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국내 진출에 따른 출판업계 영향과 대응 전망 (기획회의, 462호)

외부 매체 기고 2018. 5. 13. 00:09

아마존의 한국 진출 시나리오와 출판업계의 변화 전망


류영호 (교보문고 콘텐츠사업단 차장, 『아마존닷컴 경제학』 저자)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존은 상품 다각화, IT 인프라 서비스, 스마트홈 서비스 등을 통해 세계 최고의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했다. 국가별 진출 현황을 보면, 미국(1995년)을 시작으로, 영국과 독일(1998년), 일본과 프랑스(2000년), 캐나다(2002년), 중국(2004년), 이탈리아(2010년), 스페인(2011년), 브라질(2012년), 인도와 호주(2013년), 멕시코(2015년), 네덜란드(2017년)까지 총 14개국에 현지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아마존이 진출한 국가의 이커머스(e-commerce) 시장은 대부분 아마존이 시장점율율 1위를 차지할 만큼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성장 잠재력이 높은 아시아 지역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시장 규모가 큰 인도에 집중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싱가포르와 베트남에도 본격적인 진출을 위한 사전 정리 중에 있다. 


이커머스 분야(내수 판매 중심)에서 한국은 아마존의 미진출 국가지만, 인터넷 사업 인프라와 연평균 소득과 경제 수준 등 모든 면에서 매력적인 시장이다. 해외 직구 시장이 커지면서 아마존에 대한 관심도 높아서 대대적인 진출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지난 2012년 아마존코리아가 법인을 설립하면서 아마존웹서비스(AWS, Amazon Web Services)를 통해 한국 IT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유통 부문은 글로벌 셀러 채용을 지속하며 한국 판매자들을 위한 글로벌 셀링(역직구)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아마존 플랫폼에 한국 판매자들을 안착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국내 시장에 직접 진출하기보다는 역직구 사업을 통한 물류 서비스 등을 통한 수익 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아마존의 마켓플레이스가 실제 운영되는 국가는 20여개 이하지만, 실질적으로는 200여개의 국가의 고객을 대상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한국에서 AWS 사업이 안정화되면서 아마존이 국내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기존 진출 국가에 비해 시장 규모가 작고, 대형 사업자들과의 치열한 경쟁과 각종 규제가 심한 한국의 이커머스 시장 진출에 의문을 갖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특히, 배송 경쟁력을 경쟁 우위로 삼고 있는 아마존에게 당일 무료 배송이 일반화된 한국 시장은 그들의 강점이 통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더불어, 아마존을 대표하는 ‘원클릭(one click)’ 결제 시스템도 한국의 공인인증서 체계에서는 실행에 한계가 지적된다. 그렇지만, 아마존이 한국 유통 시장에 진출하게 되면,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이미 아마존이 진출한 국가들의 전후 상황을 통해 충분히 검증된 부분이며, 지금도 아마존은 유통 시장 전반에서 성장과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아마존이 국내 시장에 진출한다 하더라도 시장 잠식에 대한 우려보다는 시장의 성장에 속도가 더해질 것이라는 의견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아마존의 국내 진출에 대한 2가지 시나리오


아마존의 한국 이커머스 시장 진출에 대한 업계 전문가들이 전망을 종합해보면,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는 크게 2가지 모델로 정리된다. 첫째, 자체 사업 법인을 신설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내부에서 커머스 사업을 추진하는 모델이다. 이미 대부분의 해외 시장 진출 시 독자 법인 설립하는 것을 기본 사항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모델은 아마존에서 표준화된 플랫폼을 한글화하고, 상품 매입부터 배송, 마케팅, 고객지원 등 업무 프로세스에 투입할 인력 충원 등의 준비 과정이 병행된다. 커머스 사업에서 매우 중요한 물류센터는 이미 한국에서 글로벌 셀링(global selling)에 지원되는 FBA(Fulfillment By Amazon)를 통해 오픈마켓 대응력을 갖추고 있다. 상품 카테고리가 확대되고, 총 주문량이 늘어나는 속도를 감안해서 물류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확장해나갈 것이다. 이러한 성장 프로세스는 아마존이 20년 넘게 실행하고 있는 ‘Get big fast(최대한 빠르게 키워라)’ 전략에 최적화된 모델이다. 


