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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4. 디지털 시대, 종이책의 생존과 전자책의 공존 (360호)
    세계전자책시장읽기 2014. 1. 25. 16:04

    디지털 시대, 종이책의 생존과 전자책의 공존


    해외 대형 출판사의 2013년 결산 실적 소식들이 들려온다. 펭귄(Penguin), 아셰트(Hachette), 사이먼앤슈스터(Simon&Schster)의 경우, 전자책 매출액이 전체의 20%를 넘겼다고 발표한바 있다. 이는 전년 10%대 수준에서 2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기본적으로 전자책은 IT 디바이스에 익숙한 사용자들이 즐겨읽는 편이다. 미국의 프린팅 전문기업인 리코(Ricoh)의 발표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응답한 70%의 사람들은 2016년까지 종이책을 계속 볼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유료로 다운로드한 전자책의 60%는 전혀 읽히지 않는 독자들의 이용 분석도 흥미롭다. 디지털 소장의 관점에서 전자책을 저렴하고 신속하게 구입했지만, 실제 읽지 않는 책들이 많은 점은 종이책의 구입과 이용 패턴과 유사한 모습이다. 아마존이 킨들을 앞세운 미국의 전자책 시장은 전체 출판 시장에서 20% 중반대의 점유율을 가질 만큼 빠르게 성장했지만, 2013년 성장률은 예년에 비해 정체를 보였다. 왜 그럴까? 주요 원인으로 태블릿PC 대비 전자책 전용 디바이스의 판매 감소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이용률의 증가를 들 수 있다. 전자책이 음원, 게임, 드라마 등 타 분야의 콘텐츠와 전면적인 경쟁 구조 속에 들어있다.


    하지만, 전자책의 성장세가 종이책의 감소율을 넘어서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전체 출판시장 규모는 소폭이지만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높은 독서율이 시장을 견인하는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현상이다. 수년간 각종 매스컴에서 “종이책은 머지않아 사라질 것이고, 전자책이 출판시장을 지배할 것”이라는 전망 기사를 이어가고 있다. 성장 추세로 보면 예측 가능한 전망이지만, 실상은 생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디지털과 모바일 플랫폼 기반의 전자책 시장의 현실이 대다수의 대중 독자의 도서구입과 독서 패턴을 바꾸는 시간은 다른 콘텐츠 분야에 비해 오래 걸린다. 분량의 차이는 있지만 책 한 권을 구입하고 읽는 시간은 현존하는 콘텐츠 중 가장 긴 편에 속한다.


    종이책의 쇠락에 대한 보도가 계속 되고 있지만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생각보다 더딘 이유는 무엇일까? 실제 모든 산업의 성장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지속적인 연결을 통한 경제적 매출과 이익을 통해 발생한다. 종이는 인간의 감각적 본성에 가장 충실한 매체다. 미국 터프대학의 매리엔 울프(Maryanne Wolf) 교수(『책 읽는 뇌』 저자)는 “종이책은 읽는 도중에 생각의 지도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우수한 매체”라고 말하기도 했다. 종이책의 판형과 여백이 주는 안정성은 글자와 내용의 전체 맥락을 파악하고 기억을 재생산하고 창조하는데 전자책보다 상대적 우수성이 증명되고 있다. 시장의 주류인 성인 독자들에게는 아직 종이책에 익숙하고 전자책은 편의성 측면에서 그들의 독서 패턴에 진입하고 있다. 하지만, 소위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s)로 불리는 현재의 유아/아동들이 청소년, 성인 세대로 접어들 향후 10~20년 사이에 책은 큰 변화를 경험할 것이다.

     

