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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books] <우리는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

외부 매체 기고

by 류영호 2013. 4. 2.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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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북스에 기고한 서평이다. 언론사에 올리기는 처음이라 뜻 깊고, 좋은 책을 만나 더 유익했던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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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냐 '혁명'이냐, 인터넷 둘러싼 올스타전!


[프레시안 books] <우리는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

류영호 교보문고 차장·<아마존닷컴 경제학> 저자

이 책을 만난 건 정말 큰 행운이었다. 엮은이인 존 브록만은 과학기술 분야 싱크탱크로 유명한 엣지 재단(Edge Foundation, INC.)의 회장이다. 엣지 재단은 매년 '올해의 질문(Annual Question)'을 선정하고, 그 답을 공동으로 모색하고 '사고의 대통합'으로 이어가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과학의 최전선에서 인문학을 만나다>(안인희 옮김, 소소 펴냄, 2006), <낙관적 생각들>(장석봉·김대연 옮김, 갤리온 펴냄, 2009), <왜 종교는 과학이 되려 하는가>(김명주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 2012) 등 다양한 저서를 통해 '지식의 지휘자'라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세계적인 석학들을 학교 강단에서 벗어나 대중과 함께 철학 공유할 수 있게 자리를 만드는 편집자로도 정평이 나 있다.

500쪽이 넘어 독파가 만만하지 않은 책이지만, 세계적인 지식 고수들의 펼치는 미래 전망은 기존의 미래학 책과는 달리 대중적인 눈높이에 보다 충실한 느낌이다. 현학적인 분석과 이론 중심의 논리 전개 방식을 탈피하고, 각자의 주장을 비교적 짧은 분량으로 핵심 의견을 잘 담아낸 책으로 이미 명성이 자자하다.

▲ <우리는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존 브록만 엮음, 최완규 옮김, 책읽는수요일 펴냄). ⓒ책읽는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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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핵심은 바로 인터넷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과 집단이 경험하고 있는 다양한 '생각'의 메커니즘적 변화 양상이다. 이번에 엣지 재단이 각 분야를 대표하는 150명의 세계 최고의 석학들에게 던진 질문은 "인터넷이 당신의 사고방식을 어떻게 바꿔놓고 있는가?"였다.

책의 서문을 쓴 대니얼 힐리스는 "우리는 지구촌에 사는 모든 이들과 운명 공동체를 형성했을 뿐 아니라, 기술과도 운명을 함께하고 있다. 계몽주의 시대의 화두가 '독립'이었다면, 우리 시대의 주제는 '상호 의존'이다. 인간이든 기계든 이제 모조리 연결되어 있다. 얽힘의 시대가 탄생했다"라는 말을 통해 인터넷을 상호 연결된 컴퓨터의 글로벌 네트워크라고 정의하면서 화두를 제시했다.

<이기적 유전자>(홍영남·이상임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의 리처드 도킨스와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최지향 옮김, 청림출판 펴냄)의 니콜라스 카,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송연석 옮김, 갤리온 펴냄)의 클레이 셔키, <위키피디아>의 래리 생어 등 컴퓨터공학, 미디어학, 심리학, 물리학, 사회학 등 분야별 전문가들의 깊이와 넓이가 묻어있는 통찰이 이어진다. 이들이 생각하는 '인터넷'과 '생각'의 변화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현재에 나타나고 있으며, 미래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전망까지, 이 책은 '있는 그대로'를 투명하게 담아내고 있다.

권위자들이 대거 참여한 이 프로젝트에서 그들은 서로 비슷한 견해를 내놓기도 하지만, 상호 대립각을 세운 분석과 과감한 비판을 쏟아내기도 한다. 이는 하나의 주제에 대해 분야 간 대립을 통해 '정반합'의 이해 과정을 독자들에게 전해주는 중요한 동기로 작용된다. 그러면, 당대 최고의 지식인들이 바라보는 "인터넷이 인간의 머릿속을 어떻게 바꿔놓고 있는지?" 인상적인 내용들을 인용해보자.

