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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출판 콘텐츠의 발전을 위한 제언 (392호)세계전자책시장읽기 2015. 5. 26. 13:31
전자책은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 전자책은 출판시장에서 종이책과의 대칭 관점에서 논의되고 사업의 성패가 결정되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으로 촉발된 디지털과 모바일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은 출판시장에도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디지털 콘텐츠에서 발생하고 있는 변화의 속도와는 거리가 있다. 영미권 출판시장의 강세는 전자책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다른 언어권은 종이책이 80~9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책은 생산 단계에서 지식과 감성이 정제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소리와 영상과는 달리 텍스트는 직관성뿐만 아니라 상상력까지 연결된다. 소비 단계로 말할 수 있는 독서 활동도 듣거나 보는 활동에 비해 시간이 더 걸리는 편이다. 출판이 가진 기본적인 속성은 기술의 변화에 크게 민감하지 않다.
물론, 종이책 편집과 제작에 있어서 디지털 기술은 상당한 시간과 비용절감을 가져온 것은 사실이다. 이펍(ePub)3, 앱북, 클라우드, N스크린, HTML5 증강현실 적용 등 출판의 형태로 제작된 거의 모든 것을 전자책으로 구현하고 활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산업적 관점에서 전자책의 더딘 성장세를 아쉬워하는 목소리는 종이책을 대체할 것이라는 관점에서 시작된다. 전반적인 출판시장의 침체와 축소는 다른 미디어와 콘텐츠의 경쟁에서 비롯되었다. 생산은 평균치를 이어가지만 소비는 줄어들고 있다. 10~20대 소비층의 축소는 다가올 출판시장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그렇다고, ‘디지털 네이티브’로 불리는 앞으로 자라날 세대는 종이책보다 전자책을 선호할 것이라는 전망도 맞을까? 예단하기 어려운 주제다.
일상화된 스마트 시대, 독자의 변화에 주목하자
디지털 환경에 더욱 익숙한 세대지만, 독서에 있어서 그들이 종이책 대신 전자책을 찾을 것이라는 확신은 쉽지 않다. 독서력의 부족함으로 단편적인 지식 습득에 치우치고, 사색의 깊이가 부족함을 탓한다. 독서만이 그 모든 것으로 해결해줄 것이라는 믿음도 과도한 생각이다. 하지만, 출판의 근본적인 가치와 속성에 주목해보면 디지털 시대에 전자책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편집을 통해 가독성을 최대한 높인 텍스트의 품질은 각종 멀티미디어를 결합을 통해 다양한 이용층의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다. 종이와 비종이를 넘나들면서 출판 콘텐츠를 이용하는 일종의 하이브리드형 독서는 지금보다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 영역에서 이러한 하이브리드형 독서에 적합한 콘텐츠 기획과 제작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단순하게 종이책을 전자책의 형태로 변환시켜 유통하는 것은 매력도에서 떨어진다.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큰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의미다. 종이책 판매에 악영향을 미칠거라는 생각으로 동일한 타이틀의 전자책 가격을 대폭 낮추는 전략은 출판사에서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그만큼 새로운 출판 콘텐츠 기획이 필요하다.
전자책은 플랫폼을 통해서 콘텐츠와 디바이스가 결합되어 독서활동을 완성시키는 기반을 갖추게 된다. 플랫폼은 콘텐츠와 독자를 이어주는 일련의 모든 과정을 담고 있는 그릇이다. 종이책은 대부분 서점이라는 공간을 통해서 가능했지만, 전자책은 좀 더 복잡해졌다. 서점 외에 전자책 전문 유통사와 앱스토어 등 접점의 다양성과 특수성이 교차한다. 독자들은 스마트해지고 있다. 하나의 콘텐츠에 대해 수많은 정보를 검색하고 취사선택할 수 있는 경로를 확보하고 있다. 우선, 종이책과 전자책의 가격비교와 OS 환경을 통해 자신에 편리한 전자책 포맷을 선택할 수 있다. 그만큼 검색과 커뮤니티를 통해 나에게 꼭 필요한 것만 골라낼 수 있다. 학습 교재가 아니면 대부분 충동구매의 형태를 많이 보인다. 전자책은 종이책대비 저렴한 가격대, 짧은 시간 내 구입과 이용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킬링타임용 콘텐츠를 중심으로 충동구매의 양상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 아마존 킨들스토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전자책의 평균 가격대는 3~5달러 사이다. 베스트셀러 중 약 30%는 1시간 내에 완독할 수 있는 분량으로 전자책 이용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 수 있는 결과다.
