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38. 삼성전자와 손잡은 반스앤노블의 전략 (375호)
    세계전자책시장읽기 2014. 8. 26. 14:05

    전자책 가격 책정을 놓고 아마존과 아셰트의 신경전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의 작가 900여명에 이어 독일과 오스트리아, 스위스의 작가 1천여 명도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200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다프리데 옐리네크와 인기 범죄소설 작가 잉글리드 놀 등 독일어권 작가들을 중심으로 서명한 이 공개서한은 아마존이 스웨덴의 출판그룹인 보니어(Bonnier)와 전자책 가격 협상을 위해 작가와 출판 산업 구조를 흔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아마존은 이에 대해 "전자책은 종이책보다 싼 값에 공급되어야 한다. 이는 출판사로부터 서적상들이 구매하는 가격에도 동일하다"라고 공식 의견을 제시하며, 갈등의 원인은 보니어에 있다고 반박했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의 문학 출판시장은 미국이나 영국과 다르게 도서 할인을 제한하는 법률을 통해 보호받고 있다. 하지만, 유럽의 많은 작가는 아마존이 시장지배적인 위치를 이용해 이와 같은 법률을 침해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콘텐츠의 원천 생산자인 출판사와 작가들의 아마존의 무리한 확장을 반대하는 행보가 유럽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아마존의 킨들 담당 부사장인 러스 그란디네티(Russ Grandinetti)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아마존과 아셰트 출판사의 갈등으로 인해 작가와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출판 프로세스에서 출판사나 소매점은 꼭 필요한 존재가 아니라고 말했다. 출판 프로세스의 중간에 있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은 시장에서 위험과 기회 요소를 동시에 갖고 있다는 말이다. 결국 아마존이 출판 시장을 전자책을 통해 대대적인 구조적 변화를 시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극단적인 경우, 작가와 독자만 있는 출판 시장을 아마존이 중심에서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난 20여년 간 출판유통시장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실제 오프라인 서점은 대형 체인과 독립 서점을 불문하고 매장 수와 매출액 모두 감소하고 있다. 대형 서점체인 2위였던 보더스의 파산은 오프라인 서점의 위기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이제 채널간의 경쟁과 이동이 포맷으로 확장되고 있다. 당연히 그 중심에는 전자책이 있다. 오프라인 서점이 이중고를 겪고 있는 이유는 바로 대중 독자들의 책을 구입하고 독서하는 방식의 변화에 있다. 소비자들은 멀리있는 오프라인 서점에 방문하는 것보다 온라인으로 할인가격으로 결제 주문하는 것에 익숙하다. 여러 권의 종이책을 들고 다니는 부담을 줄여주고 멀티미디어 활용이 가능한 전자책과 관련 디바이스는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준다. 이런 출판 시장의 변화는 아마존과 반스앤노블의 대결로 표면화되어 있다. 

    반스앤노블은 1873년 찰스 M.반스(Charles M. Barnes)가 일리노이주(州)에서 소규모 서적회사로 시작되었다. 1971년 그리니치 빌리지에서 학생서적교환소를 운영하던 레오나르드 리지오(Leonard Riggio)가 경영난에 빠진 반스앤노블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라가게 되었다. 1980년대 이후 미국의 서점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름에 따라 대형 서점들은 차츰 쇠퇴의 길로 들어섰다. 이때부터 리지오의 경영전략은 빛나기 시작하였다. 1990년 반스앤노블은 뉴욕에 초대형서점을 열고, 1990년대 말 뉴욕에 25개, 미국 전역에 1,000여 개의 지점을 구축한 세계 최대의 오프라인 서점 체인으로 성장했다. 서점이 단순히 책만을 파는 곳이 아니라, 고객이 편안하고 즐겁게 지식을 탐구할 수 있는 곳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마케팅을 시도했다. 1997년 독일의 베텔스만과 공동으로 인터넷 서점인 '반스앤노블닷컴'을 설립하면서 아마존과의 전면적인 경쟁을 추진했다. 하지만, 디지털 매체의 발전과 더불어 출판산업도 많은 변화를 겪었고 지금도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반스앤노블의 선택과 집중, 파트너십

    반스앤노블은 올해 상반기 야심차게 추진해온 디지털 사업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아마존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태블릿 사업을 담당했던 누크미디어(Nook media)의 분사를 결정한 것이다. 반스앤노블은 2009년 아마존 킨들에 대항해서 전자책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업 초기에 마이크로소프트와 파이낸셜타임스(FT) 모회사인 피어슨을 통해 거액의 투자를 유치했다. 하지만, 반스앤노블의 누크는 디지털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 누크는 프리미엄 시장을 노린 애플과 저가 태블릿을 내세운 아마존 사이에서 경쟁력을 잃었다. 

