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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산 직전에 재도약한 블록의 제국 레고(LEGO)
    경영이야기 2014. 7. 8. 09:29

    인사이트 아티클!!

    출처 : http://blog.naver.com/ksc12545/220050250016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 갖고 놀았던 조립식 장난감 '레고(LEGO)'. 10년 전 덴마크의 조립식 장난감 회사 레고는 파산 일보 직전이었다. 컴퓨터와 디지털 게임의 광풍에 밀려 위기를 맞았던 레고가 어린이들에게 다시 돌아왔다. 위기 극복 수단은 선택과 집중이었다. 사업을 다각화하려는 전략을 과감히 접고 경쟁력 있는 전통적인 블록 장난감에 집중한 것이 재도약의 발판이 됐다.

     

    레고 블록에는 두 가지 천적이 있다. 진공청소기와 사춘기다. 해마다 수많은 레고 블록이 진공청소기에 빨려들어간다. 이 블록들은 대부분 세트 전체에서 몇개 안 되는 작은 부품이다. 그리고 매년 수많은 레고 세트에 먼지가 쌓인다. '레고 건축가들'이 갑자기 페이스북이나 여자아이들에게 더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몇 소년은 어른이 되어 다시 레고로 돌아온다. 네 자녀를 둔 45살의 가장 외르겐 비 크누스트로프(Jørgen Vig Knudstorp)도 그중 한 명이었다. 7살에서 12살 사이의 두 아들과 두 딸은 그의 개인적 시장조사 그룹이다. 10년 전 크누스트로프는 레고 회장으로 취임해, 중국에서 멕시코까지 전세계 곳곳에서 일하는 1만4천여 레고 직원들의 수장이 되었다.

    크누스트로프가 레고의 경영을 맡았을 때 레고는 역사상 가장 큰 위기에 처해 있었다. 적자도 문제였지만 가장 큰 문제는 직원들이 특별한 것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자부심을 상실한 거였다.

    초창기부터 변혁은 레고의 일부였다. 레고의 창립연도는 1932년, 대공황이 한창일 때였다. 레고는 덴마크어 'leg godt'의 약어다 '잘 놀자'라는 의미다. 레고의 창립자이자 신앙심 깊은 목수였던 올레키르크 크리스티안센(​Ole Kirk Christiansen)은 처음에는 나무 장난감, 흔들목마, 요요, 바퀴 달린 오리 등을 만들었다.

    1940년대 후반에는 미래 소재인 플라스틱으로 실험을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셀룰로스아세테이트를, 나중에는 ABS(아크로니트렐 부타디엔 스티렌)를 사용했다. 한 영국인 발명가의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만들어낸 유명한 브릭이 있는 레고 블록은 1958년에 출시됐다. 이후 레고는 성장을 계속했다. 1968년에는 회사 부지 바로 옆에 '레고랜드'라는 이름의 놀이공원을 개장했다.

    1978년 회사는 지금까지 수많은 버전으로 출시된 레고 피규어를 최초로 시장에 내놓았다. 팔다리를 움직일 수 있고 노란색 얼굴에 알 수 없는 미소를 띤 높이 4cm의 남자 피규어였다. 이 피규어를 통해 레고는 장난감 건축자재 제조업체에서 스토리텔러로 변신했다.

    레고 경영자들은 트렌드를 읽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레고는 전세계적으로 히트한 영화 <스타워즈>에 대한 반응으로 1970년대 말 우주선 세트를 개발했다. 레고 우주비행사가 어린이들의 방을 정복했다. 1990년대 말에는 새로운 <스타워즈> 3부작의 시작고 함께 공식적으로 할리우드와 동맹을 맺었다. 이후 레고는 라이센스 스타워즈 장난감을 출시했다.

    하지만 <스타워즈>​로 인한 짧은 붐은 레고가 처한 위기를 잠시 가려주었을 뿐, 컴퓨터 게임의 개선 행진에 겁을 집어먹은 레고 경영진은 그들이 만드는 제품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렸다. 어린이들은 더 이상 레고 블록으로 집을 지으려 하지 않았다. 겨영진의 관심은 레고보다 회사 내 컴퓨터 게임 부서와 영국, 독일 바이에른, 미국 캘리포니아에 세운 레고랜드 놀이공원에 집중됐다. 하지만 놀이공원들은 수익성이 좋지 않았고, 몇몇 전자제품은 많은 개발비용을 투자했음에도 시장에 출시되지 못했다. 레고는 브랜드의 본질, 기업의 영혼을 잃어버렸다.

