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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 DRM의 의미와 DRM free 전자책에 대한 논쟁 (347호)
    세계전자책시장읽기 2013. 7. 17. 17:22

    전자책(ebook)을 포함한 디지털 콘텐츠는 그 특성상 내용의 손실이 없이 무한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디지털 콘텐츠의 저작권 침해 및 상거래 유통 질서의 파괴로 이어져 결국 양질의 콘텐츠 생산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인터넷상에서 유통될 때 디지털 콘텐츠의 저작권을 관리하는 기술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디지털 콘텐츠의 저작권 보호기술 중 대표적인 기술이 바로 DRM(Digital Rights Management)이다. DRM은 일반적으로 ‘디지털 콘텐츠의 불법 유통과 복제를 방지하고, 적법한 사용자만 이 콘텐츠를 사용케 하며, 과금서비스 등을 통하여 디지털 콘텐츠 저작권을 관리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1990년대 말부터 산업계에 적용되어 디지털 콘텐츠의 저작권 보호를 위해 가장 대표적으로 사용되어 온 기술이지만 주로 디지털 콘텐츠의 불법복제를 막기 위한 용도로만 사용되어 권리자만을 위한 저작권 보호기술로만 인식되었다. 음악공유서비스로 유명한 냅스터(Napster)가 2001년 MP3 저작권 보호를 위해 채택한 것이 콘텐츠 산업에선 최초의 시도였다.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제작에서부터 유통, 소비에 이르기까지의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모든 생명주기에서, 콘텐츠 제작자, 유통업자 및 최종사용자가 쉽게 사용하고, 다양한 멀티미디어 콘텐츠와 관련된 사업 모델들을 통합하며,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전자상거래를 주요 응용으로 하는 멀티미디어 프레임워크 표준으로 성장했다. 

    DRM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핵심요소는 ‘사용자(user)’, ‘콘텐츠(content)’, ‘사용권한(permission)’, ‘사용조건(condition)’이다. 콘텐츠(content)는 지적 자산의 가치가 있는 정보 단위로, 허가되지 않은 사용자로부터 보호해야할 대상이다. 사용자는 부여된 사용권한과 사용 조건에 따라 콘텐츠를 이용할 주체이며, 콘텐츠의 이용 권리는 콘텐츠별로 정해진 사용권한에 의해 결정된다. 사용 조건은 사용권한이 수행되기 위한 요구 조건 및 제한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이들 핵심 요소들간의 연관성은 콘텐츠의 생명주기가 사라지지 않는 한 지속적으로 보호(persistent protection)될 수 있어야 하며, 시스템적으로 처리 가능하도록 기술(descriptive) 가능해야 한다. 더불어 명시된권리(rights)에 따라서 콘텐츠가 통제(rights enforcement)되는 기능도 갖추어야 한다.

     

    전자책과 DRM의 관계  

     

    전자책과 DRM 기술은 태생적으로 상호 보완적인 결합의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전자책 콘텐츠의 저작권 보호를 위해 사용되는 기술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책 콘텐츠의 호환성을 보장하기위해 IDPF에서는 EPUB 기술규격을 마련하였으며, 국내외 많은 전자책 유통사업자 및 단말기가 이 표준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EPUB은 전자책 콘텐츠의 저작권 보호를 위한 DRM 기술규격에 대해선 최소한의 규격만 정하고 있는 상태이며, 해외에선 Adobe DRM, FairPlay DRM 등 다수의 상용 DRM 기술이 전자책 콘텐츠의 저작권 보호를위해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는 다수의 DRM 기술이 국내 전자책 콘텐츠의 저작권 보호를 위해 적용이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국내 전자책 시장에서 유통사마다 다른 전자책 DRM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다. DRM 업체가 마련한 솔루션을 변형하거나 독자 DRM을 제작하기도 한다. 이러한 시장 상황에서 전자책 단말기 제작자는 각 유통사에 맞는 DRM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태블릿PC와 스마트폰, PC 뷰어도 동일하다. 전자책 DRM은 단순하게 어느 뷰어에서만 보여줄 것인지를 가리는 건 아니다. DRM은 디지털 파일에 대한 판매와 정산, 대여, 파일 접속 권한 등을 관리하는 솔루션이기도 하다. 전자책 DRM이 업체마다 호환돼도 이 기능은 유지돼야 한다.