    오프라인 소매 매장, 대학 도서 유통, 하드웨어 및 디지털 콘텐츠 사업에서 모두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최근 반스앤노블은 아마존을 견제하는 전략을 본격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자체적인 사업에 한계를 느낀 반스앤노블이 선택한 것은 파트너십(Partnership)이다. 기본적으로 디지털 콘텐츠 생태계는 C(콘텐츠)-P(플랫폼)-N(네트워크)-D(디바이스)를 통해 완성되고 발전한다. 아마존은 온라인 비즈니스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디지털로의 확장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오프라인에서 시작한 반스앤노블은 종이책과 전자책 판매의 카니발라이제이션 우려와 투자 위험 등 디지털 생태계 완성에 난관이 많았다. 최근 누크미디어 분사 결정과 본격적인 파트너십 추진은 반스앤노블의 선택과 집중 전략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콘텐츠 부분에서 반스앤노블은 아마존과 경쟁이 가능할 만큼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 문제는 플랫폼과 디바이스 부분의 마케팅과 원가 경쟁력이다.  누크미디어의 분사는 태블릿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지만,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전자책 독자들을 위한 전용 디바이스인 누크 글루라이트(Glow Light)의 업그레이드 모델을 유럽에도 확장 진출했다. 자체 사업으로 누크 글루라이트는 원가 경쟁력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태블릿에는 애플의 아이패드와 안드로이드 계열의 다양한 제품들은 누크 태블릿의 생존을 어둡게 했다. 이런 시점에 만난 삼성전자는 반스앤노블에게는 최고의 파트너이자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도 스마트폰에서 보여준 성과를 태블릿시장에서도 이어가기 위해서 콘텐츠 경쟁력이 높은 반스앤노블은 좋은 파트너다. 양사의 부족함을 현실적으로 가장 잘 채워줄 수 있는 상대였다.   


    삼성전자와 손잡은 누크 태블릿

    지난 8월 20일, 양사의 역량을 집결한 태블릿인 ‘갤럭시 탭4 누크(Galaxy Tab 4 Nook)'가 정식으로 선보였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반스앤노블 유니언 스퀘어 매장에서 발표회가 진행되었다. 반스앤노블의 CEO인 마이클 휴스비와 삼성전자 미국법인 임원인 팀 박스터가 직접 참석했다. 이번에 출시된 태블릿은 '아이패드 미니'와 비슷한 7인치 화면을 탑재하고 있다. 저장 공간은 8GB,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 4.4버전인 킷캣이 적용됐다. 300백만 화소의 후면 카메라, 130백만 화소의 전면 카메라를 장착했고, 최대 10시간 사용이 가능한 배터리를 탑재했다. 기존에 판매된 갤럭시 탭4와 동일한 가격인 179달러에 누크 앱 스토어가 기본 탑재되었다. 반스앤노블은 구매자들에게 200달러 상당의 전자책, 잡지, 드라마 등 비디오 콘텐츠 이용권을 무료로 제공한다.


    이번 제휴를 통해 반스앤노블이 보유한 300만 권 이상의 서적 등 디지털 콘텐츠의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디지털 콘텐츠의 소싱 확대와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갤럭시 탭4 누크'는 이달부터 미국 내 반스앤노블 오프라인 및 온라인 매장 700여 곳에서 판매된다. 기존의 오프라인 매장에 설치된 ‘누크존(Nook Zone)’을 통서 소비자는 누크에 탑재된 콘텐츠 서비스를 자유롭게 체험할 수 있다. 당일 발표회에서 마이클 허스비는 독서 습관에 대한 해리스 인터랙티브(harris interactive)의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독서는 내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인가?”라는 설문에 응답자의 77%가 “그렇다”고 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통한 전자책 접근율도 44%였다. “디지털 기기를 통해 무엇을 읽고 있느냐?”(중복응답 포함)는 질문에 이메일(96%), 웹사이트/블로그(73%), 소셜미디어(67%), 디지털 신문/잡지(46%), 전자책(31%) 순이다. 이제 e잉크 디바이스는 주로 독서를 즐겨하는 독자들에게 특화되고 있다. 그에 비해 태블릿은 스마트폰과 함께 멀티미디어 콘텐츠 환경을 폭넓게 즐기는 소비자들이 주 고객층이다. 범위가 그만큼 넓지만 경쟁도 치열한 분야다. 허스비가 발표회에서 해리스의 설문 조사를 예로 든 것은 디지털 콘텐츠 이용자들의 전반적인 흐름이 태블릿으로 빠르게 이동함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 탭4 누크’의 초기 시장 반응은 우호적이다. 양사의 강점을 결합했다는 측면에서 앞으로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이번 디바이스의 명백한 경쟁자는 바로 아이패드 미니와 킨들파이어다. 전반적인 사양과 수준이 높은 편이며 가격 경쟁력도 있다. 문제는 기존 갤럭시탭4에서 큰 변화가 없는 단순한 커스터마이징 모델이라는 점이다. 디자인과 플랫폼 부문의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했던 얼리어답터 고객층을 끌어들이는데 한계가 있다. 반스앤노블의 오프라인 누크존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전략도 소비자들에게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다. 오프라인을 통한 체험은 다른 전시공간을 통해서 충분히 일반화되어 있고, 각종 미디어 매체를 통해서 간접 체험이 가능하다. 특히, 입소문을 통한 구매가 일반화되면서 누크존의 이용률과 관심도는 기대보다는 낮은 편이다. 양사의 제휴가 지속되기 위해서 이번 모델의 성과는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기존 디바이스와 플랫폼에 큰 변화없이 물리적인 결합의 형태만 보였다는 점이다. 물론 기업 자체가 분리된 제휴 관계에서 이루어진 모델임으로 예상된 측면이기도 하다. 삼성전자가 반스앤노블 또는 누크미디어에 직접적인 지분 투자가 성사된다면 이후의 모델은 지금과는 많은 차별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유통과 플랫폼 사업의 기본에 충실해야

