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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아마존은 어떻게 전자책 사업의 1인자가 되었을까? (337호)
    세계전자책시장읽기 2013. 3. 3. 08:17

    연재를 시작하며

    스마트(smart)와 모바일(mobile)이라는 키워드가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과 비즈니스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세상이 바뀐다는 말처럼 생산과 소비에 있어서도 디지털(Digital)은 일반화되고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 스마트TV 등으로 대표되는 각종 스마트 디바이스와 모바일 네트워크의 급속한 확장은 각 산업별로 변화와 혁신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자극하고 있다. 제조업, 서비스업, 유통업, 금융업 등 아날로그에 디지털로의 변화는 산업을 구성하고 있는 생태계와 업체별 경쟁 순위까지 바꾸고 있음을 주변에서 목격할 수 있다. 이제 출판유통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종이책은 오프라인과 온라인 서점이 아닌 손 안에 든 스마트폰에서도 몇 번의 클릭으로 편리하게 주문할 수 있다. 전자책은 종이책을 디지털화한 기존의 PDF와 ePub 포맷 외에도 스마트 환경에서 다양한 인터랙션(interaction)이 들어간 에플리케이션북(application book)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책이라는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그만큼 다채널화되어 있지만, 오히려 책을 멀리하게 만드는 측면도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하나의 디바이스에서 인터넷 서핑, 게임, 동영상, 음원 등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제 책은 이들과의 시간점유율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출판의 힘은 디지털 세상에서도 그 영향력이 높을 것으로 본다. 주장에는 전제가 하나 있다. 종이를 통해서만 책의 모든 것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겠다는 프레임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출판의 본질적인 가치는 계승하고 발전시키면서 미디어 매체의 환경과 대중 독자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부합하는 출판 유통 현장의 변화와 혁신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속에서 우리는 과연 어떠한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할까? 물론, 정답은 없다. 하지만, 이제 ‘디지털 퍼블리싱’의 틀에서 출판 유통과 콘텐츠 사업의 현장과 트렌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각자의 영역에서 거시적이거나 미시적인 전략을 수립하는데 일정 수준 이상의 직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글로벌 전자책 플랫폼의 동향과 디지털 출판 마케팅 사례 분석과 전략적 시사점을 <기획회의>를 통해 소개할 예정이다. 출판유통 및 콘텐츠 업계의 발전과 많은 기획자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어 상호 진화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시작한다.  


    아마존의 전자책은 텍스트를 담는 그릇에서 시작되었다

    아마존은 북미지역 전자책 시장점유율 60% 이상을 확보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전자책 1위 기업이다. 아마존 전자책의 시작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모든 언어로 된 서적과 인쇄물을 60초 내에 구해볼 수 있게 한다.”는 장기 비전으로 킨들(kindle)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당시 아마존은 하드웨어를 제조한 적은 없었으나, 창업자이면서 CEO인 제프 베조스는 IT 전문가들과 함께 자회사인 <Lab126>을 설립했다. ‘불을 지피다’라는 뜻의 킨들은 글자 그대로 전자책을 통한 지식의 불꽃을 본격적으로 피워나갔다. 이후 3년간의 개발 과정을 거쳐 킨들은 2007년 11월 19일에 정식으로 공개되었다. 당시 킨들 개발자들이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은 “어떻게 하면 독자들이 책을 읽을 때 전통적인 도서를 읽을 때처럼 이야기만 남고 킨들 자체는 사라지게 할 것인가?”였다. 아마존의 고민은 물리적인 형태의 종이책이 이미 진화의 끝에 와있고 독자들에게 매우 감성적인 존재이기에 전자책으로 모습을 바꾸더라도 기능을 개선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책을 읽으면서 내용에 몰입해 들어가게 되면 물리적인 특성들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떨어진다는 점에도 아마존은 주목했다. 아마존은 종이책의 이런 측면을 최대한 살려 킨들 디바이스의 디자인과 기본 설계 방향도 단순하게 텍스트를 담아내는 그릇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주력했다. 

    아마존은 시장 지위를 통해 초기에 역(逆)마진을 보더라도 시장을 키우는 데 전략의 최우선 순위를 두면서, 전자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아마존으로 집중되길 원했다. 일단 초기 시장을 장악하면 그 다음은 콘텐츠 공급자들과의 협상을 통해 콘텐츠 수량 확보와 수익 배분 구조를 자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9.99달러의 고수에 따라 메이저 출판사들의 보이콧 선언 등도 있었지만, 아마존은 적정선에서 상호 합의를 도출하면서 전자책 시장 초기 진출의 리스크를 줄여 나갔다. 역마진 전략 이외에 아마존이 전자책 시장의 강자로 자리잡을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책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독자들을 ‘안다’라는 점이었다. 마케팅을 위한 독자의 정보는 출판사들에게 아마존과 전자책과 관련한 사업을 함께 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기술적 환경을 제공한다. 기술적인 발전 측면에서 킨들의 중요한 성공 포인트는 무엇일까?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전자책을 읽는 경우 눈이 쉽게 피로해지는 단점을 흑백 e-ink 디스플레이를 적용하여 극복했다. 3G 네트워크의 높은 콘텐츠 다운로드 비용을 MVNO(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s)를 통해 낮춘 점도 킨들이 빠르게 시장에 확산되는 데 기여했다.


