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북은 무엇인가


애플의 아이패드(iPad)의 출시와 빠른 보급에 따라 터치형 태블릿PC는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고 콘텐츠 시장의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가장 큰 특징은 휴대성과 인터페이스(interface)의 활용이 편리하다는 점이다. 태블릿PC는 손가락을 사용하는 터치형 스크린을 채택하고 있으며, 직관적이고 단순하게 만들어졌다. 이로 인해 그동안 사용이 어려웠던 노년층과 유아들에게까지도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태블릿PC의 등장으로 출판 콘텐츠는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에서 제작되는 인터랙티브(interactive)한 콘텐츠로 집중되고 있다. 대표적인 앱스토어인 애플 스토어에서 아이패드용 도서 관련 앱이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앱북(Application book)의 시장 점유율은 높은 편이다. 영미권에서는 앱북(AppBook)이라는 용어 대신 인터랙티브 전자책(Interactive e-Book)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앱북은 멀티미디어(multi-media) 기능을 접목하여 재미있고 학습효과가 높기 때문에 출판사 외 교육 업체들도 멀티미디어 기능이 포함된 앱북 출시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자책(e-Book), 인핸스드 전자책(Enhanced e-Book)과 인터랙티브 전자책(Interactive e-Book)은 정적인 텍스트적인 요소, 오디오나 비디오와 같은 멀티미디어적 요소, 터치 스크린 조작을 통한 상호작용성에 따라 나눈 특징으로, 파일이나 프로그램이 취하고 있는 포맷 형태로도 구분된다. 


[표] 전자책의 발전에 따른 분류와 특징



기존의 전자책이 주로 텍스트를 ‘읽는’것에 주력했다면, 앱북은 음성, 동영상, 3D 그래픽, 인터넷 접속, 상호 작용성을 구현하는 기술을 통해 ‘듣고, 보고, 만지는’경험을 제공하여 독자들에게 종이책이 제공하지 못하는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한다. 기존의 전자책은 단말기에 기본으로 탑재된 전자책 파일 리딩 프로그램에 따라 메뉴와 본문 배치와 같은 화면 레이아웃이 고정되어 있으나, 앱북은 터치 인터페이스 덕분에 화면 어느 곳에든 메뉴를 만들거나 기능을 삽입할 수 있고, 유저와의 인터액션 구현도 자유롭다. 앱북 내에 탑재된 미니 게임이나 퍼즐, 그림 그리기, 색칠 공부와 같은 기능을 이용할 때도 터치 인터페이스가 활용된다. 


앱북은 상시 접근성과 즉시 이용성이라는 특징에 기반하여 언제 어디서나 웹으로 이용 가능하다. 내용을 주제별 카테고리에 접근하는 하이퍼링크(hyperlink)의 접근이 가능하여 본문 내 검색도 가능하다. 더불어, 콘텐츠 활용성 관점에서 이용자가 콘텐츠를 복사하고 편집할 수 있는 기능이 편리하게 지원된다. 앱북은 소프트웨어 특성이 강화된 전자책으로 종이책이 구현할 수 없던 한계를 극복한다. 이는 단순히 텍스트의 디지털화나 디지털 미디어를 이용한 플랫폼의 차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앱북은 그것을 구현하는 스마트 디바이스의 멀티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래서, 앱북은 애니메이션의 동작성이나 게임의 상호작용성과 같은 특성을 극대화하며 종이책과 다른 독서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 


앱북의 유통 경로의 경우, 기존의 전자책과 차이가 있다. 일반적인 전자책이 아마존(Amazon), 반스앤노블(Barnes&Noble), 교보문고, 예스24와 같은 인터넷 서점을 통해 유통되는데 반해, 앱북은 애플 앱스토어(Apple AppStore), 구글 플레이(Google Play), 아마존 앱스토어(Amazon Appstore)와 같은 애플리케이션 마켓을 통해 다운로드 형태로 유통되는 특징이 있다. 앱북은 애플리케이션 마켓을 통해 유통되기 때문에, 제작사 측에서 가져가는 이윤 비율이 높고 독립적인 마케팅과 가격 책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보통 애플리케이션 마켓에서는 앱 개발사가 가져가는 수익의 비중이 70% 정도로 일반 전자책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앱스토어에 등록된 컨텐츠를 보면, 주로 교육 콘텐츠의 판매량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인 대상의 어학용 앱들과 함께 화려한 아동용 앱북들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앱북은 다양한 효과들과 더불어 시각·청각·촉각을 자극하면서 적절한 기획을 통해 교육적 효과를 줄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 다양한 멀티미디어 자료들을 사용할 수 있고, 상호 작용적 요소들을 넣을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입체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컨텐츠 제작과 유통을 할 수 있는 채널이 확장되고 있다. 앱북은 스마트 디바이스의 네트워크를 통해 항상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앱북을 이용하는 사용자들은 서로 의견을 교환하거나 의사소통할 수 있다. 위키피디아(Wikipedia)와 같은 인터넷 오픈 백과사전이나 인터넷 어학 사전에도 접속 가능하다는 점에서 교육적 활용성도 높다. 


