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콘텐츠 산업에서의 공정상생 (엔콘텐츠, 18년 3~4월호)

외부 매체 기고 2018. 2. 22. 19:33

출판 콘텐츠 산업 발전은 창작자에 대한 보다 넓은 해석과 권익 보호에서 시작된다

 

류영호

(현. 교보문고 콘텐츠사업단 차장)

 

일반적으로 출판(出版, publishing)은 저작자의 정신적 활동을 통해서 만들어진 작품, 글, 미술, 사진 등의 저작물을 창의적으로 편집하여 인쇄 또는 전자적 방법에 의해 독자들에게 배포하는 문화적 행위이다. 일반적으로 서적, 잡지, 전자책 등의 발행을 말한다.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서는 “출판이라 함은 저작물 등을 종이 또는 전자적 매체에 편집, 복제하여 간행물(전자출판물)을 발행하는 행위”를 말한다. 쿠텐베르크 혁명 이후, 수백년을 이어온 종이책 중심의 출판 산업은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과 연계되면서 미디어 콘텐츠 산업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최근 세계 출판 산업은 종이책 시장의 감소와 전자책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시장이 성장하는 추세다. 국가별로 차이는 있지만 여전히 종이책이 80~90%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하지만,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스마트폰이 급속하게 보급되었고, 출판 콘텐츠도 전자책과 웹소설과 웹툰 등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출판 콘텐츠의 포맷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속성이 변하고, 유통도 오프라인 서점에서 온라인 서점 또는 모바일 앱스토어(app store)로 시장의 판도 변화도 진행 중이다.

기본적으로 출판의 결과물이 생산과 유통, 소비의 과정을 거치기 위해서는 창작자의 노력에서 시작된다. 상업적인 가치를 가진 저작물로서 출판을 시작한다면 창작자(저작권자)는 저작권에 대한 인식과 준수가 필수적이다.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명시하고 있고, 저작자는 '저작물을 창작한 자'로 규정하고 있다.

 

콘텐츠 산업 발전의 시작이자 중심은 창작자다

통상 저작자는 창작자와 동일한 개념으로 이해되고 그에 부합하는 권리를 확보할 수 있다. 이는 국가가 정한 저작권법에 의해 법적으로 규정되고 보호받을 수 있으며, 국제적으로는 ‘베른 조약(Berne Convention)’ 등에 의거해서 저작자의 권리가 존중된다. 오랜 세월동안 각국의 관련 당국과 법률가, 출판계 전문가들이 협력해서 저작권법은 창작자의 권익 보호를 중점으로 개정되고 있다. 하지만, 순수 창작물은 매년 증가하고 형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출판 콘텐츠 사업 구조도 빠르게 변하면서 창작자의 권익이 오히려 침해되는 사건도 증가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 법이 시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그만큼 사회적 합의 과정과 이해관계자간의 충돌을 풀 수 있는 시간도 길어지고 있다.

저작물이 저작자로부터 소비자에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저작물에 대한 투자와 유통을 담당하는 이해관계자가 필요하다. 이들은 투자를 회수하고 이익을 얻기 위해 콘텐츠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이를 위해 창작자와 사업자 간에 사전 체결되는 저작권 계약은 저작물의 유통과 이용에 핵심적인 사항이다. 그런데 국내 출판 저작권 계약은 이러한 계약 당사자 모두에게 공정하고 상생을 위해 체결되는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해리포터』시리즈와 『미생』 등 출판 콘텐츠로 시작해서 OSMU(One Source Multi Use) 사업 모델 등에 원천 콘텐츠의 저작권은 더욱 중요해졌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저작물의 부가가치 창출이 생기면서 기대 이상의 경제적 성공이 많아지고 있다. 사전에 원칙적인 계약이 사업자와 창작자간에 진행하지 못해서 추가적인 보상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한국 출판 저작권 계약의 문제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던 것이 바로 〈구름빵〉 이슈였다. 백 모 작가가 동화책 한권으로 인해 10여 년 간 발생한 관련 매출이 4,000억 원이 넘지만, 작가가 그로 인해 얻은 수익은 1,850만 원이 전부라고 해서 사회적으로 떠들썩했다. 문제는 당시 작가가 계약 당시 출판사로부터 일정한 대가를 받고 관련 권리를 모두 넘기는 저작권 양도 계약을 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저작권 양도 계약은 기간이 무기한이고, 대가의 지급은 일시불인 형태가 보통이었다. 저작권 양도 후 저작물의 이용에 따른 경제적 가치가 급증해도 창작자는 추가적인 이익을 얻는 것이 불가능한 계약 관계였다.

