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32. 메이저 출판사와 서브스크립션 모델의 결합 (369호)
    세계전자책시장읽기 2014. 6. 18. 13:43

    북미의 전자책 시장에서 단권 전자책 판매가 일반적이지만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 모델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서브스크립션은 정기 구독 형태로 매월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미 음원과 비디오 서비스에서 서브스크립션 모델은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판도라 미디어(Pandora Media)와 스포티파이(Spotify)에서 운영하는 음악 서비스가 대표적인 서브스크립션 모델이다. 처음 등장했던 시기에는 저렴한 가격에 사이트에 있는 모든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었다. 콘텐츠 한 건당 구매하는 비용에 비해서 서비스 이용 기간 내에서 충분히 활용하면서도 지출 비용이 더 낮았기 때문이다. 

    전자책의 경우, 2011년 6월에 런칭한 스페인의 24심볼즈(24symbols)와 2013년 9월에 런칭한 오이스터(oyster) 등 주로 메이저 출판 유통 플랫폼들이 장악한 단권 판매형 전자책 방식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IT전문가와 출판전문가들이 공동으로 개발하고 발전을 이어가는 소위 전자책 스타트업이 시장을 열었다. 2014년 전후로 세계 최대의 문서유통 플랫폼인 스크리브드(scribd)의 서브스크립션 전자책 서비스를 런칭하면서 독자들이 전자책 선택의 폭이 다양해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압도적인 1위는 아마존이다. IT 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서브스크립션 전자책 플랫폼은 스피디한 사업 확장을 통해 니치 마켓(niche market)을 공략하고 있다. 약점으로 평가받고 있는 출판사와의 콘텐츠 계약 문제가 시장의 예상보다 빠르게 체결되고 있다. 그만큼 메이저와 중견 출판사들이 단권 판매 모델에 이어 서브스크립션 모델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본격적인 성장의 발판을 만들다

    최근 오이스터의 전자책 서비스가 50만 종을 확보했다. 월 $9.95를 지불하는 독자는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오이스터 전용 앱을 통해 무제한 이용이 가능하다. 오이스터는 현재 1,600개 출판사들과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으며 미국 내 매출액 기준으로 15위에 있다. 오이스터의 전자책 종수의 급증을 견인한 요인은 바로 메이저 출판사들과의 계약 체결을 통해서다. 이번에 하퍼콜린스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1만권의 신간 전자책을 오이스터는 확보했다. 뉴스코프의 계열사인 하퍼콜린스는 전자책 시장에 강한 적극성을 보이는 메이저 출판사다. 2005년에 자사의 책 2만권을 디지털화를 추진했고, 최근 전자책 판매량이 높은 <할리퀸> 출판을 인수하면서 하퍼콜린스의 전자책 사업 전략은 공격적인 모습이다. 

