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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 스페인, 독일, 러시아, 중국의 전자책 시장에 주목하다 (359호)
    세계전자책시장읽기 2013. 12. 20. 10:38

    연말이 되면서 각종 출판 통계 자료가 나오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는 본격적인 성장이 시작하고 있지만, 미국의 전자책 성장률은 정체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닐슨북리서치(Nielsen Book Research)의 소장인 조 헨리는 "이제 전자책은 성장 곡선의 후기 과정으로 진입하고 있다. 성장이 안정화되면서 예측 가능한 양상으로 발전되어 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성장률 정체는 전체 출판시장에서 전자책이 안착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종이책과 전자책의 균형을 통해 전체의 양적 성장이 시작되면서 독자부터 출판사, 서점, 플랫폼 사업자 등 시장참여자들이 전자책을 대해는 마인드와 전략도 보다 현실성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 킨들 출시 이후, 5~6년간 다양한 전자책 서비스 출시와 인프라의 발전으로 인해 전자책 독자들의 노하우도 많이 생겼다. 스마트해진 독자들은 전자책을 구입할 때 비용을 더 지불하더라도 더 많은 혜택이 있는 쪽을 선택하고 있다. 독자들은 전자책과 종이책을 함께 파는 번들 판매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구입한 전자책을 타인에게 빌려줄 수 있는 기능을 원하고 있다. 종이책 구입자들에게 무료 또는 저렴한 가격으로 전자책을 판매하는 킨들 매치북과 최근 공개한 애플 아이북스토어의 선물하기 기능 추가 등도 이러한 독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안정권에 접어든 미국 시장에 대한 관심을 잠시 접어두고, 대륙별 주요 국가의 전자책 시장 현황은 어떤 모습을 살펴보자. 아마존, 구글, 애플, 코보 등 메이저 플랫폼 사업자들의 해외 진출을 통해 주요 국가의 전자책 사업도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출판 산업의 지형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시장참여자들의 생존 전략 수립과 실행이 시급한 현실이다. 독자들의 움직임은 전자책에 빠르게 친숙해지고 있다. 물론, 깊은 독서를 즐기는 독자들에게 종이책의 효과와 지속성은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산업은 큰 흐름을 제대로 이해하고 대응하는 쪽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한다. 출판도 예외일 수 없다. 한국의 출판 산업에서 전자책이 가져올 변화는 어떻게 될까? 당연히 정답은 없지만, 주요 국가의 최근 모습과 전망을 통해 상당 수준은 단초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호에는 유럽의 스페인, 독일, 러시아와 아시아의 중국 시장을 살펴보고자 한다.

     

    스페인의 전자책 시장

    2011년까지 전자책 점유율은 1~2%의 낮은 수준이었다. 스페인에서 전자책의 도입과 확장은 출판계의 침체 시기와 메이저 사업자들의 진출이 맞물려 진행되었다. 아마존의 킨들 스토어에서 스페인어로 된 전자책을 본격적으로 판매하면서 시장이 성장세로 돌아섰다. 아마존은 2011년 말 스페인에 진출하면 킨들 디바이스를 선보였다. 킨들은 스페인에서 100유로 이하로 판매된 첫 전자책 전용 디바이스였다. 스페인어로 제작된 전자채도 2만2천개 이상 제공하면서 본격적인 전자책 플랫폼의 시대를 열었다. 코보도 2011년부터 전자책 판매를 시작했고, 오프라인 매장과의 협력을 위해 <라센트랄(La Central)> 체인점과 제휴했다. 구글은 2012년에 구글 플레이를 출시하면서 전자책도 오픈했다. 구글 플레이는 <플라네타>, <랜덤하우스> 등 여러 출판사의 전자책 10만 종 이상을 서비스 중이다. 스페인에서 전자책을 판매하는 다수의 현지 및 다국적 플랫폼 중에서, 애플이 40% 의 점유율로 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2위는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아마존 킨들이다. 로컬 사업자 중에는 점유율 15%의 ‘카사 델 리브로’가 돋보인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전자책 업체는 서브스크립션 모델 <24심볼즈(24 Symbols)>다. 24심볼즈는 현재 1만5천 종의 전자책 서비스를 제공한다. 2013년 9월에 론칭한 <누비코(Nubico)>도 주목된다. 출판사인 <시르쿨로 데 렉토레스(Circulo de Lectores)>와 통신사인 <텔레포니카(Telefonica)>의 합작법인으로 설립되었다. 서브스크립션 모델로 전자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한다. 누비코는 월 사용료 8.99유로에 3천여 종의 전자책과 독자 커뮤니티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제공한다. 스페인어 출판사의 70% 정도가 누비코 서비스에 참여 의사를 밝혔으며, 플랫폼 개선을 위해 약 5백만 유로의 투자도 확정했다. 24심볼즈, 누비코 등 스페인의 로컬 사업자들은 아마존, 구글, 애플, 코보의 단권 판매 방식과는 다른 니치(Niche) 마켓을 형성하면서 독자들이 로열티를 강화하고 있다.