    킨들은 디바이스가 아닌 플랫폼(Platform) 서비스다

    제프 베조스는 “킨들은 디바이스를 넘어선 서비스, 그 자체가 핵심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킨들을 이야기할 때마다 전자책을 종이책의 대체품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정보전달 수단으로 만들고 싶다는 의지를 끊임없이 밝혔다. 아마존 웹사이트를 온라인 서점이 아닌 플랫폼이라고 재정의하면서 콘텐츠-네트워크-디바이스를 킨들 플랫폼을 중심으로 모두 연결시키는 생태계를 구축했다. 아마존은 2010년부터 킨들의 콘텐츠 확대를 위해 킨들용 작가를 모집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 누구라도 직접 만든 콘텐츠를 킨들스토어에 등록해서 판매할 수 있게 했다. 제조사가 주도했던 콘텐츠 비즈니스 모델과 달리 아마존은 온라인 유통사가 중심이 되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추진했다. 독자는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콘텐츠를 구입하고, 저자와 출판사는 도서판매 확대로 인세 및 판권 수입이 증가했다. 아마존은 디바이스 판매로 수익을 거두지만, 그보다도 콘텐츠의 박리다매로 시장이 커질 경우 유통 수수료라는 수익 창출도 가능했다. 

    2011년 하반기, 아마존의 킨들을 구입한 독자들은 미국 내 1만 1천여 개의 도서관에서 킨들 전자책을 대여할 수 있게 만들었다. 공공도서관의 전자책 대여는 무료이고, 도서관에서 동일한 킨들 전자책을 다시 빌리거나 나중에 구매하는 경우에도 자신이 이전에 표시한 내용과 북마크가 그대로 적용되는 N-스크린 서비스가 제공된다. 그리고, 아마존은 킨들 디바이스를 소유한 프라임(Prime) 회원을 대상으로 매월 1권씩 전자책을 빌려볼 수 있게 만든 킨들 대여 도서관 프로그램(Kindle Owners' Lending Library)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20만 권 정도 이용가능하며 빌린 책을 반납하면 다른 책을 또 빌려볼 수 있다. 아마존이 전자책 대여 모델을 강화하는 것은 충성도가 강한 프라임 회원수를 확대하겠다는 측면과 전자책을 소유가 아닌 소비의 관점에서 활용성을 증대시키겠다는 측면이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결국, 아마존 입장에서는 충성 고객 확보와 콘텐츠 시장의 헤게모니 장악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모델인 것이다. 아마존이 저자와 출판사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꺼낸 새로운 카드는 바로 <출판펀드>를 조성한 것이었다. 디지털 도서관 서비스를 위해 정식 계약을 체결하는 저자와 발행인을 위해 연간 600만 달러를 월별로 지불한다. 저자와 출판사는 아마존 킨들 스토어에 90일간 전자책 서비스 독점권을 제공하며, 아마존은 해당 콘텐츠에 대한 다양한 프로모션 지원을 한다. 이를 통해 보다 전문적인 독자들과 만날 수 있고, 높은 로열티를 확보할 수 있는 채널을 상호 확보하게 되었다. 


