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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전자책시장읽기

9. 디지털 시대, 도서관의 변화와 디지털 아카이빙 (345호)

by 류영호 2013. 7. 17.

디지털 시대와 도서관의 변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인해 도서관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전자책과 관련 플랫폼의 발달로 인해 장서 구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모바일 네트워크로 각종 자료의 원격 이용과 제공이 가능해져 디지털도서관의 실현이 일반화되고 있다. 디지털도서관은 전자화된 정보(본문, 이미지, 비디오 등을 디지털화한 정보)의 다양한 포맷을 조합하고 시간과 공간의 제한없이 이용자의 정보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도서관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도서관이 다소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자료의 저장 공간의 개념이었다면, 디지털도서관은 유연하고 개방적인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 기능이 중심인 공간이다. 

전자책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콘텐츠는 도서관이 이용자에게 자료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도서관은 디지털화에 영향을 미치는 저작권법과의 충돌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콘텐츠를 수집하고, 제작 및 활용하고 있다. 이용자는 디지털 형태의 자료를 선호하고, 도서관에 디지털 형태에 대한 접근을 요구한다. 

오늘날 도서관은 이용자가 스스로 찾아오기를 마냥 기다리지 않는다. 더불어, 단지 책을 읽고 빌리고 반납하는 공간으로만 존재하지도 않는다.  가와의 만남 등 다양한 행사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전자책 전문 출판사 중 하나인 스매시워즈(Smashwords)의 설립자 마크 코커(Mark Coker)는 “도서관이 지역 작가들을 전문 출판인으로 육성하고 지역 사회의 자원을 모음으로써 지역 공동체 '출판 포털'의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의 디지털도서관 

1990년대 중반, 빌 클린턴 행정부가 초고속 정보통신망 사업을 국가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선정하면서 디지털도서관의 건립이 대학교를 중심으로 퍼져 나갔다. 예일대, 하버드대, 스탠포드대, 미시건대 등 명문대학들은 많은 예산을 들여 도서 자료를 디지털화하여 교수와 학생들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않고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전자 도서관을 단계별로 추진했다. 미국 대학 도서관들이 디지털화한 대부분의 장서들은 저작권이 소멸되었거나, 이전의 저작권법 하에서 제작된 공공 영역(public domain)에 속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최근 미국은 공공 도서관의 전자책 대여 서비스가 민간 기업과 연계해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직접 도서관에 갈 필요 없이 디지털 자료를 다운로드해서 보는 세상이 일상화되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아마존닷컴은 2011년 하반기부터 1만1천여개의 공공도서관과 연계해서 전자책 대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아마존은 전자책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자책 대출 서비스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킨들 판매량 증가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킨들 디바이스를 보유한 이용자만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전자책 콘텐츠 판매량도 병행해서 증가하고 있다.

전자책 단말기를 연계한 공공 도서관 서비스는 아마존닷컴 이전에 반스앤노블 누크(nook)에서 먼저 시작했었다. 미국의 공공도서관들은 대다수 전자책 단말기에 전자책 대여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뉴욕,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등에 위치한 공공 도서관은 무료로 전자책 대여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자책 단말기 사용자들은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도서관 카드를 이용해 웹사이트에서 전자책을 내려받을 수 있다. 도서관마다 대여 규정은 다르지만 보통 대여 기간은 2~3주 정도다.

아마존은 전자책 대출 서비스를 위해 공공도서관의 전자책 시스템을 운영하는 오버드라이브(Overdrive)사와 관련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오버드라이브는 누크 등 타 전자책 단말기 등의 도서관 대여 서비스도 지원한 바 있다. 아마존은 킨들 이용자들은 약 30만권 이상의 전자책과 오디오북을 이용할 수 있다. 

2013년 하반기에는 책 없는 도서관이 실제 등장할 예정이다. 텍사스 샌안토니오의 벡사 카운티 도서관에 모니터, 태블릿PC 등으로 전자책만 서비스하는 도서관이 바로 그것이다. 도서관에는 장서는 한 권도 없고 100개의 전자책 단말기가 갖춰지며, 50개는 어린이 전용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도서관 준비위 측은 개관 시점에 1만 권의 전자책을 구비하고 서비스 초기 오픈을 추진할 예정이다.

