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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점의 혁명: 리테일테인먼트와 독자취향저격의 시대 (기획회의 436호)
    외부 매체 기고 2017. 4. 7. 09:48

    《서점의 혁명》: 리테일테인먼트와 독자취향저격의 시대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온라인과 디지털 산업의 급속한 성장에 따라 전통적인 오프라인 서점은 위기에 직면했다. 상대적으로 온라인서점은 가격 할인과 무료 배송 등을 앞세워 시장점유율을 높여왔다. 계속되는 저성장 구조와 미디어 콘텐츠의 다변화는 독서 인구의 감소로 이어지면서 서점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2010년대에 본격화된 스마트 디바이스의 보급은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는 출판 유통 생태계를 뒤흔들며 물리적인 포맷과 공간의 구성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출판 콘텐츠의 포맷은 종이책에서 전자책과 웹 콘텐츠(web contents)로,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공간적 대립은 옴니채널(omni channel)로 연결되고 있다.


    서점의 위상이 줄어들었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 하지만, 서점의 부활을 말하는 현장의 목소리와 열정도 높아지고 있다. 전통적인 오프라인서점은 라이프 스타일(life style)이 접목된 고객밀착형 서점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츠타야 서점(Tsutaya Bookstore)의 성공이 국내에 전해지면서 오프라인 대형서점은 한국형 츠타야를 표방하는 분위기다. 서점은 더 이상 책만 판매하는 곳이 아니다. 책의 발견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참신한 진열과 각종 이벤트 등 참신한 아이디어가 서점의 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서점은 지적인 감성으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리테일테인먼트(Retailtainment) 비즈니스로 진화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서점의 혁명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라이프 스타일 제안에 집중하는 오프라인 대형서점


    오프라인의 특성상 서점으로 유입 가능한 모객의 수는 매출과 직결된다. 독자를 위한 매력적인 공간 구성은 항상 요구된다. 분류법 기준의 도서 추천과 베스트와 스테디셀러 중심의 진열은 점점 독자들과 멀어지고 있다. 수많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검색하고 공유할 수 있는 현대 사회에서 무차별적인 매스(mass) 마케팅은 성공률이 낮은 편이다. 서점에 오는 독자들에게 선택의 고민을 줄여줘야 한다. 그만큼 여유로운 시간을 갖게 하면 서점에 좀 더 오래 있을 수 있다.


    라이프 스타일을 오프라인 대형서점의 메인 컨셉으로 자리잡게 한 츠타야의 다이칸야마 T사이트(Daikanyama T-Site)를 살펴보자. 2011년 12월에 오픈한 곳으로 매거진 스트리트를 중심으로 요리/여행/디자인 등을 취급하는 전문 코너가 연결되어 있다.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카페와 중후한 멋이 느껴지는 라운지가 책을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 츠타야는 책을 통해 연령대와 취향에 맞는 이상적인 라이프 스타일 유형을 복합 진열을 통해 제안한다. 츠타야가 만드는 서점 공간의 변화는 연령대와 트렌드를 기반으로 독자들의 삶을 반영하면서 재탄생하고 있다.


    국내 오프라인 대형서점은 어떤 모습으로 변하고 있을까? 대표적으로 교보문고는 2015년 11월 광화문점 리모델링을 통해 ‘없는 책이 없는 서점’에서 독자가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서점’으로 과감하게 컨셉을 전환했다. 오고 싶고 머무르고 싶은 서점을 만들기 위해 매장의 통로를 넓히고 책의 전면 진열을 늘렸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보다 쉽게 책을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매장 내 5만년 된 대형 카우리 소나무 테이블도 설치해서 100명이 동시에 독서를 할 수 있게 구성했다. 책만 구입하는 1차원적인 서점의 기능에서 지식과 감성을 충전할 수 있는 다차원적인 서점을 지향하고 있다.