    아마존의 셀프 퍼블리싱과 싱글즈에 주목한다

    아마존은 기성 출판사와의 파트너십으로 수백만권의 전자책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지만, 지속적인 사업 확장과 콘텐츠 중심의 가치사슬 변화를 대비하기 위해 원천 콘텐츠 생산자인 저자를 확보하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미 아마존은 책, 영화, 음악을 자신이 직접 파는 크리에이트 스페이스(CreateSpace)를 통해 저자와의 직거래 서비스에 대한 다양한 노하우를 강력하게 구축해나가고 있다. 아마존은 KDP(Kindle Direct Publishing)라는 셀프 퍼블리싱(Self publishing) 서비스로 누구든지 직접 전자책을 제작하고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저자들이 출판사 지원 없이도 자신의 저작물을 일반 독자에게 알리고 판매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킨들 전자책을 통해 많이 알려지면서 콘텐츠에 대한 독자들의 긍정적 검증이 병행되었고, 아마존의 임프린트나 POD(Publishing On Demand) 시스템을 통해 종이책 출판으로 이어지면서 매출액과 인세 수익도 증가했다. 킨들의 플랫폼 중 콘텐츠 확보 전략의 변화는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출판사 위주에서 저자와 출판사로 구분해 저자의 직접적인 출판 시장 진입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과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기존의 강자인 출판사와 서점에서 셀프 퍼블리싱 플랫폼에 대한 투자와 시장 진출이 속속 오픈되는 모습을 볼 때, 결국 콘텐츠를 생산하는 저자의 역할과 위상이 확실히 커져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최근 아마존 킨들에서 주목해야할 카테고리가 있다. 바로 ‘싱글즈(Singles)다. 주로 경제경영, 정치적 견해, 일러스트, 과학 논문, 에세이 등 현재 출판할 수 있는 모든 카테고리에서 킬러 콘텐츠로 내세우고 있다. 3만 단어 수준으로 종이책으로 100페이지 이내의 분량으로 2~3시간 정도면 완독할 수 있는 분량이다. 킨들 싱글즈는 신문, 잡지 등의 가벼운 글보다는 무겁고, 단행본보다는 가벼운 읽을거리라는 틈새시장을 염두에 두고 기획됐다. 현재 킨들 싱글즈는 300여개의 콘텐츠로 구성되어 있으며, 단위 종수당 매출액은 일반 단행본 전자책보다 높은 편이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비교적 단문에 장르 분야라서 무겁고 긴 책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점이 많다. 앞으로는 특정한 사회적 사건이나 시류를 설명하는 책들이 빠르게 출판되어, 사건의 심층적인 이해를 원하는 독자들의 갈증을 풀어주는 상황을 기대할 수 있다. 


    확장되는 킨들 플랫폼, ‘우려’보다는 ‘기대’를 갖고 싶다

    2012년 9월, 아마존은 e-ink 전자책 디바이스의 종결자로 불리는 킨들의 5세대 버전인 킨들 페이어화이트(Paperwhite)와 한층 업그레이드된 태블릿 인 킨들파이어HD를 공개했다. 당시 제프 베조스는 소비자들이 우리의 디바이스를 구입할 때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디바이스를 직접 사용할 때 돈을 벌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바로 아마존 콘텐츠 사업의 핵심이다. 특히, 아마존은 킨들 페이퍼화이트에 하드웨어적인 스펙만을 올린 것이 아니라 독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측면을 강화했다. 전자책을 읽을 때 남은 페이지수가 아닌 사용자의 독서 시간을 파악해서 해당 책을 완독하기 위해 예상되는 시간도 계산해서 제공한다. 더불어 아마존의 강점인 클라우드 서비스와 오디오북과 전자책을 동기화한 교차 서비스도 지원한다.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최상의 독서환경을 원하는 고객들을 향해 킨들만의 차별성과 우월함을 확실하게 보여준 모델로 진화시켰다. 아마존의 치밀한 전략과 시장에서의 적절한 마케팅 실행을 통한 성과 창출은 고객들의 충성도를 계속 끌어올리면서 지속 가능한 성장의 든든한 기반이 되고 있다.

    아마존의 전자책 사업은 강력한 플랫폼 구축을 통해 발전을 거듭해 나가고 있지만, 시장참여자 모두의 이익과 발전을 위해 긍정적인 영향만 미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초기에 저가를 지향한 역마진 가격 전략에 따른 출판사와의 분쟁, 조지 오웰의 <1984> 사건으로 유명해진 전자책 저작권 계약과 관리 문제 그리고 독자의 구입과 검색 정보를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 전략도 개인정보의 활용에 대한 서비스 사업자의 접근 범위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아마존은 도전과 파트너십의 기업으로 유명하다.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는 부정적인 면을 개선하기 위해 상당 부분 노력하고 있다. 온라인 서점에서 시작한 아마존은 책에 대한 비즈니스 철학이 다른 경쟁사들과는 확실한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출판유통과 콘텐츠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적으로 이끌어가고, 고객(독자)의 콘텐츠 소비 패턴에 대해 최고의 편의성을 제공하기 위한 그들의 노력은 선순환적 생태계와 일원화된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제 아마존의 미래가 시장참여자들이 보다 더 상생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되어 ‘우려’보다는 ‘기대’로 이어지길 바래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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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영호 - 현재 교보문고 신사업개발팀 차장. 디지털 콘텐츠 사업 개발 및 대외 제휴협력 업무를 담당하고 있음. 스마트 미디어 환경의 성장에 따른 플랫폼 비즈니스의 미래에 대한 인사이트를 키우고 있음. 국내/외 전자책 시장 및 플랫폼 비즈니스 관련 기고 및 강의를 하고 있음. 지은 책으로 <아마존닷컴 경제학>(에이콘출판/2013.1.)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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