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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6. 아마존의 킨들 언리미티드 출시와 파장 (373호)
    세계전자책시장읽기 2014. 7. 30. 13:13

    올 것이 왔다. 지난 7월 18일(현지시간) 아마존은 월 9.99 달러에 전자책 60만 권과 오디오북 2천 편을 무제한 읽고 들을 수 있는 킨들 언리미티드(Kindle Unlimited) 서비스를 정식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아마존의 전자책 기기인 킨들과 킨들 애플리케이션이 설치된 각종 디바이스에서 이용 가능하다. 당분간 미국에서만 제공되지만 연내에 다른 국가에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출시에 대한 다수의 언론과 전문가들은 독서량이 많은 소비자에게 인기가 많을 것으로 평가했다. 미국에서 전자책을 사용하고 있는 독자수는 2014년 7천900만 명으로 전년 대비 9% 정도 증가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넷플릭스(Netflix), 스포티파이(Spotify) 등 일정 금액의 사용료를 지불하고 정해진 기간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하는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 서비스의 성장세는 매우 높다. 전자책 시장에서는 이미 스크리브드(Scribd)와 오이스터(Oyster)가 무제한 정액제를 실시하고 있다. 


    아마존 킨들 언리미티드의 서비스 페이지를 보면, 전자책은 인기·소설·단편·인기 저자 등으로 나눠져 있으며 헝거게임(The Hunger Games trilogy), 반지의 제왕(The Hobbit and The Lord of the Rings trilogy), 해리포터(Harry Potter series), 플래시 보이즈(Flash Boys) 등 초대형 시리즈와 제인 오스틴이나 조지 오웰 같은 작가들의 고전도 다수 제공된다. 이용 방법은 회원 가입 후 킨들 언리미티드 로고가 있는 전자책에서 리드 포 프리(Read for free)를 선택하면 자동으로 접속 가능하다. 30일 동안 무료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전에 충분히 사용해볼 수 있다. 전자책과 오디오북을 넘나들면서 해당 부분을 이어서 읽거나 들을 수 있는 기능(Whispersync for Voice)도 지원된다. 아마존은 이미 프라임 회원을 대상으로 50만 권이 넘는 전자책 대여 서비스(Kindle Owners' Lending Library)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한 달 한 권만 킨들 또는 킨들 앱을 탑재한 단말기에서만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확장된 차별성이 있다. 이는 대다수 독자들의 도서 구매 방식과 독서 습관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킨들 언리미티드에 대해 출판 생태계 파괴를 주도할 모델이라는 우려도 많다. 대형 출판사들과의 갈등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서비스로 사이가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퍼콜린스, 아셰트, 사이먼앤슈스터 등 주요 출판사는 아마존의 새 서비스에 전자책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메이저 출판사와 중소형 전자책 업체들은 아마존이 자금력과 시장 지배력으로 출판 시장을 독점을 비판하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 수개월동안 프랑스 출판사 아셰트와 전자책 수익 배분을 두고 갈등을 빚어 왔다. 아마존은 수익 배분 협상이 원하는대로 진행되지 않으면서 사전 주문하는 기능에서 아셰트의 신간에 적용하지 않았다. 이어 아셰트 소속 작가들에게 전자책 매출 전액을 주겠다고 제안하는 등 출판업계의 비난을 받고 있다. 아마존처럼 회사가 가격 결정권을 갖는 정책과 출판사들이 가격 결정권을 갖는 에이전시 모델간의 충돌은 시장 질서의 주도권 문제와 직결된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지속된 가격결정권과 관련된 업계 내부의 격론은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전자책 시장의 빠른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종이책의 대안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전자책 업체, 출판사, 독자들이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생태계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과연 저가형 서브스크립션을 출시한 아마존의 전략은 무엇일까? 이는 단순히 출판 시장의 구조로 이해하기 보다는 아마존이 처해있는 현상과 맞물려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지난 24일 발표된 아마존의 2014년 2분기 실적에 의하면,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23% 늘어난 193억 달러였지만, 1억2600만 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 연구개발비를 포함한 비용 지출이 24% 증가한 194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수익을 잠식한 것이다. 신규사업 확대와 서비스 투자를 적자 확대 이유로 꼽았다. 아마존은 올해 자사 최초의 스마트폰인 파이어폰(Fire phone)을 발표했으며 애플TV와 로쿠에 대항하는 셋톱박스를 내놨다. 드롭박스와 구글에 대항하는 스토리지 서비스, 무한대로 읽을 수 있는 전자책 서비스와 비디오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 바코드 부착 식료품 쇼핑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콘텐츠 사업까지 투자를 강화하면서 어린이용 비디오 시리즈와 파이어폰 특화 게임도 개발하고 있다. 매출이 23%나 상승했음에도 손실폭이 큰 것은 바로 이와 같은 대규모의 투자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매출 증가에 집중해 수익성 확보엔 소홀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지난 10년 이상 아마존은 대규모 투자 이후에 영업이익 증가라는 성장 곡선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시장의 기대치는 높다. 