"인터넷이라 부르는 이 깨어있는 꿈은 진지한 사고와 재미를 위한 내 사고의 경계마저 모호하게 한다. 더 간단하게 말하면 더 이상 온라인에 있을 때 일하는 건지 노는 건지 구분하지 못한다. 혹자는 이 두 영역의 분리가 인터넷의 폐단이라고 지적한다. 엄청난 대가를 치르며 하찮은 일에 시간을 소비하기 딱 좋은 환경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나는창의성을 발휘하려면 그 전제 조건으로 얼마간의 시간 낭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난놀이와 일, 진지한 사고와 재미를 위한 사고의 융합이 인터넷이 가져다준 가장 큰 선물이다 믿는다." (55쪽)

<와이어드(wired)>의 대기자이자 <기술의 충격>(이한음 옮김, 민음사 펴냄)의 저자인 케빈 켈리는 '깨어있는 꿈'에서 인터넷을 통해 사고방식의 변화를 느끼게 되는데 그때의 '사고'는 한층 더 적극적이지만 '사유'는 적어진다고 말한다. 그의 주장이 여기까지였다면, 일반인들의 생각과 별반 다른 점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사유의 부족에 대해 고민하고 의문이나 예감을 해결하려고 생각만 하는 것을 경계한다. 자신의 무지만 뼈저리게 느끼기 때문이다. 차라리 그 해결 방법을 인터넷을 통해 찾아보고, 검색하고, 물어보고, 질문하고, 데이터에 반응하고, 메모하는 등 다양한 흔적을 남기면서 무언가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그는 인터넷 옹호론자에 가깝다. 효과적인 지식 욕구 충족을 위해 사유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스스로 또는 함께 지속적으로 파고들기를 시작하자는 주장을 블로그와 <위키피디아> 등의 사례를 통해 전개한다.

사고의 속도가 빨라질 수 있도록 인터넷이 도구의 편의성 관점에서 이뤄낸 성과는 부인하기 힘든 시대에 살고 있다. 인터넷의 성장으로 인해 우리가 알고 있는 기존의 정의와상식들이 뒤집어지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인터넷을 좋아하고 알면 알수록, 현실과 가상의 세계 간에 대조는 더욱 극명해지고 있으며 갈등도 그만큼 심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런던 대학교 스쿨오브어드밴스드 스터디 철학과 교수인 베리 스미스는 '인터넷에 다 있는 건 아니다'에서 이렇게 말을 했다.

"속도전을 방불케 하는 정보 시대에 나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과부하가 엄청나지만 알고자 하고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은 욕구 또한 만만치 않다. (…) 인터넷은 참여자들에 관해서도 갈수록 더 많은 정보를 알려주지만, 세상 모든 사람과 만물이 인터넷에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자칫 망각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읽거나 쓸 줄 모르고, 컴퓨터를 가까이 할 수 없으며, 아예 접속을 꺼버리는 이들은 인터넷 세상과 거리가 멀다. 인터넷 검색에 나오지 않으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가상 세계가 곧 우리가 사는 세계라는 생각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절대 사실이 아니다. 인터넷에 참여하는 이들이 아무리 유별나고 어처구니가 없어도, 이들은 여전히 나와 비슷하다. (…) 정보 시대에 참여하는 이들만 반영할 뿐이다." (326~327쪽)

웹에 의존하는 현상에 대해 논거의 불충분이 난무하는 세태와 정보 생산의 소수 집중성에 대해 냉철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관련해서 인터넷과 정치 분야의 논객인 이브게니 모로조프는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고, 생각은 누가 하게 되는가?'를 통해 인터넷을 통한 지식인 엘리트층의 시대적 주도에 대해서 "세계 도처에서 저작권 및 민족 문화 유산 디지털화에 대한 우려가 있다. 구글의 디지털 도서관과 단절된다면,유럽이나 아시아에서 아무리 유명한 대학이라 할지라도 미국의 중견 지방 대학보다 뒤떨어져 보일지 모른다. 인터넷이 지식 생산 기반을 넓히고 사고를 온 세상에 퍼뜨리기는커녕 한곳에 집중시킬 위험성이 하루가 다르게 크고 있다"는 점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 트위터, <위키피디아> 등 인터넷 정보의 생산의 다양성과 함께 평등한 접근성 및 부정확한 정보의 폐해 논란은 지속적으로 충돌하고 보완될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인터넷이 사람들에게 집중하고 사유하는 능력을 방해한다는 의견도 있고, 여전히 자발적인 의지로 생각을 확대시킨다는 반론도 공존하고 있다. 이 책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색깔이면서 세계적인 석학들을 모으는 원동력이 된다. 해당 분야를 공부한 사람이 아니면 이해하기 힘든 이론으로 정리된 논문 발표의 장(場)이 아니라, 조용한 테이블에 앉아서 각자의 경험과 생각을 편하게 이야기하는 자리가 된다. 독자는 그 옆에 앉아서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의 모습과 어떤 공감과 차이를 느낄 수 있는지 '생각하는 것'으로도 많은 의미를 얻을 수 있다. 책으로 만나는 거장들의 맞장 토론은 그만큼 흥미로운 독서 시간으로 연결된다.