2011년, 미국 도서관계와 대형 출판사인 하퍼콜린스(Harpercollins Publishers)간에 전자책 계약 이슈가 발생했다. 일반적으로 도서관과 출판사는 상생의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구조로 오랫동안 이어져왔다. 그런데, 도서관이 출판사의 책을 구입하지 않겠다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330개 공공 도서관이 가입해 있는 캔자스 도서관 협회의 결정은 미국 내 다른 지역 도서관으로도 이어지면서 하퍼콜린스의 책을 구입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언급했듯이 분쟁의 이슈는 바로 전자책이었다. 하퍼콜린스는 자사가 발행하는 전자책의 경우 공공 도서관에서의 대출 횟수를 26회로 제한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26’이라는 숫자는 전자책 평균 대출이 26회에 이르면 기존 종이책 수요가 바닥으로 떨어진다는 자체 통계결과에 근거한다고 밝혔다. 판매 정책은 전자책이 공공 도서관에 들어갈 경우, 다운로드의 한계를 26회로 제한해 27회부터는 웹이나 앱에서 사라지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공공 도서관의 반발 논리는 기존의 아날로그 책에서 보듯,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 도서관에 들어온 책은 읽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는 한 지속적으로 빌려주는 정책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전자책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이 도서관 측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하퍼콜린스의 입장은 전자책이 지배하는 21세기와 아날로그 텍스트 시대인 20세기 비즈니스는 구별돼야 한다고 각을 세웠다. 도서관에서 다운로드된 전자책이 불법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쉽게 전송될 수 있다는 점과 이에 따라 기존의 종이책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줄고 있다는 점을 계속 주장했다. 

하지만, 공공 도서관 측의 강경 방침이 확산되면서 하퍼콜린스는 수세에 몰린 상황이 되었고 실제 적용이 되지는 않았다. 이번 이슈에 대해 이면을 자세하게 들여다볼 필요도 있다. 전자책 대출 횟수 제한 방침은 출판계 전체가 상당 부분 공감하는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공영라디오(NPR)가 방송한 ‘전자책 시대를 맞은 도서관의 미래’라는 리포트에 따르면, 전자책 시대를 맞아 도서관을 찾는 사람이 급감하면서 장차 공공 도서관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함을 짚기도 했다. 공공 도서관 입장에서는 최신작 전자책 구입비도 문제지만, 대출 횟수를 제한할 경우 전자책과 독자들을 연결하는 흐름이 끊기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깔려 있는 것이다. 


전자책과 디지털 아카이빙(Digital Archiving) 

영국 국립도서관이 자국에서 생산되는 온라인상의 기록을 모두 수집해 전산 보관하는 디지털 아카이브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디지털 아카이브에 소장되는 대상은 전자책과 DVD는 물론 웹사이트와 온라인 매체, 블로그 등을 포함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디지털 아카이브는 2014년 1월부터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며, 런던에 있는 국립도서관 외에 옥스퍼드대, 케임브리지대 등 각 지정 도서관에서 열람할 수 있다.

영국의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작업은 빠르게 사라져가는 온라인상의 기록을 보존해서 후세와 미래 연구자들에게 남겨주기 위한 목적이다. 종이책을 전자적 형태로 아카이빙하는 것은 전자책의 여러 장점 중 효율적인 저장공간 지원, 검색 편의성 등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기회로 확장될 것이다.

이러한 디지털 아카이빙 모델에 있어 최대 이슈는 구글의 디지털도서관 프로젝트다. 2004년 12월에 구글 프린트(Google Print)란 이름으로 서비스를 개시한 ‘구글 북서치’(Google Book Search)는 세계에 흩어져 있는 정보를 모든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오프라인 정보를 온라인에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구글 도서관 프로젝트는 저자와 출판사의 저작권을 확보하면서 사용자들이 일반 도서와 절판 도서를 쉽게 찾을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협력 도서관의 소장 도서에 대해 디지털 포맷의 서지정보를 제공하며, 문맥에서 검색어가 포함된 몇 개의 문장으로 이루어진 제한된 원문도 보여준다.