    2012년 9월 초, 구글플레이(Google Play)를 통해 한국에서 출시된 전자책 서비스는 전자책 콘텐츠 보호를 위해 어도비(Adobe)의 전자책 DRM 기술을 채택하고 있으며, 구글의 전자책 서비스는 클라우드(Cloud)를 기반으로 하여 PC, 스마트 기기, 전자책 전용 리더기 등 다양한 단말기에서 전자책 콘텐츠를 읽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PC 브라우저에서 제공되는 전자책 콘텐츠는 어도비 전자책 DRM 기술을 통해 보호되지 않고 보안 HTTP 통신을 통해 보호되고 있으며 전자책을 다운로드할 때 어도비 전자책 DRM으로 보호된 ACSM이라는  확장자가 붙은 파일이 다운로드되며 이 파일은 어도비 디지털 에디션즈(Adobe Digital Editions)나 어도비 전자책 DRM 기술이 탑재된 전자책 전용 리더기에서 읽을 수 있다.

    구글은 기본적으로 판매하는 모든 전자책을 DRM을 적용하여 보호하지만 전자책 판매자가  사용자에게 전자책 사용에 대한  높은 편의성을 제공하고자 하는 경우 DRM 없이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해외 전자책 DRM 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어도비는 전자책  콘텐츠의 보호를 위해 자체적으로 ADEPT(Adobe Digital Experience Protection Technology)라는 DRM 기술을 개발했다. 전자책 콘텐츠 보호를 위한 서버 솔루션인 어도비 컨텐츠 서버4(Adobe Content Server 4)는 ADEPT 기술을 이용하여 전자책 콘텐츠를 암호화하고 콘텐츠의 표시, 발췌, 출력 기능에 대해 전자책의 저작자가 다양한 조건으로 사용 제어를 명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전자책 시장에서 DRM 기술이 조명을 받기 시작한 것은 DRM 기술 자체의 내재적 발전 결과라기보다는 전자책 시장 자체의 형성과 그로 인한 기술적 필요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실제 전자책 시장 내 주요한 DRM 사업자로는 어도비, 파수닷컴, 마크애니, 인큐브테크, 유니닥스 등이 존재하며 개별적인 전자책 유통사들이 DRM 기술을 자체 개발하거나 기존 솔루션을 변형하여 사용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DRM free 전자책 관련 논쟁

     

    2008년 2월, 온라인 전자책 판매 사이트인 이리더닷컴(ereader.com)에서 DRM이 적용되지 않은 17,000권의 전자책을 판매하면서 DRM free에 대한 이슈가 촉발되었다. 그해 7월에는 오라일리(O'Reilly)에서 30개의 신규 전자책을 DRM free로 판매했다. 종이책과 EPUB, MOBI, PDF, DAISY 등 다양한 파일로 판매하며, 독자가 독서 환경에 맞는 파일 형식을 선택해서 구매할 수 있다. 최근들어 DRM Free 전자책을 유통하는 사례가 대형 출판사들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패턴이 전자책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될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맥밀란이 자사 판매 사이트 토르닷컴(Tor.com)에서 독자들에게 직접 DRM free 전자책을 판매를 시작했다. SF와 판타지로 유명한 토르북스(Tor Books) 출판사는 전자책에 대한 저작권 보호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후 1년동안 토르북스의 매출에 손해는 없었다고 발표하면서 DRM free 전자책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이를 두고 출판계는 여전히 엇갈린 의견을 내고 있다. DRM없이 계속 유통된다면 결국 해당 출판사의 매출에 치명적인 손실이 생길 것이라고 하는 관점과 DRM만으로 근본적인 저작권 보호와 불법 복제를 막기 힘들다는 관점이 맞서고 있다. 토르북스의 경우, 독자들이 대부분 장르문학에 집중된 사람들로 저자/출판사와 독자, 독자와 독자간의 유대 관계가 타 분야 독자들보다 더 긴밀하다는 점에서 유료 구입율과 불법 복제율이 낮기 떄문에 매출에 큰 영향이 없었다는 분석은 설득력이 있다.