이후 분쟁 조정 과정을 통해 출판사 측에서 작가와 맺은 계약서를 수정하고 저작권, 출판권, 2차 저작권에 대한 포기 의사를 밝혔다. 2015년 4월에는 일명 '구름빵 보호법'이라고 불리는 저작권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매절계약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저작권법의 일부를 개정하고 창작자가 유통업자 등에게 공정한 보상을 법적 권리가 신설된다는 취지였다. 이후, 당시 출판사 직원이었던 사진작가와 공동 저작권자에 대한 이슈로 소송이 있었지만, 2016년 1월에 법원은 최종적으로 책에 삽입된 사진은 사진 작업의 전 과정을 기획하고 실제 담당한 백 모 작가에게만 저작권을 인정했다.

출판계약은 크게 저작권자의 저작권이 이용자에게 넘어가는 ‘저작권 양도 계약’과 저작권자에게 저작권이 유보되는 ‘출판 허락 계약’으로 구분된다. 모두 사업자에 의해 저작자의 책이 출판되고, 그에 대한 일정한 대가가 지급된다는 점에서는 외형상으로는 구분하기 어렵다. 상당수의 저작자들은 직관적이고 창조적인 창작활동에 전념하면서 법과 계약서 조항 등에는 관심이 없거나 멀리하는 편이다. 그래서, 저작권이나 관련 계약에 관한 지식이 사회 일반인 수준이거나 부족한 경우, 주변에 법적인 조언을 해줄 전문가나 지원받을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상대적으로 사업자들은 사업을 영위하면서 저작자 또는 다른 사업자와의 계약 또는 분쟁사례에서 경험과 지식을 얻을 기회가 많은 편이다. 스스로의 경제력으로 비교적 쉽게 전문가의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저작자와 사업자 사이의 저작권 계약 관계에 대한 지식 불균형은 우월한 지위에 따른 불공정한 계약 체결의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창작자에 대한 보다 넓은 의미의 재정의가 필요하다

출판 콘텐츠 산업의 변화 양상을 토대로 보면, 창작자를 지식과 감성을 글로 쓴 저자(著者)로 한정시키는 것은 다시 생각해볼 이슈다. 출판 콘텐츠의 속성상 저자의 기본 원고는 출판 기획 과정에 참여하는 편집자와 디자이너 등 포함될 필요가 있다. 출판 산업의 중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창작자를 광의(廣義)적으로 재정의하고 관련 조항을 다시 풀어보자는 의미다. 물론, 원천적인 저작권은 저자의 소유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항이다. 창작자에 대한 개념을 확대하고 그에 부합하는 시대적 변화를 적용한 저작권법 개선 요구가 출판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국내 저작권법 개정의 역사는 ‘저작자와 저작인접권자의 권리 강화를 위한 법 개정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저작물 이용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출판자’의 권리에 대한 배려는 실질적으로 미흡한 부분이 많다. 저작인접권은 저작물을 공중에 전달하는 데 있어서 자본 투자 및 창의적인 기여를 한 자에게 부여하는 권리다. 이 측면에서 볼 때 실연자, 음반사업자, 방송사업자 등 기존 저작인접권자와 출판자 사이에 차등을 두는 것으로 출판계는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출판 콘텐츠 창작에 대한 저작인접권은 저작권법 규정으로 출판사(출판자)에게 판면권(版面權) 부여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판면권은 판면(책의 편집된 페이지)을 만들기 위해 출판사가 기획과 원고 정리, 편집(레이아웃·교정·교열), 제작에 기울인 노력의 결정체에 ‘저작인접권’ 같은 권리로 볼 수 있다.

