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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 2013 프랑크푸르트 북페어, 전자책과 출판 환경의 변화를 말하다 (355호)
    세계전자책시장읽기 2013. 10. 24. 18:04

    2013년 프랑크푸르트 북페어(10.9~13)는 15세기 초부터 'BUCH MESSE'로 시작되어 세계 100개국 이상의 나라가 참가하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올해는 총 100여개 국가에서 7천300개 출판사 등이 참여했으며, 브라질이 주빈국으로 초청되었다. 총 관람자 수는 전년대비 2.2% 감소한 28만명이었지만, 공식 웹사이트와 SNS를 통한 방문자수는 증가했다. 양적인 면에서는 종이책은 여전히 우세하지만, 전자책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콘텐츠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다. 북페어에서 운영하는 총 5개의 대형 홀마다 내부에 별도의 디지털 존이 설치되었고, 직접 참여한 전자책 관련 기업만도 150곳이었다. 

    최근 4~5년 사이 디지털과 모바일 관련 시장의 급성장으로 인해 출판 산업에도 위협과 기회의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이번 북페어의 주최 측은 아마존, 구글, 애플 등 인터넷 업체들이 온라인 도서 유통과 전자책 판매 등으로 전통적인 출판 시장을 위협하는 것에 우려를 피력하기도 했다. 위르겐 부스(Juergen Boos) 프랑크푸르트 북페어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인터넷 기업들에 대해 "물류의 마술사이지만 출판사는 아니다. 그들에게는 열정이 없다. 독자를 가두는 기계들"이라는 발언을 통해 전통적인 출판산업의 보호와 지속적인 발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더불어 개막식 기조연설자로 나온 고트프리드 호네펠더(Gottfried Honnefelder) 독일 도서출판유통협회장은 "유럽연합(EU)과 미국간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아마존, 애플, 구글과 같은 인터넷 기업들의 요구로 도서정가제 등 출판업계의 문화가 희생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온라인과 디지털로 무장한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을 향한 강력한 대응 메세지를 날렸다. 하지만,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준비할 필요성은 무시할 수 없다. 출판산업을 출판사의 관점에서만 보는 것은 성장의 관점에서 보면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이제 글로벌 출판 시장에서 전자책은 두자리 수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시장의 전체 규모는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종이책을 몰아내는 대체재의 관점으로 전자책을 인식하고 무조건적으로 거부할 시대가 아니다. 이번 호에는 2013년 프랑크푸르트 북페어에서 나타난 전반적인 전자출판 시장의 흐름과 시장 상황 등 주요 이슈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디지털의 성장과 메타 데이터의 중요성


    전자책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출판은 비즈니스 모델 관점에서 안정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2013년의 전자책은 글로벌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이번에 <도서산업 연구그룹> 컨퍼런스에서 펭귄랜덤하우스의 COO인 매들린 매킨토시(Madeline McIntosh)는 “전자책의 판매가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종이책 시장의 잠식하는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지역적 인프라에 기반을 둔 현재의 출판유통 구조는 디지털을 중심으로 한 변화의 시기에 있으며, 이를 대비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의 수정과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제 출판사는 각자의 디지털 자산을 견고하게 관리하고 운영할 수 있어야 하며, 다양한 유통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형태로 제공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인그램 콘텐츠 그룹의 부사장인 마커스 우드번(Marcus Woodburn)은 자사의 디지털 자산 관리 및 배포 서비스인 <CoreSource>의 전략과 현황을 직접 소개했다. 인그램은 전통적인 도/소매 유통뿐만 아니라 메이저 출판사과의 협력을 통해 구축한 디지털 콘텐츠와 메타 데이터를 안전하게 저장하고 유통하는 플랫폼 사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계약된 출판사는 인그램스파크(IngramSpark)라는 셀프 서비스 방식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판매, 계정, 콘텐츠 관리 및 고객 지원 활동 등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각종 전자책 유통사와의 일원화된 콘텐츠 공급과 해외 진출도 더욱 원활해졌다. 

    출판사 관점에서 메타 데이터(Meta data)의 관심과 중요성이 더욱 높아져야 한다는 주장도 여러 채널을 통해서 제기되었다. 2012년에 책의 ‘발견’(Discovery)이라는 화두가 강력하게 제기되었는데, 그 방법론적인 연장선에 메타 데이터가 있다. 이는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서 출판사들이 노력해야할 중요한 사항이다. 메타 데이터는 데이터에 대한 구조적인 데이터이며, 자원을 기술하는 요소들의 구조화된 집합이다. 도서관의 도서목록이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는데 도서목록에는 책제목, 저자, 출판사, 장소 등의 정보가 기재되어 있으며 이러한 정보는 그 책 자체에 관한 정보다. 이를 통해 대중 독자들은 책을 더욱 잘 찾을 수 있는 든든한 기초를 얻게 된다. 수많은 지식정보와 책이 출간되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원하는 책을 찾을 수 없다면 책을 살 수 없다. 디지털과 인터넷 세상에서는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찾는 방식으로 책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독자가 우연히 책을 발견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책을 설명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디지털을 통해 시스템적으로 구축되어 있지 않으면 책을 찾는 것 더욱 힘들어진다. ISBN, 책제목, 저자, 장르, 출판일, 리뷰, 목차 같은 메타 데이터를 제공하면 독자들이 더욱 많은 책을 찾고 사는 데 도움을 얻는다. 좋은 메타 데이터를 확보하고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진정 독자들에게 책의 발견성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이는 일반 추천에서 진화한 모형으로 부각하고 있는 큐레이션 서비스 모델을 구축하고 실현하는데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아마존이 말하는 국가별 전자책 성장 전략


