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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4. 급성장한 영국 전자책 시장의 성공 요인 (371호)
    세계전자책시장읽기 2014. 6. 27. 15:31

    2012년 아마존UK(United Kingdom)에서 종이책과 전자책 판매비율이 100대 114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물론 아마존이라는 특정 유통사 기준이지만, 미국에 이어 전자책이 종이책보다 많이 팔리는 나라가 되었다. 2013년 영국 출판도서시장 규모는 42억3770만 파운드(약 7조4천억 원)다. 약 1만5000개가 넘는 중소 출판사가 있지만, 피어슨과 하퍼콜린스 등 주요 대형 출판사들의 총 판매율은 약 35%를 차지하고 있다. 대형 출판사의 전체 시장점유율 35%, 중소 규모 출판사는 65% 수준이다. 영국 내 주요 판매분야는 일반 서적, 학술서 및 교육용 서적 등이며 해외로 수출하는 서적으로는 학술서가 가장 많다. 세계 출판 5대 강국에 들어있는 영국은 영어권 도서 시장에 있어서 미국과 함께 시장을 주도적으로 견인하고 있다. 이는 전자책 분야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국의 전자책 시장은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e리더가 판매되고, 2009년 애플에서 전자책 애플리케이션이 오픈되면서 본격적인 성장이 진행되었다. 2008년 당시 300여개의 오프라인 서점 체인을 운영중인 워터스톤즈를 통해 소니의 PRS e리더가 선보이자 보더스는 엘레넥스와 함께 소니의 e리더보다 저렴한 제품을 출시한 바 있다. 영국 전문 컨설팅 기업인 KPMG에 따르면 영국인들이 돈을 지불하고 구입하는 뉴미디어 상품 중 전자책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월 약 7.5달러(약 7천6백 원) 정도를 지불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베스트셀러인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전자책으로 200만 권 이상 판매되었는데 가격경쟁력이 높아서 인기가 좋다. 아마존UK에서 판매하는 약 250만 권의 전자책 평균 판매가는 약 5~6달러 수준이다.

     

    급성장하는 영국 전자책 시장

    <2012년 출판통계연감(PA Statistics Yearbook)>에 의하면 전자책은 2008년에서 2012년 사이의 매출이 4배로 상승했지만, 종이책은 4% 하락했다. 2012년 매출은 전자책이 전년 대비 66%로 증가했고, 종이책은 1.2% 감소했다. 점유율을 기준으로 보면 전자책은 2008년 전체 도서 시장의 3%에서 2013년에는 15%로 급성장하는 추세를 보였다. 오프라인 서점이 주류로 자리잡고 있는 영국에도 온라인 서점과 디지털 플랫폼의 성장률이 증가하고 있다. 더불어 출판 콘텐츠 분야의 외연이 넓어지면서 신규 서비스 시장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온라인 도서 유통과정에서 할인을 통해 판매가격이 낮아지면서 소비자들이 선호하고 있다. 전자책과 오디오북 등 출판 콘텐츠 판매가 급증하는 이유는 각종 스마트 디바이스의 보급률 확대와 콘텐츠 생산자의 공급 확대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전자책 시장의 성장을 위해서는 출판과 ICT 산업의 유기적인 결합이 필요하다. 특히, 전자책을 구입하고 읽을 수 있는 기반이 되는 디바이스의 보급률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면 영국의 독자들은 얼마나 많은 전자책 디바이스를 사용하고 있을까? 2014년 5월 이마케터(emarketer)에 의하면, e리더 사용자는 전체 인구의 20% 규모인 약 1천3백만 명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약 7천9백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25%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에서 판매되는 전자책은 초기에 기관이나 도서관용이 다수의 비중을 차지했으나 최근 2~3년 동안 일반 소비자들이 50%를 차지하고 있다. 매출로 보면, 2008년 소비자용 전자책은 1백만 파운드(약 17억3천만 원)에서 2012년까지 200배가 넘는 2억1천6백만 파운드(약 3천7백4십억 원)를 기록했다. 이는 2012년 e리더 사용자가 전년 대비 100% 이상 증가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전자책 순위 집계에 미온적이었던 각종 매체와 기관들도 시장의 급성장에 따라 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의 출판업계 주간지로 유명한 <북셀러(Bookseller)>는 2013년 8월부터 매월 대형 출판사들을 대상으로 전자책 베스트셀러 순위를 집계 및 발표하고 있다. 2014년 5월호부터 <북셀러>는 2파운드(약 3천4백5십 원) 미만의 전자책도 조사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최근 전자책 베스트셀러 1위는 마커스 주삭의 소설 『책도둑』으로 0.99파운드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종이책의 2배 넘게 판매되었다. 닐슨(nielsen)의 발표에 따르면, 2013년 영국의 전자책 시장은 전년대비 20% 성장했고. 셀프 퍼블리싱을 통해 제작된 타이틀이 발행되는 전자책의 20%라는 점도 밝혔다. 2013년 전자책 시장규모는 300만 파운드로 판매된 책 중에서 전자책이 25%다. 2013년 미국 전자책 시장은 전년대비 성장률이 4% 정도 하락했는데 이는 ‘헝거게임(hunger game)과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등 블록버스터급 타이틀이 없었기 때문이다. 전자책의 판매량에 비해 시장점유율이 다소 낮은 이유는 무료 전자책 판매는 매출 규모에 반영되지 않아서 발생한다. 셀프 퍼블리싱 전자책도 무료 전자책이 많지만 출판 비용이 낮다는 점에서 콘텐츠 수량이 늘어나는데에 영향을 주고 있다. 소설분야를 기준으로 보면 셀프 퍼블리싱 전자책은 페이퍼백 가격의 평균 60% 정도에 형성되고 있다. 그러면, 영국의 전자책 시장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주요 원인은 무엇일까?

