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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7. 독립 작가(Indie Author)의 전성시대가 오고 있다 (기획회의, 364호)
    세계전자책시장읽기 2014. 3. 13. 15:05

    전자책 시대, 셀프퍼블리싱과 독립 작가의 미래를 선도하다

    기본적으로 출판은 작가의 원고에서 시작된다. 전통적인 출판은 여전히 책과 사람을 연결시키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미 출간 경험을 가지고 있는 작가들은 새로운 책을 출간하기 위해 지식과 예술적인 영감을 재생산하고 있다. 자기만의 독특한 경험을 한 권의 책으로 내기 위해 수많은 예비 작가들은 출판사의 문을 두드린다. 하지만, 출판사의 검토 결과에 따라 투고된 원고의 대다수는 출간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상업 출판의 관점에서 보면 한 권의 책을 출간하는 비용과 수익의 상관성을 무시할 수 없다. 독자들에게 검증된 작가, 차별화된 콘텐츠를 가진 신인 작가에 대한 애착은 당연한 전략적 방향이다. 그러면, 상업 출판에서 선택되지 않은 예비 작가들은 어디로 가야할까? 

    종이책에서 전자책으로 책의 포맷이 확장되면서 전통적인 출판사의 고민은 깊어졌지만 작가들은 선택지는 그만큼 늘어났다. 출간 기회를 제공하는 플랫폼과 서비스는 다양해졌다. 출판의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은 시장 관계자들의 대다수는 인식하고 있다. 출판 콘텐츠의 소비 경로가 인터넷과 모바일 채널을 통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좋은 콘텐츠만 있으면 작가로 데뷔해서 인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는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집필부터 기획, 편집과 출판 제작까지 작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셀프퍼블리싱(Self Publishing)은 전자책의 성장과 함께 대중화되고 있다. 물론, 전자책은 물리적인 제작비와 재고유지비 절감 등 투자대비 수익율 관점에서도 종이책보다 유리한 점이 많다. 다만 일정한 기대 수준 이상의 매출액이 달성되어야 이론적인 장점이 유지될 수 있다. 전자책을 통해 출간 기회는 많아졌지만 실질적인 판매 수익과 독자들의 호응을 얻는 것은 더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출간 전후의 마케팅은 독립 작가 혼자 해내기에 어려운 점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독립 작가들과 전자책의 상관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아마존의 킨들다이렉트퍼블리싱(KDP)이다. 콘텐츠 다운로드에서 100만건이 넘는 작가들이 입성하는 킨들밀리언클럽의 사례는 잘 알려져 있다. 최근 전자책 판매 수익으로 100만 달러를 넘긴 작가가 등장했다. 중편 스릴러 소설 『울(Wool)』로 흥행 작가 반열에 오른 휴 하웨이(Hugh Howey)가 주인공이다. 이 소설은 셀프퍼블리싱 시대의 정착을 증명한 전자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휴 하웨이가 아마존에서 하루동안 팔린 로맨스, 판타지, 스릴러 분야의 소설 판매를 집계한 결과 상위 2500여개 베스트셀러 중 86%가 킨들에서 판매되었다. 이들 장르문학 분야에서 독립 작가가 낸 책은 상위 5대 출판사와 계약을 맺은 작가의 작품보다 더 많이 판매되는 등 셀프퍼블리싱에 대해 등한시했던 기존 출판업계의 변화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자책 시대, 셀프퍼블리싱을 통한 독립 작가들의 위상과 미래는 어떻게 흘러갈까? 여러 논쟁들이 있지만 우선 작가들의 현실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지난 1월 DBW 2014에 참석한 9천여 명의 작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는 흥미롭다. 전통적인 출판을 통한 작가인 54%와 셀프퍼블리싱 작가의 80%가 연간 수익이 1천 달러 미만이라고 한다. 대다수의 작가들이 책 출간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그에 비해 셀프퍼블리싱 작가의 0.7%와 전통 출판의 1.3%, 하이브리드 작가의 5.7%가 연간 10만 달러 이상 수익을 달성했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출판사와 작가 모두에게 적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서 주목해야할 점은 바로 하이브리드(Hybrid) 작가들이다. 전통적인 출판을 중심으로 한 종이책 출간과 셀프퍼블리싱 플랫폼을 활용한 전자책 출간을 넘나드는 작가들이다. 온라인 비즈니스와 각종 스마트 디바이스 환경에 익숙한 세대들이 작가 세계로 진입하면서 자연스럽게 확대되고 있다.  

