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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책 시장, 현실을 직시하고 도전과 상생의 시대로 바라보자
    외부 매체 기고 2012. 9. 10. 11:51

    원고를 마무리하던 날(2012. 9. 7) 미국에서 아마존 킨들(kindle) 라인업의 새 모델 출시 소식이 들려왔다. 미디어와 얼리어댑터들의 반응은 상당히 뜨겁다. E-ink 전용 디바이스인 킨들 페이어화이트(Paperwhite)와 태블릿PC인 킨들파이어HD의 고성능 저가격 정책과 더불어 텍스트, 오디오, 비디오 포맷의 다양한 콘텐트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아마존의 킨들은 고객(사용자)을 중심으로 디바이스, 콘텐트, 서비스가 삼위일체가 되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조사기관별로 다소 차이는 있으나 북미지역 전자책 시장에서 아마존의 시장점유율은 6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아마존은 2007년 11월 킨들을 출시하면서 종이책보다 더 강력한 마케팅 투자를 하고 있다. 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한 전략 차원에서 사업 초기엔 역마진 정책을 펼쳐 나갔다. 당시 대부분의 전자책 판매가가 9.99달러로 출판사에 지불하는 금액보다 더 적은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아마존의 저돌적인 행보에 맥밀란 등 메이저 출판사들은 종이책 판매량의 감소와 아마존 중심의 전자책 시장 재편에 대해 충돌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아직도 아마존은 출판사를 통한 전자책 콘텐트 소싱이 중심이다. 


    하지만, 콘텐트 소싱의 수직계열화 측면에서 로맨스, 스릴러 중심의 임프린트(imprint) 출판사를 설립하거나 투자를 통해 인수하고 출판유통 전문가들을 영입해서 콘텐트 오너십(ownership)을 확대하고 있다. 킨들 출시 당시 8만여종이었던 콘텐트 종수는 5년이 지난 현재 100만 종을 넘어섰다. 상당한 성장이다. 아마존은 킨들 싱글즈(singles)라는 단문 분량의 전자책 카테고리와 KDP(kindle direct publishing)를 통해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을 구축하면서 킨들의 생태계를 빠르고 강력하게 진화시켜나가고 있다. 이러한 아마존의 사업 포트폴리오적 변화로 인해 아마존에서 종이책 보다 전자책 판매량이 더 많아졌다는 통계가 미국에 이어 영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아시아지역은 일본을 1순위로 선정하고 2012년 내 출시를 목표로 여러 출판사들과 협상을 진행 중에 있다. 


    필자가 아마존의 전자책 사업에 대해 압축해서 이야기한 이유는 글로벌 시장이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현실적으로 냉철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서다.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던 국내 전자책 시장이 그간의 업력에 비해 성장력이 높지 못한 점은 여러 유통사들의 실적을 통해 알 수 있다. 교보문고의 경우, 2011년 디지털 콘텐트 사업 매출액이 최초로 100억원 넘기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였지만 총 매출액을 기준으로 보면 약 2% 수준이다. 아직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 있다. 다르게 보면 그만큼 할 수 있는 일과 해야할 일들이 전자책 시장에는 있는 것이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중반까지 장미빛 미래로 보여졌던 국내 전자책 시장은 당시 업계의 선두주자였던 <북토피아>의 부도와 청산 과정을 통해 많은 변화를 겪게 되었다. 출판사는 저작권료 미정산 문제 등으로 유통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악화되었고, 전자책에 관심을 가지고 이용하던 많은 독자들은 국내 전자책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가중되는 측면이 있었다. 


    일정 기간 국내 전자책 시장은 침체기를 걸었지만, 애플의 아이폰과 삼성전자의 갤럭시S 등 스마트폰의 국내 출시와 태블릿PC 등 스마트 미디어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되고, 라이프스타일의 한 축으로 자리잡으면서 전자책 시장도 본격적인 성장이 가능하게 되었다. 교보문고도 삼성전자와 ‘교보e북’ 전용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을 빌트인(built in)한 전략을 추진하면서 매출 성장과 고객 확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이제 전자책 시장은 출판사와 유통사의 노력만으로 성공을 담보할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이미 국내에도 3천만대 이상의 스마트폰이 보급되어 있고, 와이파이(wifi)와 함께 4세대 통신서비스인 LTE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 환경이 구축되어 있다. 이제 기술적인 환경은 잘 갖춰져 있고, 앞으로도 계속 진화할 것이다. 