     

    첫째, 아마존 킨들 플랫폼이 주도적으로 이끌어 간다. 2000년대 후반부터 전자책이 본격적으로 시도되었지만, 2009년 10월 아마존이 킨들을 정식으로 오픈하면서 성장세가 급변했다. 1998년에 처음으로 해외에 설립된 아마존UK는 오랫동안 영국의 e커머스 시장과 고객 기반을 확보했다. 영어권 출판 시장에서 이질감이 거의 없는 영국은 아마존에게 매력적인 곳이었다. 미국에서 경험한 2년간의 전자책 서비스를 그대로 적용하면서 기존의 아마존 고객을 자연스럽게 전자책으로 연결했다. 영어 외에도 독일어, 프랑스어, 이태리어 등 다양한 언어권을 포함한 전자책 콘텐츠로 인접한 유럽 독자들에게 킨들의 영향력을 확대시킬 수 있었다. 영국의 미디어 전문 단체인 오프컴(Ofcom)에 따르면, 2013년 영국 전자책 시장의 79%를 아마존 킨들 플랫폼(Amazon's Kindle platform)이 점유하고 있다. 애플의 아이북스토어(Apple’s iBookstore)는 9%, 구글플레이(Google Play)는 6%, 코보(Kobo)는 5%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반스앤노블 누크(Nook)는 2013년 9월에 오픈했지만 상위 10위 내에 들지 못할만큼 미미한 수준이다. 결국 영국의 전자책 시장은 아마존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독일, 프랑스 등 아마존이 직접 진출해 있는 국가들의 전자책 시장에도 유사한 순위를 보이고 있다. 결국 아마존이 글로벌 전자책 시장의 성장을 맨 앞에서 이끌어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영업이익이 미약하지만 중장기적인 출판 콘텐츠 시장의 변화를 예상한 측면에서 지금은 투자가 선행되는 시기로 보고 있다.

    그리고, 2012년 5월 아마존은 영국 내 로컬 기반의 유통 접점이 없다는 단점을 워터스톤즈와의 협력을 통해 극복했다. 매장 내 킨들 디바이스의 진열을 통해 다수의 오프라인 서점 방문자들에게 체험과 구입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물론 판매에 따른 제휴수수료는 워터스톤즈가 받는 구조지만 출판 콘텐츠 시장에서 양사의 상호 목표는 달성해가고 있다. 아마존은 최근 앱스토어와 스마트폰 출시 등을 통해 각종 전자책과 디지털 콘텐츠 시장의 글로벌화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컬의 특성이 미국과 가장 비슷하다는 측면에서 유럽지역의 교두보는 영국이 될 것이다. 대형 출판사들과의 협상을 통한 콘텐츠 소싱이 대부분이지만, 실제 판매량에 있어서는 장르문학과 셀프 퍼블리싱 전자책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역량있는 개인 작가들과 소형 출판사들과의 1:1 파트너십에도 많은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룩셈부르크에 사업소재지를 둔 ‘아마존 퍼블리싱‘ 유럽 부문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출판 산업 기반이 튼튼하고 국민 독서량도 높은 편인 영국의 전자책 시장은 아마존에게 매력적인 국가라는 점은 분명하다.

     