이제 우리는 스마트 디바이스의 빠른 확산과 모바일 네트워크 서비스의 발달로 촉발된 소셜미디어(Social Media)에 주목해야 한다. 페이스북, 트위터로 대표되는 소셜미디어에 대해서 신경과학자인 이안 골드와 조엘 골드는 "인터넷이 우리의 내적 삶에 어떤 영양을 미치든, 분명한 사실은 외적 삶(다른 이들과 서로 얽혀있는 삶)의 구조를 변화시켜 가늠조차 못할 정도로 막강한 위력으로 우리 정신을 주무를 가능성이 크다"면서 주의를 강조했다.

반대로. <위키피디아 혁명>의 저자인 앤드류 리는 "인터넷을 통한 협업의 가장 위대한 산물이라면 단연 <위키피디아>다. 인류의 지식의 상태를 매 순간 들여다볼 수 있을 정도로 자세하고 꾸준히 업데이트되는 표준 초안은 없다"고 하면서 "<위키피디아>에 이어 이제 트위터까지, 포괄적 기술 플랫폼 역할을 하며 문화적 협상을 통해 참여자들이 가상 작업 공간을 수정 및 최적화하고 새로운 규범을 발전시켜나갈 수 있게 해준다. 아주 기본적이고 일반적인 강령만 존재할 뿐, 참여자는 알게 모르게 온라인 사회적 연결망(stigmergic) 협업을 통해 새로운 공동체 규약을 발전시킨다"는 말을 통해 소셜미디어를 통한 사람들의 지식정보의 생산과 함께 새로운 사회의 창조도 가능하다는 하나의 조화론을 제시하고 있다. 다양한 생각과 패턴으로 연속되는 '콘텐츠의 미래'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나는 12년간 서점에서 일하고 있다. 매일 책과 함께 생활하고 독자의 관점에서도 책을 대하고 가끔 글도 쓰고 있다. 전자책을 중심으로 디지털 콘텐츠 사업 전략 업무를 담당하면서 '책의 미래'에 대해서 늘 고민하고 학습하고 있다. 이 책의 주제와도 맥락이 맞닿은 부분이 많다. 특히 책과 관련된 장(章)은 시선이 더욱 집중되었고, 두 번 이상 정독하고 밑줄을 치면서 읽을 만큼 몰입형 독서가 가능했다. 책의 첫 장을 열었던 니콜라스 카의 '책 없는 도서관'에서 그는 "인터넷이 집중하고 사유하는 능력을 갉아먹고 있는 듯하다. 내 정신은 이제 인터넷이 떠먹여주는 대로 정보를 받아들이려 한다.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가는 정보의 급류를 당연하게 여긴다"는 말로 인터넷과 독서의 관계를 설명했다.

<지구의 꿈>의 저자인 로버트 샤피로는 '출판물의 몰락'에서 "과학 문헌의 종이 복사본이 존재하지 않을 날이 올 것이며, 디지털 형식으로만 발행되는 새로운 학술서도 적지 않다. 이런 변화로 독자들은 여러 혜택을 보고 있다"면서 인터넷을 통한 독자의 편의성에 대해서 강조한다. 존 투비의 '제2의 인쇄술' 그리고, 클레이 셔키의 '보이지 않는 대학', 데이비드 겔런터의 '대학의 가상화' 등 학교 교육의 변화에 대한 글들도 통찰의 힘을 얻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에른스트 푀펠은 "과잉의 시대에 사고는 힐링이다"라고 했다. 이제 '속도'에 익숙해지는 것만큼 '깊이'도 함께 만들어가는 삶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스스로를 이해하고 육체와 정신의 건강을 조화롭게 만들 때 살아가는 가치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150명의 석학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바로 '인간다운' 가치였다. 존 브룩만은 책머리에서 "우리의 집단의식이 스스로 상호 작용을 하며 무한히 교감하는 것이 바로 인터넷"이라며 "인터넷에서 중요한 것은 컴퓨터도 인간도 아니다. 인터넷의 요체는 바로 사고(thinking)"라고 말했다.

'생각을 아웃소싱하고, 지식을 사냥하고, 기억을 클라우딩하는 디지털 원주민'들이 바로 우리와 이후 세대들이다. 무한한 네트워크로 연결된 인터넷 세상에서 스스로 의미 있는 확신을 세우고, 공존의 가치를 만들기 위해서 이러한 '지식의 대통합'은 계속 되어야 한다. 세계가 주목하는 지식 프로젝트 '엣지'의 다음 질문은 무엇일까? 고수들의 전망은 어떻게 이어질까?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음과 동시에 나의 새로운 기대와 생각은 다시 시작되었다.


[원문] http://www.pressian.com/books/article.asp?article_num=50130328190908

2013.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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