭(one click) 결제를 유도하면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플랫폼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국내에도 온라인서점의 오프라인 진출이 활발한 편이다. 2011년부터 중고서점 사업을 선도하고 있는 알라딘은 현재 전국 33곳에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중고책 이외에도 음료 판매와 굿즈(goods) 진열 등 북카페 형태로 확장하고 있다. 인터파크는 카오스재단을 통해 공익을 목적으로 한 <북파크>를 용산 블루스퀘어에 오픈했다. 과학 도서들이 중심이지만, 어린이 도서와 디자인과 예술서적 등으로 확대했다. 복합문화공간 운영을 통한 수익금 전액을 과학 대중화를 위해 기부하고 있다. 예스24는 2016년 강남에 중고 서점을 오픈하면서 오프라인 진출을 시작했다. 최근 부산비엔날레 전시장으로 활용된 <F1963>(옛. 고려제강 부산공장)에 약 20만권을 진열할 수 있는 대형서점을 준비하고 있다. 

 

서점의 본연적인 가치는 책과 독자의 만남을 지속적으로 연결시키는데에 있다. 산업의 발전으로 인해 분야와 채널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출판과 서점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오프라인은 규모와 위치에 따라 고객 유입과 만족도 향상을 위해 최적화된 진열과 책과 연결되는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온라인은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추천과 오프라인 연계 진출을 강화하고 있다. 독자가 중심이 되는 서점의 혁명은 공간의 재배치를 통한 하드웨어적인 변화만으로는 부족하다. 독자들의 다양한 취향과 책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연계한 큐레이션, 저자와 독자가 친밀하게 할 수 있는 커뮤니티 등 소프트웨어의 발전이 병행되어야 한다. 결국,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주도하는 미디어 콘텐츠로서 출판은 생존의 기로에 있다. 


서점은 저자와 출판사, 독자가 자유롭고 더 애착된 관계를 유지시키는 강력한 지식문화의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이제 서점과 연결된 독서 공간은 온-오프라인을 넘나들고 있다. 다양한 북클럽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시공간을 넘어 활동들이 일어나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편안한 지식문화 공간을 원하는 독자들에게 오늘의 서점은 치열한 고민과 실험을 통해 도전을 지속하고 있다. 



posted by 류영호

콘텐츠 비즈니스와 4차 산업혁명 (기획회의 433호)

외부 매체 기고 2017. 4. 7. 09:45

콘텐츠 비즈니스와 4차 산업혁명



콘텐츠 비즈니스(contents business)는 콘텐츠를 출판,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방송, 교육, 캐릭터 등의 형태로 미디어믹스 기획과 개발, 상품 판매·서비스 및 라이센싱(licensing) 활동을 통해 재화를 취득하는 제반 거래와 커뮤니케이션 활동이다. 콘텐츠 비즈니스는 미디어 환경 변화와 플랫폼의 발전 속도에 따라 지각 변동이 진행되고 있다. 디지털과 모바일 중심의 플랫폼 환경은 이용자에게 편리한 인터페이스(interface)와 클라우드(cloud) 서비스의 대중화를 앞당기고 있다. 


콘텐츠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다양한 사업자들이 본격적인 콘텐츠 비즈니스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텍스트·오디오·비디오 포맷별로 콘텐츠 비즈니스 플랫폼이 새롭게 출시되거나 기존 사업자들의 강화 움직임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새로운 미디어 환경은 새로운 전송과 배포 모델을 정착시켜 이용자가 콘텐츠를 소비하는 콘텍스트(context, 맥락)을 새롭게 제공한다. 이용 맥락은 미디어와 콘텐츠 간의 선택적 조합을 구조화시켜 이용자에게 특정한 이용 경험을 갖게 한다. 


콘텐츠 비즈니스는 한마디로 콘텍스트 비즈니스다. 문화·예술·지식의 성격이 강한 콘텐츠의 상업화를 위해서는 사업자가 개입하는 콘텍스트(context)가 필수적이다. 콘텍스트는 사업자의 기획, 경영, 전략 능력을 지칭하는 용어로 콘텐츠라는 원 소스(One Source)를 소비자의 필요와 욕구에 맞게 가공 및 재단장해서 멀티 유즈(Multi Use)로 활용하도록 하는 역할을 의미한다. 콘텐츠는 인터넷·디지털TV·모바일 등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대중화되어 커뮤니케이션(Comunication)-커머스(Commerce)-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이 실현된다. 이후 콘텍스트가 결합되면서 고객의 실질적인 수요를 충족하고 창출하는 구조를 만든다.