    하지만, 최근의 행보는 아마존의 전공인 유통과는 다른 분야의 투자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스마트 미디어 산업에서 아마존은 유통과는 다른 경쟁 논리와 싸우고 있다. 태블릿과 스마트TV, 스마트폰 시장이 대표적이다. 반등을 노리고 있지만 애플, 구글, 삼성전자, 샤오미, HTC 등 메이저 기업들과의 경쟁은 쉽지 않다. 후발 주자로 시작한 분야에서 아마존이 선택하는 핵심 전략은 바로 ‘Get big fast’다. '빠르고 강하게 성장시킨다'는 의미로 고객을 최우선하는 미션과 함께 아마존을 받치고 있는 기둥이다. 디바이스 사업을 대하는 아마존의 철학은 바로 편의성이다. 다수의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고사양으로 채워진 높은 가격대의 디바이스가 아니다. 기본적인 사용성을 충분히 갖추면서 아마존의 다양한 상품과 콘텐츠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결국 플랫폼을 넘나들면서 유통을 확장할 수 있는 핵심은 바로 콘텐츠로 귀결된다. 아마존이 가지고 있는 최대의 강점은 텍스트, 오디오, 비디오라는 켄텐츠의 3대 포맷에서 경쟁사들이 쉽게 넘볼 수 없는 강력한 진입장벽이다. 


    특히, 텍스트 포맷을 대표하는 전자책에서 2007년 킨들 출시를 통해 전세계 전자책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할만큼 아마존은 압도적이다. 음원과 비디오 분야에서도 외부 전문사와의 제휴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자체 오너십 확보를 통한 경쟁력 강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킨들 언리미티드는 아마존이 전자책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마지막 카드다. 종이책과 전자책은 전통적인 출판 유통 구조의 범주 내에서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킨들 언리미티드는 유통과 소비구조가 음원과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와 동일하다. 디지털 콘텐츠 이용자들의 이용 패턴과 저작권자의 수익배분 구조 또한 기존의 출판 유통과는 상이하다. 출판 콘텐츠 생산자의 관점에서 보면 플랫폼의 횡포라고 여겨질 만큼 디지털 콘텐츠 유통 구조에 더 밀착된 것이 킨들 언리미티드다. 


    그리고, 전자책 시장의 경쟁자인 애플, 구글, 반스앤노블, 코보 등의 단권 판매 사업자들의 틈새를 비집고 나온 오이스터와 스크리브드의 성장도 아마존을 자극했다고 본다. 서비스 출시 1년 사이에 50만 권 이상의 전자책을 월 9~10달러로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이들의 성장은 업계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아마존을 견제할 수 있는 채널로 메이저 출판사들은 서브스크립션 사업자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다. 아셰트와 분쟁을 겪고 있는 아마존은 프라임 회원만을 대상으로 한 월 1권 대여 모델로는 경쟁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플랫폼 경쟁력과 콘텐츠 소싱 역량에서 아마존의 이번 선택은 시간 문제였다. 월 9.99달러면 전자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어서 전자책에 거리를 둔 기성 독자들과 비독서 독자들에게 아주 매력적인 모델임은 분명하다. 이 모델의 핵심성공요인은 바로 유료 회원 가입자수와 수익배분 구조다. 약 2억 2천만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아마존은 킨들 언리미티드의 회원 가입자 수에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킨들이 없더라도 킨들 애플리케이션만 설치하면 각종 스마트 디바이스 이용자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서비스 확장에 유리한 구조다. 월 수십 달러를 종이책과 전자책 구입비로 지출하는 일정 수준 이상의 독자들의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보면 전체 도서 매출액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시장지배력 강화 차원에서 자금력이 풍부한 아마존이 충분히 선택할 수 있는 전략적 카드다. 


    서브스크립션 모델은 회원들의 월 가입회비에서 유통사업자(전자책 서점)와 콘텐츠제공자(출판사, 작가)가 수익을 배분한다. 대체적으로 이용자의 클릭수와 실제 페이지를 열어본 숫자 등을 기준으로 권당 판매여부를 결정한다. 총 판매부수에서 해당 전자책의 판매부수를 나누어서 콘텐츠 제공자의 전체 배분수익과 곱한다. 이렇게 나온 숫자가 바로 저작권료로 가져가는 금액이다. 단권별로 가격의 차이가 있지만 서브스크립션에서는 균일하게 적용된다. 유통사업자마다 권당 판매가에 가산점을 적용하는 경우와 선인세 방식의 개런티를 통해 인기있는 콘텐츠를 확보하기도 한다. 아마존은 그동안 킨들다이렉트퍼블리싱(KDP)를 통해 작가와의 직접 계약과 콘텐츠 확보에 주력했다. KDP Select를 통해서 아마존과 독점 콘텐츠 계약을 체결하는 작가와 출판사에 월 1백만 달러 이상의 지원 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킨들 언리미티드도 더 많은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기존의 콘텐츠 소싱 채널을 총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약 250만 권의 킨들 전자책 중에서 킨들 언리미티드 출시에 적용된 60만 권은 적은 수는 아니다. 하지만, 아마존의 목표는 100만 권 이상을 넘어 현재 전체 서비스 권수에 빠르게 도달하는 것이다. 아니면, 독자들의 소비 패턴의 변화를 보면서 단권 판매와 정액제 모델을 병행 발전시킬 가능성도 높다. 