    청소년 독자층의 현실과 종이책의 생존

    2013년 11월, 가디언(Guardian)은 영국의 청소년 독자들의 종이책과 전자책 이용률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 기사를 냈다. 리서치 전문 업체인 복스버너(Voxburner)에서 16세에서 24세의 독자의 62%가 전자책보다 종이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상품과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했을 때, 종이책이 설문지에 있는 미디어 중 가장 선호되었으며, 영화(48%), 신문 및 잡지(47%), CD(32%), 비디오 게임(31%) 순이었다. 복스버너의 에이전트인 루크 미첼(Luke Mitchell)은 “우리는 16세에서 24세의 청소년들이 스마트폰과 디지털 기기에 애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이렇게 종이책을 선호하는 결과가 많이 나온 것에 매우 놀랍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여전히 독자들이 종이책을 선호하는 이유는 합당한 가격 가치와 실물에 대한 정서적 교감에 대한 만족이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좀 더 세부적으로 보면, 제품을 손에 쥐는 것이 좋다(51%), 한 가지 기기에 국한되고 싶지 않다(20%), 빌리거나 빌려주기 쉽다(10%), 제품이 담긴 포장이나 디자인이 좋다(9%), 중고로 되팔 수 있다(6%)의 순이었다. 더불어, 전자책의 가격에 대한 질문에는 28%가 현재 가격의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고 답변했다. 실질적으로 전자책 이용시 해당 판매 가격이 구매결정에 높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종이책과 전자책의 대결 구도를 넘어 인터넷과 독서에 대한 보편적인 현황과 미래에 대한 고민은 여전하다. <종이책이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Don't Burn Your Books—Print Is Here to Stay)>라는 칼럼을 통해 디지털 시대 종이책의 생존을 이야기한 미래학자 니콜라스 카(Nicolas Carr)의 주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종이책을 사랑하는 애서가들에게 그동안 종이책에 내려졌던 시한부 판정에 과장이 심했다고 말했다. 2007년 11월, 아마존이 전자책 전용 디바이스(e-Reader)인 킨들을 출시했을 때 전문가들은 이제 출판의 미래가 디지털에 달려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발표했다. 물론, 종이책에서 전자책으로 이동하는 속도에 대해서는 각자의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음악, 사전, 지도 등과 함께 일정 기간이 지나면 책도 대부분 디지털화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대부분 동의했다. 그러나, 니콜라스 카는 “지난 500년 세월동안 끊임없이 발전해온 기술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구텐베르크가 발명한 활판 인쇄술로 탄생한, 종이책은 이번에 몰아친 ‘디지털 혁명’의 시련도 견뎌낼 것이다”라고 미래의 출판과 독서 변화에 대한 결론을 정리했다.

     

    캐즘의 시대에 접어든 미국 전자책 시장

    아마존의 킨들을 선두로 애플, 구글, 코보, 반스앤노블 등 메이저 플랫폼들을 통해 전자책 혁명이 시작된 지 6년이 지나고 있다. 아마존의 경우 2011년 4월부터 전자책이 양장본과 문고본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이 팔리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전체 출판시장에서는 종이책이 전체 시장의 80~90%를 유지하고 있다. 전자책은 종이책을 대체하는 구조로 보는 것은 다소 무리한 측면이 있다. 궁극적으로는 전통적인 책 읽기를 보완하는 오디오북처럼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종이책 구입과 전자책 구입을 동시에 하는 경우는 드물다. 아마존 킨들 매치북이 무료 또는 할인을 통해 두 개의 포맷을 구입할 수 있게 서비스하지만, 단권 판매 방식이라면 양립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다.


    미국출판협회(Association of American Publishers, AAP)는 2012년 전자책 연간 성장률이 34%로 급감했다고 발표했다. 2013년의 결산을 통한 공식 발표는 없지만, 아마 30% 내외로 예상된다. 우려할 만큼 저조한 편은 아니지만 2008년 이후 3년간 평균성장률(CAGR)이 세자릿수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를 보여준다. 미국의 경우, 본격적인 성장을 이룬 전자책의 성장세가 정체하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IT 디바이스에 친숙한 혁신자와 얼리어답터(Early adopter)에 속하는 독자들을 중심으로 초기 성장을 빠르게 이어갔다. 이제 다수 수용자들을 위한 캐즘(Chasm)을 뛰어넘어야 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초기 시장에서 주류 시장으로 진입하기 위한 기술수용주기 모델의 법칙이 미국의 전자책 시장에 적용되고 있다. 열정적으로 전자책을 구입하고 이용하는 대규모의 소비자층을 확보하는 일이 매우 중요한 전략 실행 과제다.


    그리고, 독자들의 관심이 전자책 전용 디바이스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멀티플레이가 가능한 디바이스로 이동하는 트렌드도 성장 감소의 요인이 되었다. IHS 아이서플라이의 발표에 따르면, 2012년 전자책 단말기 매출이 14.9백만 달러로 전년대비 36% 감소한 수치를 보였다. 점점 성장률이 감소하면서 2015년에는 7.8백만 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태블릿PC의 대명사인 ‘아이패드’와 ‘킨들파이어’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과 동영상 등 엔터테인먼트와 각종 SNS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자책 이용자와 시간은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