    와일리도 오라일리의 DRM free 전자책 판매 사이트에서 3천권 가량의 DRM free 전자책을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와일리의 디지털 사업 개발부장인 피터 발리스는 “앞으로 대형 출판사들의 신간과 구간 모두에서 DRM free 판매에 대한 참여가 늘어날 것이다” 말하면서, 전자책 기획과 제작 및 유통에 대한 다각적이면서 실험적인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퍼콜린스도 자사가 개발한 페이스북(facebook)의 소셜 리딩 앱(app)을 통해서 DRM free 전자책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자가 출판 사이트 룰루닷컴(lulu.com)도 자사의 저작툴을 통해 제작 및 판매되는 전자책을 DRM을 제거할 예정이다. 룰루는 그간 EPUB이나 PDF 파일을 출판하기 전에 어도비 디지털 에디션 DRM을 추가 수수료를 받고 제공해 왔다. 룰루는 DRM 제거에 대해 아마존과 애플, 구글 등 메이저전자책 플랫폼 사업자들과의 경쟁 구도에서 보다 편리한 방식을 선호하는 독자들을 잡기 위한 전략으로 시도한다고 볼 수 있다. 

    DRM free 전자책에 대해 콘텐츠 생산자인 저자들의 생각은 어떨까? 디지털북월드와 라이터즈다이제스트(Writer’s Digest)가 5천 명의 작가에게 실시한 조사가 흥미롭다. 아직 대부분의 저자들은 DRM에 호의적이라는 평가다. 설문 결과, DRM을 더 강화해야 함(32%), DRM을 그대로 두어야 함(11%), 더많은 독자들이 책을 공유할 수 있도록 유연해질 필요가 있음(16%), DRM은 폐지되어야 함(11%) 순이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살펴본다면, 지금의 전자책은 단말기간에 파일을 서로 호환할 수 없고, 개별 디바이스간의 자유로운 전송과 복제가 불가능한 시스템이다. 불편하다는 의미다. 이러한 기술적 환경으로 인해 전자책을 사보려고 하는 사람은 크게 늘어나지 않는 측면이 많다. 불법복제의 위험성과 함께 저조한 판매량 등으로 인해 저자들과  출판사들은  전자책 제작과 판매를 망설이게 된다. 불법복제에 대한 우려와 문제로 출판사의 시장진입 기피 등 시장의 악순환 구조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DRM이 아닌 HTML5을  이용해 브라우저 자체에서 해결하는 방식도 업계에선 제기되고 있다. 단말기와 운영체제(OS)에 구속받지 않고 소프트웨어를 서비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미국의 아마존, 캐나다의 코보와 같은 전자책 업체는 HTML5 기반 웹 응용프로그램과 클라우드 리더를 통해 효과적인 콘텐츠 제작과 유통 및 저작권 보호 기능도 일시에 해결하기 시작했다. 

    요즘은  ‘소셜(Social) DRM’도 전자책 마케팅의 일환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아마존 킨들과 반스앤노블 누크가 이미 운영하고 있다. 쉽게 이야기하면, 종이책처럼 전자책도 빌려주기가 가능한 형태로 서비스된다. 누크의 경우, 구입한 전자책을 동일한 애플리케이션이 설치된 다른 사람의 디바이스와 공유할 수 있게 만들었다. 전송된 전자책은 14일간 대여 형태로 이용이 가능하며, 이 기간동안 원 소유자는 볼 수 없도록 전자책 이용이 제한된다. 14일이 지나면 다른 사람에게 공유된 전자책은 자동 회수되며, 이때부터 본인이 사용 가능하다. 