    이번 북페어에서 흥미로운 케이스 중 하나가 바로 아마존닷컴의 킨들 담당 부사장인 러스 그란디네티(Russ Grandinetti)의 프리젠테이션이었다. 그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책의 절반 이상이 오프라인 매장보다 온라인으로 구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미국과 유사한 방법으로 전자책 사업 전략을 추진해야 시장 성장이 가능함을 역설했다. 유럽과 아시아에서 모국어를 가진 국가들의 경우, 전자책 성장이 다소 더딘 편이다. 이는 영어로 된 전자책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 시장 규모가 원활하게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림1] 종이책 대비 킨들 전자책의 성장 속도


    [그림1]에서 아마존 킨들 전자책의 성장 곡선을 보면, 미국은 종이책을 능가한 시점이 최초 판매 이후 약 4년 정도 걸렸다. 이에 반해 영어의 종주국인 영국은 2년을 조금 넘긴 시점이었다. 모국어가 있는 일본과 네덜란드의 경우, 성장 곡선이 완만함을 볼 수 있는데 영어로 된 책을 출간하는 출판사 관점에서 보면 매력적인 시장은 아닐 수 있다. 번역의 과정을 거쳐서 종이책과 전자책 출간을 진행할 수 있고, 복잡한 저작권 해결 과정도 이어져야 한다. 하지만, 메이저 플랫폼들이 글로벌 진출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영어로 된 전자책 제작과 유통은 시장의 기회를 가장 많이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림2] 굿리즈와 킨들의 연계


    책 기반의 소셜 북 커뮤니티인 굿리즈의 CEO인 오티스 챈들러의 이야기도 주목해볼 케이스다. 현재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굿리즈에 접속하는 방문자가 45%를 차지한다. 그런 측면에서 비영어권 국가들의 열독자를 대상으로 한 전자책 시장 형성은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최근에 출시된 아마존 킨들 페이퍼화이트2 모델에는 굿리즈의 콘텐츠를 유기적으로 연결해서 전자책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채널별 다양한 신규 서비스 출시 소식 


    온라인 문서 공유 서비스 사이트인 스크리브드(Scribd)에서 서브스크립션 방식의 무제한 온라인 도서 대여 서비스 시작한 소식도 북페어에서 시선을 많이 끌었다. 스크리브드는 대형출판사 하퍼콜린스와 손을 잡고 월정액 무제한 전자책 대여 서비스를 시작한다. 음원과 영상 분야에서 크게 성공을 거둔 바 있는 서브스크립션 전자책 모델의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매달 8천만명의 이용자들이 방문하는 스크리브드는 하퍼콜린스 외에도 로제타북스, 소스북스 등 몇몇 소규모 출판사들의 책들도 대여할 수 있다. 월정액 회원들은 매달 $8.99을 내고 최다 10권까지 전자책 기기에 저장해서 읽을 수 있다. 한 번 빌린 전자책들은 여러 디바이스에서 동시 접속과 이용 가능하다. 

    미국 전자책 유통사 오버드라이브(OverDrive) 2만7천개의 도서관과 36개국의 학교와 파트너십을 맺고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클라우디아 웨이즈만(Claudia Weissman) 부사장은 지역 도서관과 학교에서 전자책과 오디오북 등 전자 출판을 통해 제작된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3년 글로벌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국가는 말레이시자, 터키, 아이슬란드, 인도, 인도네시아, 캐나다, 독일, 노르웨이, 대만의 로컬 서점과 쇼핑 체인들과의 제휴를 통해 진출하는 전략을 추진키로 했다. 최근 호주에서 가장 큰 쇼핑 체인인 빅더블유(ebooks.bigw.com.au)와 제휴를 체결하고 본격적인 전자책 콘텐츠 유통을 시작했다.

