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37. 출판사가 주도하는 콘텐츠 플랫폼의 시대 (374호)
    세계전자책시장읽기 2014. 8. 26. 14:03

    거액의 전자책 가격담합 배상으로 난항을 겪고 애플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 유명 IT 블로그인 테크크런치(TechCrunch)에 따르면 지난 4월 애플은 북게놈 프로젝트(Book genome)로 유명한 북램프(Booklamp)를 인수했다. 북게놈 프로젝트는 책의 본문 내용을 스캔해서 독자가 즐겨읽고 흥미를 느낀 것과 비슷한 스타일과 내용 혹은 저자의 책을 추천하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스캔 기능은 테마, 소설의 줄거리, 내용 유추도 가능하며 도서 추천과 검색을 향상시키고 있다. 2013년 북램프의 CEO인 애런 스탠턴은 "우리는 북게놈 프로젝트를 위해 매주 4만~10만권의 서적을 스캔하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애플은 북램프 인수로 아이북 스토어 서비스를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자책에 대한 정교한 검색과 추천이 가능해짐에 따라 아이북스토어의 매출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대형 플랫폼 사업자들은 전자책 이용 편의성 강화를 위해 대대적인 투자와 인수를 진행하고 있다. 애플의 북램프 인수는 아마존의 엑스레이(X-ray)처럼 책의 본문과 연관된 각종 정보를 링크하여 멀티형 독서를 지원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개인 독자에게 최적화된 큐레이션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전자책 구매력을 증가시키겠다는 목표에 근접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가장 기본적인 콘텐츠 확보가 중요한 과제가 되는데, 대다수의 출판 콘텐츠는 출판사를 통해서 제작된다. 셀프 퍼블리싱을 통해 전자책의 콘텐츠 수량은 급증하고 있지만, 장르문학에 편중되어 분야 확장이 시급하다. 이를 채워주는 것은 결국 기성 출판사의 다양한 콘텐츠다. 하지만, 플랫폼과의 계약을 통해 단순히 전자책 콘텐츠만을 공급하던 사업 모델도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종이책과의 카니발라이제이션을 우려하던 다수의 출판사들은 전자책을 신규 수익모델로 적극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전자책이 대형 출판사의 이익을 견인

    퍼블리셔스위클리에 따르면, 미국 출판사의 80% 이상이 전자책 출간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실제 대형 출판사들의 매출액은 소폭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에서 전자책 성장률은 10% 이상 유지하고 있다. 최근 ‘빅5’로 불리는 대형 출판사들의 전자책 사업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아마존과의 가격담합 소송에서 벌금 부과 결정으로 부담을 덜어낸 뒤 출판사 중심의 판짜기에 집중하고 있다. 디지털 모바일 환경이 일상화되면서 출판유통시장도 내외부에서 많은 변화와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 특히, 책을 소비하는 독자들의 콘텐츠 이용 방식이 종이와 비종이 매체를 넘나들면서 생산과 유통 구조의 단순화가 부각되고 있다. 출판사도 직접 유통을 할 수 있고, 플랫폼을 대상으로 선택적인 관계 재설정이 가능해졌다. 이를 통해 출판사의 안정적인 수익 확보와 지속성장이 가능한 사업 모델 전략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ICT 산업에서는 일반적인 파일럿 테스트(Pilot test)를 통한 사업 접근 방식도 출판사에서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디지털 사업 추진을 위한 외부 전문가의 영입을 통해 포트폴리오 개선 성과도 이어지고 있다. 대형 출판사들은 디지털 산업의 급성장에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 매출은 줄어들었지만 그 이상의 영업이익율 상승이라는 성과를 거두고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모든 산업이 안고 있는 과제다. 출판 역시 예외는 아니지만, 디지털 기술을 통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해외 출판사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서 기존 사업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한 번 살펴보자. 

