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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매체 기고

OTT와 판권확보 경쟁

by 류영호 2020. 3. 31.

스마트 디바이스와 모바일 네트워크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TV와 라디오를 중심으로 한 올드미디어의 시대가 가고, OTT(Over The Top) 등 뉴미디어가 매체의 지배력을 키워가고 있다. 특히, 모바일을 통해 대부분의 일상을 처리하면서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통한 콘텐츠 소비도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콘텐츠 시장의 변화는 매력적인 스토리 확보를 통한 영상 제작에 많은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콘텐츠 기업들이 온라인 채널 확대를 위한 주력사업으로 OTT를 우선하면서 출판 콘텐츠에 대한 판권 확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과거에 비해 저작권 개념이 강화되면서 영상화 이용허락에 대한 저작권자 또는 대리중개자와의 계약 방식도 공정하게 진행되는 편이다. 원작이 있는 스토리는 영상으로 제작하기에 수월하고, 독자들에게 호평을 많이 받은 원작의 판권 판매액은 수천만~수억 원 규모이며, 러닝 개런티(running guarantee) 방식으로 추가 수익배분 계약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판권확보를 위한 플랫폼과 콘텐츠의 관계 변화


일반적으로 OTT에서 선호하는 출판 콘텐츠는 짧은 에피소드 중심의 웹소설과 웹툰이 선호되는 편이다. 작가와 작품에 대한 팬덤이 강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인기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에 영상 기획과 제작사들이 러브콜을 많이 보낸다. 외부에서 영상을 공급받는 시스템에 안주하지 않고, OTT 사업자들은 우선 웹소설과 웹툰 등의 지식재산권(IP, Intellectual Property) 확보하고, 드라마·예능 제작에 이어 콘텐츠 배급에 이르는 콘텐츠 밸류체인(value chain)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플랫폼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좋은 콘텐츠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근 넷플릭스(Netflix)의 한국 시장 확대와 웨이브(waave) 출범 등 OTT 플랫폼과 이용자가 늘어나자 콘텐츠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애플TV와 디즈니도 국내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포털의 영향력이 큰 국내 시장에서 네이버와 카카오도 OTT 시장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콘텐츠 밸류체인에 사활을 걸고 있다. 네이버는 네이버웹툰과 시리즈를 통해 원천 스토리를 확보하고, 스튜디오N에서 영상을 제작한다. 카카오도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을 통해 수직계열화된 밸류체인을 구축했다. 


수요와 공급 관점에서 OTT 플랫폼은 이미 완벽할 정도로 구축되었다. 따라서, 플랫폼 성공의 비결은 양질의 매력적인 콘텐츠 확보로 직결된다. 드라마와 영화로 대표되는 OTT 플랫폼용 콘텐츠를 기획 제작하기 위해서는 시나리오를 잘 찾아야 한다. 완성도가 높은 시나리오는 시장에 그렇게 많지 않다. 시놉시스(synopsis)만 보고 영상 제작을 위한 시나리오로 개발하려면 꽤 오랜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제작사와 플랫폼 입장에서는 적지않은 투자가 동반된다. 시나리오가 완성되면 투자자 확보, 제작 감독과 스태프, 출연 배우 섭외 등 일련의 과정을 통해 영상 작품 하나가 제작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상 제작사와 OTT 플랫폼은 일련의 시나리오 기획과 완성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찾는 것이 바로 출판물이다. 다양한 소재와 스토리가 있는 소설(웹소설 포함) 분야가 대표적이다. 소설이 영상으로 만들어진 시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되고 있다. 홍길동전, 심청전, 구운몽 등 유명한 고전소설은 드라마와 영화로 대중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었다. 이후 다양한 문학 작품들은 뛰어난 스토리텔링의 힘으로 영상 제작자들이 선호하는 콘텐츠 원천으로 평가받고 있다. 텔레비전 드라마와 영화관 상영을 목적으로 한 소설 판권 구입은 이미 일반화된 상황이다. 이미 독자들에게 작품성과 시장성을 검증받았다는 신뢰를 주기 때문이다. 제작사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투자와 수익 담보가 어느 정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해리포터〉(J. K. 롤링 지음, 문학수첩), 〈반지의 제왕〉(J. R. R. 톨킨 지음, 씨앗을뿌리는사람), 〈헝거 게임〉(수잔 콜린스 지음, 북폴리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현대문학)은 영화로 제작되어 소설만큼 좋은 반응을 얻었다. 국내에서도 〈7년의 밤〉(정유정 지음, 은행나무), 〈살인자의 기억법〉(김영하 지음, 문학동네), 〈82년생 김지영〉(조남주 지음, 민음사),  〈미스 함무라비〉(문유석 지음, 문학동네), 〈달리는 조사관〉(송시우 지음, 시공사) 등이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된 유명 소설이다. 