아마존의 단독 진출시 최대 관심사는 전자책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서비스를 선행 오픈하느냐의 여부다. 최근 해외 진출 국가별 초기 전략을 통해 보면, 빠른 시일 내에 고객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집중한다. 따라서, 일반 상품보다 투자대비 고객 및 이용자 데이터 확보가 수월한 전자책과 디지털 콘텐츠 사업을 선행하고 있다. 이렇게 확보된 고객(회원)과 각종 검색 및 구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본격적인 상품 다각화를 추진하고 완전한 형태의 이커머스 사업으로 확장시켜 나간다. 즉, 아마존은 선(先) 콘텐츠-후(後) 커머스 진출 방식으로 강점을 살려가는 방식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하지만, 단독 진출에 따른 복잡다단한 시장 현황 분석과 대응 전략 수립 등 시장성과 수익성 등에 대한 고민은 상존한다. 아마존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한국의 유통 시장과 각종 규제 정책 등에 대한 모니터링과 대응 전략 수립이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둘째, 아마존이 국내 주요 커머스 사업자 또는 연관 사업자를 인수합병(M&A)하거나 합작법인 설립을 통한 진출 모델이다. 중국과 인도의 진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로컬의 이커머스 사업자 중 단기간에 시장 안착이 가능한 사업자를 부분 투자 및 인수합병을 단행하는 것이다. 조금 다른 방식이지만, 투자 규모가 매우 크거나 인수합병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것도 예상 가능한 모델이다. 아마존 본사와 한국 투자자 간에 새로운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이커머스와 유통 사업 전반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인수합병과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방식은 자체 설립 운영에 비해 단기간에 고객 기반 확보가 가능하고, 사업 네트워크 확보에 유리하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전략은 오늘의 아마존을 만든 핵심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 인수합병에 주력하는 이유는 조기 시장 선점과 경쟁 우위 확보를 통한 핵심 사업 강화와 기술 융합 및 인재 확보에 있다. 로봇을 통한 물류 시스템 개선을 위해 인수한 ‘키바 시스템즈’, 신발 판매를 위해 인수한 ‘자포스’, 식료품 판매 거점 확보를 위해 인수한 ‘홀푸즈’ 등 아마존이 인수했거나 지분을 투자한 기업들은 수십여 개에 이른다. 한국은 시장 규모와 인수합병 이후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 기존 대형 유통 사업자보다 회원수가 많은 온라인 서점, 오픈마켓 및 소셜 커머스 업체에 투자의 우선 순위를 둘 가능성이 높다. 


종합해보면, 아마존의 국내 진출 시나리오와 시기는 한국 유통시장의 경쟁 구조와 소비자의 취향과 특수성과 관련 법제도 등의 영향에 따라 급변할 수 있다. 하지만, 10여 개가 넘는 국가에서 추진했던 법인 설립 시나리오와 초기 실행 전략에서 크게 벗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AWS와 글로벌 셀링 사업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충분히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2010년대에 들어오면서 한국의 이커머스 시장 상황은 출혈 경쟁이 심화되면서 주요 업체들의 재편이 일어났다. 최근 온라인/모바일과 오프라인 매장이 연결된 옴니채널(omni-channel)이 차세대 유통 채널로 각광받고 있다. 아마존도 2015년 아마존북스 개점을 통해 오프라인 진출을 선언했고, 에코(echo)와 알렉사(alexa)를 통해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 비즈니스 분야도 선점하고 있다.  


한국은 스마트 디바이스 보급율과 정보통신기술(ICT) 수준이 높기 때문에 콘텐츠 사업 실행에 있어서 아마존에게 매우 유리한 환경이다. 지금도 전자책 서비스(text), 오디오북과 뮤직 서비스(audio), 영화와 드라마 서비스(video), 게임 중계 서비스 등 아마존의 플랫폼 안에서 연결되는 콘텐츠 서비스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국내 저작권자 및 콘텐츠 공급자와의 파트너십을 통해서 콘텐츠를 대대적으로 확보한다면 선(先) 콘텐츠 사업 전략은 빠른 추진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아마존의 강점인 프라임(prime) 회원제와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 판매 방식이 결합되면서 보다 저렴하게 양질의 콘텐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구매 탄력성이 높은 콘텐츠 서비스가 성장할수록 충성도 높은 고객 확보가 가능하다. 즉, 향후 종이책과 의류, 가전, 식료품 등 일반 상품 판매를 위한 다각화의 핵심 기반이 갖춰지는 것이다. 최근에 진출한 호주, 브라질, 네덜란드에서 적용한 모델이라서 한국 진출시 선택될 확률이 높은 전략이다. 