    우선, 하퍼콜린스(HarperCollins)의 전자책 수익의 경우 총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 17%에서 22%에 이르고 있다. 베로니카 로스의 히트작인 다이버전트(Divergent) 전자책이 총 2천만 건 이상 판매되면서 성장에 큰 힘을 보탰다. 하퍼콜린스의 실적 분석에 따르면,  전자책 매출액이 6% 증가할 때 이익율은 38% 증가한다고 밝혔다. 주로 소설과 비소설, 아동용 도서를 출판하고 있는 하퍼콜린스는 빅5 출판사 중 가장 혁신적인 디지털 사업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권 출신인 CDO(Chief Digital Officer) 찬탈 레스티보-알레시(Chantal Restivo-alessi)는 종이책 시장의 정체기를 극복하기 위한 차별화된 디지털 콘텐츠 전략을 실행했다. 참고로 모회사인 뉴스코프에서 출판부문(하퍼콜린스 포함)은 2013년 영업이익 중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아마존이 도서 가격 산정과 수익 배분 등을 놓고 출판사들과 분쟁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하퍼콜린스는 직접 책을 판매하는 사이트를 오픈했다. 그동안 미국 출판업계는 아마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직접 도서 판매 모델을 연구하고 있다. 하퍼콜린스도 특정 타이틀의 종이책과 전자책을 자체 사이트와 앱을 통해 판매한 바 있다. 하지만, 출판사의 직접 판매 모델은 아직 출판유통업계에서는 미미한 수준이다. 이번에 새로 오픈한 하퍼콜린스의 판매 사이트는 내년부터 종이책은 미국 외 영국, 캐나다, 호주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전자책도 자사가 저작권을 확보한 타이틀에 한해 직접 구입할 수 있게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하퍼콜린스의 이러한 전략은 유통을 대체한다는 것보다 독자들의 선택을 넓히면서 자사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겠다는 의도가 강하다. 더불어, 자체 판매 모델을 확장함에 따라 향후 아마존과의 출판 유통 계약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 하이브리드 마케팅 관점에서 종이책과 전자책 번들(Bundle)을 출시했다. 지역의 독립 서점과의 협력 모델로 종이책의 감성적인 느낌과 전자책의 편의성을 결합했다는 점에서 독자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미국 뉴욕의 그린라이트(Greenlight) 서점 등 12개의 독립 서점과 전자책 스타트업인 북샤우트(Bookshout)가 번들 모델의 테스트 플랫폼 구축에 참여했다. 이번에 제작한 번들 책은 총 6종으로 아만다 코핀의 <The Orchardist>, 리차드 포드의 <Canada>, 에리카 요한슨의 <The Queen of the Tearling>, 로렌 올리버의 <Before I Fall>, 제스 월터의 <Beautiful Ruins>,재클린 윈스피어의 <The Care and Management of Lies>가 있다. 종이책은 일반 판매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으며, 전자책을 번들로 구입할 경우에는 소액의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책을 구입한 독자는 전자책 다운로드가 가능한 활성화된 코드를 받고 북샤우트 앱(app)을 통해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외부 연동 플랫폼은 현재 코보(Kobo)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현재 다수의 독립 서점에서 별도의 매대에서 하퍼콜린스의 번들 도서를 진열하고 있다. 


    이미 하퍼콜린스는 지난 7월에 캐나다의 전자책 스타트업인 비트릿(Bitlit)과 첫번째 모델을 시도했었다. 당시는 독자가 해당 종이책을 구입하고 해당 사진을 찍어서 등록하면 전자책 다운로드가 가능하게 만들었다. 종이책 구매 인증 사진을 보내야한다는 점에서 독자들이 불편함도 이어졌다. 북샤우트와 진행하는 두번째 모델은 종이책이나 책갈피 등의 전자책 선물카드를 구입하면 북샤우트 웹사이트로 이동해서 전자책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방식이다. 

    전자책 이용 방법을 비교해보면, 비트릿은 하퍼콜린스의 플랫폼 내에서 전자책을 직접 핸들링하는 모델이며, 북샤우트는 외부 플랫폼에서 진행된다. 디지털 사업의 핵심인 확장성을 고려한 측면이 강하다. 하퍼콜린스 입장에서 여러 전자책 전문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충분한 시장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본다. 종이책 중심 출판사의 조직과 의사결정 구조에서 성급한 전자책 플랫폼 사업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다. 하지만, 외부 전문가 영입을 통한 사업성 검증과 외부 파일럿 테스트는 결과에 따라 과감한 선택을 할 것이다. 아마도 비트릿과 북샤우트 등 전문 스타트업을 인수합병하는 시나리오도 예상할 수 있다.


    동반 성장이 가능한 전자 도서관 활용

    CBS의 자회사인 사이먼앤슈스터(Simon & schuster)의 성장세도 눈여겨볼 대상이다. 2014년 2분기 매출액은 12% 상승했는데 디지털 상품 판매 매출은 25%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전자책 서브스크립션 플랫폼인 오이스터와 스크리브드와의 적극적인 콘텐츠 제휴를 통한 결과로 분석된다. 더불어, 미국 내 200개 이상의 전자 도서관에 자사의 전자책이 공급되면서 성장세가 이어졌다. 사이먼앤슈스터 미국 내 대부분의 도서관을 대상으로 전자책 제공 프로그램을 확장했다. 도서관에서 1년간 1명의 이용자에 한해서 전자책 이용을 허락했던 사이먼앤슈스터는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앞으로 사이먼앤슈스터의 전자책을 구입코자 하는 도서관과 이용자들은 도서관 웹사이트에 일정 수수료를 지불하면 바로 활성화된다. 사이먼앤슈스터의 CEO인 캐슬린 레이디는 "전자도서관 파일럿 테스트에 참여한 도서관의 반응이 좋고, 계약을 원하는 모든 도서관에 우리의 전자책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옳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보도 자료를 냈다. 오버드라이브(overdrive)와 함께 필라델피아 도서관(Library of Philadelphia), 보스턴 도서관 (Boston Public Library) 등 파일럿 테스트에 참여한 도서관의 숫자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조만간 전자도서관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오버드라이브 외에 3M의 <Cloud Library>, 베이커앤테일러의 <Axis360>를 통해서도 사이먼앤슈스터의 모든 전자책을 이용할 수 있다.