    반스앤노블이 온라인과 디지털 사업에서 시장지배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C-P-N-D의 기본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 제휴를 통한 성장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이미 누크미디어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피어슨이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삼성전자와의 제휴를 통해 디바이스 부분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긴 했지만 사업의 주도권은 여전히 반스앤노블에 있다. 하지만,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세부적인 실행 전략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반스앤노블은 오랜 역사를 기반으로 출판사와 작가들에게 우호적인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아마존의 최근 행보를 보면 반스앤노블은 이러한 역학 관계를 잘 이용할 필요가 있다. 아마존의 ‘갑질’에 대해 맞설 수 있는 대상으로 애플과 구글을 말하고 있지만, 실제 출판시장 참여자들은 반스앤노블에 더욱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종이책은 여전히 전체 출판 시장의 중심이다. 반스앤노블은 작가, 출판사, 독자에 대한 다양한 관계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오프라인도 이제 디지털과의 연결 속에서 새로운 힘을 출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일상 생활 속에서 무엇을 좋아하고 특정 상품과 서비스를 구입하는지를 디지털 생태계에서는 확인 가능하기 때문이다. 콘텐츠 서비스는 빅데이터 기반의 큐레이션과 클라우드 지원이 필수적인 시대가 되었다. 

    아마존은 킨들을 통해 자체적으로 콘텐츠 플랫폼과 생태계를 구축했다. 반스앤노블은 제휴를 통해 이를 완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피어슨에 비해 삼성전자는 반스앤노블의 약점을 채울 수 있는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 출시한 ‘갤럭시 탭4 누크’는 양사의 단기적인 이익 실현을 위한 접점 만들기로 봐야 한다. 태블릿 기반의 콘텐츠 사업에 새로운 돌파구를 열겠다는 의지를 시장에 표출했다. 판매대수와 콘텐츠 수익에 대한 기대는 오히려 다음 모델을 통해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진다. 이를 위해 양사간의 화학적 결합이 선행될 가능성도 높다. 스마트 디바이스 분야에서 태블릿은 스마트폰과 함께 일반 PC시장을 대체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반스앤노블은 안정적인 디바이스 개발과 생산이 필요하고, 삼성전자는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과 지속적인 콘텐츠 소싱이 필요하다. 양사의 화학적 결합이 성사된다면 기존 투자자인 마이크로소프트와 피어슨도 좀 더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아마존과의 한판승부에서 유리한 고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좀 더 확장하면 애플, 구글, HTC, 샤오미 등 스마트 디바이스 경쟁에서 높은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 

    반스앤노블은 이제 적극적인 대외 제휴 협력을 통해 내부 약점을 보완하고 자사의 경쟁력을 외부와 연결해야 한다. 서점은 책을 연결하는 공간이다. 오프라인 서점과 유통 채널이 온라인과 디지털 시대에도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할 수 있을까? 국가별로 출판 문화와 유통 정책의 차이가 있지만 글로벌 관점에서 보면 반스앤노블의 생존과 성장 지표가 가장 정확한 답을 보여줄 것이다. 새로운 부활을 위한 오프라인 서점의 대명사 반스앤노블의 전략과 실행에 주목해야할 시점이다. <끝>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