종이책처럼 헤비리더는 전자책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다독가는 이미 독서 습관이 몸에 익숙해져 있다는 점에서 일상에서 책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전자책도 함께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헤비리더가 자주 이용하는 전자책 전용 디바이스인 이리더(e-Reader)의 판매량과 이용률이 줄어들고 있다. 최근에 발표된 각종 지표들을 보면, 상대적으로 태블릿과 스마트폰을 통해 전자책을 더 많이 이용하고 있다. '1인 1디바이스'의 시대는 모든 기기의 기능을 한 곳으로 모으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리면서 이와 연결된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탑재할 수 있는 태블릿과 스마트폰은 유용성이 더 높아졌다. 전자책 읽기에 집중된 이리더(e-Reader)는 또 하나의 불편한 디바이스로 인식되고 있는 분위기다.
헤비리더층의 약해지면서 이리더(e-Reader)의 인기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아마존과 코보 이외에 대부분의 이리더(e-Reader) 메이커들은 시장 철수 또는 축소했다. 아마존과 코보도 기존 이용자가 재구매하거나 선물용으로 판매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태블릿과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전자책 독자들이 빠르게 증가한다는 점을 콘텐츠 생산자와 유통사는 주목해야 한다. 특히, 스마트폰은 일상에서 거의 매일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다양한 미디어와 콘텐츠 이용의 핵심이자 가장 중요한 매개체가 되었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밴드 등 SNS 이용, 사진찍기, 웹서핑, 모바일 쇼핑, 모바일 게임, 동영상 시청 등 사람들의 지식문화 소비와 공유 활동의 대부분도 스마트폰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과연 출판 콘텐츠는 스마트 디바이스에 어떻게 들어가야할 것인가?
출판 콘텐츠, 스마트한 기획이 승부수다
최근 언론사와 포털사를 중심으로 카드형 기사가 인기를 얻고 있다. 내러티브 관점에서 텍스트가 많은 분량이지만, 핵심 문장과 연관성이 높은 이미지를 결합한 디자인으로 3~5분 내에 이해할 수 있다. 시사성이 높은 주제에 대해 큐레이팅 방식으로 카드형 콘텐츠를 제작하는 전문 회사도 많아지고 있다. 최근 다수의 출판사에서 책의 특정 문장과 이미지를 한 장으로 만든 모바일 향(向)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디지털 시대가 되었지만 텍스트를 읽는 시간은 더 많아지고 있다. 분량과 깊이가 문제지만, 그 부분은 시대사적 관점에서 좀 더 지켜봐야할 부분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책과 독서를 통해서만 사색의 깊이와 창조적 상상력이 만들어진다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책은 오랫동안 인류의 지성과 심성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온 최상의 매체인 것은 대부분 인정할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 근거해서 접근 방식의 차이와 변화에 대해 출판 콘텐츠를 둘러싼 이해 관계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시대를 주도하는 키워드를 뽑아내야 한다. 거시적인 아젠다를 논하는 출판은 이제 방송과 언론 매체를 통해 보다 빠르고 밀도있는 콘텐츠에 밀리고 있다. 어렵고 무거운 주제는 학술출판 관점에서 상업적으로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산업적으로 이런 부분은 공공과 기업의 도서관에서 기본적인 손익분기를 맞출 수 있는 구입 지원이 필요하다. 이는 종이책과 전자책 모두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양질의 출판 콘텐츠를 기획할 수 있는 것은 가볍고 무거운 주제를 넘나들 수 있는 경험의 축적에서 시작된다. 가볍다고 해서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관념은 버려야 한다. 디지털 독자들에게 가벼운 것은 관심을 집중시키는 1차적인 매력을 만들어준다. 짧은 분량에 미시적인 키워드를 완성도있게 만드는 힘을 갖추는 역량이 디지털 출판시장을 주도할 것이다.
더불어, 좋은 기획을 디지털 출판 기술과 접목할 수 있는 협력이 필요하다. 기존의 출판기획 및 편집자가 전자책을 만들고 유통하는 것까지 전담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리 권장하고 싶은 구조가 아니다. 이 부분은 해당 전문 회사 또는 전문가와의 협력을 통해 더욱 발전시키고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다. 유통과 연결된 마케팅 활동에 있어서도 저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는 채널에 집중해야한다. 대부분 SNS와 유통 스토어의 광고면을 활용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디지털 사업에 있어서 콘텐츠 오너십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는 가장 중요한 전략이다.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한 네트워크는 저자와 출판사의 독자 접근성을 매우 간단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대부분 기술적 접근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최근 2~3년 전부터 글로벌 대형 출판사들은 독자를 대상으로 직접 출판 콘텐츠를 판매하고 있다. 과연 우리 출판사의 책은 어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실제 구입하는지를 알고 싶기 때문이다. 아주 중요한 사항이다.
