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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해외 출판 동향 (한겨레21)

외부 매체 기고

by 류영호 2012. 3. 7.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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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말 <한겨레21>에 제가 기고한 원문입니다.




2011년 해외 출판 동향

해외 출판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미국과 일본의 종이책 부문의 성장률은 4~5년간 정체 국면을 걷고 있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의 영향에 따른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으나 동시에 디지털 출판의 급성장에 의해 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디지털 출판은 거의 모든 지역권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으며, 특히 각종 모바일 네트워크의 발전과 스마트 디바이스의 확산 정도에 따라 국가별로 디지털 출판 성장 속도에 차등이 있을 것이다. 최근 인터넷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독서 습관과 환경에도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해외 출판 시장에서 전자책은 21세기 산업의 발전 방향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시기로 볼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이 정보의 이동 방식과 전통적인 독서 방식에 변화를 가져왔고, 앞으로 스마트 디바이스(스마트폰, 태블릿PC 등)와 전용 e-Reader는 독서를 위한 필수품으로 독자들에게 소비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종이책은 인류 문명의 기록이며 인류의 문화를 계승 발전시키는 중요한 매체이다. 비록 전자책의 등장으로 많은 영향을 받고 있지만 종이책이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전자책과 종이책은 서로 대립관계가 아닌 상호보완관계에 있다. 해외 출판시장은 디지털 환경을 기존 관행과 방식에 변화를 주고 있다. 출판 산업 전반을 뛰어넘는 협력과 상생의 모델을 개발하고 경영 방식에도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다사다난했던 2011년 해외출판 시장동향을 1) 오프라인 서점의 경영난, 2) 스티브 잡스(Steve Jobs) 공식 전기 출간과 뜨거운 반응, 3) 전자책(eBook)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세, 4) 프랑크푸르트(Frankfurt) 국제도서전의 성공적 개최, 5) 아마존(Amazon)의 출판 사업 확장이라는 5개의 키워드로 정리해보았다.


1. 오프라인 서점의 경영난: 보더스의 파산과 반스앤노블의 생존

지난 9월 미국 2위 서점 그룹으로 지난 40년간 명맥을 이어왔던 보더스가 역사에서 사라졌다. 2000년대 초반 미국 전역에 1,249개의 지점을 거느렸던 보더스는 40여년 전 창업하면서 방문 독자들이 서점 내의 카페에서 책을 볼 수 있게 ‘쇼룸(showroom)’를 처음 만든 오프라인 스토어였다. 보더스는 2월 경영난으로 파산보호를 신청했지만, 적합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자산매각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었다. 이후 회사를 회생시키려 모든 노력을 다했지만 출판사들이 서적 납품 즉시 현금 결제를 요구해 자금난을 겪기도 했다. 이미 보더스는 지난해부터 전자책 시장 성장으로 매출에 직격타를 맞았다. 파산보호신청서에 따르면 보더스는 지난해 연말 기준, 12억 9천만달러 규모의 누적 적자를 떠안았다. 보더스는 1990년대 중반부터 아마존(Amazon.com) 등 인터넷 서점에 밀려 사업이 위축됐다. 여기에 전자책의 인기와 경기 둔화에 따른 사업 부진까지 겹치면서 파산 절차를 밟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보더스가 사라지게 되면서 전자책의 종이책 대체 속도가 빨라져 종이책 판매가 더욱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더스의 파산에 대해 오프라인 서점 애호가들은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다. 마켓리서치닷컴(MarketResearch.com)의 마이클 모리스 애널리스트는 “보더스의 몰락은 신인작가의 책을 발굴하는 출판 생태계의 큰 부분이 사라진다는 의미로 이는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스앤노블(Barnes&Noble)의 경우, 아마존에 비해 늦었지만 ‘누크’(Nook) 브랜드로 경쟁력 있는 디바이스와 다양한 컨텐츠 서비스를 통해 난관을 타개하고 있다. 최근 3분기 실적에서 기존 오프라인 서적 부분은 하락했으나 누크 e-Reader와 디지털 미디어 부문은 큰 폭으로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스앤노블은 지난 11월 7일, 249달러 ‘누크태블릿’을 선보였으며 199달러 누크컬러와 99달러 누크심플 터치 리더를 판매하고 있다. 특히 누크 e-Reader와 디지털 컨텐츠, 하드웨어 액세서리 부문은 전년 동기 대비 85% 성장하는 저력을 보였다. 반스앤노블은 아마존의 킨들파이어와 애플(Apple)의 아이패드2 등 디지털 컨텐츠와 디바이스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2012년이 전자책과 디지털 컨텐츠 사업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 스티브 잡스 공식 전기 출간과 뜨거운 반응