    전통의 맥밀란(Macmillan)도 전자 도서관 대출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2013년 3월부터 전자책의 도서관 대출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맥밀란은 도서관과 이용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파라르(Farrar), 스트라우스(Straus) 등 임프린트에서 발행한 1만5천종의 전자책을 대출 목록에 포함시켰다. 맥밀란의 전자책은 1카피 1유저(One copy, One user) 기준으로 만 2년 또는 52회 대출이 가능하고 이후에는 추가 구입하는 기준이다. 대형 출판사들은 도서관 대출 모델을 기간만기(기본 2년간 대출 가능, 재구매시 카피당 25달러 정도 가격 책정) 또는 가격할증(대출 카피수의 증가분에 비례한 가격 책정)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여전히 도서관용 전자책 가격 책정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많은 부분 합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 각급 도서관의 관련 예산이 꾸준히 증액되면서 대형 출판사의 신규 수익원으로 부각되고 있다. 

    DRM-free 전자책 판매로 유명한 중견 출판사인 오라일리(O'Reilly)는 자체적인 전자책 유통을 강화한다.  피어슨과 동업의 형태로 운영중인 사파리북스(Safari Books Online)의 지분을 전액 인수하면서 100% 소유권을 확보했다. 2001년 디지털 도서관으로 오픈한 이후 책, 비디오, 쇼트컷(Short cuts)으로 불리는 짧은 형태의 콘텐츠 등을 유통하는 회사다. 초기 오라일리 미디어(O'Reilly media)를 중심으로 존 와일리(John wiley), 마이크로소프트 출판사, 피어슨 등 미디어 및 공학기술 전문 출판사를 중심으로 협력을 맺었다. 사파리북스는 오라일리의 콘텐츠를 포함해서 총 200개 이상의 출판사를 통해서 기술과 비즈니스 분야의 2만5천 개 이상의 책과 교육용 비디오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다.  이번에 피어슨이 가지고 있던 지분 전액을 인수하면서 오라일리가 주도하는 사파리북스는 출판사 중심의 멀티미디어 콘텐츠 사업에 더욱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팀 오라일리 CEO는 “사파리북스는 전자책, 비디오 콘텐츠 중심에서 전문적인 역량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나 조직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피어슨은 반스앤노블이 주도하고 있는 누크미디어(Nook media)에도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는데, 사파리북스에서 누크미디어로 콘텐츠 사업 투자의 방향을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향후 서브스크립션 기반의 전자책 유통 모델과 각종 교육용 콘텐츠 서비스에 주력할 것으로 보이는 사파리북스는 디지털 지식정보 시대를 선도하는 출판 서비스로 힘을 집중시킬 것이다. 오라일리는 자사의 브랜드, 온라인 콘텐츠 기술, 재능있는 기술자, 편집 전문 지식 및 교육 제품의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노하우가 아주 많은 출판사다. 포맷과 채널을 연계한 콘텐츠 플랫폼의 확장성을 기준으로 보면 오라일리는 가장 선두에 서 있다. 


    글로벌 출판 시장은 디지털로 초래된 콘텐츠 산업의 격변기에 접어들었다. 생산과 유통, 소비라는 기본적인 시장 구조는 유지되겠지만 내외부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책이라는 콘텐츠를 이용하는 다수의 독자층도 점점 빈익빈부익부 현상을 보이고 있다. 출판사는 자사의 신간과 구간의 판매 활성화를 위한 전략적 방법을 찾고 있다. 개인화 추천, 책의 발견가능성, 큐레이션, 소셜미디어 마케팅 등 여러 아이템들이 개발과 실행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출판사가 중심이 되는 디지털 콘텐츠 마케팅이 부족했었다. 아마존과 아셰트(Hachette)의 전자책 수익배분 논쟁도 유통 플랫폼에 주도권을 빼앗긴 결과라는 분석도 의미있는 지적이다. 여전히 대부분의 기성 출판사는 종이책이 포트폴리오의 중심이다. 변화에 적응한다고 무리하게 전자책으로 전환할 필요는 없다. 종이책과 디지털 기술의 연결할 수 있는 콘텐츠 사업 모델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 최근 창비에서 발표한 ‘더책’ 서비스의 경우, 출판사가 주도하는 하이브리드 콘텐츠 서비스의 모범 사례로 볼 수 있다. 모바일 네트워크와 스마트 디바이스를 활용하는 전자 도서관이 일반화되고 있다. 도서관의 변화는 출판사와의 협력을 통해 극대화될 수 있다. 이용자들에게 최적의 양서를 추천하고 다양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반 구축에 출판사는 더욱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이는 개별 출판사의 노력보다 관련 협회나 기관의 몫으로 확장해도 좋다. 각종 콘텐츠 플랫폼을 주도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출판사가 성장과 이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시대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