    그리고, 책을 진열하는 공간이 줄어들면서 발생하는 출판사와 독자들의 우려는 ‘바로드림센터’를 통해 불편함을 해소하고 있다. ‘바로드림 서비스’는 교보문고의 대표적인 온-오프라인 결합형 옴니채널 모델이다. 온라인 서점의 할인율을 적용받으면서 단시간에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수령해갈 수 있는 강점을 결합했다. 교보문고의 서점 모형 변화는 고객이 매장에 더 적극적으로 찾아오고, 더 오래 머무르게 하는 것이 핵심 목적이다. 


    책을 읽는 즐거움 이외에도 작가와 소통하거나 강연이 이뤄지는 ‘배움’, 시각예술 콘텐츠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교보아트스페이스’, 엄마와 아이가 함께하는 공간인 ‘키즈가든’과 ‘키위맘’ 등 문화체험 공간이 더해지면서 전체적인 시너지 효과도 높아지고 있다. 교보문고는 책이 함께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기획하고 독자에게 제안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과거에는 매장의 위치와 진열대의 위치에 따라 판매량 차이가 많았다. 이제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진열이 더 많은 고객을 유입하고 수익에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독자의 취향을 저격하고 있는 동네서점


    온라인서점이 성장하면서 지역의 동네서점은 급속히 쇠락했다. 새로운 선택이 필요했던 동네서점은 보다 독자친화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오프라인 대형서점의 물량 공세와 온라인서점의 배송 경쟁력과 직접적인 경쟁은 무리수가 많다. 개성있는 공간 구성을 경쟁력으로 삼으면서 새로운 감각으로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매장의 규모보다는 전문화된 분야, 특징있는 상품을 선호하는 독자의 취향을 저격하는 진열은 속도감과 더해지면서 차별화되고 있다. 


    이렇게 반전을 노리는 동네서점의 변화는 2011년에 오픈한 <땡스북스>가 시작점으로 평가된다. 서울 홍대라는 젊은이들과 문화예술인들이 밀집한 지역적 특성에 맞춰 주로 디자인 관련 서적을 판매하고 있다. 2014년에 서울 상암동에 오픈한 <북바이북>은 책맥(책+맥주) 문화를 유행시켰고, 북 콘서트와 감성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독자와 저자의 연결성을 강화하고 있다. 일반 서점에서는 찾기 힘든 독립 출판물만 판매하는 <유어마인드>는 독립 예술인들이 직접 제작한 출판물과 문구류, 음반 등을 판매하는 '언리미티드 에디션' 축제도 열고 있다. 제일기획 부사장 출신의 광고인 최인아 씨가 서울 강남에 문을 연 <최인아책방>은 지인들의 큐레이션과 특색있는 강좌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시인인 유희경 씨가 운영하는 시 전문 서점인 <위트앤시니컬>, 카피라이터 출신인 유수영 씨는 추리소설 전문 서점인 <미스터리 유니온>, 가수 요조 씨는 서울 북촌에서 <책방무사>, ‘기획회의’ 에디터 출신인 김세나 씨는 <세렌북피티>를 운영하고 있다. 기존의 서점업계와는 거리가 있는 외부인의 시선에서 책과 독자의 차별화된 연결고리를 만들고 있다. 


    이어서, 일대일 상담 후 고객에게 필요한 책을 처방(book pharmacy)해주는 서점인 <사적인 서점>, 요리 전문서점인 <북스쿡스>, 향기를 파는 서점인 <프레센트.14>, 북클럽과 심야서점을 운영하는 <북티크>, 경춘선 철길공원에 있는 서점인 <51페이지>, 해방촌에 문을 연 독립출판물 전문서점 <스토리지북앤필름>과 문학 전문서점 <고요서사>, 예술 전문서점 <비플랫폼(B-platform)> 등 신선한 감각으로 독자의 취향을 저격하기 위한 특색있는 동네서점들도 독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서울을 벗어나 지역의 특색있는 동네서점도 독자들의 색다른 관심을 얻고 있다. 청소년 전문 서점으로 유명한 부산의 <인디고서원>은 지역 청소년들에게 인문학을 교육하면서 학술지를 발간하고 있다. 충북 괴산에 있는 <숲속작은책방>은 책과 함께하는 북스테이를 운영하면서 자연 친화적인 면모를 유지하고 있다. 경남 통영에 자리잡은 출판사인 '남해의 봄날'이 운영하는 <봄날의 책방>은 지역의 아름다운 문화와 조화를 이루면서 랜드마크가 되었다. 강원도 속초에서 1956년 개업 이후 3대째 이어지고 있는 <동아서점>은 특색있는 책 추천과 진열로 인기가 높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동네서점의 성공전략은 대표(또는 실무운영자)분들의 전문성과 지역적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아이템을 발굴하고, 단골 독자들과 친밀한 커뮤니티를 유지하면서 매장을 구성한다는 점에 있다. 전체적인 서점업의 균형을 맞추면서 지역의 지식문화를 유지 발전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출판 생태계의 활력과 상생을 위한 정책적 지원과 협력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  