북미의 디지털 출판 솔루션 업체인 압타라(Aptara)가 전 세계 1,350여 개 출판사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자책에 활용한 주요 멀티미디어 요소는 동영상(27%), 음성(25%), 인터액티브 이미지(16%), 애니메이션(12%), 슬라이드쇼(11%)가 순위에 올랐다. 이러한 멀티미디어 활용 비율은 전자책의 성격에 따라 달라지는데 전반적으로 동영상과 음성이 주로 사용되고, 신문/잡지는 동영상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해외 출판업계는 유아 및 아동을 타깃으로 한 앱북을 연이어 출시하고 있는데, 단순히 나레이션을 접목시키는 데에서 한 단계 진화해 동화책 내용과 연계한 색칠공부, 게임, 퍼즐 등의 양방향 콘텐츠가 추가되면서 인터랙티브한 기능과 직관적인 유저 인터페이스로 어린이들의 몰입도를 증대시킨다. 동화책 앱북의 경우, 저렴한 판매 가격과 아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각종 부가 기능으로 학부모의 호응을 얻으면서 기존 종이 동화책을 대체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동화책 앱북은 1.99달러에서 4.99달러 내외의 가격대로, 보통 10달러 이상인 종이 동화책보다 훨씬 저렴하면서도 멀티미디어 그래픽과 사운드, 인터액티브 효과를 이용해서 기존 종이 동화책보다 아이들에게 주는 몰입 효과가 더욱 뛰어나기 때문이다. 

 

해외의 주요 앱북 서비스


최근들어 해외 앱북 시장에서 주목되는 앱북 컨텐츠 서비스를 살펴보자. 우선, 아동용 동화책과 캐릭터를 결합한 앱북을 전문적으로 제작하고 유통하고 있는 디즈니디지털북스(Disney Digital Books)다. 주로 3살에서 12살 사이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1년에 80달러를 내면 디즈니 디지털북스닷컴(DisneyDigitalBooks.com)에서 수백권의 전자책을 읽을 수 있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책읽기 초보자를 위해 배우의 목소리로 음악을 배경으로 읽어주는 서비스와 혼자 읽을 수 있는 어린이를 위해 어려운 단어를 클릭하면 큰 소리로 설명해 준다. 정글북(Jungle Book), 위니 더 푸(Winnie the pooh), 토이스토리(Toy story) 등 영화와 TV프로그램 등으로 유명한 디즈니의 책들이 전자책과 앱북으로 제작·유통되면서 디즈니의 디지털 컨텐츠 사업은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디즈니 디지털 북스 사이트>



<‘정글북’ 앱북 실행 화면>


메이저 출판사인 맥밀란(Macmillan)도 어린이 교육용 앱북 시장에 진출했다. 프리디북스(Priddy Books)라는 임프린트를 통해 공개된 앱북은 게임과 인터랙티브 기능이 포함된 놀이 기능이 탑재된 앱북으로 제작되었고, 앱스토어에서 3.99달러에 판매된다. 맥밀란의 존 예이거 어린이 출판그룹 부사장은 “부모가 자녀와 함께 교육용 앱북을 통해 상호 공감할 수 있는 동화책 개발에 더욱 집중할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적극적인 투자가 지속될 것임을 밝힌바 있다. 



