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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책 시장에 대처하는 중소형 출판사의 자세
    출판과 서점 이야기 2012. 8. 30. 13:54

    (미국) 전자책 시장에 대처하는 중소형 출판사의 자세


    장수현 미국통신원

     

    아마존, 독식의 끝은 어디인가: 신음하는 중소형 출판사들

     

     지난 2월 5,000권에 달하는 전자책 타이틀이 갑자기 인터넷 대형서점 아마존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시카고의 도서 배급사 ‘인디펜던트퍼블리셔스그룹(Independent Publishers Group 이하 IPG)’이 유통하는 전자책들을 아마존에서 모두 없앤 것이다. 사건은 발단은 다름아닌 ‘가격’. 아마존이 전자책 가격을 더 내릴 수 있도록 IPG측에 계약조건을 바꿀 것을 요구하는 데서 시작되었다. IPG가 이를 거절하자 아마존은 결국 타이틀을 모두 없애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마크 수코멜 IPG 대표는 “아마존의 이러한 결정에도 불구하고 요구 조건에 응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경하게 대응하고 나섰다. 그는 독자들이 아마존에 없는 책을 다른 인터넷 서점에서 산다면 이는 도리어 아마존의 손해라고 강조했다. IPG는 1971년 중소형 출판사들의 권익을 대표하여 시카고에 세워졌으며 현재 500여 개의 중소형 출판사로 이루어져 있다.

     

     전자책 가격을 놓고 아마존이 출판사들과 대립적 관계에 놓인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4월, 아마존의 낮은 전자책 가격에 대항하여 애플사와 펭귄, 맥밀란, 해치트북그룹, 사이먼앤슈스터, 하퍼콜린스 등 미국 대형 출판사 5곳이 전자책 가격을 담합한 일은 국내외로 큰 화제였다. 미법무부의 소송제기로 이들의 가격담합 계획은 잠정적으로 중지되었지만 아마존의 전자책 가격과 독점화가 업계에 끼치는 우려를 충분히 드러낸 사건이었다.

     

     아마존은 자체 전자책 기기 킨들의 성공과 더불어 다른 유통업자들과 경쟁할 수 없을 정도로 낮게 책정된 전자책 가격으로 초기 전자책 시장의 90퍼센트 점유율을 기록하는 성과를 일궈냈다. 이 같은 독점화를 위해 아마존은 때로는 손해를 보면서까지 가격을 낮춰 책을 팔았다. 소위 ‘2.99달러에서 9.99달러까지’ 가격 범위를 강요 받는 출판사들의 불만은 커져가지만, 중소형 출판사들의 경우 이러한 아마존의 요구조건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가장 큰 전자책 시장에서 타이틀이 사라질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달린다. 실제로도 아마존은 IPG의 책들을 목록에서 삭제했듯이 다른 중소형 출판사들의 책 또한 가격 요구조건을 충족하지 않을 경우 일순간 퇴출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중소형 출판사 중에는 아마존의 이러한 문제들을 놓고 고민하다가 아예 자진 탈퇴한 경우도 있다. 아동교육관련 책을 출판하는 EDC(Educational Development Corporation)는 아마존의 가격 압박을 견디다 못해 먼저 아마존에 책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EDC의 대표 랜달 화이트는 지난 4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아마존은 모두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나는 그들이 강자로 군림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보다 아예 아마존 없이 출판하는 길을 택하겠다. 이제껏 우리는 스스로 몰락하는 길을 택하고 있었다”며 1,800여 개의 타이틀을 들고 과감히 아마존을 나왔다. 그런가 하면, 일리노이의 소스북 출판사처럼 출판사 자체 온라인 서점을 시작하여 독자들에게 직접 책을 파는 곳들도 생겨나고 있다. 아마존의 그칠 줄 모르는 전자책 할인 가격에 대항한 중소형 출판사들의 저항은 아마존 입장에서는 그저 미미한 것일지 모른다. 텍사스의 소규모 출판사 윙 프레스의 대표 브라이스 밀리간은 뉴요커 잡지에서 “전자책 시장에서 경쟁이 건강했던 적이 있었다. 아마존은 출판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빛나는 별’이 될 수 있었지만 결국 자멸의 길을 택했다”며 아마존을 강력히 비판했다.