아마존 국내 진출에 따른 출판업계 영향과 대응 전망


아마존은 2017년 북미 종이책 유통의 40% 이상, 전자책 유통의 70% 이상을 점유할 만큼 세계 출판업계의 좌우하고 있다. 시장 독과점에 대한 우려와 대형 출판사들과의 공급율 및 판매가 분쟁 등 출판 생태계에서 논란의 중심에 아마존이 있다. 대부분의 진출 국가에서 도서 유통을 주도하면서 매출액도 업계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2014년 온라인 서점의 공세로부터 독립 서점(동네서점)을 보호하기 위해 온라인 서점의 책값 할인판매와 무료 배송을 금지하는 법률을 시행한 프랑스처럼 어려움을 겪는 국가도 있다. 최근 영국, 일본, 중국 등 자국의 서점을 보호하기 위해 과도한 할인 금지 및 진흥 지원 정책을 펴는 국가가 많아지면서 아마존도 적극적인 대응을 고민하고 있다. 


그러면, 세계 최대의 서점인 아마존이 국내에 진출한다면 출판업계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우선, 앞에서 언급했듯이 아마존은 전자책 서비스를 종이책 유통보다 선행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아마존 본사에서 관계 임원을 한국에 파견해서 업계 현황을 살펴본 것도 이런 예측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아마존 킨들의 한국 스토어가 오픈되면 한글과 함께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으로 제작된 전자책도 원화 결제를 통해서 이용할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전자책 제작과 판매, 독자의 이용 편의성, 고객센터 등의 대응 이슈는 기존 방식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지만, 한글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저작권자 및 대리자와의 협상력은 시장 진출의 중요한 과제다. 단행본 전자책은 개별 출판사 또는 관련 협회와 단체 등을 통해서 협상을 해야 하는데 콘텐츠 공급율과 DRM(Digital Rights Management) 적용 방식, 도서정가제법 등 한국의 특수성을 극복해야 한다. 


여러 과정을 거쳐 킨들 스토어가 오픈되면, 국내 전자책 사업자들과의 경쟁 구조도 급변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기존 유통사들은 기술적 고도화와 양질의 콘텐츠 구성과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는 마케팅 강화에 주력해야 아마존과 맞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존이 전자책 스토어를 추진하는 국가들은 대부분 전자책 시장이 매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 환경을 자사만의 차별화 요소를 가지고 활용하는 사업자는 로컬의 강자로 자리잡을 수 있다. 좀 더 확장해서 보면, 한국의 전자책 사업자간에 합종연횡을 통한 구조 조정도 예상된다. 역으로 아마존의 진출로 포털, 게임, 통신사 등 대형 사업자들이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할 수도 있다. 아마존과 글로벌 경쟁 관계에 있는 ‘구글’에 이어 ‘코보’와 ‘텐센트’ 등 해외 콘텐츠 사업자들의 한국 진출도 전망된다.


전자책 사업에서 목표를 달성한다면 출판사 파트너십을 활용해서 종이책 유통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것이다. 전자책 사업과 마찬가지로 국내 온라인 서점과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지만, 이때부터는 일반 상품 확장도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서 기존의 대형 온라인 쇼핑몰, 오프라인 백화점과 할인 마트, 편의점 등 국내 대부분의 유통 사업자와의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다. 아마존의 온라인 사이트는 개인화된 맞춤형 페이지로 고객들의 마음을 잡을 것이고, 머지않아 오프라인에서도 아마존의 로고와 매장을 직접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아마존은 창업 당시부터 온라인의 메인 상품을 책으로 설정하고 있는 만큼 국내 출판 시장을 활성화하는데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국의 도서정가제법이 아마존에게 높은 진입장벽으로 지목되지만, KDP(Kindle Direct Publishing) 서비스를 통해 저자와 콘텐츠를 직접 발굴하고, 전자책 킨들 플랫폼, 데이터 기반의 큐레이션 서비스, 굿리즈(Goodreads)를 통한 소셜리딩(social reading) 커뮤니티 등을 통해 출판업계를 흔들면서 우호적인 저자와 독자군을 확보할 것이다. 출판 생태계를 구성하는 저자, 출판사, 도·소매 서점, 북테크 관련 업체 등은 각자의 대응 방향에 따라 아마존의 국내 진출에 따른 명암이 갈라질 것이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마존의 진출 여부가 언제 결정되고 실행될 것인가에 달려있다. 그 시기에 따라 출판을 포함해서 아마존과 연계된 모든 이해관계자의 전략적 선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의 출판업계는 모바일과 뉴미디어가 만들어가는 유통 환경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효율적인 유통 프로세스 개선과 새로운 독자 발굴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그 다음에 아마존의 한국 진출에 대한 협력과 대응 전략을 고민해도 충분하다. 위기는 곧 기회가 될 것이다.



posted by 류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