    다시 문제는 콘텐트다. 전자책 판매로 인해 종이책 판매가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전자책 시장 진출을 망설이게 하는 첫번째 질문이다. 이 부분은 통계적으로 규명된 바가 없다. 종이책과 전자책을 동시에 출간해야 하며, 해당 타이틀을 구입한 독자를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정답은 없지만 전자책 시장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보다는 시대의 변화 속에 독자들이 출판 콘텐트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창구로 전자책은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스마트 미디어 환경으로의 빠른 변화와 SNS를 통한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해지면서 양질의 콘텐트에 대한 소구력도 상대적으로 많이 높아졌다. 이제 국내 전자책 시장도 이러한 시대 환경을 잘 활용하는 전략 수립과 대응이 필요하다. 해당 분야에 따라 전자책이 종이책의 ‘보완재’일수도, ‘대체재’일 수도 있다. 출판사와 유통사 모두 이러한 컨텐트의 속성과 독자들의 선호도와 구입 패턴을 면밀하게 보면서 전자책 콘텐트를 기획하고 마케팅하는 역량을 갖출 필요가 있다. 더불어, 전자책을 매출의 관점보다는 이익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전략이 필요하다. 독자의 PC, 노트북, 스마트폰, 태블릿PC, 전자책 전용 e-Reader 등 전자책이 소비되는 플랫폼 환경은 이제 상당한 규모로 펼쳐져 있다. 


    단 권으로 보면 종이책으로 매출보다 작지만 이익 관점과 소비의 파급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더 많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전자책이다. 책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저자와 출판사의 관점 변화는 전자책 시장의 성장을 좌우할 만큼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최근 2~3년동안 국내 전자책 시장에도 종이책과 전자책의 동시 출간율이 많아졌고, 종이책 베스트셀러 중 20~30% 이상이 같은 분기 내에 전자책으로 출간되고 있다.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이다. 유통사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전자책 독자들에 타겟팅된 마케팅과 함께 다독자(heavy reader)를 대상으로 다양한 전자책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모바일과 연계된 SNS 마케팅과 전용 스토어 및 뷰어 개선 등을 통해 이용자의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전반적인 독자 반응도 좋아지고 있다. 


    최근 구글플레이(Google Play)에서 국내 단행본 전자책 판매가 정식 오픈되었다. 이미 애플의 아이튠즈를 통해 유명 출판사에서 직접 또는 외주를 통해 제작해서 판매하고 있다. 기존의 밸류체인(value chain) 중 유통사를 건너 뛴 모델이 실제 가능해졌고 그 플랫폼이 글로벌 메이저라는 점은 상징적이다. 국내 전자책 유통사들이 긴장하는 부분도 바로 글로벌 플랫폼이 가진 거대한 자본력과 IT 경쟁력이다. 전자책은 IT 산업이라고 불릴만큼 스토어와 전용 뷰어(viewer)의 인터페이스와 클라우드와 N스크린 등 다양한 사용자 편의성을 완벽하게 지원해야 성공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글로벌 최강자인 아마존도 올해 일본 시장에 킨들 스토어를 오픈하고 나면,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의 문을 두드릴 것이다. 국내 독서인구도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제 출판과 독서는 종이책과 전자책의 대결구도가 아닌 디지털 음악과 비디오, 게임 콘텐트 등과의 경쟁을 통한 사용자의 시간점유율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는 기획과 시스템을 만들어야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다. 전자책도 종이책의 단순한 디지털화를 넘어 독서에 대한 만족도를 높여줄 수 있는 멀티미디어 결합형 또는 백과사전 방식으로 본격적인 진화의 길을 걸어갈 것으로 본다. 과거에 비해 콘텐트를 제작하는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제작비용도 많이 줄어들고 있다. 


    글로벌 사업자들과의 경쟁에서 대등한 위치에 설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유통사의 관점에서 보면, 양질의 전자책 서비스를 위해 저자와 출판사의 합리적이면서 끈끈한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유지하면서 수익력을 확대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중요한 부분이다. 더불어, 책을 좋아하는 국내 독자와 잠재 고객들의 대상으로 체계적인 사용자 분석 등을 해서 1:1 맞춤형으로 책을 추천해서 충성도를 강화시키는 방법이 중요할 것으로 본다. 전자책을 넘어 책의 미래는 결국 저자와 독자간에 정신적인 교감을 통해 변화의 길을 갈 것이다. 전자책은 IT라는 도구의 힘을 빌려 편리성을 더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 ‘읽는다는 것의 역사’는 종이에서 디스플레이로 확장되어 그 가능성을 우리에게 더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기술을 만들고 사용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며, 책을 쓰고 만드는 것도 사람이다. 숫자에 매몰되어 빠르게 성장하는 것보다 대다수의 시장참여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시장 경쟁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함께 성장할 때 진정한 가치가 생겨나고 멀리 오래갈 수 있다고 본다. 이제 전자책 시장은 이제 시작이다.  <끝>


    - 기획회의 328호 (2012.9.20) / 기고한 원문을 부분 편집하여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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