     

    희소식 ‘구글북스’, 장점 있지만 기대만큼은 못 미쳐

     

     사실 전자책 시장 자체는 출판사, 특히 중소형 출판사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 주로 물리적ㆍ기술적인 이유 때문이다. 가령 책을 보관할 창고나 반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면에서 경제적 이점이 클 뿐 아니라, 책을 전자화 시키는 과정도 전자책 플랫폼 사이트에 이미 구축되어 있는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술적으로도 훨씬 간편해졌다. 문제는 셀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새 전자책이 쏟아져 나오는 출판시장에서 어떻게 독자의 선택을 받느냐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구글북스의 등장은 중소형 출판사들에겐 희소식이었다. 2011년 BEA(Book Expo America) 기간 동안 구글이 주최한 패널 토론에서 구글북스의 전략사업 담당자 터베이는 구글북스가 어떻게 작은 규모의 출판사들을 도울 수 있는지 설명했다. 터베이에 따르면, 인터넷 검색 엔진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출판사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독자의 취향을 파악하고 독자를 찾아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책의 컨텐츠를 독자에게 공개하지 않고서는 독자와 책과의 만남은 어디까지나 출판사와 유통업자의 책임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그는 “만약 독자가 오프라인 서점에 가서 직원에게 찾고 있는 종류의 책을 문의한다고 하자. (독자가 책에 대해 정확히 모른다고 해도) 직원은 몇 가지 질문 후에 바로 독자가 원하는 책을 찾아내어 갖다 줄 것”이라고 설명하며 인터넷 검색 엔진이 이러한 직접적 소통 방식을 따라잡기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음을 명시했다.

     

     구글북스는 독자들이 책을 고르면서 필요한 도움을 온라인 상에서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열린 컨텐츠’에서 찾았다. 2004년부터 현재 출판된 모든 책을 전자화 시키는 계획에 착수한 구글북스는 현재 3,000만 권에 달하는 책을 등록시켰다. 구글북스는 독자들에게 기본적으로 방대한 양의 열린 컨텐츠를 제공하고 독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자기가 원하는 책에 대한 키워드를 검색한다. 이 때 검색되는 책 목록에는 대형 출판사들의 책 뿐만 아니라 중소형 출판사들의 책이 내용과 함께 게재된다. 만약 중소형 출판사의 책이 독자들의 요구사항에 더 적합하다면 독자들의 구매 가능성은 높아진다. “책이 검색 목록에 뜨는지 안 뜨는지에 따라 책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고 터베이는 말했다. 책의 운명과 함께 중소규모 출판사의 운명도 철저히 컨텐츠와 독자의 연결고리에 달려 있는 셈이다.

     

     구글북스는 독자들에게 책의 노출이 늘어남에 따라 판매량이 증가한 중소형 출판사들의 성공 사례들을 홈페이지에 소개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 주에 기반을 두고 있는 펜스테이트프레스는 구글북스에 노출되면서 웹사이트 방문수가 124%나 증가했으며, 월 평균 19건에 머물렀던 POD(주문형 출판)도 구글북스에 가입한 지 한 달 만에 무려 74건 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 약 4배에 가까운 증가폭이다. 펜스테이트프레스는 “독자들이 마침내 원하던 책을 찾게 된 것”이라고 전하며 “재고목록 1,000권에 달하는 도서 중에서 972권을 목록에 등록하는 쾌거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버몬 주에 위치한 어퍼엑세스 출판사 역시 구글북스로 혜택을 입은 소규모 출판사이다. 어퍼엑세스 출판사 대표 스티브 칼슨은 새로운 독자들이 구글 북스를 통해 어퍼엑세스 책들을 찾을 수 있게 됐으며 독자들의 피드백과 소비형태 등을 추적함으로써 어퍼엑세스를 찾는 독자들의 패턴을 찾고 그들과 원활히 소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역사 서적 출판사인 아카디아 출판과 기술서적 출판사 아이디어 그룹 등이 구글북스의 컨텐츠 노출로 주문량이 늘어난 중소형 출판사 사례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구글북스의 장점과 성공사례에도 불구하고 구글북스는 많은 출판 관계자들이 기대했던 것만큼의 혁신적인 성과는 아직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 4월 서비스 중단을 예고한 구글 리셀러 프로그램도 그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구글 리셀러는 소규모 서점들이 전자책을 팔 수 있도록 구글이 제공한 웹브라우저 플랫폼이다. 그러나 구글 리셀러의 경영은 성공적이지 못했고 결국 내년 1월에 문을 닫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아울러 최대한 많은 책을 전자책으로 변환시키는 과정에서 프랑스와 유럽 등지에서 저작권 문제로 야기된 소송도 구글북스의 발목을 잡는 역할이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주제별로 검색이 용이한 비문학 도서는 구글북스의 혜택을 보겠지만 문학 도서는 여전히 작가의 인지도와 마케팅, 판매수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고 보았을 때 한계가 있다.  

