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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 독자는 시장의 중심이다 (387호)
    세계전자책시장읽기 2015. 3. 2. 10:20

    영국 작가 E.L 제임스(본명 에리카 레너드)의 3부작 에로 소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Fifty Shades of Gray)>가 영화로 개봉되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2012년 6월 이후 1년간 제임스는 9천5백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미국에서 출간된지 8개월 만에 7천만부(종이책)가 판매되었고, 영화 판권은 5백만 달러에 팔렸다. 전자책은 아마존 킨들 스토어에서 100만부 이상 판매되었다. 에로틱한 내용이 많이 들어있지만 전자책의 특성상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여성 독자들의 인기를 끌었다. 출판 콘텐츠의 영화 제작은 OSMU(One Source Multi Use)의 관점에서 더 많은 시도들이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종이책과 전자책 모두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받았다는 점에서 흥행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전자책 판매량의 절반 정도는 장르문학(로맨스, 판타지, 무협 등) 분야가 차지하고 있다. 이미 장르문학은 킨들, 아이패드 등 스마트 디바이스 출시 이전부터 킬링 타임 콘텐츠로 독자층이 두텁다. 연재 형태가 많고 가격대도 저렴하기 때문에 인기 작가의 반열에 들어가면 안정적인 수익도 보장되는 편이다. 전자책을 즐기는 독자들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가격이다. 초기 재구매 단계에서는 마음에 드는 전자책이 가격도 저렴하다면 선택율이 높은 편이다. 장르문학은 이러한 독자의 속성을 주도하면서 성장력을 유지하고 있다. 킨들 스토어의 베스트셀러를 분석해보면, 독자들이 원하는 전자책 가격대는 $2.99~$5.99 수준이다. 대부분의 장르문학과 킨들 싱글즈(kindle singles)에 있는 간단명료한 이야기로 구성된 전자책들이다. 


    전자책 독자들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아마존 킨들이 출시된 2007년 이후 전자책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고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미국은 이미 전체 출판 시장에서 20%를 넘었고,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도 10% 전후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도 일본과 중국, 인도 등 아마존이 진출한 국가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성장이 진행되고 있다. 종이책 중심의 독서에서 전자책으로 확장되는 하이브리드(hybrid)형 독서가 일반화되고 있다. 전자책만 구입하고 읽는 독자층은 적은 편이나, 독서 접근성 관점에서 신규 독자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아직 전자책 시장은 공급자의 콘텐츠 제작과 유통에 의해 시장의 성장이 좌우된다. 종이책만큼의 출간 종수가 뒷받침되지 못하기 때문에 디지털 온리(digital only) 형태의 콘텐츠로 이를 채우는 방식이다. 하지만,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통한 전자책 독서는 콘텐츠 기획부터 달라져야 한다. 모바일 환경과 연결되면서 전자책을 이용하는 독자들의 검색-구매-활용 등 종이책 독서 패턴과는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전자책의 특징 중 하나인 이용편의성은 전자책 사업자들의 깊은 고민이 더욱 필요한 부분이다. 작가와 출판사도 종이책의 전자책 변환을 통한 출간에만 주력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이미 해외의 대형 출판사는 전자책만 출간하는 임프린트(imprint)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독자들이 전자책을 통해서 얻고싶은 다양한 가치에 집중하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독자들이 선호하는 분야가 장르문학에 집중된 경향이 있지만, 비즈니스와 인문교양 분야의 성장세도 꾸준한 편이다. 대부분 페이퍼백 가격과 비슷한 편이지만 즉시 구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력도가 높아지고 있다. 셀프 퍼블리싱 서비스를 통한 전자책 출간 비율이 늘어나면서 독자들과의 연결도 많아지고 있다. 기존 상업 출판을 통해 출간하기 어려운 콘텐츠를 쉽고 저렴하게 접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장르문학 외에도 정치-사회-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시사점을 엿볼 수 있는 전자책을 구입할 수 있다. 세계 최대의 전자책 셀프 퍼블리싱 플랫폼인 스매시워즈(Smashwords)의 CEO 마크 코커(Mark Coker)는 "이제 셀프 퍼블리싱은 세계적인 문화현상이 되었고, 중견 작가들을 중심으로 전통 출판에서 계속해서 넘어오고 있다. 셀프 퍼블리싱을 통해 넘나드는 종이책과 전자책을 넘나드는 작가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그만큼 전자책을 즐겨읽는 독자들의 선택권도 풍부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전자책 독자들의 현주소를 한번 살펴보자. 한국소비자원은 최근 수행한 ‘전자책 시장과 소비자보호방안 연구’ 결과 소비자들이 전자책에 대해 보통(60점, 100점 만점 기준) 이하의 만족도(57.6점)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책 이용경험이 있는 전국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온라인 조사 결과에서 응답자들은 이용편리성(66.9점)과 내용/품질(64.1점), 가독성(60.3점) 등에서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반면 전자책 가격(49.4점)과 전용단말기 가격(51.3점)에 대한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전자책 가격은 종이책의 평균 39.2% 수준으로 나타났다. 전자책 시장에서 선호 장르는 판타지, 무협, 로맨스 등 장르문학이 28.4%로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였고 이어 일반문학(23.3%), 자기계발(8.8%) 등이다. 여기에서 독자의 선호도와 실제 구매와의 연계성에는 차이가 있다. 이는 지난 2~3년간 조사 발표된 해외 전자책 독자들의 이용 패턴과 큰 차이가 없다. 앞에서 언급했던 '이용편의성'과 '전자책 가격'에 대한 독자들의 민감도는 세계적으로 공통된 부분이다.