    마지막 카드를 꺼낸 아마존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책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유통 플랫폼의 위치에 있는 처음부터 끝까지 장악할 수는 없다. 물론 현실적인 상황과 전략적 목표간의 괴리는 있지만 아마존은 계속 출판사와 작가를 흔들면서 고객(독자)지향형의 서비스에 집중할 것이다. 하지만 콘텐츠 기획과 생산자의 창작의욕은 안정적인 수익과 무관하지 않다. 소수의 꼬리에 있는 상품과 콘텐츠의 매출액을 무시할 수 없다는 롱테일 이론(Long Tail theory)은 아마존의 사례를 통해 검증되기도 했다. 그러나, 유통의 특성상 매출액의 80%를 상위 20%가 차지한다는 파레토 법칙(Pareto principle)이 여전히 정설로 통하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의 경우 이 비율은 더 강력해지고 있다. 실제 상위 20%에서 10%로 줄어들고 있다는 조사 결과들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이 심화될 경우, 플랫폼 의존도에 비해 콘텐츠 생산자들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고착화될 수 있다. 결국, 메이저 출판사들이 아마존을 견제하면서 애플과의 가격담합 소송으로 이어졌다.


    지난 7월 22일, 미국의 일부 유명작가들이 반(反) 아마존 단체인 작가 연합(Authors United)이라는 단체를 세웠다. 작가 연합 소속 작가들은 "아마존이 세계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라는 시장 지배력과 자금력으로 출판 시장을 독점하려고 한다"며 "아마존의 독점에 대응할 장기 전략을 세웠다"고 밝혔다. 작가 연합에는 미국의 인기 소설가인 스티븐 킹과 폴 오스터, 리 차일드 같은 유명 작가들도 참여했다. 이번 단체 결성은 미국의 유명 작가인 더글라스 프레스톤이 쓴 글로 시작되었다. 프레스톤은 지난 6월부터 아마존에게 아셰트와의 분쟁을 마칠 것을 주장하면서, 아마존을 비판하는 글을 동료 작가들에게 전달했다. 그는 "아마존의 사업 방식은 작가의 생계를 위협하고, 독자들에게는 책 배송이 지연되는 피해를 준다"고 주장했다. 프레스톤은 작가 10여명과 함께 자금을 모아 뉴욕타임스(NYT)에 아마존을 비판하는 광고를 낼 계획도 세우고 있다. 창작 활동과 무관할 수 없는 이번 상황의 파장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킨들 언리미티드 출시 직후 아마존의 전자책 베스트셀러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퍼블리셔스 런치(Publishers Lunch)에 따르면, 아마존출판과 킨들 언리미티드에 참여한 출판사와 KDP Select를 통해 소싱된 전자책은 서비스 전보다 2배 이상 100위권 내에 진입했다. 반면에 킨들 언리미티드에 참여하지 않은 셀프 퍼블리싱과 기성 출판사의 전자책은 순위권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대다수의 독자들은 구입할 책을 선정할 때 베스트셀러 리스트를 먼저 본다. 아마존을 통해 전자책을 이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이제 책을 즐겨읽는 독자들은 종이책에서 전자책으로, 단권 구입에서 월 정액제 무제한 방식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 출판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에 대해 우려와 기대를 말하던 사람들에게 이번 킨들 언리미티드는 더 깊은 성찰과 전략을 요구하고 있다. 전통적인 출판 생태계는 더 이상 디지털과 미디어 산업의 환경 변화를 멀리해선 안 된다. 아마존에 이어 콘텐츠 시장을 이끌어가는 플랫폼 사업자들은 유사한 모델로 판을 키워갈 것이다. 언제나 그 핵심은 콘텐츠 그 자체다. 기획과 생산자들이 제대로 자신의 권리와 안정적인 수익확보를 할 수 있는 마인드와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한걸음 물러나서 관망하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해 관계자들은 서로의 힘을 결집하거나 출판 생태계의 내실있는 발전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실천해야 한다. 글로벌 메이저 전자책 플랫폼은 더욱 강하고 빠르게 시장 전체를 장악하고 있다. 아마존의 킨들 언리미티드는 전자책 시장의 판도를 가장 크게 흔들어댈 강력한 모델이다. 앞으로 디지털 출판 생태계의 흐름을 판단하고 예측하는데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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