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출판과 서점 이야기

틱톡이 바꾼 해외 출판시장의 변화

by 류영호 2022. 10. 4.

틱톡(TikTok)은 3초에서 10분 정도의 길이로 영상을 제작하고 공유할 수 있는 글로벌 숏폼(short form) 플랫폼이다. 2012년에 설립한 IT기업 바이트댄스(Bytedance)가 만들었고, 2016년 150개 국가 및 지역에서 75개의 언어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2017년 11월부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콘텐츠 네트워크 기업인 클라우드플레어에 따르면, 2021년 틱톡은 구글을 밀어내고 가장 많은 방문자 수를 기록했다. 당시 틱톡에는 시간당 500만 개 이상의 영상이 업로드될 정도로 사용자들의 활발한 이용량은 계속되고 있다. 틱톡의 주로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의 이용률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틱톡은 소셜, 동영상 스트리밍, 음악 스트리밍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특히, 틱톡의 해시태그(hashtag) 챌린지는 특유의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맞춤형 추천을 위한 중요한 사용자 패턴이다. 그동안 음악과 춤 등을 소재로 재미 위주의 영상을 공유하는 형태였으나 최근에는 각종 지식정보를 제공하는 커뮤니티 채널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2020년부터 책과 결합된 북톡(#BookTok) 해시태그다. 북톡은 틱톡 내 수많은 커뮤니티 중 독서에 특화된 커뮤니티로 서평이나 독후감 등 책 관련 콘텐츠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자유롭게 공유하고 있다.

북톡의 출현과 출판 마케팅 성공 사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출판시장의 장기적 위기를 예상했다. 하지만, 오랜 집콕 생활로 독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전자책과 오디오북 등 디지털 출판콘텐츠를 사용자들이 급증하면서 출판시장은 빠르게 회복했다. 출판시장 분석 전문 기관인 NPD BookScan에 따르면, 미국의 연간 인쇄본 판매량은 2021년에 9% 증가한 8억2,570만 권에 달했다. 이는 2004년 데이터 추적을 시작한 이후 가장 많은 숫자다. NPD BookScan의 산업 분석가인 크리스틴 맥클린(Kristen McLean)은 “북톡이 판매 급증의 분명한 요인이다”라고 말했다. 북톡 해시태그는 배우 윌 스미스(Will Smith)와 가수 조지 에즈라 (George Ezra) 등 유명인들도 사용하고 있으며, 현재 총 690억 회 이상의 조회 수와 대량의 게시물을 보유하고 있다.

젊은 독자들을 중심으로 도서 판매량이 증가한 점이 눈에 띄는데 여러 요인 중 북톡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출판계 내부와 여러 매체를 통해서 나오고 있다. 특히, 로맨스, 판타지, SF, 청소년문학(YA) 분야 도서에 대한 북톡의 홍보 효과가 높아지면서 출판사업자들도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틱톡에서 북톡 해시태그 카테고리에 들어가면 좋아하는 책에 대해서 독자들이 짧고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수많은 비디오 콘텐츠를 볼 수 있다. 북톡의 콘텐츠 제작자와 소비자 모두 젊은 여성들이 핵심 사용자이자 열렬한 독자로 활동하고 있다. 입소문(Viral)을 통해 전파되는 인기 도서는 독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면서 북톡의 인기는 가속화되고 있다. 성공 확률이 높은 마케팅 채널로 북톡이 검증되면서 다수의 출판사는 북톡 전용 영상 콘텐츠를 제작할 인플루언서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들에게 무료로 책을 보내주거나 책 추천을 위한 홍보비용도 지급하고 있다.

해외 출판시장에서 북톡의 영향력을 알 수 있는 사례를 살펴보자. 먼저 베스트셀러 작가로 잘 알려진 애덤 실베라(Adam Silvera)가 지난 2017년 출간한 『They Both Die at the End』를 들 수 있다. 출간 후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이 작품이 2020년 4월부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코너에 다시 올라왔다. 작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북톡 커뮤니티에서 ‘#TheyBothDieAtTheEnd’라는 해시태그로 책 영상이 확산되었다. 2020년 7월 해당 해시태그를 포함한 동영상의 조회 수는 3천700만 건이 넘었고, 댓글도 꾸준하게 달릴 정도로 북톡의 입소문 효과는 상당히 높았다. 