    해외 셀프퍼블리싱 플랫폼을 사용하는 독립 작가들의 프로필에서 최근의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다. 작가 프로필은 독자들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것이 기본 역할이지만 셀프퍼블리싱은 기존 출판사를 향한 러브콜이 되기도 한다. 그런 측면에서 요즘에는 자신을 상업 소설과 논픽션 분야의 원고를 쓰고 있으며 바로 출간이 가능한 역량을 가진 작가라고 소개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독립 작가들은 거액의 출판 인세를 선호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특히 셀프퍼블리싱을 통해 책을 출간하는 작가들은 자신의 지식과 영감을 독자들과 공유하는 것을 우선시하고 있다. 상업적으로 기대 이하의 성과를 거둔다는 점을 대부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독립 작가들이 셀프퍼블리싱 플랫폼에 적극적인 이유는 전통 출판 방식의 인세율인 10~20%보다 셀프퍼블리싱의 60~70%가 더 매력적이라는 점이다. 돈에 의해서 작가의 순수한 동기가 좌우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잠재적인 수입은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하다. 특히, 로맨스, 판타지, 스릴러 등 전자책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분야의 전문 작가들의 콘텐츠는 확실히 증가 추세에 있다. 하지만 이 분야도 상위 1~2%의 작가들이 대부분의 수익을 거둬가는 형태로 경쟁이 치열하다. 


    2020년 미국 전자책 시장의 50%는 독립 작가들의 작품이다

    최근 스매시워즈(Smashwords)의 설립자이자 CEO인 마크 코커(Mark Coker)는 전자책 시장에서 셀프퍼블리싱 작가의 점유율에 대한 전망을 내놓았다. 2008년에 오픈한 스매시워즈는 인디 전자책 분야의 세게 최대 유통업체로 유명하다. 주로 작가, 발행인, 문학 에이전트, 소매업체, 독자들을 위해 셀프퍼블리싱 제작과 유통, 메타데이터 관리 및 보고 등 각종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7만여명 이상의 작가 및 독립 출판사와 콘텐츠 계약을 체결했고, 30여만 종의 전자책 서비스를 하고 있다. 마크 코커는 미국의 출판 시장에서 전자책이 30% 정도 차지(2013년 말 기준)하고 있다고 봤다. 마크 코커는 전자책 시장의 성장을 도전적으로 보는 입장을 자주 발표하는 편이다. 참고로 각종 출판 시장조사 기관과 관련 협회마다 차이는 있지만 2012년 대비 성장률은 줄었지만 평균 25% 수준으로 보고 있다.    

    최근 발표에서 그는 2013년 전자책 시장에서 독립 작가들이 15% 정도 차지하고 있지만 2020년에는 5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자책 시장을 견인하는 절반의 동력이 독립 작가층을 통해 발생할 것으로 봤다. 현재 미국 종이책 시장에서도 셀프퍼블리싱을 통한 작가의 책이 약 4.5%를 차지하고 있다. 전통적인 출판과 유통 과정의 장벽은 셀프퍼블리싱을 이용하는 독립 작가들에게 여전히 존재하지만 확실히 낮아지는 분위기이다. 그러면, 마크 코커가 2020년을 전망한 10가지 이유는 대fir 아래와 같다.


    1. 프린트 버전은 지속적으로 감소한다. 스크린 기반의 독서 인구가 확장되면서 전자책은 낮은 가격과 뛰어난 검색 기능 등을 채택하고 있다. 인스턴트 독서의 즐거움을 더 많은 독자들이 전자책과 함께할 것이다. 

    2. 오프라인 기반의 서점이 줄어든다. 행복한 현상은 아니지만, 서점이 와인이나 브라우니 등을 함께 판매하는 카페형으로 변해야 한다고 본다. 

    3. 작가들이 출판사에 대한 기대 가치가 줄어들고 있다. 전통적인 출판사를 통한 책의 제작과 배포는 분명히 중요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작가들은 스스로 대부분의 출판 과정을 하고 싶어한다. 

    4. 독립 작가는 점점 출판 전문가처럼 출간하고 있다. 각종 셀프퍼블리싱 플랫폼과 서비스들은 독립 작가들에게 더 편리한 지원과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들고 있다. 스매시워즈의 경우, 지난 6년 동안 작가들의 전문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으며 이를 통한 셀프퍼블리싱의 성공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책의 품질에 있어서 전통적인 출판 방식과 경쟁하면서 가격은 낮게 책정한다. 그만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는데 셀프퍼블리싱 플랫폼은 독립 작가들에게 많은 장점이 있다. 

    5. 셀프퍼블리싱을 통한 전자책 제작 종수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전자책은 스매시워즈 등 전문 플랫폼을 통해서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고, 각종 글로벌 온라인 소매 유통 채널에도 편리하게 연결된다. 이를 통해 대부분의 작가들은 작품의 수준을 더욱 높이는데 주력하고, 품절과 절판에도 불안할 필요가 없어진다. 

