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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시장의 주요 흐름과 출판 생태계의 방향 <출판문화-2017년 10월호>

외부 매체 기고

by 류영호 2017. 9. 2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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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시장의 주요 흐름과 출판 생태계의 방향

 

류영호 (교보문고 콘텐츠사업단 차장)

 

2007년 아마존이 킨들을 출시하면서 매년 급속한 성장을 이어가던 전자책은 미국 출판시장의 25%, 영국은 15%, 일본은 10% 내외로 출판 시장 내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영어권 국가를 중심으로 성장률에 정체 신호가 들어왔다. 미국출판협회(Association of American Publishers, AAP) 집계에 따르면, 2016년 1월부터 9월까지 도서 판매에서 전자책 매출은 18.7% 감소하고, 종이책은 7.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출판협회(Publishers Association, PA)도 2016년 영국의 전자책 판매가 17% 감소, 종이책은 7%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전자책 전용 단말기(e-reader) 판매도 2011년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5년간 약 40% 정도 감소했다. 해외 전자책 시장 정체의 주요 원인으로는 이용자들의 디지털 피로도 현상과 메이저 출판사들의 전자책 가격 인상이 있다. 이용자 관점에서 보면, 다수 독자들이 느끼는 전자 기기를 통한 장문 읽기의 부담감과 다양한 멀티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이용률의 증가가 정체의 원인으로 찾을 수 있다.


메이저 출판사들도 종이책 판매에 대한 우려와 함께 전자책에서 수익력을 높이겠다는 목적으로 전자책 가격을 올리고 있다. 실질적으로 페이퍼백(paperback)과 가격 차이가 크지 않으면서 대다수 종이책에 익숙한 독자들은 전자책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메이저 출판사가 아닌 개인(독립) 저자들이 자가출판(self publishing)을 통해 제작한 전자책은 시장의 약 40% 정도를 차지하면서 시장 내에서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전자책보다 오디오북이 대중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디지털 콘텐츠를 선호하는 출판 독자층이 넘어간 측면도 있다. 2017년 초 퍼블리셔스 마켓플레이스(Publishers Marketplace)가 발표한 유통 플랫폼별 시장 점유율을 보면, 미국 전자책 시장에서 아마존은 71%, 애플은 14%, 코보는 9%, 구글은 2%, 기타 4% 정도다. 시장에 매우 큰 이슈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아마존의 압도적인 시장 지배는 지속될 전망이다.


그러면, 한국 전자책 시장의 현황을 살펴보자. 한국 출판 시장에서 전자책의 점유율은 수년 째 3% 내외로 추정된다. 단행본 전자책은 출판사의 동시출간율이 높아지면서 콘텐츠 종수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더해 웹소설을 중심으로 하는 스낵 컬처(snack culture)형 콘텐츠가 급성장하면서 텍스트 읽기를 즐겨하는 독자들이 몰리고 있다. 웹툰과 웹드라마 등으로 연결되는 스낵 컬처는 이제 모바일 라이프스타일에서 대세가 되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발표한 '2016 출판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자책 유통사 매출은 1,258억원으로 전년보다 25.4% 증가했다. 전체 출판산업에서 전자책유통사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1.2%에서 2015년에는 1.6%로 0.4%포인트 증가했다. 진흥원은 주요 통신사와 포털사이트 업체에서 유통되는 전자책까지 포함할 경우 전자책 시장 규모가 1,500억∼1,6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예측했다. 전자책 매출의 72%는 로맨스소설과 판타지, 무협 등 이른바 장르문학에서 나왔다. 이 중 웹소설 형태의 전자책 매출이 333억원으로, 전년 대비 73% 늘어났다.


최근 2017년 말에 재개정될 도서정가제가 주요 관계자간에 현행 유지로 잠정 합의되었다. 따라서, 종이책 대비 전자책의 가격 책정은 현재 수준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공공·사립·기업 등의 전자도서관도 대대적인 추가 예산 집행이 없는 이상, B2B 시장도 큰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하지만, 각종 스토리 공모전과 웹소설 연재 서비스에 대한 공급과 수요는 매년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양대 포털사와 각종 출판 콘텐츠 유통 플랫폼의 적극적인 투자와 해외 진출 추진은 국내 전자책 사업 확장에 적지않은 파급력을 미치고 있다.

 

전자책의 본격적인 외연 확장이 필요한 시기


출판사의 규모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해외 출판사들은 디지털 전문 임프린트(imprint)를 조직화하거나 외부 인력 영입에 적극적인 추세다. 북테크(book tech)를 접목시키기 위해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추진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유통사도 자체 콘텐츠 기획과 제작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최근 아마존은 어린이와 청소년 독자들을 위해 채팅형 전자책 콘텐츠인 '래피즈(Rapids)'를 선보였다. 웹소설 전문 플랫폼인 왓패드도 채팅형 앱인 ‘왓패드 탭(wattpad tap)’을 출시하면서 모바일에 사용자 경험에 최적화된 전자책을 판매하고 있다.