그동안 유통은 서점과 전문 스토어를 가진 곳을 통해서만 가능했기 때문에 고객(독자)의 정보를 확보하기 어려웠다. 출판사는 독자를 직접 만나고 그들의 관심사를 수집해서 새로운 기획에 반영해야 한다. 한번이라도 커뮤니케이션을 한 독자라면 지속적인 관계성을 만드는 데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오프라인 기반보다 훨씬 편리하고 비용대비 효과도 높다. 전자책은 이러한 관계 구축에 좋은 매개체가 된다. 정식 출간 전, 독자의 사전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축약본을 전자책으로 보낼 수 있다. 전자책 전용으로 제작해서 커뮤니티를 맺은 독자들에겐 특별 할인율을 적용해도 호응을 얻을 수 있다. 일반적인 커뮤니티 채널로 페이스북, 트위터, 블로그를 많이 활용하지만 든든한 기초는 자체 홈페이지를 권하고 싶다.
물론, 비용이 부담스럽다고 생각되는 전용 블로그는 필수적으로 개설하는 것이 좋다. 최근 펭귄랜덤하우스의 홈페이지가 재구축되었다. 자사의 출판물과 작가 소개공간이 중심 카테고리인데 무엇보다 모바일 향으로 깔끔한 인터페이스를 만든게 인상적이었다. 책 소개와 저자 인터뷰도 동영상 기반으로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기존의 서점과 콘텐츠 스토어에서 접할 수 없는 내부 콘텐츠를 갖추고 있어서 커뮤니티의 만족도와 독자의 로열티는 올라갈 것이다.
최근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는 신조사(新潮社)와 함께 '무라카미 씨의 거처(www.welluneednt.com)'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는 무라카미 작품에 대한 감상이나 고민, 사회 문제, 고양이, 야구 등 갖가지 질문이 쏟아졌으며 그 수는 지난 총 4만 여건에 달한다. 그는 질문들을 모두 읽은 뒤 이 가운데 몇 개를 직접 선정해 답변을 해왔다. 독자들 사이에서 소문이 퍼지면서 사이트는 개설 3개월 반 만에 조회수 1억 건을 넘는 등 큰 인기를 모았다. 이 홈페이지를 통해 오고 간 독자와 하루키 간의 질문과 답변으로 400~500개가 엄선해서 전자책과 종이책을 오는 7월에 출간할 계획이다. 디지털 시대에 출판사와 저자의 대중적 커뮤니케이션은 브랜드 효과 외에 새로운 콘텐츠 기획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준다.
상업적 관점에서 벗어나 전자책은 세상을 바꾸는 노력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5월 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래의 성공을 위해서는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저소득층의 교육기회 확대 방침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워싱턴DC 빈민가인 애너코스티어 공립도서관에서 이 지역 중학생들과 교육을 주제로 대화를 나눈 얘기를 소개하면서 ‘커넥티드(ConnectED)’ 구상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커넥티드는 미국 학생의 99%가 초고속 인터넷망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야심찬 교육 프로젝트다. 오바마 대통령은 “내가 중학생들과의 대화 자리에서 주요 도서관과 출판사들이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2억5000만 달러(약 2700억원) 상당의 무료 전자책을 제공하고, 학생 1인당 도서관 카드를 하나씩 갖도록 하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는 모두 커넥티드 구상의 일환이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당신이 누구든, 어디에 살든, 소득이 얼마인지에 관계없이 세계의 지식과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 전자책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시스템으로 지식의 보편성을 저렴한 비용으로 가장 멀리 그리고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 대표적인 콘텐츠다. 자선단체인 월드리더(www.worldreader.org)는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50개 이상의 후진국에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전자책 독서 환경을 지원하고 있다. 아마존, 펭귄랜덤하우스,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등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작가들이 월드리더의 의미있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출판 시장에서 전자책의 성장 속도에만 매몰된다면 볼 수 없는 큰 시대적 흐름이다. 보다 건강한 출판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 전자책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생각해야 한다. 본질적으로 출판 콘텐츠를 만들고, 사고, 보고하는 모든 활동의 중심은 바로 사람이기 때문이다.
필자로서 마지막 인사를 드립니다. 지금까지 총 55회 동안 <세계 전자책 시장 읽기>를 연재하면서 매주 빠르게 변화하는 전자책 시장의 현장과 의미를 짚어왔습니다. 거의 대부분 해외 사례를 중심으로 전달하면서 앞서가는 이야기와 성과들을 부러워했고, 실패하는 사례들을 보면서 성공을 위해 필요한 핵심 전략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만 2년이 넘는 연재 기간을 통해 많은 공부와 단련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단행본(『세계 전자책 시장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출간이라는 소중한 이정표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혹시 그동안 필자의 연재에서 부족한 면이 있었다면 해량을 부탁드립니다. 매 호마다 한국 출판의 최전선을 이끌어가는 <기획회의>의 모든 관계자분들과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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