      

    오프라인으로 확장하고 있는 온라인서점


    온라인 서점도 오프라인 경험과 연결하기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오프라인 확장을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대표적인 브랜드는 아마존닷컴이다. 이미 2015년 11월에 아마존북스(amazon books) 1호점을 본사가 있는 미국 시애틀에 출점한 바 있다. 최근 4호점을 동부해안 지역인 데드햄에 오픈했고, 현재 준비중인 곳을 합산하면 9호점까지 예정되어 있다. 매장 내에 진열되는 책은 철저하게 온라인에서의 판매량과 별점 평가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고객들이 서점에서 책을 찾기 위한 노력을 최소화시켰다. 감성적인 매력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미 검증된 책을 편리하게 구입할 수 있는 프로세스에 대한 호응도 높은 편이다. 아마존 프라임(prime) 회원에 대해서는 할인을 더해주고, 원클릭(one click) 결제를 유도하면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플랫폼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국내에도 온라인서점의 오프라인 진출이 활발한 편이다. 2011년부터 중고서점 사업을 선도하고 있는 알라딘은 현재 전국 33곳에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중고책 이외에도 음료 판매와 굿즈(goods) 진열 등 북카페 형태로 확장하고 있다. 인터파크는 카오스재단을 통해 공익을 목적으로 한 <북파크>를 용산 블루스퀘어에 오픈했다. 과학 도서들이 중심이지만, 어린이 도서와 디자인과 예술서적 등으로 확대했다. 복합문화공간 운영을 통한 수익금 전액을 과학 대중화를 위해 기부하고 있다. 예스24는 2016년 강남에 중고 서점을 오픈하면서 오프라인 진출을 시작했다. 최근 부산비엔날레 전시장으로 활용된 <F1963>(옛. 고려제강 부산공장)에 약 20만권을 진열할 수 있는 대형서점을 준비하고 있다. 

     

    서점의 본연적인 가치는 책과 독자의 만남을 지속적으로 연결시키는데에 있다. 산업의 발전으로 인해 분야와 채널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출판과 서점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오프라인은 규모와 위치에 따라 고객 유입과 만족도 향상을 위해 최적화된 진열과 책과 연결되는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온라인은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추천과 오프라인 연계 진출을 강화하고 있다. 독자가 중심이 되는 서점의 혁명은 공간의 재배치를 통한 하드웨어적인 변화만으로는 부족하다. 독자들의 다양한 취향과 책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연계한 큐레이션, 저자와 독자가 친밀하게 할 수 있는 커뮤니티 등 소프트웨어의 발전이 병행되어야 한다. 결국,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주도하는 미디어 콘텐츠로서 출판은 생존의 기로에 있다. 


    서점은 저자와 출판사, 독자가 자유롭고 더 애착된 관계를 유지시키는 강력한 지식문화의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이제 서점과 연결된 독서 공간은 온-오프라인을 넘나들고 있다. 다양한 북클럽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시공간을 넘어 활동들이 일어나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편안한 지식문화 공간을 원하는 독자들에게 오늘의 서점은 치열한 고민과 실험을 통해 도전을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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