올해 해외 출판물 가운데 최고의 이슈는 바로 ‘스티브 잡스’의 전기였다. 지난 10월 5일(현지시간) 췌장암으로 사망한 스티브 잡스 애플 전 CEO의 공식 전기(傳記)가 10월 25일 전 세계에 동시에 출간되었다. 하루 앞선 24일(현지시간) 아마존 킨들과 애플 아이북스토어에 전자책 형태로 16.99달러에 먼저 공개되었다. 세계 40여 개국에서 동시 출간된 ‘스티브 잡스’는 출간 직후 온ㆍ오프라인 서점의 일일 판매량 기록을 잇따라 갈아치우며 올해 하반기 최고의 화제작으로 등극했다. 이 전기는 유명 전기작가인 월터 아이잭슨(Walter Isaacson)이 집필한 것으로 스티브 잡스가 직접 참여한 유일한 공식 전기로 알려져 있다. 전기 집필 소식은 올해 봄에 알려졌는데 2009년부터 전기 집필을 위한 사전 작업에 돌입했고 그동안 작가와 스티브 잡스가 상당히 오랫동안 자신의 전기 작업을 진행했었다. 11월 25일 출간 예정이었지만 잡스가 사망하면서 출간 날짜가 앞당겨졌다. 출간 첫날부터 온라인과 미국 전역의 오프라인 서점에서 수백만의 전자책과 종이책이 동시에 팔리는 쾌거를 올리고 있고, 아마존의 브리트니 대변인은 올해 최고 판매량 도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를 출판한 ‘사이먼 앤드 슈스터’(Simon&Schuster) 출판사는 정확한 판매량을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출판업계 전문가들은 종이책, 오디오북, 전자책 등으로 제작된 이번 전기가 기본적으로 수백만부가 팔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전기에는 스티브 잡스와 수많은 인연을 가졌던 사람들과의 인터뷰가 담겨져 있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와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회장과 악연이었던 전(前) 애플의 CEO 존 스컬리, 공동 창업자였던 스티브 워즈니악 같은 유명인과 애플 핵심 임원, 그의 가족 등의 인터뷰와 증언이 실려있다.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애플 창업과 비즈니스에 대한 그의 영감과 애플의 성장 과정, 경쟁자이며 친구였던 빌 게이츠와의 이야기, 창업한 회사로부터의 퇴출, 픽사와 디즈니 그리고 애플로의 복귀 과정, 아이폰과 아이팟 개발과 애플의 화려한 성장 과정과 그의 가족사를 통한 인간적인 면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12월 12일(현지시간) 아마존은 종이책과 전자책 판매를 합산한 올해 최고의 베스트셀러 도서로 이번 스티브 잡스의 전기가 선정되었다고 발표했다.


3. 전자책(eBook)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세

아마존은 지난 5월 전자책 판매량이 종이책을 추월했다고 밝혔다. 반스앤노블은 전자책 판매율이 전체 도서 판매의 30%를 넘어서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글로벌 전자책 시장이 2015년까지 연평균 20~25% 정도 성장하고, 모바일과 스마트 디바이스에 익숙한 독자층이 전자책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마존과 반스앤노블을 합산한 시장점유율이 60%를 넘는 것을 감안하면, 직접적으로 도서유통을 하는 서점 채널이 전자책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영국의 리서치전문사인 <주니퍼리서치>의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의 아이패드와 아마존의 ‘킨들파이어’ 등 태블릿PC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전자책 판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태블릿PC와 함께 현재 전자책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전용 e-Reader(킨들, 누크, 코보 등)도 전자책 독자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2011년 4분기에는 아마존의 킨들 스토어가 비영어권 전자책 서비스를 정식으로 오픈하였다. 우선 프랑스어, 독일어, 이태리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를 선보였으며, 일본어는 일본 현지 출판사들과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2012년에는 아시아 지역도 킨들 스토어를 통해 전자책 구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아이북스토어를 통해 전자책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특히, 아마존과 사이가 벌어진 메이저 출판사들과의 적극적인 파트너십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구글은 자사의 전자책 스토어를 북미지역 외에 호주, 캐나다, 영국 등으로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캐나다의 전자책 회사인 코보(KOBO)는 소셜리딩(Social Reading)을 컨셉으로 빠르게 글로벌 시장 개척에 주력했다. 4분기 프랑스의 프낙(Fnac)과 사업 제휴를 체결했고, 일본의 유명 인터넷기업인 라쿠텐(Rakuten)에 3억 1,500만달러에 인수되었다.


4.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의 성공적 개최

올해 프랑크푸르트 북페어(2011 Frankfurt Book Fair)’의 화두는 ‘디지털’이었다. 세계 100여 개국 7,000여 업체가 참가해 ‘Rethink, Renew’를 주제로 어린이도서의 디지털화, 국제저작권, 소셜 미디어(Social Media)와 출판, 스토리 드라이브 등을 주제로 전문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진행되었다. 글로벌 전문가들은 앞으로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새로운 형태, 최신 경향 그리고 미디어법과 협력사업이 주목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도 새로운 아이디어와 새로운 참가자들로 풍성했다. 특히, 영화와 게임, 기술, 신생분야에 대한 전문가들의 관심이 두드러지게 높았다. 박람회 보도자료에 의하면 관객들의 도서에 대한 관심도도 지난 해 보다 더 높았다고 밝혔다. 도서업계와 이와 관련된 영화, 게임, 정보통신기술(ICT)과 같은 창의산업(Creative Business)분야의 참가자와 방문객들이 많았는데, 이는 출판업계 종사자들의 행동반경이 확장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디지털 출판 서비스로부터 컴퓨터 게임 제작자를 넘어 크로스미디어 제품에 대한 법률 및 금융자문전문가에 이르기까지 여러 젊은 전문가들이 도서전 곳곳에서 활약했다. 모두 106개국 7천4백여명이 전시에 참가했고, 3천2백여개 행사에 대략 28만여명이 방문하였다.