    오버드라이브의 경쟁사로 급부상한 3M은 도서관의 웹사이트에서 전자책을 판매할 수 있는 3M 클라우드 라이브러리(Cloud Library)를 코보(Kobo)와의 제휴를 통해 확장하기로 결정했다. 이 솔루션은 도서관 이용자가 구입 버튼을 클릭하면 코보의 전자책 스토어에 연결되어 전자책을 구입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3M은 전자책 매출의 일부를 도서관에 기증하고, 3M Cloud Library에서 추가로 전자책을 구입할 때 기증되는 금액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현재 3M과 제휴를 맺고 있는 500개의 도서관을 1차 구축 대상으로 11월 중순에 정식으로 오픈할 예정이다. 3M과 코보의 제휴 모델은 B2B와 B2C의 채널간 하이브리드가 가능해졌다는 측면에서 업계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출판 환경의 변화를 위한 새로운 시도


    출판사와 사용자, 산업의 트렌드와 기술의 진화 관점에서 전자출판 기술을 논의하는 자리도 인상적이었다. 이펍다이렉트(ePubDirect) CEO인 개러스 쿠디(Gareth Cuddy)는 “이제 출판 시장의 패러다임 이동은 콘텐츠의 손익 구조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전자책의 경우, 평균 $2.99에서 $7.99 사이에서 판매가를 출판사에서 정하고 있다. 다양한 유통 채널 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장 진출을 위한 출판사와 전자책 제작 및 이용 기술의 접목은 상대적으로 더딘 편이다. 기술에 대한 더많은 이해와 학습, 공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출판사는 새로운 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접근과 책 판매를 증가시킬 수 있는 해외 시장 진출에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고 말하면서 전자책이 종이책의 판매 확대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올해 애플과 메이저 출판사들의 전자책 가격 담합 소송과 판결에 따라 다소 위축된 전자책 시장은 인디 출판사와 셀프 퍼브리싱을 통한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출판인들의 협력 구조에 있어서도 새로운 변화가 포착되었다. 기업가정신 및 협업을 통해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접근을 시도하는 조직 구성을 제기한 북머신(BookMachine)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이다. 소셜 미디어 기반의 데이터베이스 및 도서 출판 전문가를 위한 기술 교류를 목표로 메타 사이트 형태로 구축되었다. 디지털 기술은 출판 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과거보다 더 쉽고 편리하게 발전하고 있다. 

    출판 편집자, 디자이너, 디지털 전문가, 법조인, 마케터, 개발자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한 자유로운 만남과 협력이 가능한 시스템 구축의 결실이 바로 북머신이다. 멤버들은 웹으로 연결한 스카이프, 구글 행아웃 서비스를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폰 등으로 언제 어디에서든 자신의 전문 역량과 생각을 나눌 수 있게 되었다. 기존에 생각지 못했던 출판 콘텐츠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들이 나누어지고, 다양한 협력 프로젝트가 가능한 사이버 공간이다. 북머신은 글로벌 출판 전문가 2천5백여명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으며, 사이트를 통한 다양한 출판 콘텐츠 기획과 제작, 마케팅 프로젝트가 상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끝으로, 2013 프랑크푸르트 북페어가 바라본 현재 출판사의 모습은 무엇일까? 각자의 위치마다 다른 시각과 사업 전략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올해 한가지 공통점으로 떠오른 것은 바로 ‘기술’(Technology)이었다. 이와 관련해서 퍼블리싱 테크놀로지(Publishing Technology)의 CEO인 조지 로시우스(George Lossius)는 “여전히 대부분의 출판사는 많이 확장을 하지 않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콘텐츠 공급자의 미래가 매우 밝다고 본다. 이제 우리는 오늘날과 같이 독자들이 우리에게 찾아올 것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반대로 우리가 독자를 향해 콘텐츠의 공급자로서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실행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다. 우리는 탄력적인 생각을 통해 출판을 새롭게 봐야한다.”라고 역설한다. 더불어 “전자책의 경우에도 DRM으로 편리한 접근을 제어하는 것이 과연 독자에게 적합한 모델인지 다시 생각해야 하며, 이제 대중은 각종 스마트 디바이스와 클라우드 컴퓨팅 등을 통해 콘텐츠 서비스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져 있다. 여전히 종이책에 익숙해 있지만 기술에 대한 수용성도 빠른 속도로 익숙해져가는 사람들이 대다수임을 간과해선 안된다”라고 설명을 이어갔다. 

    이제 출판사와 서점 그리고 작가까지 독자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소비자로부터 멀리 떨어져가는 책이 생존하고, 지속적인 발전을 이어가기 위해선 기술과의 접목이 가장 효과적이다. 오프라인에서도 충분히 그 역할을 발휘할 수 있다. 이미 모바일과의 연계를 통해 오프라인 비즈니스는 새로운 시도들이 다양하게 일어나고 있다. GPS(Global Positioning System)를 이용한 오프라인 방문 쿠폰 제공 등 LBS(Location-based service) 마케팅이 대표적인 사례다. 2012년은 ‘책의 발견’, 2013년은 ‘메타 데이터’와 ‘기술’이 세계 최대 프랑크푸르트 북페어의 핵심 키워드였다. 그럼, 2014년의 키워드는 무엇일까? 이는 글로벌 출판 현장의 치열한 고민과 성과 속에서 나올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사람’과 ‘책’이 늘 자리잡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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