이어서, 도나 타트(Donna Tartt)의 소설 『The Secret History』는 틱톡 내 관련 동영상 조회 수는 현재 2억 건이 넘는다. 2014년에 도나 타트가 퓰리처상 소설 부문 수상자가 됐을 때보다 더 많이 언급된 수준이다. 2011년에 출간된 매들린 밀러(Madeline Miller)의 소설 『The Song of Achilles』는 출간 이후 10년 간 판매량이 많지 않았는데, 북톡의 입소문으로 1주일에 1만 부씩 판매되었다. 이후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21주 연속 1위에 오르기도 했다. 2017년 출판된 E. 록하트(E. Lockhart)의 소설 『We Were Liars』도 입소문으로 4년 만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러한 영향으로 인해 오프라인 서점의 진열 공간과 온라인 서점의 카테고리 구성에도 북톡을 특별 세션으로 포함시키고 있다. 일부 서점에서는 추천 코너로 “BookTok Made Me Buy It”와 “BookTok Recommendations” 코너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대형 서점체인인 반스앤노블(Barnes&Noble)도 북톡을 통해 베스트셀러를 알리는 별도의 코너를 만들었고, 실제 북톡 코너를 설치한 2021년 여름부터 매출이 증가했다. 반스앤노블은 북톡커(booktokers)들이 다음 입소문 히트작을 만드는 무대로 매장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리모델링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고객이 더 환영받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북톡 추천 도서로 진열된 전용 공간을 600개 이상의 거의 모든 매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로벌 출판그룹 펭귄랜덤하우스를 비롯한 유명 출판사들도 다수의 북톡 크리에이터를 지원하거나 협력하고 있다. 펭귄랜덤하우스에서 운영하는 펭귄영리더스(Penguin Young Readers)는 펭귄 틴(Penguin Teen)을 통해 소셜미디어 마케팅과 인플루언서(influencer) 관리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청소년문학(YA) 독자를 대상으로 SNS의 인플루언서와 연결을 강화하면서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키고 있다. 말린다 로(Malinda Lo)의 청소년 퀴어 로맨스 소설인 『Last Night at the Telegraph Club』(Dutton Books for Young Readers)은 2021년 1월 출간 당시 높은 판매 실적을 기록했는데, 펭귄 틴이 계획한 인플루언서 캠페인을 통해 소설의 판매량이 더욱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총 100만 뷰에 가까운 조회 수, 25만 개 이상의 좋아요, 5500개의 공유를 모은 두 개의 동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한 성과로 창출되면서 도서 판매는 마케팅 실행 전에 비해 7배 증가했다.

종합적으로 보면, 해외 출판업계는 틱톡을 책 홍보를 위한 중요한 채널로 여기고 있다. 전자책과 오디오북의 급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계 출판시장의 주류는 종이책이다. 틱톡이 전통적인 출판사업자들에게 각광받는 이유도 북톡의 주류가 바로 종이책이기 때문이다. 책 자체만 다루는 게 아니라 책장에 정리된 책을 자랑하거나, 책 언박싱, 책 속 캐릭터 등을 연기하는 등 종이책에 대한 다양한 스토리를 직접 만들고 즐겁게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종이책의 매력을 얻고 있다. 이외에도 북톡의 열렬한 사용자들은 책 본문에서 감동적인 문장을 직접 낭독하거나 리액션 영상을 촬영하는 등 책을 소재로 한 스토리의 범위를 확대하면서 해시태그를 계속 달고 있다. 

해외 출판시장 전문가들도 북톡의 파급 효과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었다. 영국출판협회(Publishers Association)의 CEO 스티븐 로딩가(Stephen Lodinga)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틱톡에서 많은 상호작용이 있었다. 틱톡을 통해서 독자들은 좋아하는 책을 읽고, 추천하고 친구들과 공유하면서 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도서 판매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출판 컨설턴트인 태드 마크로이(Thad Markroy)는 “북톡의 인기 원작은 대부분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판타지 소설이었는데, 최근에 이러한 경향은 성인 픽션과 논픽션 분야로 확대되었다”고 분석했다. 즉, 출판사에서 신간 마케팅에서 볼 수 있던 방식과는 다른 모델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구축된 것이다. 


작가가 주도한 북톡 사례와 향후 전망

틱톡은 단순히 독자가 감상이나 추천에 연결될 뿐 아니라 작가(저자)가 직접 독자에게 도달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2020년 11월 소설 『These Violent Delights』을 쓴 클로이 공(Chloe Gong)은 2020년 4월부터 틱톡을 통해서 책 관련 영상 등을 게시하면서 팔로어를 모았다. 이를 통해 자신의 소설 책을 홍보했고, 많은 사람들이 예약 주문을 하고 댓글을 남겼다. 알렉스 애스터(Alex Aster)도 2020년에 출간한 소설 『Curse of the Night Witch』의 판매 확대를 위해서 관련 영상을 북톡에 게시했다. 그 결과 일부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판매량이 5배 정도 증가했다. 알렉사 애스터의 틱톡 팔로워(followers)는 현재 93만 명으로 매우 많은 숫자다. 그녀는 2022년 신작 소설 『Lightlark』을 출간하면서도 틱톡을 활용했다. 이 책은 에이전트를 통해 출판사와 계약을 추진했지만 계속해서 불발되었다. 2021년 3월에 소설 요약 영상을 올리면서 틱톡 사용자들에게 읽고 싶은지 여부를 물어봤다. 해당 영상은 하루 동안 100만 건 이상의 조회 수와 8천 건이 넘는 의견이 달렸다. 이 결과를 가지고 에이전트는 출판사들과 다시 협의했고, 애물럿북스(Amulet Books)와 계약하고 정식 출간했다.