웹소설과 웹툰의 영상 제작을 위한 판권 경쟁도 치열하다. 신인 작가도 영상으로 제작하면 흥미로운 소재와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으면 제작사와 플랫폼에서 픽업(pick up)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유명 인기 작가에 비해 판권 판매액은 낮은 편이지만, 제작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반응이 좋으면 후속 작품에 대한 업계의 기대가 높아지고 그만큼 몸값이 급상승할 수 있다. 지난 수년 간 웹소설과 웹툰의 영상화를 기존 방송국과 영화사에서 주도했지만, 이제 네이버, 카카오, 통신사 OTT 플랫폼으로 판권 판매가 많이 넘어가고 있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중인 드라마〈이태원 클라쓰〉(광진 지음)는 다음 웹툰에서 연재되었다가 드라마로 제작되었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정경윤 지음, 카카오페이지), 〈신과 함께〉(주호민 지음, 네이버웹툰), 〈타인은 지옥이다〉(김용키 지음, 네이버웹툰) 등은 웹소설과 웹툰의 영상화를 대표하는 타이틀이다.


판권 확보를 위한 경쟁은 영상 제작사와 OTT 플랫폼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스토리 작가와 작품 발굴을 희망하는 기관, 단체, 사업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영상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출판 타이틀을 피칭하는 북투필름(Book to Film)과 e-IP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북투필름은 소설 원작 2차 판권을 소유하고 있는 출판사와 영화·영상 산업 관계자가 만나 원작의 영화화 가능성을 모색하는 자리다. E-IP피칭은 멀티 플랫폼화가 가능한 웹드라마, 웹소설, 웹툰 등의 원저작물을 엔터테인먼트 산업 관계자에게 소개하고 영화 제작을 추진하는 프로그램이다. 매년 문학 분야의 출판사들과 작가들이 참여하고 있고, 다수의 선정작들은 영상화 계약을 체결하고 제작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교보문고도 매년 스토리공모전과 스토리 크리에이터 프로그램을 통해 출판 및 영상화 판권 판매 기반을 다지고 있다.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은 1회 대상 수상작 〈싱글빌〉(최윤교 지음, 다산책방), 2회 수상작 〈순정복서 이권숙〉(추종남 지음, 마카롱), 3회 수상작 〈마녀식당으로 오세요〉(구상희 지음, 다산책방), 4회 수상작 〈시프트〉(조예은 지음, 마카롱), 5회 대상작 〈고시맨〉(김펑 지음, 마카롱), 6회 대상작 〈내가 죽인 남자가 돌아왔다〉(황세연 지음, 마카롱) 등 매해 주요 수상작들이 출판은 물론 영화, 드라마, 웹툰 등 다양한 콘텐츠로 제작 및 판권 판매가 되고 있다. 2019년 JTBC에서 드라마로 방영된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김이랑 지음), 〈루왁 인간〉(강한빛 지음)도 교보문고에서 발굴한 원작 소설이다. 이외에 다수의 타이틀이 영상 제작사와 영상화 판권 계약을 체결하였다. 


케이블과 OTT 플랫폼의 강자인 CJ ENM은  신인 창작자 발굴·육성 및 데뷔 지원 사업으로 오펜(O’PEN)을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오펜을 통해 〈블랙독〉 박주연 작가, 〈왕이 된 남자〉 신하은 작가, 〈회사 가기 싫어〉 강원영 작가, 〈좋아하면 울리는〉 이아연 작가 등이 데뷔했다. 이렇게 오펜 출신 작가들은 국내 유수의 드라마 제작사 및 넷플릭스와 집필 계약을 맺고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CJ ENM은 스튜디오드래곤, 카카오페이지와 손잡고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공모전’을 개최하는 등 원천 스토리 발굴부터 제작·출간까지 적극적인 파트너십을 통한 판권 확보를 강화하고 있다. 