최근 대다수의 콘텐츠 관련 사업자들이 집중하고 있는 키워드는 바로 스토리(story)다. 콘텐츠의 포맷·길이·가격에 상관없이 매력적인 콘텐츠의 원천을 찾는 것에서 비즈니스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사업자들은 양질의 콘텐츠와 원작자 발굴을 위해 공모전이나 자체 제작 시스템 구축과 유통에 주력하고 있다. 이제 콘텐츠 비즈니스 환경은 디지털 미디어와 디바이스에 대한 태도와 이용 행태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사업자들은 내·외부 투자 유치를 통해 적극적으로 지적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을 확보하고 있다. 사업 영역도 웹소설, 웹툰, 웹드라마, MCN(Multi Channel Network), 동영상(VOD), 광고 및 오프라인 스토어 운영 등 전방위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제 비즈니스 전략 관점에서 콘텐츠 자체의 기획 제작과 서비스 패턴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콘텐츠 기획과 포맷 관점에서 스낵 컬처(snack culture)의 등장과 성장이 대표적이다. 모바일 환경에 익숙해진 이용자들은 간편한 라이프 스타일(life style)을 추구하는 소비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스낵을 먹듯 짧은 시간 안에 간편하게 즐기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라이프 스타일은 디지털 환경과 변화의 흐름을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있어 유용하다. 인간의 행동과 사고 양식 등 문화적·심리적 현상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이용자의 편의성 관점에서 서비스 패턴의 변화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바로 큐레이션(curation)이다. 빅데이터 활용과 콘텐츠 및 콘텍스트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가 집중된 서비스 프로세스다. 개인별 이용자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큐레이션은 맞춤형 콘텐츠 비즈니스의 전형이 되고 있다. 비정형 데이터를 통해 의미있는 정보를 추출할 수 있는 빅데이터(Big data)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우수한 추천 서비스는 사업자 입장에서 콘텐츠가 잊혀지는 것을 방지하고, 유통 가능한 콘텐츠의 총량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더불어, 이용자가 원하는 콘텐츠 제공을 통해 구매를 활성화하고 만족도와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해야할 트렌드는 메이저 브랜드의 자체 제작 콘텐츠 확대다. 아마존, 넷플릭스(Netflix), 훌루(Hulu) 등 콘텐츠 유통을 넘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분야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이들은 TV와 같은 기존 미디어 사업자들과 플랫폼으로 경쟁하면서 동시에 콘텐츠를 수급받는 관계에 있다. 원천 스토리 발굴이나 콘텐츠 제작을 통해 독점적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선택한 전략이다. OSMU 확장 관점에서도 유통 플랫폼의 1차 판권 확보를 위한 투자는 지속될 전망이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콘텐츠 비즈니스는 새로운 판을 짜는 자가 승리한다. 이제 콘텐츠 플랫폼은 독립적으로 콘텐츠를 확보하고 이용자들에게 전달하는 서비스 플랫폼(service platform) 진화하고 있다. 서비스 플랫폼은 콘텐츠의 발견성을 강화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용자가 스스로 선호하는 콘텐츠를 발견하고 소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준다.


콘텐츠 비즈니스와 4차 산업혁명


2016년 1월, 다보스 포럼의 주제는 ‘4차 산업혁명의 이해’였다. 기본적으로 제4차 산업혁명은 초연결성(Hyper-Connected), 초지능화(Hyper-Intelligent)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모든 사물들이 상호 연결되고 보다 지능화된 사회로 변화시킬 것이라는 혁명적 전망이다. 콘텐츠 비즈니스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클라우드 등 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의 발전과 확산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물, 사물과 사물 간의 연결성을 기하급수적으로 확대시키고 있다. 이렇게 이미 우리 사회는 ‘초연결성’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주요 변화 동인인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과 빅데이터의 연계와 융합으로 기술과 산업구조는 초지능화되고 있다. 다보스 포럼은 4차 산업혁명을 인간과 기계의 잠재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사이버-물리 시스템(Cyber-Physical System)으로 정의했다. 지능이 필요한 작업을 기계가 수행하고, 인체에 집약된 컴퓨팅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인간과 조직, 기계가 각자의 영역에서 새로운 차원의 소통이 만들어지고 있다. 


콘텐츠 비즈니스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가 무너진 상태다. 디지털·모바일·스마트 기술로 대표되는 키워드가 만들어낸 결과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초연결성은 소셜 플랫폼 환경을 통해 다른 산업보다 빠르게 접하는 분야가 바로 콘텐츠 비즈니스다. 사물인터넷과 클라우드 등 초연결성에 기반을 둔 플랫폼 기술의 발전으로 O2O(Online to Offline) 등 스마트 비즈니스 모델이 활성화되고 있다. 이제 개인은 데이터와 콘텐츠를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을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 스마트 워치(예. 애플 워치), 스마트 스피커(예. 아마존 에코) 등 사물인터넷 기술이 적용된 디바이스가 상용화되었다.