    둘째, 전통적인 유통기업의 전자책 사업 진출이 활발하다. 영국의 유통기업은 콘텐츠 사업에 관심이 많기로 유명하다. 생즈베리(Sainsbury)는 2012년 6월 전자책 콘텐츠 유통업체 어노비(Anobii)를 인수했고, 9월에는 영국의 테스코(Tesco)가 13만 권의 전자책 콘텐츠를 보유한 몹캐스트(MobCast)를 인수하는 등 전통적인 대형 유통 체인들이 전자책 사업에 진출했다. 워터스톤즈(Waterstones)와 아마존의 제휴에 이어 100개 이상의 오프라인 서적문구 유통점을 가지고 있는 워커하우스스미스(WHSmith)는 코보(Kobo)와 파트너쉽을 맺고 코보의 전자책 디바이스와 태블릿을 유통하고 있다. 반스앤노블도 누크 디바이스를 40여개의 존루이스(John Lewis), 60여 개의 블랙웰(Blackwell) 및 700여 개의 아르고(Argo) 매장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그만큼 일반 소비자들이 전자책을 다양한 유통 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시장의 성장을 만들어가는데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셋째, 출판사-미디어사-도서관의 능동적인 변화와 적극적인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를 보유하고 있는 영국 최대 미디어 그룹인 피어슨이 2012년 12월에 반스앤노블의 누크미디어 지분5%를 8,950만 달러에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전자책 시업에 뛰어들었다. 유명 언론사인 더 타임스(the Times), 인디펜던트(the Independent), 데일리 메일(the Daily Mail), 데일리 텔레그래프(the Daily Telegraph)와 파이낸셜 타임즈(Financial Times)지 등 영국의 대표 일간지들은 아마존 킨들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언론사의 경우 각종 디지털 기술과 내부의 아카이빙 자료를 연결해서 멀티미디어 결합형 기사 제작에 투자하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즈의 스노우폴(snowfall)이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으면서 미디어사들의 차세대 포맷으로 자리잡고 있다. 텍스트와 이미지, 영상이 결합되면서 리딩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함에 있어서 출판사와 미디어사들간의 협력도 활발해지고 있다. 모바일 네트워크를 통해 콘텐츠 접근성과 신속성이 증가하면서 대표적인 리딩 콘텐츠인 책과 신문/잡지 시장의 위협을 기회로 바꾸고 있다. 더불어, 도서관의 전자책 이용률이 상승하고 있다. 전자책에 대한 일반 독자와 출판사뿐만 아니라 도서관의 긍정적인 평가도 중요한 요인이다. 이미 다수의 대학과 공공 도서관들은 전자도서관을 구축해서 운영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B2B 전자도서관 구축 및 콘텐츠 제공사들의 영국 진출도 활발하다. OCLC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영국의 도서관은 주로 경영(13%), 의학/건강(9%), 교육(6%), 과학 및 공학(5%) 관련 전자책을 구비하고 있다. STM(Scientific, Technical and Medical) 출판을 주도하고 있는 대형 출판사에게 영국 시장은 종이책과 전자책 소비 구조가 잘 갖춰진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2018년, 전자책이 종이책 판매를 넘어설 것이다

    영국의 전자책 시장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소비자들의 세법 개선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영국 전역에 초고속인터넷을 설치하고 있는 <디지털브리튼 프로젝트>, 영국의 디지털경제법안을 통해 자국의 창조적 산업을 보호 및 육성하기 위해 정책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의 도서정가제가 시행되고 있고, 전자책에 대한 부가가치세 할인율도 낮은 편이다. 영국은 종이책에는 면세를 적용하고 있지만, 전자책은 소프트웨어로 적용해서 20%를 적용하고 있다. 관련해서 PA(영국출판협회)와 소비자 단체들은 전자책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할인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4월, 런던도서전에서 영국 출판문화협회 리차드 몰렛(Richard Mollet)은 전자책에 대해 “단순히 책을 PDF파일로 변환시키는 것에 그치면 안되며, 세계 출판계 관심이 ‘전자책 산업’에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책을 PDF파일로 변환하는 것에 그친다면 이것은 디지털 혁신이 아니며, 산업의 침체를 불러올 것”이라고 하면서 온라인과 디지털 시대를 선도하는 출판사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2014년 6월 PwC의 발표에 따르면, 2018년에 판매량 기준으로 영국 내에서 전자책이 종이책 시장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성장의 기반은 다양한 채널과 시장참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투자 그리고 킨들, 아이패드 등 스마트 디바이스의 빠른 보급이다.

    해리포터를 출간한 불룸스베리(Bloomsbury) 출판사의 대표인 나이젤 뉴튼(Nigel Newton)은 “전자책이 독서의 황금기를 이끌어갈 새로운 연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자책은 저자와 발행인에게 큰 힘을 주고 있는데 지금 세계 출판시장은 전자책을 통해 연중무휴, 24시간 내내 독자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블룸스베리는 문학분야의 전자책 점유율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특히 장르분야는 전자책 매출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그는 “전자책은 빨리 구입하고 읽고 싶다는 독자의 니즈가 강한 콘텐츠다. 따라서 사전 주문 또는 발행 후 초반 몇 주의 판매량이 매출에 큰 영향을 준다.”라는 주장은 현장의 경험을 제대로 담고 있다.

    영국 전자책 시장의 성장은 아마존만의 힘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물론, 글로벌 시장을 이끌어가는 미국과 문화와 언어적 상관성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시장참여자들의 부단한 노력과 함께 정부의 출판 콘텐츠 보호 및 지원 정책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출판 시장의 불황과 관련된 우울한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책을 원하고 읽고 있다. 이제 ‘공급자 관점에서 수요자 관점으로’ 출판 콘텐츠 사업의 전략 수립과 실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영국의 전자책 유통 플랫폼은 다수의 독자들을 만날 수 있는 접점 채널을 동종 또는 이종 사업자들과의 협력을 통해 확대하고 있다. 출판 콘텐츠 시장의 외연을 넗히기 위한 유통 플랫폼의 적극적인 전략은 영국 시장의 차별화된 성장을 이끈 핵심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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