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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urning the Page> 추천사
    눈에 띄는 책 2014. 6. 17. 16:37

    책의 혁명은 시작되었다. 수천년을 이어온 쓰기와 읽기의 문화는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지속되고 있다. 인류의 진화와 함께 디지털 산업의 발전 속도는 상상을 넘어서고 있다. 구글의 디지털 도서관 프로젝트를 통해 수천만권의 고문헌과 책이 디지털화되었고, 각종 스마트 디바이스와 모바일 네트워크를 통해 아주 편리하게 전자책을 이용할 수 있다. 쿠텐베르크의 인쇄술 발명 이후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에게 책은 지식정보의 활용의 보편성을 실현하고 있다. 1971년 마이클 하트에 의해 전자책의 서막이 오르면서 전통적인 출판 산업의 가치사슬 구조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이를 통해 출판 기획과 제작에 이어 독서 습관까지 출판 생태계의 모든 것들이 변화의 길을 걷고 있다. 전자책은 인류사회의 지식문화 기반의 변화를 선두에서 이끌어 가고 있다. 2013년 말 기준으로 미국의 전자책이 전체 출판 산업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20% 중반대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도 이제 3% 대에 진입한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전자책의 본격적인 성장을 보여준 것은 바로 아마존닷컴의 킨들(Kindle)이다. 2007년 11월, 킨들 출시 전후를 기점으로 전자책은 혁명적인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온라인 도서유통 채널을 지배하고 있는 아마존닷컴은 출판 산업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아마존의 수장인 제프 베조스는 ‘킨들은 디바이스가 아닌 서비스다’라는 목표를 내세웠다. 디지털 독서 환경을 선도적으로 변화시키지 위해 ‘Lab 126’을 연구개발의 거점으로 삼았다. 콘텐츠(C)-플랫폼(P)-네트워크(N)-디바이스(D)의 연결 구조를 일원화시킨 아마존의 킨들은 출판과 독서 환경에 강렬한 ‘불꽃’을 일으켰다. 아마존은 킨들 전자책 판매가를 역마진까지 물면서 저가 할인 정책을 고수했다. 전통적인 출판 유통 구조에 파괴적 혁신을 선도하고 있지만 메이저 출판사들과의 가격 정책 분쟁 등 여러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지난 10여년 동안 아마존닷컴은 디지털 기술의 진화와 출판 생태계와의 연결을 통해 다양한 변화를 이끌어가고 있다.


    이번에 <Burning the Page>가 한국어로 번역 출간이 되었다. 아마존닷컴에서 킨들 런칭 팀에서 오랫동안 일한 제이슨 메르코스키(Jason Merkoski)가 쓴 책이다. e커머스와 디지털 전문가인 저자는 책의 미래에 대한 여러 단상을 아마존닷컴에서 경험과 출판 현장의 흐름을 연결했다. 비밀주의로 유명한 아마존에서 전자책 킨들을 준비하면서 만난 각종 출판사와 기업들과의 숨겨진 이야기 등 전자책의 혁명에 대한 다양한 관점들을 만날 수 있다. 그는 작가, 출판사, 서점, 도서관 및 독자들에게 아마존이 고심을 거듭했던 여러 흔적들을 공개한다. 아마존닷컴이 전자책 시장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된 핵심 성공요소를 면밀하게 경험할 수 있다.


    제이슨 메르코스키는 전자책의 골드러시(gold rush)를 만든 조직을 이끌었지만, 유년시절에 맡았던 인쇄용 잉크와 종이책의 질감, 도서관의 감성을 즐기는 독서가다. 그는 출판 산업을 둘러싼 모든 이들에게 '첨단 기술에 대한 선택의 주도권을 언제 어떻게 가질 것인가?'에 대한 질문과 '출판 산업이 어떻게 변화하든지 명백한 것은 힘이 이동하고 있다'는 주장을 내세운다. 업계 관계자로서 많이 동감되는 이야기다. 기술적으로 책은 디지털 콘텐츠의 창고인 클라우드(cloud)로 이동하고, 다양한 하이퍼링크를 통해 다양한 관계구조를 빠르게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소셜리딩(social reading) 커뮤니티가 확장되고 책의 발견가능성도 차원이 다른 네트워크를 형성된다. 이렇듯 새로운 독서문화 형태인 ‘리딩 2.0'의 시대는 책의 디지털화에서 시작된다. 저자는 책의 미래를 출판 유통 분야에 한정하지 않고 언어, 교육, 도서관, 글쓰기 및 읽기의 변화 양상까지 연결하고 있다. 그만큼 출판을 둘러싼 제반 환경은 책의 변화에 따라 향후의 모습과 가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저자는 책의 미래에 대해 상상력으로의 회귀를 강조한다. 독서는 상상력을 일깨우는 시간 활동으로 전자책도 물리적인 특성을 사라지면서 책 자체의 콘텐츠와 독자의 상상력이 몰입에 들어갈 때 진정한 가치를 지닌다. 이제 전자책은 출판업계와 독자들에게 두렵거나 생소한 단어가 아니다. 본문의 알찬 내용과 북마크를 함께 읽다보면 책에 대한 저자의 애정과 열정 그리고 미래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배울 수 있다. 여전히 전자책 혁명이 가아할 최종 목적지의 방향과 거리는 정해진 바가 없다. 이러한 시점에 출간된 <Burning the Page>는 책과 독서의 미래라는 복잡한 질문에 대해 가장 선명하고 힘있는 답을 제시하는 빛나는 책이다.


    __ 류영호 (현. 교보문고 콘텐츠사업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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