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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3. 왜 아마존과 아셰트는 대립하고 있는가? (370호)
    세계전자책시장읽기 2014. 6. 18. 13:44

    요즘 해외 출판계가 아마존(Amazon.com)과 아셰트(Hachette Book Group)의 이야기로 뜨겁다. 아마존과 아셰트는 전자책을 둘러싼 수익배분 문제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아마존은 종이책대비 전자책에 대해서 더 높은 수익을 배분을 출판사에 요구하고 있는 것이 쟁점이다. 상업 출판이 활성화되면서 수백년간 출판사와 서점은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오프라인 서점은 전형적으로 종이책 중심의 유통 구조를 이어왔지만 온라인 서점은 카테고리 확장을 지속하고 있다. 아마존은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해서 세계 최고의 전자상거래 업체로 성장했다. 아마존은 약 7만개에 이르는 출판사들의 책을 판매하고 있으며 신간 판매 시장의 41%를 차지하고 있다. 그 위상은 다수의 출판사들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되었다. 그동안 상호 보완적인 관계가 왜 위협적인 구조로 변하게 되었을까? 핵심은 아마존의 강력한 바잉 파워에 있다. 출간 예정(Pre-order)과 출간 직후의 프로모션은 해당 타이틀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출판사에서 집중 투자하는 기간이다.


    2011년 보더스의 파산에 이어 반스앤노블의 실적 악화로 오프라인 서점의 영향력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지역의 소규모 인디서점은 시장의 판도를 좌우할 정도는 아니다. 그만큼 온라인 서점으로 출판 유통의 물량과 매출이 쏠리고 있다. 독자들의 도서 구입채널도 구매 편의성과 가격할인 등으로 인해 온라인과 모바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1995년부터 아마존은 온라인 출판유통 구조의 중심에서 거대한 영향력을 구축했다. 2007년 킨들을 오픈하면서 전자책으로의 패러다임 변화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아마존의 상세 페이지를 보면 전자책과 하드커버, 페이퍼백을 선택 라인 중 맨 앞에 배치하고 있다. 아마존 퍼블리싱으로 자체 출판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매월 1백2십만 달러의 KDP Select 펀딩을 통해 출판사와 개인 작가들을 대상으로 킨들 전자책 직거래를 유도하고 있다.


    인터넷과 함께 급성장하는 전자책 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싼 이번 분쟁은 출판계의 미래가 걸린 '유통업계와 콘텐츠업계의 대결'로 확산되었다. 실상을 좀 더 살펴보면, 아마존은 지난 5월 초부터 아셰트가 출간한 책에 대한 판매를 사실상 중단 조치를 내렸다. 아마존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전자책이 종이나 인쇄, 재고와 배송 등 비용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출판사의 판매수수료가 줄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셰트는 책의 기획 단계부터 편집과 출판,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시장에서 출판사의 가치와 역할을 정당하게 평가받아야 한다고 맞섰다. 그래서 이번 아마존의 판매 중단은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거대 유통 기업의 횡포라고 주장했다. 전반적인 여론이 악화되면서 아마존은 “고객분들께 불편을 끼쳐 죄송하며 아셰트에서 출간한 책이 필요한 경우 다른 서점을 이용해 달라"는 안내문이 게재했다. 고객최우선주의로 유명한 아마존이 이런 메시지를 남겼다는 점은 이번 분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전통적인 출판시스템으로 운영하는 아셰트와 세상의 모든 것을 판매(Everything store)하는 아마존간의 협상 타결은 가야할 길이 아직 멀어 보인다.


    아마존과 메이저 출판사간의 분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0년 맥밀란(Macmillan)과 1차 분쟁이 있었다. 당시 맥밀란에서 출판한 서적이 아마존 사이트에서 모두 내려지는 일이 있었다. 물론 여기에는 전자책도 포함되어 있었다. 맥밀란은 전자책 가격 인상을 요구했고 마진율도 70%로 확대해줄 것을 아마존에 요청했다. 더불어 맥밀란은 새로운 인쇄서적 출판시 시차를 두고 가격을 변동하는 방법을 요구했다. 가격협상이 결렬되자 아마존은 자사의 사이트에서 맥밀란 서적을 내리는 초강수를 두었다. 당시 킨들 전자책의 가격은 평균적으로 9.99달러가 일반적이었다. 하드커버의 경우 평균 25달러 수준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저렴한 편이었다. 맥밀란은 9.99달러인 전자책을 최대 15달러 선으로 올려서 판매할 것으로 요구했다. 역마진 가격 전략을 펼고 있던 아마존 입장에선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아마존은 맥밀란의 가격인상 요구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실상은 가격인상 요구 자체가 정당해서라기보다는 메이저 출판사들의 집단적 반발을 우려한 조치였다. 사실상 아마존이 맥밀란에 손을 든 것처럼 항복 선언으로 받아들였지만 맥밀란의 서적은 써드파티(3rd Party) 업자로부터만 구입할 수 있게 유지했다. 물론, 전자책도 일정 기간동안 구입할 수 없었다. 이렇게 아마존과 메이저 출판사간의 전자책 가격 정책과 수익배분율에 대한 논란의 불씨는 상존하고 있었다.

