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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1. 인수합병을 통한 출판사와 플랫폼의 경쟁력 강화 (368호)
    세계전자책시장읽기 2014. 5. 13. 11:13

    흥미로운 출판계 뉴스를 만났다.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이 이끄는 미디어그룹인 뉴스코프(News Corp)는 캐나다 미디어그룹 토스타로부터 출판사 할리퀸(Harlequin) 엔터프라이즈를 4억1천500만 달러에 인수키로 했다. 이번 할리퀸 인수는 지난해 뉴스코프가 회사를 신문·출판 부문과 엔터테인먼트 부문으로 분할한 이래 최대 규모다. 할리퀸은 뉴스코프가 보유한 대형 출판사 하퍼콜린스(HarperCollins)에 편입된다. 뉴스코프가 할리퀸을 인수한 이유는 무엇일까? 65년 역사의 유명 로맨스 소설을 전문적으로 출판하는 할리퀸은 34개 언어로 100여개 국가에서 작품을 출간하면서 매출의 40%를 비영어권에서 확보하고 있다. 글로벌 로맨스 소설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은 할리퀸은 그동안 1천3백여 작가의 로맨스 소설을 출판해서 총 63억 권을 판매했다. 현재 매달 110권이 넘는 신간을 내고 있으며 2013년 총 매출액은 3억7천200만 달러다. 세계적인 돌풍을 불러일으키며 총 1억부 이상 판매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Fifty Shades Trilogy)>도 할리퀸 출판사의 작품이다. 로버트 톰슨 뉴스코프 CEO는 "(할리퀸 같은) 감수성을 확보하는 작업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전세계 판매망과 전자책 플랫폼을 구축하느라 애쓰는 것보다 할리퀸을 인수하는 것이 빠르고 저렴하다“는 말을 통해 이번 인수의 목적을 밝혔다.

    스마트 미디어 산업의 성장으로 인해 콘텐츠 관련 기업들의 전략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기존의 절대강자였던 기업들은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다가 쇠락의 길을 접어든 기업도 많아지고 있다. 출판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2012년 보더스의 파산과 반스앤노블의 매장 축소와 전자책 사업의 손실에서 기존 오프라인 서점체인의 위기를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온라인 서점과 전자책 분야는 변화의 흐름을 주도하면서 산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 작가군은 셀프 퍼블리싱 플랫폼을 통해 개인 작가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르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출판사의 경우 빅5의 디지털 사업 변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되는 분위기다. 특히 디지털 전문 인력의 확충과 기존 역량과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동종 출판사 또는 디지털 기업에 대한 투자와 인수합병이 두드러지고 있다. 전통적인 출판 산업에서 외부 투자와 인수합병은 상당히 드물었다. 참신한 출판기획을 기반으로 작가와 에디터의 협업을 통해 완성된 책을 제작하고 유통하는 구조만으로도 성장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장이 필요한 메이저 출판사들과 유통사들의 입장은 다르다. 기본적인 조직 구조의 운영과 매출과 이익의 지속성에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최근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위에서 언급한 하퍼콜린스는 거대 미디어 그룹에 속해있다는 점에서 투자 자금 운영에 있어서 자유도가 높은 편이다. 이제 산업의 변화를 선도적으로 주도하기 위한 메이저 출판기업들의 행보를 통해 시장을 전망해볼 필요가 있다.

     

    하퍼콜린스와 맥밀란의 발빠른 투자 행보

    할리퀸을 인수하면서 하퍼콜린스는 경쟁 출판그룹에 비해 열세를 보이고 있는 전자책 분야에 본격적인 승부수를 던졌다. 다양한 외부 플랫폼 채널을 통해 자사의 전자책 마케팅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물리적인 숫자를 늘리고 있다. 최근 아마존의 크리스천 출판사 인수에 이어 하퍼콜린스의 종교출판부는 올리브트리(OliveTree)라는 성경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을 인수했다. 성경 공부와 신앙 활동을 지원하는 모바일 소프트웨어와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하는 기업이다. 메이저 출판사에서 테크놀로지 전문 기업을 인수한 사례는 출판산업 전체적으로 보면 상당히 드문 일이다. 하퍼콜린스는 콘텐츠 소싱을 위한 전략에 주력하면서 독자를 위한 모바일 서비스 개발과 지원에 대한 오너십을 가져가겠다는 전략이다. 독자들에게 출판 콘텐츠를 활용한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면서 다이렉트 커뮤니케이션을 보다 확대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종이책 포맷의 성경을 통해 공부와 설교를 진행하는 교육자와 목회자, 신도들에게 디지털 미디어 기반의 성경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또 하나의 메이저 출판그룹인 맥밀란(Macmillan)은 실용 콘텐츠 확보와 커뮤니티 서비스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요리책 레시피 웹사이트인 쿠스트(Cookstr)를 인수했다. 출판사가 아닌 웹사이트에 대한 투자는 출판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기획 아이템 발굴처로 실용적인 정보와 커뮤니티를 가지고 있는 채널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2008년에 설립된 쿠스트는 사이트 이용자들이 직접 자신의 요리 레시피를 등록하거나 전문 요리 서비스에서 공개한 레시피를 이용할 수 있게 제공한다. 월 평균 방문자가 8백만명에 이를만큼 요리에 관심있는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2000년대 후반, 맥밀란은 디지털 콘텐츠 사업에 있어서 빠른 행보를 보였다. 디지털 콘텐츠와 미디어 관련 전문가들을 영입하고 자사의 각종 출판 콘텐츠를 디지털화하는 저작툴과 플랫폼 구축에서 많은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전자책 판매를 선도하고 있는 장르문학(로맨스, 판타지 등)과 에로티카 콘텐츠 분야에서 열위를 보이고 있다. 이번 인수를 통해 맥밀란은 쿡스트 웹사이트를 통해 맥밀란의 요리책과 해당 작가의 레시피를 다양한 콘텐츠 포맷을 통해 이용할 수 있게 하나의 요리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책의 형태를 통한 단방향의 콘텐츠 서비스를 양방향이 가능한 멀티 포맷으로 자사의 독자층을 확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버드라이브의 교육서비스 플랫폼 인수

