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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국내 전자책 시장 동향 (출판문화, 2015년 12월호)

외부 매체 기고

by 류영호 2016. 2. 12.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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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국내 전자책 시장 동향



전반적으로 소강상태(小康狀態)를 보인 한 해였다. 단행본 중심의 전자책은 지속적인 독서율 감소, 개정 도서정가제 등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둔화되었다. 하지만, 전자책 시장의 외연은 상대적으로 넓어지고 있다. 웹소설과 웹툰으로 대표되는 웹콘텐츠(web contents)는 전자출판기술을 활용해서 다양한 독자들과 확장된 관계를 만들고 있다. 모바일 환경에 익숙해진 독자들은 디스플레이 ‘읽기’에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 종이책과 전자책을 교차하면서 읽는 하이브리드(hybrid) 독서율도 높아지고 있다. 종이책이 있는 전자책에서 디지털 온리(digital only) 형태로 만들어진 콘텐츠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디지털 콘텐츠 유통은 ‘소유’에서 ‘소비’의 형태로 환경이 변하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서 짧은 시간에 즐길 수 있는 문화콘텐츠인 스낵컬처(snack culture)가 유행이다. 종이책과 전자책 읽기에 익숙한 독자들도 점점 스낵컬처로 이동하고 있다. 보다 짧고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진 콘텐츠를 원하는 대로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선호도가 높다. 이제 생산자가 주도하던 시대에서 소비자가 주도하는 시대로 콘텐츠 시장은 급변하고 있다.



장르문학의 강세와 인문 분야의 높은 인기


본론으로 들어가서, 2015년 국내 전자책 시장은 어떻게 움직였는지 살펴보자. ‘교보문고의 2015년 상반기 전자책 판매 동향’에 따르면, 로맨스/판타지/무협으로 대표되는 장르소설 분야가 54.2%로 가장 높은 판매 점유율을 보였다. 장르소설에 일반 소설 분야를 합하면 64.1%를 점유하고 있을 정도로 독자들은 ‘스토리’가 있는 콘텐츠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르소설 이외에 일반 분야 전자책 판매는 하락했는데, 이는 도서정가제로 인한 가격 할인이 제한되면서 평균 가격이 높은 도서에 대한 독자들의 구매력을 이끌지 못한 편이었다.


그리고, 종이책 베스트셀러의 영향으로 인해 인문 분야의 판매량이 높아졌다. 종이책 베스트셀러에서 인문 분야의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전자책 판매에도 영향을 주었다. 종이책 베스트셀러인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미움받을 용기》등 인문 분야가 상위권에 진입했다. 인문 분야는 전자책으로 읽기에는 다소 무거운 분야였지만, 20~30대 독자들을 대상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인문학 개론서가 출간되면서 전자책 독자들도 관심이 높아졌다. 세계 전자책 판매량 1위인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영화 개봉으로 인해 종합 1위에 올랐다. 《50가지 그림자 심연》, 《50가지 그림자 해방》 등 시리즈가 나란히 상위권에 올랐다. 전자책 시장은 장르소설을 주로 읽는 마니아층들이 많고, 19금(禁) 전자책은 종이책으로 구입하는 것보다 전자책 선호도가 더 높은 편이다.


장르소설을 제외한 전자책 베스트셀러를 살펴보면, 영화화된 원작소설의 상위권 형성 등 종이책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종이책과 전자책의 동시출간율이 높아졌고, 종이책 베스트셀러를 전자책으로 읽는 독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문 분야와 미디어셀러(media seller) 전자책의 높은 인기는 하반기에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B2B 시장은 각급 전자도서관과 기업의 전자책 관련 예산 집행이 축소되면서 전반적으로 위축된 분위기다. 낮은 이용률과 개정 도서정가제에 따른 장서 구입량의 축소 등 여러 제약 요건이 있었다. 독서 인구 확대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는 도서관의 전자책 관련 투자는 거시적 관점에서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전용 단말기 출시 등 새로운 도전


하반기에는 메이저 유통사의 전자책 전용 단말기 출시가 주목되었다. 전자잉크(e-ink)의 품질이 개선되면서 스마트폰 등에 밀렸던 전자책 전용 단말기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이퍼브가 ‘크레마 카르타’를 출시했다. 300ppi급 고해상도와 전자잉크 패널의 잔상 제거 기술인 리갈 웨이브폼(regal waveform) 적용으로 종이책과 같은 느낌을 구현했다. 리디북스는 자사의 첫 전용 단말기인 ‘리디북스 페이퍼’를 출시했다. 전용 단말기가 독서에 더 적합하고 전용 단말기로 콘텐츠 플랫폼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 1년간 준비했다. ‘리디북스 페이퍼’는 300ppi급 페이퍼 모델과 212ppi급인 페이퍼 라이트 두 가지 모델로 출시되었다.


교보문고는 애플 아이패드, 삼성갤럭시 탭, LG Gpad, 소니 엑스페리아 등 태블릿과 회원제 콘텐츠 서비스인 샘(sam)을 결합해 판매하고 있다. LG유플러스 부가 서비스로 전자책 구독을 할 수 있는 ‘Sam for U+’를 출시했다. 이처럼, 전자책 서점들이 자사의 전용 단말기 출시하거나 제조사 및 통신사와 결합 상품을 출시하는 이유는 독자의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누가 더 많은 충성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가’, ‘이를 위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 이는 전자책 유통 플랫폼들이 가장 깊이 고민하는 부분이다. 국내 전자책은 출판 시장에서 약 3% 정도 점유하고 있다. 최근 성장세가 둔화되었지만, 해외 시장의 점유율과 성장률을 보면 잠재력은 충분하다. 만약 아마존, 코보, 애플 등 해외 메이저 사업자들이 정식으로 진출한다면, 국내 전자책 시장은 지금과는 다른 구조로 급변할 것으로 전망된다.