그리고, 현행 저작권법은 수업 목적 저작물 이용, 수업 지원 목적 저작물 이용, 도서관에서의 저작물 이용, 교과용 도서에 저작물을 게재한 경우 등에 대해 저자(저작권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저작물 이용자인 대학, 교육청, 도서관, 교과용 도서 제작자 등이 한국복제전송저작권협회에 보상금을 납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통해 확보되는 보상금은 출판물의 저자에게만 지급된다. 도서의 무상 이용과 보상금이 늘어나는 환경에서 저자와 함께 출판 콘텐츠 창작자라고 볼 수 있는 출판사는 배제되어 있다. 출판자의 목소리가 저작권법에 개정에 합리적으로 수용되어야 창작자 중심의 출판 생태계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산업의 발전 속도에 맞는 합리적인 창작자 보호와 시스템이 필요하다

뉴미디어와 모바일 환경이 일상화되면서 출판 콘텐츠와 유통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소위 ‘스낵 컬처(Snack Culture)’로 불리는 웹소설과 웹툰은 큰 틀에서 출판 산업에 들어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국내 웹툰 산업의 규모가 2020년에 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7년에 웹툰 플랫폼은 40개가 넘었고, 해외 진출까지 성공한 몇몇 플랫폼은 100억 원에서 1,000억 원에 이르는 투자를 유치하기도 한다. 웹툰이 새롭게 떠오르는 비즈니스 모델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 수년 간 웹툰 시장은 높은 성장률을 보였지만, 반대편에는 불공정 행위, 부당 처우 등의 그림자도 공존하고 있다. 2017년 유명 웹툰 플랫폼인 L사는 블랙리스트 의혹, 원고료 미지급, 지각비 문제 등으로 연이은 논란으로 이슈가 되었다. 이에 L사는 작가 커뮤니케이션 부서 신설, 지체상금 폐지, 미니멈개런티(MG) 인상 등 개선책을 발표했지만, 상호 소송이 진행되면서 논란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 유명한 작가나 인지도가 높은 제작자는 대형 플랫폼과 콘텐츠 계약을 체결할 때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무명이거나 신인 작가들에게는 어려운 현실이다.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서 저작권과 계약 조항을 위배하는 행위를 벌이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피해를 호소하는 창작자들도 비례하고 있다.

불합리한 창작자의 권리 침해를 바로 잡고 업계가 공정하고 상생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은 당사자간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갑과 을이라는 현실적인 이해관계가 있고, 개인과 기업이라는 몸집의 차이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업을 위해 체결한 계약 관계로 인하여 발생하는 각종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첫 단추는 서면으로 작성된 업계 ‘표준 계약서’를 쓰는 것이다. 하지만, 계약서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형식적으로 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계약서의 조항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당사자가 정확하게 이해하고 중요성을 인식하는 일이다. 만약 문제점이 있으면 저작권 관련 기관의 상담 협조 또는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앞으로의 출판 창작자들을 위한 공정과 상생 이슈는 사업 환경을 선도하는 저작권법 개정과 함께 1인 창작자와 출판사를 위한 권익 보호도 중요한 과제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따르면 1인 출판사는 직원 4명 이하 규모로 대개 출판사 대표가 직접 기획, 필자 섭외, 원고 청탁, 편집, 디자인, 제본, 배본 및 유통과 홍보 등 출판의 전 과정을 담당하는 출판사를 뜻한다. 2013년 4만 4,148개였던 출판사 수는 2016년 5만 3,574개로 증가했다. 이중 연간 1~5종의 책을 발행하는 소규모 출판사는 3,730개에서 4,938개로 늘어났다.

1인 창작자와 출판사가 늘어날수록 불공정 거래와 저작권 침해 문제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창작자 스스로 자신의 권리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갖추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더불어, 유통 플랫폼 사업자들도 공정한 거래 관계 구축을 위해 창작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법률을 준수해야 한다. 새로운 수익 창출을 위한 2차저작물 제작과 판권 계약 체결에 있어서도 대한 용어 정의부터 계약 기간 및 수익 배분율이 업계 관행 또는 특약 사항이 표준 계약서를 기준으로 작성되었는지 상호 확인해야 한다. 끝으로, 불공정 계약 관행을 근절하고 창작자, 사업자, 정부 등 다양한 주체가 모여서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자리와 시스템 구축이 절실한 시대다. 2017년 12월에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콘텐츠산업 중장기 정책 비전>의 3대 기본 방향에 ‘공정 상생’이 핵심 키워드로 들어있다. ‘공정하고 상생하는 산업 환경 조성’과 ‘정의롭고 공정한 저작권 기반이 강화’될 수 있도록 앞으로 출판업계뿐만 아니라 지식문화산업계가 공동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끝’. 

posted by 류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