     

    애플과의 가격 담합 소송 결과와 무관하지 않다


    애플은 2010년 태블릿PC인 아이패드를 내놓으면서 전자책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당시 시장 점유율이 90%에 달했던 아마존은 대부분의 전자책을 권당 9.99달러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장악했다. 애플은 먼저 미국의 주요 출판사 5곳과 아이패드를 통한 전자책 판매를 목적으로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전자책 가격은 출판사가 자유롭게 정하되 판매 이익의 30%를 애플이 가져간다”는 조건이었다. 애플은 당시 출판사들에 권당 13~15달러의 가격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2012년 미국 법무부는 애플을 상대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과징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이 출판사들과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 서로 가격 담합을 했고, 출판사가 아마존과 전자책 계약을 맺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고 것이 법무부의 주장이었다. 이어서 미국의 33개 주 소비자단체는 애플의 담합행위로 전자책 가격이 올라갔고 소비자가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2013년 12월, 뉴욕 주의 데니스 코트 판사는 맥밀란과 펭귄, 아셰트, 하퍼콜린스, 사이먼앤슈스터에 가격 담합 재판 결과에 따라 최종 손해배상액을 승인했다.


    2014년 3월, 5개 대형 출판사의 가격담합으로 피해를 입은 미국 내 전자책 구입자들에게 전자책을 구입할 수 있는 크레딧(Credit)이 지급되었다. 지난 2010년 4월 1일부터 2012년 5월 21일까지 아마존과 애플, 반스앤노블, 코보 등을 통해 해당 출판사의 전자책을 구입한 이들에게 구입한 계정을 통해 진행되었다. 당시 출판사와 합의된 총 보상금액은 1억 6,600만 달러로 알려졌다. 이번에 아마존이 아셰트를 타겟으로 삼은 것은 전자책 판매 매출액이 가장 높은 출판사라는 점도 영향이 크다. 아셰트를 통해 수익배분 구조를 개정하면 기본적인 이익율 상승과 함께 다른 메이저 출판사까지 동일한 조건으로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봤을 것이다. 애플과 가격담합에 따른 손해배상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메이저 출판사들은 아마존의 거친 공세가 그리 만만하게 생각되진 않을 것이다.

     

    과연 아마존과 아셰트의 관계 개선은 가능할까?


    업계에서는 이번 아마존과 아셰트의 분쟁을 '다윗과 골리앗'에 비유하고 있다. 특히 아마존의 판매 거부로 타격을 입게 된 유명 작가들이 아마존 비판에 가세하면서 여론은 아마존에 불리하게 만들어지고 있다. 《티핑포인트》와 《다윗과 골리앗》의 말콤 글래드웰은 NYT 인터뷰에서 "아마존의 횡포가 아셰트 한 곳으로 끝날 것으로 믿고 있는 작가들은 거의 없다. 양측의 이번 분쟁이 원만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작가들은 공동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인기있는 범죄스릴러 소설 《알렉스 크로스》시리즈의 제임스 패터슨은 "아마존이 책 유통에 이어 출판까지 장악하고 있다. 이제 문학의 미래가 위험에 처했다"고 비판했다. 아셰트의 간판 작가 중의 한 명인 《해리포터》시리즈의 조앤 롤링은 로버트 갤브레이스라는 필명으로 발표할 새 범죄소설 《누에》(The Silkworm)의 예약 판매가 아마존에서 중단되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아마존의 공지대로 다른 도서유통 채널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줄 것을 열성 독자팬들에게 알렸다. 이 소식을 공개하면서 초대형 작가인 그녀의 기분은 그리 편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상황이 과거 맥밀란 때와 차이가 있는 점은 작가들의 아마존 대응 방식이다. 두터운 고정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대형 작가들이 아마존의 공세에 출판 생태계의 위기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이를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아마존의 시장 지배력이 지금보다 더 강해진다면 출판사를 넘어 작가들의 출판 인세도 아마존의 논리에 의해 조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있다. 하지만, 아셰트의 내부 상황도 좋지 않다. 최근 본사 직원의 3%를 정리하기로 했다. 아셰트는 프랑스의 출판 재벌인 라가르디아가 소유한 계열사로 2014년 1분기 매출액이 6.2% 감소하면서 경영 실적 개선을 위한 비용 절감에 먼저 들어가기로 한 것이다. 전자책 매출액이 증가하고 있지만 기존 조직과 인력구조를 유지하는 것은 지속성장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 같다. 메이저 출판사지만 경제난으로부터의 탄력적 회복을 위한 결심이라고 밝힌 아셰트는 이번 정리해고는 아마존과의 분쟁과는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다.