출판사를 통한 단행본 전자책 계약과 유통은 콘텐츠 부족에 대한 독자들의 갈증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 전자책 서점들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다양한 장르의 작품 연재와 공모전을 확대하고 있다. 교보문고는 기존의 작가 독점 연재 메뉴에 출판사 누구나 직접 등록하는 완결·미완결 콘텐츠 연재를 오픈했다. 9월에 진행된 제3회 스토리 공모전 시상식은 피칭 행사와 연계하여 드라마/영화/만화 등 미디어 콘텐츠 업계 관계자에게 호응을 얻었다. 예스24는 4컷의 일러스트에서 1컷을 선정하고, 일러스트에 어울리는 이야기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e연재 공모전을 진행했다. 카카오페이지, 북팔, 조아라닷컴 등 콘텐츠 전문 플랫폼도 국내 작가 및 장르소설 출판사와 다양한 협력을 추진했다. 종이책과 전자책 출간 지원을 통해 창작 역량이 높은 작가와 흥미로운 스토리 발굴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단행본 전자책의 판매 방식 변화도 주목해야할 점이다. 일반 판매를 통한 소유가 아닌 대여를 통한 할인 방식을 선보이고 있다. 종이책과 동일한 도서정가제를 적용받는 관계로 할인율이 낮아진 영향에서 시작되었다. 대여 방식은 가격을 판매자가 저작권자와 합의하에 얼마든지 낮출 수 있다. 최근 10년/24년이라는 파격적인 대여 기간을 내세운 이벤트가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사실상 독자 입장에서는 구매를 하는 것과 차이가 거의 없다. 국내 전자책 가격이 종이책 대비 평균 70% 수준임을 감안하면, 종이책 가격의 절반 이하인 장기 대여는 구매력 상승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11월에 개최된 ‘2015 디지털북페어코리아’는 디지털 쉼표, 이북(e-Book)을 표어로 국내외 전자책 동향과 미래 전망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행사였다. 혁신적인 전자책 제작/유통 기술을 갖고 있는 여러 전문 회사와 기관이 참여해서 역량을 선보였다. 유명 출판 콘텐츠 기업의 관계자가 참석한 국제 콘퍼런스와 다채로운 저자와의 대화 행사 등이 열려 전자책의 가능성에 대해 살피고 소통할 수 있었던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독자를 지향하는 시장 구조 강화 필요


전자책 독자들의 다수는 가격민감도가 높은 편이다. 종이책과 전자책의 가격을 비교하고, 디지털 온리 콘텐츠도 저렴한 가격대를 선호한다. 이는 여러 국내외 전자책 소비 관련 자료에서 확인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제한된 형태의 대여제가 운영되고 있지만, 해외는 킨들 언리미티드(kindle unlimited)와 스크리브드(scribd) 등 월간 무제한 대여 형태의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 모델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미 비디오와 음원 시장은 서브스크립션 모델이 콘텐츠 판매 방식의 주류가 되었다. 텍스트 중심의 전자책도 유사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서브스크립션 모델은 타 분야의 콘텐츠 서비스와 시간점유율 경쟁에서 맞설 수 있는 최적화된 구조로 평가된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전통적인 출판 강국은 이미 전자책 시장 성장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에 비해 아직 국내 시장은 더딘 성장을 보이고 있어서 전반적으로 업계가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각종 스마트 단말기의 높은 보급률과 모바일 인프라 구축이 잘 되어 있는 환경은 든든한 성장 기반이다. 속도에 대한 지나친 낙관이 시장을 더 어렵게 한 측면도 있다. 전자책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국가는 대부분 아마존의 진출 영향이 크다. 이에 자극을 받은 로컬의 기존 사업자들이 다양한 변화를 병행하면서 ‘판’이 커졌고, 이것이 독자들의 수요로 이어진 결과이다. 디지털 콘텐츠 시장은 강렬한 변화를 이끄는 요소들이 연속적으로 진행될 때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국내 전자책 시장에서 웹콘텐츠로 연결 및 확장을 거듭하는 최근 트렌드는 내재적인 콘텐츠 활성화 관점에서 중요하다. 독자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양질의 출판 콘텐츠가 제작되고 유통될 수 있는 플랫폼은 이미 보편화되어 있다. 지금 세계 출판계는 큐레이션(curation), 발견가능성(discoverability), 빅데이터(big data), 옴니채널(omni channel) 등 미디어 콘텐츠 산업의 핵심 트렌드와 연계해서 돌아가고 있다. 전자책은 포맷과 상품 관점에서 미래 출판시장의 큰 축을 차지할 것이다. 좀 더 긴 호흡으로 멀리 내다보는 생산과 유통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 모든 지향점은 독자를 중심에 두고 생각해야 한다. 2016년은 국내 전자책 시장이 새로운 역동성을 가질 수 있도록 관계 기관과 민간의 긴밀한 협력과 도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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