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퍼브(Refurbish) 책에 만족하다.출판과 서점 이야기 2012. 9. 18. 19:38
과연 대중 소비자들은 리퍼브 제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네이버 지식백과에 의하면, 리퍼브(Refurbish)는 반품이나 전시상품, 약간 흠이 있거나나 색상이 제대로 나오지 않은 제품, 이월 상품, 단종 상품 등을 새롭게 단장하여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상품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반값 상품의 알뜰 쇼핑 이미지와 함께 신제품과 중고품 사이의 중간적 위치를 차지한다. 이미 리퍼브 상품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다양한 공산품을 중심으로 활성화되어 있다.
지난 일요일 오후, <파주북소리2012>에서 리퍼브 도서를 50%에 판매한다는 문학동네를 찾았다. 언급했듯이 리퍼브 책은 유통 과정에서 생긴 작은 흠들을 다듬어서 판매하는 책으로 내용을 보는데 거의 지장이 없을 정도로 깔끔했다. 금액을 더하면 별도의 기념선물도 주는 이벤트가 진행되었다. 리퍼브 책은 중고책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었다. 실제 책을 기획하고 제작한 출판사에서 직접 부족함(?)을 가다듬어서 실비로 판매한다는 점에서 누군가의 손에 손을 거쳐 들어온 책과는 '질'이 다르다고 본다. 문학동네에서 큰 아이와 아내의 책을 몇 권 구입했는데, 식구들 모두 대만족이었다.
- 출처 : 문학동네 네이버카페 http://cafe.naver.com/mhdn/38780
또 하나, 리퍼브 책을 활발히 운영중인 출판사가 바로 돌베개다. '행복한 책의 순환'이라는 컨셉이 마음에 든다. 출판사의 말처럼 흠집이나 구김이 있을 뿐 타인의 밑줄긋기나 메모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출판사의 철저한 검수를 통해 리퍼브 책은 독자들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독자는 잠시 잊고 있던 책들을 새로 만나거나 지갑 사정으로 인해 건너뛰었던 책을 다른 차원에서 만날 수 있다. 긍정적인 충동 구매는 책과 독서에는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싶다. 두고두고 읽거나 선물도 하고, 그런 면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책 선물에 좀 인색한 것이 현실이다. 확실히 이런 문화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
- 출처 : 돌베개 네이버 블로그 http://imdol79.blog.me/10134386597
전자책의 열풍으로 종이책이 바로 어떻게 될 것처럼 이야기하는 쪽도 있지만, 실상 영어권의 움직임이 대부분이다. 고유언어를 가지고 있는 프랑스, 이태리, 독일, 일본 등은 종이책 시장이 탄탄한 국민 독서력을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을 모색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 종이책과 전자책의 가격을 가지고 많은 설왕설래가 있다. 지금은 출판 컨텐츠 시장에서 디지털과의 접점을 찾는 과도기의 시대라고 봐야한다. 역사를 거슬러봐도 패러다임의 쉬프트는 중간지대를 두고 이동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길어지고도 하고 탄생과 동시에 사라지기도 한다. 종이책과 전자책의 보완적 관계에 대한 다양한 관점의 시도와 경험적 결과들이 모이고 모여 안정되고 지속가능한 패러다임의 구성이 요구되는 시대다.
내가 리퍼브 책에 대해 관심이 많이 가는 이유는 바로 출판사와 독자의 직접적인 거리 줄이기가 가능한, 꽤 유용한 채널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내용 이해와 장서 측면에서도 일반 신간도서와 큰 차이가 없다. 업계에 10년 이상의 경험을 가진 나의 육안으로 봐도 흠집을 찾기 어려웠다. 큰 흠집이라면 폐기하거나 가끔 기증 처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리퍼브 책은 출판사에서도 폐기 처분하지 않고 실비를 받고 판매를 할 수 있다는 점과 독자는 새 책과 거의 차이가 없는 책을 아주 저렴하게 여러 권을 구입해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상호 매칭이 잘 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종이책 한 권을 만드는 데 천연자원이 생각보다 많이 들어간다. 자연 환경 절약차원에서 전자책을 권하는 논문도 있었지만, 리퍼브 책이야말로 그런 관점에서 충분한 보완적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파주출판단지에 있는 문학동네와 돌베개 뿐만아니라 리퍼브 책이 한 곳에 모여 오프라인이나 온라인에서 새로운 마켓을 형성하는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일반 오프/온라인 서점에서도 판매하면 어떨까? 이는 분명히 중고서점의 그것과는 다르지 않을까? ... 손 때 묻지 않은 느낌을 선호하는 것이 인지상정이기에 리퍼브 책은 독자들에게 더욱 사랑받을 수 있다고 본다. 자원 절약과 출판사 홍보 마케팅 전략 관점에서 리퍼브 책을 판매하는 출판사가 더 늘어나길 바래본다. 불량율 0%는 없기 때문에 더 그렇다.
'출판과 서점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자책에 밀려…세계1위 출판 피어슨, 랜덤하우스 합병 추진 (0) 2012.10.28 출판위기 극복과 대선 후보 정책 제안을 위한 범출판계 토론회 (0) 2012.10.18 Bezos and the future of books (0) 2012.10.12 문화부, 출판문화산업 진흥 5개년 계획(’12-’16) 발표 (0) 2012.10.05 전자책 시장에 대처하는 중소형 출판사의 자세 (1) 2012.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