    6. 성공한 인디 작가들이 다음 세대의 작가들을 멘토링한다. 작가가 작가를 돕는 자발적인 성장 생태계를 갖추면서 작품의 수준이 더욱 높아지고 성공의 경험들이 실제 현장에서 활용과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7. 셀프퍼블리싱에 대한 오명이 줄어들고 있다. 전통적인 출판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진다 등 비판론자들의 이야기에 대해 독립 작가들이 전문성을 갖추면서 자부심을 느껴가고 있다. 작가를 대상으로 하는 각종 컨퍼런스와 세미나가 가보면 인지 작가들의 열정과 자신감을 매번 느낄 수 있다. 

    8. 작가들은 셀프퍼블리싱의 기쁨을 발견하고 있다. 화성에서 온 출판사, 금성에서 온 작가라는 비유가 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언어와 출판의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출간된 책에 대한 상업적인 판매 시스템은 더욱 발전하고 있다. 독립 작가들은 종합적인 출판 관리 시스템, 시장 변화에 대한 신속한 대응 가능, 전자책을 통한 품절판 문제 해결 등 출판의 미래에 대한 구조적인 오너십을 가질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 독립 작가들은 수시로 자신이 직접 독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 인세도 전통적인 출판사를 통한 것 보다 4~5배 이상 거둘 수 있다. 

    9. 독자들은 출판사 브랜드를 보고 전자책을 구입하지 않는다. 독립 작가들은 스스로의 브랜드를 구축하는 방법에 대해 배워가고 있다. 

    10. 작가와 출판사의 간극이 커지고 있다. 다음 세대들은 전통적인 출판사를 통한 출판 마케팅에 많은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전통적인 형태의 방식을 고수할 경우 판매 부진이 이어지면 작가들과의 결별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어진다. 향후 세기가 이어질수록 출판 시스템은 작가들에게 새로운 힘과 존경의 구조를 만드는 방향으로 이어질 것이다. 


    미국 출판계의 현황이 다른 국가에 그대로 적용된다는 법칙은 없다. 국가별 출판 유통 구조와 독자들의 성향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통적인 출판 제작과 유통 환경에 변화의 바람이 부는 것은 사실이다. 종이책을 중심으로 한 출판 시장의 정체와 감소세는 이어지는 반면 전자책과 셀프퍼블리싱 플랫폼은 성장의 시대를 지속하고 있다. 투자대비 수익률(ROI) 관점에서 전통적인 출판 구조에서 자리잡기 힘들었던 작가들은 혼자만의 길을 선택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독립 출판과 작가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독립 작가들이 셀프퍼블리싱을 통해 전자책과 종이책 출간을 편리하게 이어갈 수 있는 힘은 결국 기술이다. 제작을 지원하는 도구뿐만 아니라 마케팅 지원 기능도 발전하고 있다. 각 분야별 독자들의 콘텐츠 구입 패턴과 실기간 매출 현황 분석 등 각종 현황을 대시보드 형태로 지원하고 있다. 최근 전자책 전문 플랫폼인 부크(vook)가 각종 콘텐츠 유통 및 판매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하는 북클(booklr)을 인수했다. 부크는 <Vook’s Author Control>라는 토탈 퍼블리싱 솔루션(Total Publishing Solution)을 새롭게 선보이면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양질의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독립 작가들이 책을 만들고 직접 마케팅을 할 수 있는 플랫폼 환경은 갈수록 고급화되고 있다. 작가들간의 커뮤니티도 활성화되면서 전통적인 출판 환경과 출판사에 대한 작가들의 의존성은 약해지고 있다. 

    스매시워즈 마크 코커의 전망에 동의하는 부분이 많지만 변화에 따른 혜택은 소수의 작가들을 중심으로 정리될 것이다. 핵심은 시장 점유율만큼 독자들이 출판 콘텐츠를 어떤 방식으로 선택하고 소비를 지속시킬 것인가에 대한 깊이있는 전략 수립과 실행이다. 앞서가는 독립 작가들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다. 출판사와 협력을 통한 비즈니스보다 플랫폼과 디지털 마케팅을 통한 독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이어갈 것이다. 출판사도 독립 작가를 현재의 시선으로 보지 말고, 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협력의 대상으로 주시해야 한다. 기대되는 아마추어 작가를 발굴해서 자사의 콘텐츠 제작에 파트너로 적극적으로 연계하고 전문성을 함께 키워나가야 한다. 

    이제 모든 출판 환경이 개방형으로 진행되고 있다. 셀프퍼블리싱과 독립 작가의 전성시대는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 배경에는 디지털과 모바일 환경이라는 시대적 흐름이 연결되어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간격이 좁아지고 그만큼 실용적인 거래 관계를 통해 수요와 공급은 결정된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특정 분야에 대한 선호도와 가격 민감도에 따른 마케팅 방법도 진화하고 있다. 현재 출판 시장의 패러다임을 주도하고 있는 출판사와 서점의 변화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독립 작가와의 벽을 깨고 트렌드를 주도하는 곳은 미래 출판 시장을 리드할 수 있는 좋은 거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끝> / 류영호(교보문고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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