이번 도서전의 대표자인 유르겐 보스는 “우리는 새로운 탄생의 순간을 체험하고 있다. 도서업계는 도약하는 추세다. 실현욕구와 기술적 가능성이 만나서 창출해내는 다양한 아이디어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국제 도서•출판 산업은 매우 다양하고 풍성했다.”라고 말했다. 방문자들은 전자리더기 외에도 신선한 아이디어, 스토리텔링의 새로운 형식, 멀티미디어 포맷을 담은 실험정신으로 가득한 도전작품들을 도서전에서 체험할 수 있었다. 이번 도서전 하이라이트는 주빈국으로 초청된 ‘아이슬랜드’가 포럼에서 보여준 멋진 프레젠테이션이었다. 고전 신화와 속도감 있는 현대문학의 성공적인 조화, 흥미로운 스토리텔링, 그리고 주빈국의 친절함으로 아이슬랜드 참가자들은 도서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5. 아마존(Amazon)의 출판 사업 확장

아마존은 기존 DTP(Digital Text Platform)에서 리브랜딩한 KDP(Kindle Direct Publishing)라는 셀프퍼블리싱(Self-Publishing) 서비스로 누구든지 직접 전자책을 제작, 등록하여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성했다. 이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저자들이 출판사 지원 없이 자신의 저작물을 일반 독자에게 알리고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저자의 몫인 ‘인세’의 경우, 조건에 따라 35%~70%까지 받는 수익배분 구조가 가능해졌다. 전자책 판매가를 책정도 저자가 직접 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시기별로 적절하게 마케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점은 매력적인 디지털 퍼블리싱 플랫폼(Digital Publishinf Platform) 이다. 북미시장의 경우, 전자책 시장이 급성장했고 영어권 출판물은 글로벌 경쟁력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에 KDP와 같은 플랫폼에 저자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는 편이다. 대표적인 디지털 퍼블리싱 플랫폼으로는 반스앤노블의 펍잇(Pubit), 애플의 아이북스토어(ibookstore), 룰루닷컴(Lulu), 스매시워즈(Smashwords), 패스트펜슬(FastPencil) 등이 있으며, 다양한 스마트 디바이스의 보급으로 인한 컨텐츠 소구력이 높아진 만큼 그 성장이 기대되는 사업군으로 자리잡고 있다. 무명 작가들의 성공 사례에 이어 최근에는 메이저 작가들의 전자책 진출도 본격화되고 있다.

아마존은 KDP를 통해 100만건 이상 다운로드가 이루어진 저자들에게 ‘Kindle Million Club’이라는 영예를 수여하고 공식 보도한다. 첫 저자인 스티그 라르손(Stieg Larsson)부터 KDP 대표 작가로 떠오른 존 로크(John Locke)는 메이저 출판사와 정식 출간 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멤버들의 공통점은 기존 베스트셀러 저자군에 속하지 않았다는 점과 스릴러, 추리, 판타지 등 마니아 독자층이 탄탄한 분야의 전문 저자라는 점이다. 출판을 바라보는 아마존의 시선은 상당히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작가와의 직접 계약을 통한 출판 컨텐츠 유통 및 임프린트 출판사로 아마존앙코르(AmazonEncore), 47North와 Montlake Romance 등을 운영하고 있다. 자체 출판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전(前) 타임워너 도서부문 최고경영자(CEO)였던 로런스 커쉬봄 등 출판업계 베테랑들을 영입하고 있으며, 영화감독 페니 마셜과 회고록 출판 계약을 하는 등 유명 작가들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이 글을 마무리하면서 하버드대 도서관 관장인 로버트 단턴이 쓴 <책의 미래>(원제 The Case for Books: Past, Present, and Future)가 생각났다. 저자는 전자책과 종이책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접근 가능하고 활용 가능한 지식을 원하며, 새로운 기술이 이를 완수하는 아이디어가 되어주길 기대했다. 디지털 시대에 출판유통 산업의 변화 과정이 어느 정도의 속도와 깊이로 진행될 것인지는 속단할 수 없다. 결국, 종이를 떠난 책을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 본연적 가치는 사람이 살아있는 동안 지속될 것이다. 2012년 해외 출판시장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지식문화의 최전선을 지키고 성장시켜 나갈 것인지 안테나를 멀리 세우고 주목할 대상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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