소비 패턴에도 적지않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공유경제(Sharing Economy)와 온디맨드경제(On Demand Economy)의 부상은 소비자 경험 및 데이터 중심의 서비스와 산업간 협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온디맨드경제는 거래 당사자들이 제품과 서비스를 소유하지 않아도 된다. 디지털 플랫폼이 해당 거래의 중개인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초연결화된 디지털 플랫폼은 충분히 활용되지 못한 자산의 효율성을 높여주고 있다. 안정화된 플랫폼 환경에서는 서비스 추가에 따라 발생하는 한계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은 맞춤형과 개인화된 소비가 가능한 시대를 만들고 있다. 다양한 플랫폼간의 경쟁 환경에서 소비자는 개인화된 제품·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출판은 지속성장할 수 있을까


출판은 콘텐츠 비즈니스의 뿌리이자 원천 소스의 역할을 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미래 변화에 대응하는 본질적인 자세는 유연성에 있다. 이렇게 유연성이 바탕이 될 때 다양한 영역의 기술들이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디지털 기술과 결합해서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도출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출판은 제조업이다. 4차 산업혁명에서 말하는 제조업의 서비스화는 제조업 가치사슬에 서비스의 역할이 새로 편입되거나 확대되는 것을 의미한다. 의미 있는 변화 도출과 선도적인 시장 주도는 보유하고 있는 제품과 기술을 어떻게 엮고 활용할 것인지에 관한 소프트 파워(연결성과 창의성)가 중요하다. 소프트 파워의 핵심 구성 요소는 다양한 개체를 상상력과 아이디어로 연계하는 연결성(connectivity), 산업과 문화를 넘나드는 독창적인 시각인 창의성(creativity)으로 이루어진다. 소프트 파워는 교육·문화·과학·기술 등 인간의 이성과 감성적 능력을 포함하는 문화적 힘이다. 이러한 힘을 키울 수 있는 원천은 출판에서 시작된다. 


저자로 일컬어지는 콘텐츠 창작자 개인의 역할도 바뀌고 있다. 콘텐츠 비즈니스 환경에서 개인이 하나의 플랫폼이 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생산자와 이용자의 장벽이 무너지고 소셜미디어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플루언서(influencer)는 비즈니스를 연결하는 큰 매개체가 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출판은 기존과 다른 기획과 제작, 마케팅 활동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콘텐츠 비즈니스에 적용되는 기술 이해와 소셜미디어(social media) 환경을 넘나드는 독자들의 소비 패턴과 트렌드에 주목해야 한다. 

연결과 지능의 혁신은 무한한 가능성을 만들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열어줄 것이다. 전통적인 출판 조직의 변화도 예상할 수 있다. 전문가들이 팀을 만들어 원거리에서도 하나의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는 네트워크형 조직이 많아질 것이다. 조직의 의사결정은 빅데이터 등에 기반하여 보다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이 일반화되고 있다. 온·오프라인 네트워킹을 통해 밸류체인은 편의성 중심으로 재구축되고 있다. 


이미 출판 산업은 전자출판 분야를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의 조류를 타고 있다.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을 활용한 전자책, 초연결성을 보여주는 소셜 리딩(social reading), 온라인 공개 수업을 의미하는 무크(Massive Open Online Course), 출간을 위해 독자들이 자발적으로 투자하는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등 실제 운영 사례가 많다.  


 출판계 종사자들이 4차 산업혁명의 변화에 대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산업 사회와 시장의 흐름에 주목하고 본연적인 출판 가치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기술은 이를 더욱 편리하게 만들 수 있는 융복합 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경제적 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타 산업간의 연계한 비즈니스 모델이 성장과 소멸을 반복하면서 더욱 정교해질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가장 중요한 비즈니스 성공 요소는 콘텐츠로 귀결된다. 그만큼 콘텐츠의 원천인 출판은 진일보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 기술의 발전 속도는 빠르지만, 지식과 감성을 동시에 교류할 수 있는 사람을 대체할 수는 없다. 감동과 가치를 지닌 콘텐츠 비즈니스 모델은 결국 사람의 머리와 가슴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시기까지, 사람이 중심에 있는 출판은 콘텐츠 비즈니스의 최전선을 지키고 있을 것이다. <끝>



posted by 류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