    오이스터는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출판사와의 파트너십에 더욱 관심과 투자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번에 하퍼콜린스와 함께 500곳의 출판사들과 신규 계약을 체결한 사항도 오이스터의 전략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하퍼콜린스에 이어 CBS가 소유한 사이먼앤슈스터(Simon & Schuster)도 오이스터와 계약하면서 블록버스터급 작가들의 전자책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스테판 킹(Stephen King),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댄 브라운(Dan Brown), 월터 아이작슨(Walter Isaacson) 등이다. 오이스터의 CEO 에릭 스트롬버그(Eric Stromberg)는 무리한 종수 늘리기에 급급한 서비스 정책을 쓰지 않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양질의 출판사를 통해 높은 품질과 프리미엄 콘텐츠를 확보하고 서비스하는데 집중한다는 전략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오이스터가 출판사를 통해 소싱한 전자책은 카테고리별로 출판사의 특징과 의견을 종합해서 회원 독자들에게 큐레이션(curation) 방식으로 페이지에 소개된다. 베스트셀러 중심의 쇼케이스 MD 방식은 특정 출판사의 콘텐츠에 편향될 수 있다. 매출액에서 다운로드된 콘텐츠별로 수익배분이 진행됨에 따라 클릭율이 높은 콘텐츠로만 메인 페이지가 구성되면 자칫 극단적인 파레토 법칙이 적용될 수 있다. 따라서, 독자들의 니즈와 콘텐츠 소비 패턴에 따른 큐레이션은 필수적인 요소다. 큐레이션은 콘텐츠를 목적에 따라 분류하고 배포하는 일을 의미한다. 콘텐츠가 많아질수록 선별된 양질의 정보에 대한 수요가 커지며 큐레이션은 이런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으로 신규 비즈니스의 사업자에게 핵심성공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오이스터의 콘텐츠가 50만에서 100만으로 확장을 이어갈수록 큐레이션의 알고리즘과 MD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특히, 저자-출판사-독자간의 활발한 커뮤니티를 통해 소셜 큐레이션(Social Curation) 방식으로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스크리브드는 월 $8.99의 서브스크립션 전자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40만 종을 넘기면서 성장의 발판을 본격적으로 구축했다. 이미 스크리브드는 문서공유 플랫폼으로 디지털 콘텐츠 사용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오이스터에 이어 서브스크립션 전자책 서비스를 진행중인 tm크리브드는 오이스터와 동일하게 하퍼콜린스, 사이먼앤슈스터와도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다. 더불어 셀프 퍼블리싱 플랫폼으로 유명한 스매시워즈(Smashwords)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독립 작가의 전자책 전용 콘텐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스크리브드의 CEO인 트립 애들러(Trip Adler)는 서브스크립션 전자책 서비스에 대해 “책을 많이 읽는 독자들에게는 마치 꿈이 이루어진 것과도 같을 것이며 우리는 이것이 실제로 출판업계의 비즈니스 모델과 함께 사람들의 독서 습관도 바꾸어 놓을 거라고 생각한다.”라는 말을 통해 업계 선도에 대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스크리브드는 애플의 디바이스와 함께 구글의 안드로이드 기반 디바이스에서도 활용 가능한 전용 앱을 운영하고 있다. 

    유아/아동 대상의 서브스크립션 전자책 서비스로 유명한 에픽(epic)의 성장도 주목된다. 2014년 1월에 런칭한 에픽은 애플의 아이패드 전용 앱으로 각종 동화책을 디지털 서비스로 운영하고 있다. 현재 약 4천여 종의 전자책에 더해서 하퍼콜린스와 사이먼앤슈스터를 통해서 1천여 종을 추가 확보했다. 디지털 네이티브로 불리는 현재의 유아/아동층에게 전자책은 성인들에 비해 아주 생소한 콘텐츠는 아니다. 부모들도 연령대와 분야별로 큐레이션되는 에픽의 서비스는 월 $9.99 라는 실용적인 가격과 함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에픽의 수익배분구조는 오이스터와 스크리브드와는 달리 출판사별 점유율을 가지고 풀어간다. 이는 개별 콘텐츠별 다운로드를 분자에 올리고 계산하는 방식과 달리 출판사 브랜드 전체를 분자에 올림으로서 상대적으로 작은 유아/아동 출판사의 참여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에픽은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이 참여한 투자사로부터 $1.4백만을 투자받을만큼 잠재력이 높은 전자책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 