    이번 분쟁에 대한 아마존의 대응 방식은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일반 온라인 서점이 아닌 유통 플랫폼 기업이라는 점이다. 아마존은 “어떤 상품을 판매할지 결정하는 것은 유통업자의 고유 권한이며 우리는 사용자들을 대표해서 공급업체들과 상품에 대한 협상 등 일련의 과정을 진행한다”고 말하면서 출판 유통도 일반적인 유통 시스템과 동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메이저 출판사와 인기 작가들의 반대 논쟁과 성명에도 불구하고 다른 목소리도 들려온다. 이번 분쟁에 대해 한 소형 출판사가 아마존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더퍼머넌트프레스(The Permanent Press) 창립자인 마틴 쉐퍼드는 아마존에 10년 이상 책을 납품해온 독립 출판사다. 자신의 블로그에 “아마존은 영세한 독립 출판사들에게 많은 혜택을 제공해왔다. 나는 아마존으로부터 부당한 처우를 받은 적이 없다”라고 밝혔다. 소형 출판사에게 아마존은 판매 채널의 영향력과 KDP Select 등 각종 파트너십 프로그램은 비용대비 수익관점에서 효과적일 수 있다. 물론, 동일한 조건에 대한 메이저와 마이너간의 입장 차이는 감안해야 한다.


    둘째, 투자자들을 위한 수익력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마존의 2013년 매출액은 611억 달러였으며, 아마존에서 거래되는 상품 규모는 한해 970억 달러다. 하지만 영업이익률은 약 1% 수준이다. 경쟁사인 넷플릭스(Netflix)나 월마트(Walmart)에 비해서도 매우 낮은 편이다. 그 이유는 아마존이 저가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동시에 신기술과 물류센터(Fulfillment Center)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사와의 거래 조건 개선을 통해 그 숫자만큼 이익 실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바잉파워가 강한 출판 부분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종이책뿐만 아니라 전자책 등 각종 디지털 콘텐츠와도 연결된다는 점에서 출판 분야는 아마존의 수익력 강화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상생과 협력의 관점에서 조정해야 한다


    최근 글로벌 전자책 업계에 히든 카드(Hidden card)가 등장했다. 삼성전자가 반스앤노블과 손잡고 전자책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와 반스앤노블은 ‘갤럭시탭4 누크(Nook)’라는 공동 브랜드의 태블릿PC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갤럭시탭4 누크는 삼성전자의 7인치 태블릿PC인 ‘갤럭시 탭4’에 300만권 이상의 책을 볼 수 있는 반스앤노블의 누크 소프트웨어를 탑재할 예정이다. 오는 8월 초부터 미국 전역 700여개 반스앤노블 매장에서 판매된다. 반스앤노블은 2014년 1분기 매출이 30% 이상 감소하며 누크 사업 철수설까지 제기됐지만, ‘위기탈출 파트너’로 삼성전자를 만났다. 이제 하드웨어 생산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된 반스앤노블이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아마존과 아셰트의 분쟁으로 인해 출판업계가 혼란한 시점에 나온 반스앤노블의 반격은 큰 의미로 다가온다. 특히 전자책 가격책정 문제로 분쟁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반스앤노블에는 입지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전자책 시장에서 아마존을 견제할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분쟁으로 인해 메이저 출판사들은 애플에 이어 반스앤노블과 삼성전자 연합 진영에 협력 모드로 돌아설 것이다. 아마존을 견제할 수 있는 것은 결국 경쟁 플랫폼보다 콘텐츠의 원천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출판사와 작가들의 힘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모바일과 스마트 미디어 시대가 확산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주창한 ‘Content is King’이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콘텐츠의 산업의 뿌리인 출판사(아셰트)와 유통사(아마존)의 치열한 공방은 생각보다 오래갈 것 같다. 한국에 아마존이 종이책과 전자책 유통 서비스를 오픈한다면 국내 출판업계는 과연 어떻게 흘러갈까? 완전한 모습은 아니지만 도서정가제라는 장벽으로 일정 수준은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장점유율이 목표치만큼 상승한다면 아셰트와의 현재 모습이 그대로 대비될지도 모른다. 출판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갖추기 위한 역사적인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에 따라 글로벌 출판산업의 미래에 대한 중요한 키워드가 제시될 것이다. 그 중에서 ‘상생’과 ‘협력’이라는 키워드가 1순위가 되어야 한다. 생산과 유통이 협력하지 않는 콘텐츠는 사용자의 관심와 소비를 이끄는데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출판산업은 자본의 극명한 논리로 재단되지 말아야할 지식과 문화라는 정신적 가치가 선행되어야 한다. 양쪽 모두 출판의 본질에 더욱 충실한 조건을 제시하고 합리적으로 해결되길 기대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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