    전자책의 불법복제를 통한 사용은 출판 산업에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 그래서, 저작권 보호를 위해 모든 콘텐츠를 암호화된 형태로 서버에 저장하며, 이를 안전한 네트워크 환경을 이용하여 전달, 인증된 사용자만이 해당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저작권 보호기술이 더 개발되어야 한다. 이것을 마케팅 관점으로 소비자들에게 다양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기획하고 적용하는 것이 출판사와 유통사가 보다 적극적으로 고민해야할 사항임을 인식해야 한다.

     

    앞으로 DRM은 어떤 의미일까?

     

    아마존은 글로벌 전자책 시장의 약 60%를 점유하고 있다. 만약 아마존에서 전자책을 계속 구입했던 소비자가 DRM이 없어졌다고 반스앤노블이나 애플, 구글, 코보 등 타 사이트에서 전자책을 구입하진 않을 것이다. 기술적인 측면도 있지만, 아마존에서 전자책을 구입하고 뷰어를 통해 사용했던 패턴에 익숙해져있기 때문이다. 유통사의 DRM 차이로 인한 호환의 불편함은 애플리케이션 지원 등으로 많이 줄어들었다. 전자책을 구입했던 유통사가 원천적으로 사라졌을 때, 사전에 DRM 승계 등 보상 프로그램을 적용해야 한다. 그러면 무리없이 영구 소장 등 지속적인 사용이 가능하다. 결국, 핵심은 출판사와 유통사의 안정적인 전자책 사업 운영력에 있다.  

    아직까지 전자책 DRM은 플랫폼에 종속적이다. DRM을 유통사가 직접 제작하기 때문에 그런 측면이 강하다. 유통사가 DRM을 제작하는 이유는 출판사에서 시장이 아직 크지 않으니 인력과 자본을 투자하기 힘든 구조에서 기인한 것이다. 이미 음악 산업에선 DRM을 적용하지 않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하지만, 출판사가 DRM을 포기하기엔 전자책 산업의 기반이 미약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출판사에서 DRM없이 유통하는 사례가 있지만, 실질적으로 DRM을 푸는 것에 대해서는 해외에서도 아직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사람들은 정보를 생산하고 전달하는 서비스를 계속 필요로 할 것이다. 출판이 이 부분을 계속 전담해서 발전시킬 것으로 본다. 문제의 핵심은 정보를 만드는 방법을 찾고 그것을 살 사람을 찾는 일이다. 지식과 정보의 욕구는 변하지 않겠지만, 생산과 전송 방법은 바뀔 것이다. 전자책이 그 역할의 상당 부분을 수행할 것이다. 그만큼 전자책을 포함한 각종 디지털 콘텐츠의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본다. 점점 더 개인화되고 주문 생산된 콘텐츠로 몰릴 것이고, 콘텐츠는 지금보다 더 빨리 전송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제 전자책 DRM도 이러한 범위로 확대해서 분석하고 적용해야할 시점이다. 

    지금도 전자책을 둘러싼 수많은 저자, 편집자, 출판사, 유통사, 독자들이 디지털 콘텐츠의 불법복제와 DRM에 대한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전자책 시장에서 DRM의 장점과 단점에만 국한해서 보지말고, 다양한 실험적 시도를 통해서 검증된 결과로 새로운 기준과 프로세스를 만들어가야 한다. 기술은 명확한 정책에 따라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DRM을 포함한 저작권 보호 기술은 일시적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도 계속 논의될 내용이다. 저작권자와 소비자의 간극을 줄일 수 있는 단계적 노력이 그만큼 필요한 이슈이기 때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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