    니즈를 충족시키고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이러한 특성을 보면 최근 세계 전자책 시장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모델의 목적을 이해할 수 있다. 제작 관점에서 디지털 온리 또는 디지털 싱글 형태의 전자책, 셀프 퍼블리싱이 대표적이다. 판매 모델에서는 무제한 정액제 방식인 서브스크립션과 종이책과 전자책의 패키지 형태가 있다. 하퍼콜린스, 맥밀란 등 대형 출판사들은 서브스크립션 플랫폼인 오이스터, 스크리브드, 북메이트 등과 적극적인 협력 관계를 추진하고 있다. 다수의 대중 독자들은 이미 음악, 방송, 영화, 신문, 잡지 등 여러 디지털 콘텐츠의 서브스크립션 모델에 익숙해져 있다. 책이라는 콘텐츠의 속성상 단권 중심의 판매를 벗어난 모델에 대한 거부감은 여전히 높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 접어든 독자의 변화에 둔감하게 대응한다면 다른 콘텐츠와의 경쟁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런 흐름이 지속된다면 출판계 전체의 성장 감소에 큰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해외 출판계의 서브스크립션 모델에 대한 투자는 필수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의 플랫폼이 아직 초기 단계로 회원 확보의 어려움과 이익 실현에는 기대 이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회원의 이용률에 따른 수익 배분 방식으로 인해 베스트셀러 콘텐츠에 편중되는 현상도 극복 요소로 제기되고 있다. 이는 작가와 작품의 만족도에 따른 독자의 자유 선택이라는 점에서 강제적으로 조정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작가와 출판사는 해당 전자책이 독자들에게 보다 더 발견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플랫폼 사업자와의 긴밀한 파트너십과 자체적인 마케팅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서브스크립션은 종이책의 베스트셀러 또는 스테디셀러의 순위에 따라가는 현상을 보인다. 서비스 가입 독자들은 종이책으로 읽고 싶었던 책을 무제한 정액제의 강점인 저렴한 가격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단권 구입 방식처럼 내 것으로 소유할 수 없지만, 회원 가입기간 동안 얼마든지 대여방식으로 읽을 수 있다. 서비스 사업자마다 차이는 있지만 월 $10 정도 지불하면 60~70만종의 전자책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전자책 독자들의 만족도 향상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전자책 출간 방식에 있어서도 독자들의 참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독자가 출간 여부를 결정하는데 일정 부분을 차지하는 사례로 킨들 스카우트(scout)가 있다. 2014년 하반기에 '이야기 실험실'로 불리는 킨들 라이트온(write on)과 함께 개인 작가들의 작품 원고의 일부를 웹에 게시하고 독자들의 평가를 받는 시스템이 바로 킨들 스카우트다. 오는 3월부터 킨들 스카우트를 통해 최종 선정된 10개의 전자책이 아마존 킨들 프레스(kindle press)라는 브랜드를 달고 정식 판매된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리젤 카슨의 <G1>(science fiction), 에이미 자레키의 <A Highland Knight’s Desire>(romance), 스티브 가넌의 <L.A. Sniper>(thriller) 등이 있다. 킨들 스카우트에 올라오는 분야는 픽션(fiction)을 중심으로 계속 확장할 계획이다. 현재 킨들 스카우트 페이지에는 20여개의 원고가 투표 진행중에 있다. 선택을 많이 받은 원고는 아마존의 담당 편집팀에서 내부 검토를 통해 최종 확정한다. 이후 선인세 $1,500를 지불하고 전자책 출간 계약을 체결하는데 종이책은 다른 출판사에서 작가와 직접 협의할 수 있다. 아마존이 킨들 스토어를 통해 전자책 판매를 전담 지원하고 인세는 판매액의 50%를 받는다. 