틱톡은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과는 다른 방식의 콘텐츠 추천이 가능한 독자적인 알고리즘에서 찾을 수 있다. 틱톡은 사용자가 과거에 시청한 영상이나 해시태그 등을 기반으로 맞춤형 추천을 제공한다. 추천 알고리즘에서 이용자가 특정 영상에 “좋아요”를 표시하는 경우와 댓글을 달 경우에 해당 영상의 추천 가중치는 크게 증가한다. 그러나 이용자가 특정 영상을 수동적으로 소비할 경우에 해당 영상의 “좋아요”와 댓글은 해당 이용자의 관심사(interest)를 분류하는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렇게 이용자 개인의 참여 수준에 매우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고 있는 점이 틱톡의 핵심 경쟁력이다. 그리고, 틱톡은 영상을 처음부터 큰 규모의 사용자 집단에 추천하지 않는다. 이미 수많은 테스트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그룹별로 반응을 보면서 규모를 키울지 여부를 자동으로 판단하고 추천한다. 즉, 인기를 얻을수록 더 많은 사용자들에게 영상이 추천되는 구조다. 이를 통해 팔로워 이외에도 영상 콘텐츠가 확산되기 쉬운 구조를 가진다. 

이제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이 엔데믹(endemic)으로 이동하고 있다. 일상의 회복과 함께 새로운 현재(new normal)가 우리의 일상과 산업의 변화를 이끌어가고 있다. 세계 출판시장도 적지 않은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소셜미디어를 통한 마케팅이 중심에 있다. 모바일 네트워크 비즈니스의 성장과 비대면 생활이 지속되면서 소셜미디어는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 간 커뮤니케이션에 최적화되고 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틱톡은 개인정보 유출, 유해 콘텐츠 추천 등 여러 논란과 비판도 있지만, 출판계에서는 종이책의 부활과 책의 발견가능성에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틱톡을 통해 작가와 출판사, 서점 그리고 독자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출판과 독서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물론 그 인기가 언제까지 계속 이어질지는 확답할 수 없다. 그러나, 디지털 중심으로 속도 경쟁에 기울어진 시대에 책과 독서 활동을 재미와 감동으로 접할 수 있다는 것으로도 북톡의 가치는 충분하다. 국내 출판계분만 아니라 도서관계에서도 북톡을 활용해서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면 좋을 것 같다. 영미권 도서관을 중심으로 #LibraryTok, #LibraryTikTok, #LibrariansofTikTok 등 도서관과 틱톡을 연결한 해시태그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도서관의 추천도서, 지역 시민 대상으로 북톡 제작 공모전 등 독서와 거리감을 줄이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실행되길 기대해본다.  

- 류영호 (교보문고 DBS플랫폼사업단, 부장)

[참고자료] 
- Benjamin Broomfield, How Penguin Random House mastered influencer TikTok for 7X book sales, <ClickZ>.
https://www.clickz.com/how-a-95-year-old-publishing-company-mastered-tiktok-for-7x-book-sales/267071/
- TikTok is taking the book industry by storm, and retailers are taking notice, <NBCnews>, 
https://www.nbcnews.com/news/us-news/tiktok-taking-book-industry-storm-retailers-are-taking-notice-n1272909
- 틱톡 추천(For You Page) 알고리즘의 비밀, Exciting f(x), 2022.04.14.

** 월간 <국회도서관>(2022년 9월호)

 
출판 혁명
세계 출판 산업에서 혁신을 주도하는 개인과 조직의 대표적인 사례를 모은 책. 창작과 제작, 유통까지 콘텐츠 시장의 변화를 주도했거나 업계에서 처음 시도했던 사례를 핵심적으로 다루었다. 아마존, 반스앤노블, 구글, 코보, 펭귄랜덤하우스 등 메이저 출판 사업자와 왓패드, 굿리즈, 인키트, 시리얼박스 등 북테크 스타트업들을 주요 대상으로 삼았다. 세계 출판계의 변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사례와 용어는 총 35개의 키워드로 정리했다. 이 책은 위기를 맞이한 국내 출판계에도 좋은 참고 자료가 될 것이다.
저자
류영호
출판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출판일
2019.11.11

댓글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