     

    독일의 전자책 시장

    종이책에 대한 독일인들의 선호도는 여전히 높지만 근래 들어 이는 꾸준히 하향세를 나타내고 있다. 전체 도서출판 매출 기준 전자책의 시장 점유율은 2010년 5.4%, 2011년 6.2%, 2012년 9.5%를 기록했고 2013년은 10.6%의 점유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 출판계는 전자책과 전자책 단말기 판매에 있어서 최대 장벽으로 ‘낮은 수요’를 지적한다. 독자들은 여전히 전자책의 가격이 종이책에 비해 생각하는 만큼 그렇게 저렴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다수의 출판사들이 종이책보다 20% 이상 더 낮은 가격으로 전자책을 제공하고 있지만, 전자책 가격은 종이책 가격보다 40% 더 저렴한 것이 전자책의 적정한 가격이라고 보고 있다. 다른 국가와 비슷하게 생산자와 소비자의 현실적인 차이가 독일에서도 발견된다.

    미국에서 <오이스터(Oyster)>, <스크리브드(Scribd)> 등 서브스크립션 모델에 대한 관심은 독일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 회사로 베텔스만(Bertelsmann)의 <스쿠베(Skoobe)>다. 정액제의 기본 모델인 스쿠베 베이직의 경우 매달 9.99유로를 내면 무제한으로 책을 빌릴 수 있다.(동시에 여러 권 빌리는 경우에는 한 번에 3권으로 제한) 이용 가능한 전자책은 현재 400여 개의 출판사의 2만5천 종이다. 이 서비스 모델에서는 두 개 단말기에서 동시 사용이 가능하며 오프라인으로는 24시간 동안 읽을 수 있다. 이 플랫폼의 장점은 무제한 종량제 말 그대로 동시에 3권을 빌리는 경우만 아니라면 책을 제한 없이 빌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브스크립션 전자책 모델이 독일 출판계에서 화두가 되는 이유는 불법복제 플랫폼에 대한 대응과 독자의 흥미를 끌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모델의 주 고객층은 도서 소비가 많은 헤비리더형 독자들이다. 다만, 무제한으로 전자책을 제공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히 존재한다. 매월 개인당 20권 이상을 보게되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분석이지만, 회원 수를 더 늘리는 방향으로 마케팅을 강화하는 쪽으로 서비스 업체들은 판단하고 있다.

    독일 출판계에서 보여준 전자책 프로젝트인 <톨리노(Tolino)> 얼라이언스(alliance)는 많은 주목을 받았다. 아마존 킨들의 대항마로 독일의 최대 대형 서점, 독일 최대의 미디어그룹, 텔레콤 회사가 손잡고 개발한 전자책 단말기인 톨리노 샤인(Tolino Shine)은 그 첫 성과였다. 상호 이해관계가 비교적 원만하게 풀렸고, 아마존을 막아야한다는 명제가 그만큼 중요했다. 하지만, 최근 인디 서점들과의 협력을 통한 플랫폼 확장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톨리노 얼라이언스는 인디 서점들이 투자에 참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인디 서점의 수익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리고, 톨리노 단말기 이외에 다른 단말기를 전시해서는 안되게 하는 조항 등 로컬 사업자들간의 이해 관계가 첨예하다. 아마존, 구글, 애플, 코보 등 해외 사업자들의 공세를 막기엔 역부족인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러시아의 전자책 시장

    비교적 낮은 인터넷 보급률에 비해 전자책 독서 인구가 상대적으로 상당히 높다. 하지만 러시아 전자책의 보급의 이면에는 불법 저작권 문제가 있다. 실제로 전자책을 이용하는 청소년들의 상당수가 불법 다운로드를 통해서 이용하고 있다. 정식으로 유료 구입하는 경우는 20%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 정부는 ‘(인터넷) 불법복제 방지법’을 시행하기 위해 여론은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공청회를 여는 등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전자책 독자들은 물론이고, 일부 정당에서까지 조직적으로 이 법안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러시아의 청소년 독자 중 50% 이상이 전자책 디바이스를 통해 전자책을 즐기고 있다. 이미 상당수의 전자책 디바이스가 시장에 보급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러시아 최대 전자책 제조사인 리트레스(LitRes)가 2013년도 상반기 기준으로 130만권 이상의 전자책을 판매했다. 전년대비 약 2배 정도의 성장을 보였고, 전자책용 어플리케이션도 인기가 높다. 글로벌 1위인 아마존도 본격적으로 러시아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전용 디바이스인 킨들 페이퍼화이트의 러시아어 지원하고 있다. 이미 2012년부터 코보의 전자책 단말기는 러시아어를 지원하고 있다.