    메이저 출판사들이 적극성을 보이는 이유

    전자책 시장이 커질수록 대다수의 출판사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바로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이다. 전자책 판매 증가가 종이책 판매 감소에 1:1의 등식을 갖게되어 매출이 줄어들고 출판사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서브스크립션 모델은 월별 저렴한 가격에 무제한 서비스라는 측면에서 단권 판매에 비해 실질적인 이익이 낮을거라는 우려가 시장 초기에 출판사에 팽배해있었다. 하지만, 전자책 사용이 가능한 각종 디지털 디바이스의 확산과 콘텐츠 소비자들의 급증으로 인해 출판사들이 수익 구조 개선이 필요한 시점과 맞물리면서 새로운 돌파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특히 메이저 출판사의 경우, 경영 리더십이 전자책을 종이책과 이분법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재무 구조 개선과 신사업 확대 측면에서 전략적 접근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를 통해 출판사는 확인이 어려운 독자들의 콘텐츠 활용 패턴과 각종 데이터 확보가 가능해졌다. 오이스터와 스크리브드 등 대부분의 전용 플랫폼 사업자들은 파트너쉽 출판사에 독자들의 도서 검색/구입/읽기 등 독서 활동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분석해서 제공한다.(물론, 개인의 사적인 정보는 제공 불가함) 출판사는 자사의 출판 콘텐츠가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를 기존 서점에서 제공받을 수 없었다. 전자책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백엔드 시스템이 거의 완벽하게 갖춰진 구조에서 이는 양측간의 결정의 문제였다. 그만큼 출판사 입장에서는 다음의 콘텐츠 기획과 제작에 양질의 참고 자료를 확보하고 마케팅에도 좀 더 깊이있는 타겟팅이 가능해지게 되었다. 출판사도 자사의 작가들에게 더 나은 출판과 마케팅을 결정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는 피드백을 주고 있다. 매출보다 이익 관점에서 전자책의 매력을 접하는 출판사들이 증가하면서 서브스크립션은 메이저와 중견 출판사들의 선호도와 참여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최근 아마존과 출판사간의 갈등도 서브스크립션 전자책 서비스의 전망에 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본다. 아마존은 출판 시장에서 강력한 지배력을 이용해서 수익 배분 협상이 잘 진행되지 않은 특정 출판사의 책 구매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빅5 출판사 중 아셰트는 아마존에서 출판 예정인 책을 사전 주문하는 기능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사전 주문 기능은 신간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기능이라는 측면에서 출판사의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아셰트가 아마존과 갈등을 빚게 된 이유는 전자책 협상이 잘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아셰트의 2014년 1분기 매출의 34%를 전자책에서 달성하면서 글로벌 출판사 중 전자책 총 매출액 1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아마존 입장에서 계약 조건의 변화는 자사의 이익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최근 아마존과 아셰트의 분쟁은 다른 출판사들의 차후 전자책 계약 협상에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아마존은 미국 종이책 시장의 30~50%, 전자책 시장의 60% 이상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자체 출판 사업부를 통해 종이책과 전자책 출판을 직접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성 출판사들의 반감도 많이 사고 있다. 아마존과의 분쟁은 출판사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적다. 킨들과 킨들 파이어 등 디바이스 판매를 통한 이익은 없이 콘텐츠 판매를 통한 박리다매식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마존의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에서 전자책은 판매 수수료와 관계된 일련의 협상 과정에서 메이저 출판사들은 부딪히면서 다른 길을 모색하고 있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바로 서브스크립션 전자책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아직 니치 마켓이라는 특징에서 출판사가 주도할 수 있는 서비스로 보기 때문이다. 더불어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사용자를 주요 회원으로 확보하고, 매월 저렴한 가격대로 지속적으로 출판사와 독자간에 커뮤니케이션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력적으로 보고 있다. 


    과연 서브스크립션 모델의 전자책 서비스는 시장의 주류가 될 것인가? 아직 단언하기는 어렵다. IT 분야에서 스타트업(start-up)으로 시작한 업체가 대부분이고 매출액과 영업이익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밝히는 곳이 없다. 다수가 시장의 성장과 잠재력을 본 투자사의 투자와 광고를 통해 손익분기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분야의 1~2위를 다투는 오이스터와 스크리브드는 출판사를 통해 양질의 전자책 콘텐츠를 확충하고 다양한 OS 환경과 디바이스에 최적화된 시스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월 회원제 방식에 맞는 소셜 큐레이션의 고도화 작업 등 단권 판매 방식과는 차별화 요소를 통해 경쟁력을 계속 갖추고 있다. 메이저 출판사들이 적극성을 보이면서 투자자들도 음원, 게임, 비디오 등 인접 콘텐츠와의 시간점유율 경쟁에서 승산이 있다는 신뢰감을 더하고 있다. 서브스크립션은 디지털 콘텐츠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패턴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회원제 컨텐츠 서비스의 특성상 운영진의 역량에 따라 커뮤니케이션의 질도 달라진다. 책은 추천에 의해 소비되는 측면이 강하다. 따라서 기간 내 무제한 서비스가 실질적인 이용가치를 높여야 그만큼 서비스의 회원유지율이 높아진다. 이는 플랫폼 사업자만의 역할만으로는 부족하다. 책의 발견가능성을 함께 높이는 작업들이 병행될 수 있도록 출판사와 작가의 노력도 함께 이어져야 한다. 이제 전자책 서브스크립션 모델은 일반 성인 단행본에 이어 유아/아동 동화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새로운 출판 컨텐츠 시장의 돌파구로 서브스크립션 모델이 제대로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앞으로 1~2년간 메이저 출판사들의 참여율이 중요한 결정 요소가 될 것이다.  <끝>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