출판 판권 경쟁의 새로운 접근과 전망

 
해외에서 영상 제작이 결정되었거나 논의가 활발한 출판물의 국내 번역 판권 경쟁도 치열하다. 대형 기획물로 제작된 영미권의 판타지 소설 이외에 다수의 원작 소설이 영상으로 제작되었거나 결정 소식이 전해졌다. 〈작은 아씨들〉(루이자 메이 올컷 지음, RHK), 〈썸씽 인 더 워터〉(캐서린 스테드먼 지음, 아르테), 〈한자와 나오키〉(이케이도 준 지음, 인플루엔셜), 〈마이 리틀 자이언트〉(〈내 친구 꼬마 거인〉으로 번역 출간, 로알드 달 지음, 시공주니어) 등이 대표적이며, 고전소설부터 스릴러, 오피스물, 동화 등 분야와 독자층이 다양해지고 있다. 이미 원작을 국내 번역 출간한 경우는 영상물이 나온 후에 판매량이 급상승하는 경우가 많고, 동시 출간되어도 독자들의 호응도 높은 편이다. 이미 이런 타이틀의 경우, 출판사와 에이전시를 통해 사전에 정보가 교환되면서 번역 판권 확보를 위한 선인세 금액이 경쟁으로 인해 상승하는 편이다. 물론, 어느 정도 위험 요소도 있지만, 기존 채널 외에 OTT 플랫폼이 강세를 보이면서 출판물의 홍보 효과는 더욱 확장될 수 있다. 


OTT 플랫폼의 최강자로 불리는 넷플릭스는 정리전문가 곤도 마리에와 함께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동명으로 2016년 국내 번역 출간, 더난출판사)를 오리지널 콘텐츠로 제작했다. 문학에 편중되지 않고 실용서 작가의 책도 얼마든지 새로운 기획을 통해 영상 제작이 가능할거라는 실험을 넷플릭스가 추진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2019년 프랑크푸르트 북페어에 참석해서 세계 출판인들에게 책과 영상의 만남에 대한 그들의 전략을 공개한 바 있다. 당시 켈리 루겐비에즐(Kelly Luegenbiejl) 국제 오리지널 담당 부사장은 “우리는 출판사와 편집자를 파트너로 생각합니다. 우리는 협업이 많을수록 좋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책을 화면에 생생하게 보여주고, 이전에는 없었던 방식으로 활기를 불어넣는 것입니다"라고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넷플릭스는 출판물을 통해 아마존, 애플, 디즈니 등과의 OTT 플랫폼 경쟁에서 차별성을 높일 전망이다.


OTT 플랫폼의 성장으로 인해 스토리의 가치와 사업 실적은 높아지고 있다. 책 만드는 과정을 통해 스토리는 숙성의 과정을 거치고, 독자들의 반응과 시장의 평가는 스토리의 성공 확률을 의미한다. 사용자가 원하는 콘텐츠가 부족한 플랫폼은 생존이 불가능하다.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가 공존과 경쟁을 병행하고 있는 시대에 매력적인 스토리를 발굴하기 위한 노력은 모든 사업자들에게 필수 전략이다. 


역량있는 작가는 직접 기획제작사와 판권 계약을 체결하고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고, 출판 콘텐츠 유통사와 OTT 플랫폼에서 직접 스토리를 발굴하고 영상 제작까지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 산업 내에서 이해관계자들간에 경계가 사라지고, 파트너십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이제 콘텐츠 산업에서 IP 비즈니스가 주축으로 떠올랐다. 하나의 원천 스토리가 펼쳐내는 무한한 상상력과 2차저작물의 고부가가치를 기대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따라서, 시장 상황을 주도면밀하게 보고, 성공과 실패 사례를 통해 어떻게 대응할지 심도있는 고민과 실행하는 사업자가 앞서나갈 것이다. 

** [기획회의, 508호 원고]

- 류영호 | 교보문고 콘텐츠사업단 부장 | aplus@kyobo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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