    최근 <엠.비데오>, <엘도라도> 등 가전 양판점을 통한 전자책 관련 디바이스 판매도 활력을 얻고 있다. 아마존과 코보를 중심으로 하는 e-ink 전용 디바이스 외에도 각종 태블릿PC를 통한 전자책 콘텐츠 이용률이 증가하고 있다. 러시아 태블릿PC 시장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는 2013년 9월부터 <삼성북스>를 통해 전자책을 판매하고 있다. 러시아 전자책 시장은 만연한 불법 다운로드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전자책 디바이스 판매량의 증가와 세계 최고 수준의 독서 인구를 감안하면 그 성장세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수도인 모스크바의 지하철에는 전자책을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러시아의 전자도서관 구축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러시아의 전자책 시장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전자책 시장

    이미 세계 2위의 전자책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중국은 국가적으로 모바일 산업의 성장과 병행해서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 전자책 시장의 발전을 견인한 일등공신은 바로 스마트폰이다. IDC(International Data Group)의 발표에 따르면,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평균성장률은 매년 25%에 달하고 있으며, 2012년 15.7%를 기록했던 스마트폰 보급률은 2013년 상반기 약 24%까지 상승했다. 2012년 1인당 평균 전자책 독서량도 2.35권으로 조사되었는데 이는 2011년 대비 65.5% 상승한 수치다. 중국 전자책 시장의 잠재력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2013년 중국에서 가장 주목된 사항은 바로 아마존의 킨들 스토어 오픈이었다. 그동안 10년 이상 온라인 서점과 종합 쇼핑몰을 운영한 아마존이 본격적으로 전자책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로컬 사업자들과의 일전이 시작되었다. 킨들 스토어에는 중국어 전자책이 약 3만여 종 이상 서비스되고 있다. 유료 전자책은 온라인 뱅킹 및 제3자 지불결제시스템을 통해서 이용 가능하다. 아마존 킨들이 중국에서 정식으로 판매를 시작하면서 기존에 중국 전자책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당당망(當當網)>, <한왕(漢王)> 등 중국 토종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대다수의 국영출판사들은 전자책 사업 전문 조직을 만들고,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여 유통하는 모델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또한, 중국내 도서관의 절반 이상이 전자책 전용 시스템을 운영함에 따라 전자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인프라가 전자책 콘텐츠와 단말기 시장의 활성화에 큰 기반이 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이동통신 기술의 발전과 스마트 디바이스의 보급이 더욱 확대될 것이다. 콘텐츠 플랫폼 시장에서 로컬 사업자들이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마존과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의 중국시장 진입이 확대되고 있다. 2014년 중국 전자책 시장의 판세는 지금과는 많은 차이가 예상된다. 중국 정부는 2015년까지 전체 출판시장에서 전자책이 차지하는 비중을 최대 25%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예정대로 이어진다면 2~3년 후 중국은 미국을 넘어 세계 최대의 전자책 시장으로 등극할 것으로 보인다.

     

    로컬 사업자들의 전략에 주목하자

    미국의 전자책 시장이 주춤하지만 독자의 저변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아마존, 구글, 애플, 코보 등 메이저 플랫폼 사업자들의 로컬 진출을 물리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디지털과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거의 대부분의 산업은 무제한적으로 영역을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조건 장벽을 쌓고 우리들만의 산업으로 구축한다는 정책과 전략은 디지털 시대에 갈라파고스 현상(Galapagos Syndrome)을 초래할 수 있다. 스페인은 로컬 사업자의 서브스크립션 모델에 출판사가 적극 협력하고 있고, 독일도 톨리노 얼라이언스를 통해 출판사-서점-이동통신사가 각자의 장점을 연계하면서 지역의 인디 서점과의 협력도 모색하고 있다. 러시아는 독서 인구의 높은 수준을 전자책으로 이어가기 위해 지하철, 트램, 도서관 등에서 디지털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 중국은 로컬 사업자들 스스로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정부도 정책적으로 전자책 시장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시장이 커지면 진출하겠다는 피동적인 자세와 전략은 시장 성장의 걸림돌이자 사업자 관점에서도 생존의 불확실성이 더 높여가는 길이 된다. 시장참여자들간의 협력도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뛰어난 IT 시스템 경쟁력과 대규모의 마케팅 자금력 등을 감안하면, 글로벌 메이저들과의 정면 승부는 이기기 힘든 판이다. 출판사과 서점(유통사)을 중심으로 인접 사업군과의 보다 긴밀하고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도 자생적인 힘을 키워야 한다. 특히,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출판사의 역할은 중요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콘텐츠가 왕이다!“라는 말이 실제적인 성과창출이 되기 위해서는 유통과의 효과적인 결합을 통해 독자와 연결되어야 한다. 2014년에 한국 시장에도 메이저 사업자들의 진출이 보다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앞에서 언급한 각 국가별 로컬 사업자들의 전략과 성과를 통해 우리의 모습을 전망해볼 시점이다. 생각보다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능동적으로 속도에 적응하고 이끌어야 나아갈 방향을 제대로 정할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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