    디지털미디어 콘텐츠 전문기업인 '오버드라이브(OverDrive)'는 K-12 교육을 위해 교사가 만든 교과 과정 자료를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티처노트북(TeachersNotebook)을 인수했다. 오버드라이브의 자회사로 운영될 티처노트북은 각 분야의 교육 자료를 검색하고 무료 이용 또는 저가로 구입할 수 있는 교육 전문 플랫폼이다. 9만개 이상의 교육 콘텐츠를 확보하면서 55만명 이상의 교사 회원으로 확보하고 있다.

    Create(제작)-Collaborate(협력)-Buy(구입)-Sell(판매)-Share(공유)의 플랫폼 구조를 가지고 있는 티처노트북닷컴은 오버드라이브가 구축한 디지털 도서관 채널과 연계할 예정이다.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대부분의 콘텐츠는 전자책으로 제작되었다.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는 교사와 학생들은 오버드라이브가 운영하는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도 연계해서 사용하게 되는 중요한 이용자가 될 것이다. 오버드라이브가 교육 전문 플랫폼을 인수한 핵심은 바로 여기에서 발견된다. 콘텐츠를 유통하는 구조에서 직접 제작하고 자발적으로 유통하고 공유하는 이용자를 직접 커뮤니케이션하겠다는 것이다.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 플립보드, 자이트 인수

    e리딩(e-reading)의 관점을 조금 더 확장해서 큐레이션과 연결해서 보자. 전자책을 종이책의 연장선상에서 접근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책 뿐만 아니라 각종 미디어 콘텐츠의 이용자 관점에서 보면 전자책의 미래를 전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스를 비롯한 인터넷 정보의 홍수 속에 이용자에게 맞는 정보를 맞춤형으로 제공해주는 ‘큐레이션(Curation)’ 서비스가 각광받고 있다. 디지털 매거진 플랫폼 1위 업계인 '플립보드(Flipboard)'는 최근 미국 CNN방송이 소유한 디지털 매거진 플랫폼 '자이트(Zite)'를 6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캐나다 소프트웨어 업체였던 자이트는 2011년 트위터 및 페이스북 등 SNS 활성화 바람을 등에 업고 개인 맞춤 콘텐츠를 한 곳에서 통합 관리하는 서비스로 시작했다. 자이트는 개인맞춤형 기능을 강화한 아이패드용 디지털매거진로, 앱스토어에 등록된지 1주일만에 12만건의 다운로드를 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자이트는 소셜네트워크 사이트의 자료를 토대로 이용자의 독서습관과 관심사항을 파악해 이용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콘텐츠를 수집해 이를 매거진형태로 편집해준다. 자이트는 자체 개발한 학습형 검색 기능을 이용해 개인 맞춤형 기능을 업그레이드시켰다. 플립보드는 자이트를 플립보드 서비스 내로 통합할 방침이다. 소셜 매거진으로 시작한 플립보드는 현재 출판사, 언론사 등 콘텐츠 생산자과 적극적인 제휴 네트워크를 펼치고 있다.

    전자책은 기본적으로 모바일 콘텐츠에 속하며 그 성장의 속도도 연관 콘텐츠와의 경쟁을 통해서 진행될 것이다. 그렇다면 플립보드나 페이스북의 페이퍼 등 각종 모바일 큐레이션 서비스와 연결되어야 독자들의 사용성을 늘릴 수 있다. 플립보드의 자이트 인수는 e리딩(e-reading)의 관점에서 플랫폼 사업자들의 몸집불리기와 테크놀로지의 진화의 방향을 예상할 수 있는 사례다.