원문의 일부만을 제공하는 이유는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며, 저작권 보호 기간이 경과하였거나 정부간행물처럼 저작권 보호를 받지 않는 퍼블릭 도메인 도서는 ‘전체 보기(Full Book View)’를 통해 해당 도서의 원문 전체를 열람할 수 있다. 아카이빙된 전자책 포맷의 모든 검색 결과에서는 해당 도서를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서점 및 절판도서를 위한 중고서점으로 바로 연결되는 ‘도서구매’ 링크도 표시하고 있다. 


[그림] 구글 북 서치 



구글의 디지털도서관 프로젝트의 가장 큰 이슈는 바로 각 국가별 저작권자들과의 협상-소송-합의 과정들이었다. 특히, 인쇄된 책을 다시 스캔해 전자책 형태로 배포하는 것을 놓고 수년간 저작권 다툼을 벌여온 구글과 대형 출판사들이 소송은 최근 합의로 마무리되었다. 독자들은 메이저 출판사들이 출간했다가 절판된 수많은 책을 전자책 형태로 구매가 가능해지게 되었다. ‘작가 길드’로 알려진 각종 저자 단체들과도 분쟁이 많이 조정된 상황이다. 구글의 야심찬 ‘디지털도서관’ 계획도 한결 탄력을 받게 됐다. 저작권 분쟁과 관계없이 작가가 사망한 지 50년이 지났고, 출판사가 없어졌거나 공개에 동의해 저작권이 소멸된 책은 ‘구글 북스’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구글이 스캔해 데이터베이스화한 책은 현재 2천만권에 이른다.


한국의 디지털도서관과 역할 

국립중앙도서관은 2009년 5월 디지털도서관인 '디지털도서관'을 개관했다. 디지털도서관은 국립중앙도서관에 디지털 자료를 열람할 컴퓨터실을 마련하고 웹사이트 '디브러리'를 운영하여 온오프라인을 통합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와 함께 국립중앙도서관이 2006년부터 시작한 온라인 자료 구축 프로젝트 '오아시스'도 운영 중이다. 디지털도서관은 디지털 콘텐츠 거점이자 서비스 거점으로서 제몫을 다하기 위해 링크드 데이터를 구축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국내 IT 인프라의 발전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에서 공공 및 학교 등 각급 도서관의 디지털 콘텐츠 구비 확대와 이용자 서비스 모델도 첨단의 형태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특히, 각종 스마트 디바이스를 이용한 모바일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모바일회원증을 발급하고, 해당 도서관 전용 또는 연계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각 도서관 정보, 전자책, 도서관련(도서검색, 예약, 대출이력, 추천 도서), 알리미 및 기타 홈페이지를 연계한 서비스 등을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그림] 국립중앙도서관 ‘디브러리’



최근 국내에도 하퍼콜린스의 전자책 대출 횟수 제한 방식과 열람 기간 제한 등 도서관 대상 전자책 계약 방식 개선 논의가 진행중이다. 수십개의 출판사가 출자한 e-KPC에서 가이드라인이 발표되었다. 이에 대한 도서관계와 전자책 유통사들간 협의 및 상생 방안에 대해서 다양한 논의가 진행중에 있다.

최근 발표된 <2012년 전자책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자책 이용자는 인터넷 포털(34.1%) 앱스토어(30.3%) 인터넷서점(12.9%) 등에서 주로 전자책을 구했고, 공공도서관을 이용한 사람은 6.2%에 불과했다. 디지털도서관의 콘텐츠가 이용자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하지 않은 점이 저조한 결과의 핵심이라고 보여진다. 하드웨어만큼 중요한 것은 소프트웨어, 즉 전자책 등 각종 디지털 아카이빙 콘텐츠다.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넘쳐나는 정보와 무료 또는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되는 콘텐츠, 자리를 차지하지 않고 많은 공간을 요구하지 않는 가상공간에 저장할 수 있는 전자책의 등장으로 도서관이 종이책과 마찬가지로 위기에 처하고 있다. 지식정보의 최고 플랫폼이자, 네트워크 기능을 가진 디지털도서관으로 자리잡기 위해서 지금보다 더 많은 관심과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 다가왔다. 저자와 출판유통업계도 ‘도서관’을 종이책 거래 관계만이 아닌 디지털 시대에서도 독서문화의 큰 기반이 될 수 있도록 ‘상생’을 위한 소통과 협력의 관계를 더욱 끈끈하게 이어가는데, 힘을 보태야할 역할도 있음을 생각했으면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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