    킨들 스카우트의 전자책은 독자들이 직접 원고의 일부를 보고 작가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선정한 작품들이다. 그만큼 전자책을 즐기는 독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마케팅에 유리한 측면을 확보하게 되었다. 작가도 그만큼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온/오프라인을 통해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다. 종이책과 전자책은 제작 비용과 유통 과정에 있어서 비용 절감과 시장 대응력이 높다. 그런 점에서 독자의 니즈(needs)를 반영한 참여형 콘텐츠 기획과 제작은 매력적이다. 더불어, 전자책 독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가장 가까이에서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대형 출판사와 다른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확산될 전망이다.


    소셜 리딩은 디지털 독자의 기본이다

    콘텐츠 기획과 제작 관점에 있어서 독자의 변화는 많은 사업자들이 제대로 읽어가고 있다. 여기에 병행해야 할 점은 바로 독서 습관을 알려주고 내용을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스스로의 독서 형태를 분석하는 일은 전자책을 통해 보다 편리해졌다. 대부분의 전자책 서비스 업체는 내서재에 들어있는 분야와 완독율 등을 데이터화해서 독자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독자들은 다양한 독서 커뮤니티 서비스에 가입해서 전자책에 기록한 밑줄과 메모를 공유할 수 있다. 소셜 리딩(social reading) 플랫폼으로 유명한 굿리즈(goodreads)는 아마존에서 인수한 이후 이용률이 더 높아지고 있다. 책에 대한 평가를 별점으로 매기고 온라인을 통해 자유롭게 서평을 등록할 수 있다. 종이책과 전자책을 넘나드는 하이브리드형 독자층이 소셜 리딩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 소셜 리딩을 통해서 생산되는 책에 대한 여러 이야기는 작가와 출판사,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어떤 분야, 어떤 책, 어떤 작가가 대중 독자들의 입에 오르내리는지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 채널이다. 

    전자책을 활용하더라도 ‘읽는다’는 행위 자체의 변화는 없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이라는 매체의 속성에 따라 독자는 다양한 경험을 얻고 이를 공유한다. 전자책은 종이책 독서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새로운 독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다독가의 경우, 종이책 대비 낮은 가격으로 책을 구입하고 편한 독서 환경을 누릴 수 있다. 특히 서브스크립션 모델은 매력적인 서비스로 각광받고 있다. 다독가 중 출간 경험을 갖고 있거나 희망하는 예비 작가에게 셀프 퍼블리싱은 프로슈머(prosumer)의 관점에서 출판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전자책 시장의 형성은 기존의 종이책 중심 도서출판 시장의 가치사슬(Value Chain) 구조를 바꾸어 놓았다. 전자책 시장의 가치사슬 구조는 ‘콘텐츠 제작→전자책 출판→유통플랫폼→단말기→독자’로 중심축이 형성된다. 이용의 편의성과 타 콘텐츠와의 경쟁 관계를 감안하면 시장 참여자들은 더욱 독자를 모든 결정의 중심에 두어야 한다. 전자책 독자는 정보통신기술의 변화에 익숙하고 보다 역동적인 소비 형태를 보인다. 콘텐츠 가격에 민감하지만 마음에 들면 간편하게 구입하고 자발적으로 입소문도 낸다. 전자책 운영 플랫폼과 디바이스 환경은 모바일과 결합되어 독자들의 만족도를 높여가고 있다.


    페이스북의 CEO 마크 주커버그는 “2015년에는 2주마다 한 번씩 새로운 책을 읽으려 한다. 다른 문화, 역사, 사상, 기술을 책으로 배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책의 해(A Year of Books)’라는 페이지를 직접 개설하고 자신의 페이스북 팔로워와 친구들과 책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마크 주커버그는 첫 번째 책으로 모이세스 나임이 쓴 <권력의 종말(The End of Power)>를 선정했다. 발표한지 2~3일 후 아마존에서 종이책은 품절이 나고, 킨들 전자책 판매도 급증했다. 유명인의 책 추천은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큰 역할을 차지한다. 독자들은 이를 빠르게 공유하고 전자책으로 단시간에 구입하고 읽기 시작한다. 초연결의 시대에서 전자책과 독자의 관계는 종이책에서 생각할 수 없는 범위로 확장되고 있다. 종이책 독자가 전자책도 읽는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전자책을 통해 종이책이 주는 감성을 찾아가는 길을 발견할 수도 있다. 책의 활자와 독자가 몰입할 수 있는 독서 환경을 구축하는 일은 전자책 시장에서도 가장 중요한 본질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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