최근 전자책은 종이책이 있는 타이틀보다 디지털 온리(digital only) 방식의 개인 출판 콘텐츠의 공급과 소비가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다. 판매 가격면에서도 일반 단행본 전자책보다 저렴하고, 미스터리·로맨스·SF·판타지 등 킬링타임용으로 적합하다. 일부 콘텐츠는 내용을 보완해서 종이책으로 출간하거나 드라마/영화/애니메이션 등의 소재로 판권 판매가 이어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독자들의 콘텐츠 소비 패턴의 변화가 전자책 시장의 판도 변화를 만들었다. 전자책은 출판 산업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울만큼 정보통신기술(ICT)과 연결된 융복합형 콘텐츠다. 전자책은 종이가 아닌 다양한 스크린과 플랫폼이 인터넷을 통해 연결되어야 완성되고 소비된다.


전자책은 모빌리티(mobility) 환경에서 집중력을 요구하는 콘텐츠라는 점에서 소비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다. 이는 읽기 시간이 많이 필요한 단행본 전자책이 장르문학이 주도하는 웹소설에 비해 성장세가 둔화된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유통 관점에서 보면, 단행본은 회원제 방식의 서브스크립션 판매 모델이 수요자에게 좀 더 매력적이다. 일정 금액의 회비를 지불하면 특정 수량 또는 스토어 내 전량의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아마존 킨들 언리미티드(kindle unlimited)는 140만 개의 전자책 타이틀을 서비스하고 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오디오북도 서브스크립션 모델로 전자책 플랫폼에서 카테고리 확장을 주도하고 있다.


무엇보다 출판 업계는 독자들이 영화/게임/음악 등 경쟁 콘텐츠 시장으로 이동하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 플랫폼 비즈니스에 적합한 전자책 사업 생태계 구축이 중요하다. 시장 참여자들마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있지만, 콘텐츠 제작-유통-소비의 큰 축이 균형을 맞추고 협력해야 한다. 이해 관계자 간의 불협화음으로 콘텐츠 시장 내 대응력을 제대로 키우지 못한 정책과 전략도 개선이 필요하다. 최근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한국전자출판협동조합, 오디언소리, 에스프레소북 등 17개 전자출판사의 신규 회원 가입을 승인한 것은 국내 출판 산업 전체의 상호 협력을 위한 의미있는 결정이다. 한 국가와 언어권의 지식문화를 대표하는 콘텐츠로 책의 본질적 가치는 변함이 없다. 오히려 디지털 시대일수록 체계적이면서 포괄적인 아카이빙과 유통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실제 산업 현장의 속도를 맞춰가는 법과 제도의 정비와 균형이 중요하다.

 

국내 전자책 시장,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분다


최근 출판사와 유통사를 중심으로 전자책 사업에 대한 재도약과 확장의 신호가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다. 황금가지의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와 위즈덤하우스미디어그룹의 ‘저스툰’ 등 출판사의 콘텐츠 사업의 확장에서 있어서 매우 의미있는 사례다. 시공사는 아시아 최초로 마블코믹스(Marvel comics) 전자책을 국내에 출시했다. 이어서 유통사를 보면, 교보문고는 본격적인 웹소설 사업 추진을 위해서 '톡소다(Toc soda)' 플랫폼을 오픈했다. 리디북스도 연재 전용 ‘리디스토리’에서 웹툰과 만화 콘텐츠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예스24는 와일리(WILEY)의 해외 원서와 EBS의 학습서를 결합한 태블릿을 판매하고 있다. 인터파크는 전자책 앱에서 외국도서를 읽을 때 실시간 한글 번역을 해주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온라인 도서 플랫폼인 밀리(Mille)의 서재는 월 9,900원에 이용할 수 있는 전자책 서브스크립션 모델을 선보였다. 이렇게 전자책 사업자들은 출판 콘텐츠 시장에서 소구력이 높은 콘텐츠 제작과 일반 독자들의 사용자 경험을 높일 수 있는 솔루션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페이스북,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등 각종 소셜네트워크와 큐레이션(curation) 서비스가 확장되면서 전자책 마케팅에도 적용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전자책 유통사들은 대부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식 계정을 활발하게 운영하면서 독자의 접점을 강화시키고 있다. 독서 인구도 줄어들고, 다른 산업의 콘텐츠와 시간점유율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여전히 출판 생태계는 종이책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동안 전자책으로의 급속한 변화를 예견한 곳도 많았지만, 세계 출판 시장은 답보 상태에 있다. 전자책의 성장이 출판 산업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전자책과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종이책 출판 전략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고민과 도전이 필요하다. 종이책과 전자책의 경계를 허물어가는 작업들이 여러 곳에서 시작되고 있다. 독자를 고객이라는 단어로 치환하면 더욱 매력적이고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기본적으로 모든 전자책 플랫폼은 지속적으로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전자책 제작 기술과 뷰어의 기능 개선 등 유통 플랫폼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출판사는 단행본 전자책의 동시출간율을 현재 수준보다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선택부터 시도할 필요가 있다. 이는 전자책 판매를 올리는 측면도 있지만, 종이책을 포함한 해당 타이틀과 출판사에 대한 발견가능성을 더욱 높여줄 수 있다. 전자책은 독자의 구입과 독서 활동에 대한 데이터 분석이 종이책에 비해 훨씬 편리하다. 각종 전자책 이용 통계와 분석 등을 통한 데이터 전략 수립과 추진에 업계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책의 지식문화적 가치가 디지털 환경에서 더욱 빛을 낼 수 있도록 진정한 상생과 실천적 협력을 기대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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