    2003년 새로운 <스타워즈> 영화가 개봉되고 스타워즈 장난감이 절찬리에 판매되기 시작한 상황에서 레고는 그들의 문제를 더 이상 감출 수 없었다. 수익률은 마이너스가 되고 회사는 부도 위험에 처해 있었다. 미국 학자 데이비드 C. 로버트슨은 '블록의 제국'이라는 레고에 대한 새로운 경영론에 "레고 제국이 분해되기 시작했다"고 썼다.

    바로 이 상황에서 당시 30대 중바이던 외르겐 비 크누스트로프가 회장으로 취임했다. 2001년 레고로 옮기기 전 그는 맥킨지에서 컨설턴트로 일했다. 크누스트로프는 약 1,200명의 직원을 해고해야 했다. 그는 레고랜드 놀이공원을 매각하고 이탈리아 밀라노의 디자인 부서를 폐쇄했다. 레고는 그들이 가장 잘하는 일인 레고 블록과 그것으로 만들 수 있는 판타지 세계에 집중했다. 레고는 '레고피디아' 같은 인터넷 페이지의 사용자나 유튜브에 레고 피규어를 사용해서 만든 동영상을 올리는 팬들에게 질문하기 시작했다. 유튜브 동영상 중에는 <2001> <펄프 픽션> <스타워즈> 같은 명작 영화의 뛰어난 패러디들도 있었다. 팬들은 새로운 제품에 대해 제안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통해 일본 신화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발톱에 회전톱을 단 전투 드래곤 '닌자고' 같은 시리즈가 출시됐다. 과거의 레고 기사 성채 애호가들은 이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할 테지만 5살 이상의 드래곤 전문가들은 모두 이 야수들을 사랑한다. 또 다른 신제품들은 명백하게 성인을 대상으로 한다. '레고 아키텍처'는 예를 들어 르코르뷔지에가 설계한 빌라 사보이나 브란덴부르크문 같은 건축 역사의 걸작들을 만들어볼 수 있도록 생산된 제품이다. 고급스럽게 포장된 이 세트는 심지어 미술관 기념품 매장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복고적 미래주의를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3803개의 블록으로 만들어진 <스타워즈>의 '데스스타'를 420유로에 구입할 수도 있다.

    <스타워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레고는 할리우드와의 협력을 다른 스튜디오로 확대했다. 올해 <심슨 가족>의 주인공들이 처음으로 레고 피규어로 출시됐다.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은 그 답례로 레고를 연상시키는 '심슨 에피소드'를 제작했다.

    방향 전환은 성공했다. 크누스트로프의 지휘로 매출과 수익이 상승했다. 아직 창립자 가족이 소유하고 있는 레고는 이제 바비인형의 고향인 '마텔'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완구회사가 되었으며 모든 세대에 걸쳐 레고는 다시 쿨한 장난감으로 여겨지게 됐다. 현재 레고 아동복, 오디오 게임과 컴퓨터 게임, 레고 DVD, 그리고 온갖 종류의 라이선스 제품이 출시돼 있다.

    레고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될 포부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하는 크누스트로프는 영화를 찍자는 할리우드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재정적 조건을 걸었다. 레고가 첫날부터 높은 수익금 지분을 받는 것이었다. 영화제작자들이 레고를 가지고 졸작을 만들거나, 자신들이 영화를 망치는 걸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리 포터>의 제작 스튜디오인 워너브라더스와 레고 영화를 공동 제작했다. <배트맨> <슈퍼맨> <반지의 제왕>의 간달프가 등장하고 세익스피어와 에이브러햄 링컨도 나온다. 믈론 모두 레고 피규어다. 심지어 하얀 수염을 단 레고 피규어 신도 등장한다. 미국 오리지널 버전에서는 배우 모건 프리맨이 신의 목소리를 담당했다. 주인공 일행은 카오스 상태인 레고 세계를 힘으로 질서정연하게 만들려는 과대망상에 걸린 '프레지던트 브즈니스'라는 이름의 레고 남자 피규어에 대항해 혁명을 일으킨다. 레고 영화는 마케팅 전문가들에 의해 연출된 아이러니한 무정부주의를 부르짖는다.

    모두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졌지만 영화는 유튜브에 올라오는 아마추어 레고 동영상처럼 보인다. 해당 레고 세트로 집에서 영화 장면을 재연해볼 수 있다. 몇달 전부터 레고는 영화에 나오는 거의 모든 생물과 오브젝트 세트를 판매하고 있다.

     

    * 이 내용은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4년 5월호에 실린 <슈피겔> 기자 마르틴 볼프의 글을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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