<Priddy Books 앱북 실행 화면>


이러한 아동용 동화책 앱북 이외에도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논픽션 및 소설 중에서도 앱북으로 다수의 작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논픽션 중에서는 미국 부통령이자 대선 후보였던 앨 고어가 집필한 <Our Choice>가 다양한 인터액티브 요소와 리치 미디어가 잘 구현된 앱북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Our Choice>는 텍스트 내용과 연관된 다양한 이미지와 인포그래픽, 지도 서비스, 오디오 및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한다. 텍스트 위주의 소설도 앱북으로 속속 제작되고 있다. 2011년 초에 283페이지 분량의 종이책으로 출간된 바 있는 <The Survivors>의 앱북은 300여 곳의 터치 포인트와 500여 장의 인터액티브 프레임으로 구성되어 있다. 별도의 작은 창을 통해 소설 내용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 및 지도, 사진, 동영상을 제공해주는 것은 물론, 소설 내용 전개에 따라 변화하는 캐릭터 프로필을 표시하는 기능을 지원한다. 앱북 내에는 3곡의 사운드트랙을 비롯한 다양한 음악이 재생되며, 주인공 5명의 실제 트위터 프로필과 관련 피드도 제공하는 등 저자와 독자간에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도 가능한 구조로 되어 있다.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는 미국의 비영리 재단으로 정기적으로 열리는 기술, 오락, 디자인에 관련된 강연회를 개최하고 있다. 2012년부터 TED Books라는 이름으로 컨퍼런스에서 진행된 내용을 엮어 하나의 앱북으로 애플 앱스토어 출시했다. TED에 초대되는 강연자들은 각 분야의 저명인사와 괄목할 만한 업적을 이룬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중에는 빌 클린턴, 제프 베조스 등 유명인사와 많은 노벨상 수상자들이 있다. TED를 현재 이끄는 기획자는 <롱테일 법칙>의 저자로 유명한 크리스 앤더슨이다. TED 앱북은 2만 단어 수준의 단문 형식 전자책으로 격주마다 발행된다. 앱북 내에 오디오, 비디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 연동할 수 있는 기능을 지원한다. 


  

<TED Books 실행 화면>


국내에도 아동용 앱북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교육출판 업계의 대표 주자인 교원과 대교, 웅진씽크빅 등 메이저 출판사들의 앱북 제작은 종이책 전집 및 단행본과 결합된 하이브리드 모델로 이어지고 있다. 앱북은 스마트 디바이스만 휴대하면 사용할 수 있다. 가볍고 종이보다 깨끗한 화면과 입체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렇게 전자책 시장에에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던 교육출판 업체들은 이제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확산에 대한 위기와 기회를 앱북과 관련된 컨텐츠 서비스로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예림당은 종이책 판매량 4,000만 부를 돌파한 자사의 인기 콘텐츠 <Why?> 시리즈를 앱북으로 제작했는데, 종이책으로 제공되던 내용 이외에도 동영상, 교육 정보, 학습정보, 문제집 기능 등이 추가되었다. <Why?> 앱은 무료로 제공되며, 이용자들은 앱 내 결제를 통해 원하는 시리즈물을 유료로 구매할 수 있다. IT기업인 한글과컴퓨터도 2011년 인기 애니메이션인 <구름빵>을 앱북으로 출시한 이후, <안녕 네 꿈은 뭐니?>, <뽀로로 미술놀이> 등 앱북을 출시했다. 이외에도 블루핀, 퍼블스튜디오, 북잼, 아이이펍 등 전문 개발사에서 자체 기획한 앱북과 출판사와 협력을 통해 제작되는 앱북의 시장 반응도 높은 편이다. 앱북 시장 초기에 대부분의 출판사들은 평균 1천만원 내외의 앱북 개발 비용에 대해 거리를 두었지만, 최근들어 제작비는 많이 내려왔다. 그리고, 개발사의 투자를 통해 컨텐츠 판매 후 수익 배분 방식 적용과 인터랙티브 앱북 제작을 목적으로 하는 전자책 기획이 확대되면서 시장의 긍정적인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앱북을 대하는 자세 


앱북은 단순히 종이책을 스마트 디바이스 화면으로 읽을 수 있도록 변환한 것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디스플레이 위에서 책을 읽을 때 어떠한 부가적인 요소가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더불어 많은 멀티미디어 요소를 추가하는 것은 오히려 독서 흐름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콘텐츠의 특성을 잘 살린 구성이 필요하다. 앱북은 또 하나의 기회로 봐야한다. 앱스토어를 통해 유통되는 앱북은 출판사나 개발사가 해외 판매 채널을 비교적 수월하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유통이 일반 전자책에 비해 더 수월하고 판매에 대한 이익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아직 국내 시장 규모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방대한 해외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진출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특히, 경쟁력이 높은 유아용 콘텐츠는 전문 교육 분야에서 학습만화, 일반 단행본, 컨퍼런스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할 수 있다. 앱북은 스마트 디바이스와 성장의 궤적을 함께할 수 있는 중요한 컨텐츠로 자리잡고 있다. 독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를 잘 읽는 출판 컨텐츠 기획이 무엇보다 요구되는 시대다. 앱북은 IT 개발사들에 의존하는 영역이 아니다. 출판사가 직접 기획과 제작에 함께 참여할 때 본연의 가치가 더욱 강화되고, 독자의 선택과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킬러 컨텐츠가 될 수 있다. 독자의 관점에서 앱북의 기능이 필요한 컨텐츠 기획부터 하나씩 해보면, 주변에 시작할만한 컨텐츠는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시장은 넓고 할 일은 많은 분야다.  <끝>



posted by 류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