    진지하고 깊이 있는 책을 선호하는 독자들은 로맨스, 판타지, 미스테리 분야 중심의 전자책을 선호하지 않는다. 이 부분은 순수문학과 비즈니스, 자기계발, 취미실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자책 출간이 많아지면서 점차 이용률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손으로 만지고 책장에 꽂을 수 있다는 감성적인 느낌은 종이책을 선호하는 독자들에게는 충성도가 높은 매력이다. 2013년 6월 퓨리서치센터의 발표에 따르면, 16~29세의 미국인들이 기술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는 사실과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계층이다. 이러한 젊은 세대들이 여전히 종이책을 읽거나 빌리고 있으며 과거에 비해 종이책을 더 많이 읽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종이책과 전자책이라는 두 가지 형태는 서로 보완재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기술을 통해 책에 접근하고 공유하는 방식이 편리해짐에 따라 실질적인 독서량이 더 많아지는 효과를 얻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주요 유통사의 2013년 판매 분석

    한국의 전자책 이용 현실은 어떠한가? 2013년 10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공개한 ‘종이책과 전자책의 독서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종이책 독서율이 11.3%로 0.9%인 전자책에 비해 12배 이상 높게 나왔다. 아직 대부분의 독자는 종이책을 이용하며 종이책과 전자책을 합한 전체 독서율은 12%로 나타났다. 독서율과 독서량을 인구특성별로 살펴보면, 종이책은 여성이, 전자책은 남성이 더 많은 독자(독서율)가 더 오랜 시간(독서량) 읽고 있다.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종이책의 독서율과 독서량, 전자책의 독서율 모두 높아졌으나 20대의 전자책 독서량만은 3.9분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주요 전자책 유통사들의 2013년 결산 발표 자료를 보면, 교보문고의 전자책 등 디지털콘텐츠의 판매는 전년보다 27.4%나 늘어났다. 전년 대비 4% 정도 감소했지만, 전체적인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다. 유료 구입을 통한 전자책 이용률을 보면, 전자책의 연령별 구입율에서 40대 이상 중년 독자의 점유율이 32.5%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이는 10대와 20대 독자들은 전자책 외에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로 이동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을 말해준다. 예스24는 전자책 분야별 판매권수 점유율에서 장르문학은 56%, 문학은 14.1%를 차지했다. 장르문학 비중이 전년 대비 10% 정도 성장하면서 전자책 독자들의 선호도를 엿볼 수 있다. 연령대별로 보면 30대가 전자책을 가장 많이 구입하며, 특히 30대 여성이 전자책 판매권수 점유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교보문고와 예스24 모두 종이책과 전자책을 구입하는 독서 인구의 연령대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종이책 독서에 익숙한 30대 이상의 연령층의 전자책 구입하는 비율이 증가하는 것은 해외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이다. 미국의 전자책 시장은 이제 본격적으로 캐즘을 건너야할 시기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대부분의 국가들은 초기 수용기에 들어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저자-출판사-유통사를 중심으로 초기 전자책 이용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콘텐츠 제작과 플랫폼 지원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전자책을 통해 신규 독서인구의 확대가 가능하고, 기존 종이책 독자들의 독서량 확대에도 큰 역할이 될 수 있다.


    매리언 울프 교수는 “독서는 뇌가 새로운 것을 배워 스스로를 재편성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인류의 기적적인 발명이다”라고 말했다. 디지털 시대, 우리 독서에서 '사색하는 과정'을 통한 뇌의 재편성은 어려워지고 있다. 종이책과 전자책의 무리한 편가르기는 이제 지양해야 한다. 출판산업의 통계산출을 위한 비교는 필요하지만 출판의 현재와 미래의 관점에서 시너지 창출을 위한 노력에 시장참여자들은 더욱 노력해야 한다. 대부분의 독자는 항상 읽고 싶거나 읽어야할 양질의 콘텐츠를 찾고 있다. 종이를 통해 구현할 수 있는 책의 물리적이며 감성적인 가치를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더불어, 전자적 형태로 독자의 편의성을 최적화할 수 있는 각종 스마트 기능을 탑재한 차별화된 콘텐츠 개발과 유통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독서는 긍정적으로 오감을 자극하고, 새로운 꿈을 만들어 주는 행동이라는 가치를 극대화시켜야 한다. 종이책과 전자책을 동시에 넘나들며 구입하고 읽고 활용하는 독자의 저변 확대를 통해 타 분야의 콘텐츠와 정면 승부를 펼쳐야 한다. 전자책 시장의 캐즘을 극복하기 위한 현명한 해결 방법은 여기에서부터 시작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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