     

    아마존의 다음 투자는 디지털 매거진 플랫폼이다

    아마존이 2001년에 설립된 디지털 매거진 전문 유통 플랫폼인 지니오(Zinio)를 눈독들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현재 5천5백여 개 이상의 매거진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고 있으며,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각종 웹브라우저와 OS 환경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아마존은 코믹솔로지(Comixology) 인수를 통해 단행본 형태의 전자책 사업을 디지털코믹 분야로 확대하였다. 2013년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하면서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보여주고 있는 콘텐츠 사업은 신문에도 진출했다. 아마존이 구축한 칸들 플랫폼을 워싱턴포스트의 콘텐츠에 연결해서 기존 언론사들이 스마트 미디어 환경에서 추진하지 못한 기발한 서비스 모델의 출현이 기대된다.

    그러한 매체적 관점에서 보면 매거진에 대한 아마존의 러브콜은 더 빠르고 강력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코믹솔로지 인수에서 봤듯이 해당 카테고리 서비스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콘텐츠 사업자를 인수한다는 전략에서 보면 매거진은 단연 지니오가 1순위다. 아마존은 e리딩(e-reading) 시장에서 모든 각도의 카테고리에서 최상위를 선점하고 보폭을 더욱 키워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아마존의 콘텐츠 사업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각종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읽는 행위를 기반으로 하며 스마트 미디어 환경에서 자유로운 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구조가 이미 일반화되었다. 아마존의 킨들 디바이스 라인업은 전자책 전용 e리더(e-reader)에 이어 태블릿pc인 킨들 파이어가 이미 소비자의 각광받고 있다. 최근 출시한 아마존 파이어TV에 이어 2014년내에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스마트폰까지 라인업이 거의 완벽하게 구축된다.

    아마존은 디바이스와 병렬적으로 콘텐츠 분야에 집중적인 투자를 지속할 것이다. 디지털 매거진은 전문성과 트렌드 그리고 광고수익까지 사업 관점에서 상당히 매력적이다. 업계 1위의 서비스 플랫폼인 지니오와 아마존이 단순한 콘텐츠 프로바이더의 관계를 넘어 아마존이 인수한다면 시장의 판도 변화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텍스트-오디오-비디오'라는 콘텐츠 포맷과 함께 '책-신문-매거진'라는 읽기 매체를 전방위적으로 내부 플랫폼에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시장 지배력은 그만큼 강력해지고 이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아마존의 수익력 강화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 콘텐츠의 중심인 책, 투자는 지속된다

    문화체육관광부·한국콘텐츠진흥원의 콘텐츠산업 통계조사에 따르면 국내 콘텐츠산업은 출판, 만화, 음악,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 방송, 광고, 캐릭터, 지식정보 및 콘텐츠솔루션의 총 11개 산업으로 분류된다. 디지털 콘텐츠의 분야도 동일하다. 테크놀로지와의 결합을 통해 콘텐츠의 유통구조와 소비속성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출판활동을 통해 생산된 책은 종이와 비종이의 형태로 콘텐츠 시장에서 유통된다. 콘텐츠 산업에서 대부분의 분야는 '책'을 매개로 콘텐츠의 재생산이 가능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책을 구성하고 있는 지식문화의 맥락은 오디오와 비디오 포맷을 통해 보다 확장되고 세밀하게 묘사될 수 있다. 결국 기본적으로 책을 기획하고 제작 유통하는 작가와 출판사, 서점이 독자와 인접 콘텐츠 산업과의 커뮤니케이션과 협업 전략 추진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

    하퍼콜린스와 맥밀란 등 메이저 출판그룹과 거대한 콘텐츠 플랫폼인 아마존의 최근 디지털 전략의 핵심은 결국 '연결'이다. 콘텐츠 사업 내의 시장참여자들과의 유기적인 연결을 위해 내부 자원과 연결시키기 위해 힘을 모으는 시기를 거치고 있다. 결국 이렇게 축적되는 힘은 디지털 콘텐츠의 주류 소비자들에게 다시 연결된다. 비로소 시장은 선순환 구조를 가지면서 안정적인 성장 사이클을 구축하게 된다. 사람들은 더 많은 지식과 정보, 감성을 소비하고 싶어하며 제반적인 기술 환경은 발전 속도를 높이면서 양질의 콘텐츠를 원하고 있다. 이미 큐레이팅과 에디팅 과정을 거친 책이라는 콘텐츠는 디지털 시대에 e리딩(e-reading)의 중심이면서 원소스멀티유즈(OSMU)의 뿌리가 되기에 충분하다. 부가가치를 기획하고 생산할 수 있는 주인은 바로 출판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바로 우리라는 것을 재인식해야할 시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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