     

    보다 적극적, 구체적 대응방안이 필요해

     

     중소형 출판사들에게는 구글과 아마존처럼 큰 브랜드와 넓은 시장을 적절히 이용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겠지만 갈수록 늘어가고 있는 전자책 시장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능동적인 대응방안을 찾는 것이 필수적이다.

     

     지난 6월 21일 디지털북월드와 퍼블리셔스위클리가 주최한 웹캐스트 시리즈에서 소규모 출판사들의 전자책 유통에 대한 토론이 열렸다. 패널로는 OR북스의 존 오크스, 크로스리버 퍼블리싱컨설턴트의 톰 월, 하바드커먼프레스의 아담 살로몬이 참석하여 중소형 출판사들에게 실질적인 조언을 건네는 시간을 가졌다.

     

     살로몬에 의하면, 소규모 출판사들이 전자책 컨텐츠를 개발할 때 각 출판사의 성격을 잘 알고 적합하게 책을 전자화시킬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이때 해당 출판사는 본사의 책이 얼마나 복잡한 전자화 과정을 거칠 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하버드커먼프레스는 요리책을 주로 다루는 출판사이므로 요리책을 전자화하는 데 능숙한 파트너를 찾았다. 요리책의 경우 일반 소설책보다 복잡한 과정이 요구되므로 한 페이지당 두 배 정도의 가격을 예상해야 한다.

     

     패널들은 전자책의 가격을 낮게 측정하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전자책의 가격 범위는 패널마다 의견 차이가 있었지만 종이책을 출판할 경우의 최소한의 비용보다 낮아야 한다는 의견은 동일했다. 세 패널들은 전자책 제작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총괄하며 전자책의 품질을 검증할 책임자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도 냈다.

     

     중소형 출판사들에게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앱) 개발 또한 중요한 부분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계속해서 늘어감에 따라 모바일 시장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앱 서적 개발로써 출판사들은 책의 양을 줄이고 가격을 낮추는 일이 가능해졌다. 14.99달러의 전자책 한 권 대신, 1.99달러 혹은 99센트의 책을 여러 권 냄으로써 독자들이 한 번에 부담하는 가격을 낮추는 것이다.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중소형 출판사 지향적 온라인 유통업자들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대상이다. 졸라북스(Zola Books)는 구글 리셀러의 대안으로 떠오른 온라인 유통 홈페이지로, <시간여행자의 아내> 저자인 오드리 니프니거 외 영향력 있는 작가들과 투자자들이 힘을 합쳐 만들었다. 졸라북스 대표 조 리갈은 출판 에이전시 출신이다. 리갈은 출판 유통의 균형이 너무도 심하게 깨어져 작가들을 더 이상 지원할 수 없다고 느끼기 전까지는 출판 유통업에 뛰어들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졸라북스는 그런 의미에서 깨어진 출판유통을 바로 잡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졸라북스는 책 판매 수익률 중 70퍼센트를 출판사에 할당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앞서 아마존에서 사라졌다고 언급한 IPG의 타이틀도 졸라북스와 계약을 마친 상태이다. 졸라북스는 아직 자가출판에 대해서는 지원하고 있지 않지만 스매쉬월드 등과 같은 자가출판 지원 유통업자와 연계하여 베스트셀러를 게재하고 있다. 졸라북스와 흡사한 소규모 출판사 지향적 디지털 서비스 홈페이지로는 컨스텔이션(constellationdigital.com) 등이 있다.

     

    중소형 출판사들의 향후 방향

     

     전자책 시장은 전년에 비해 2011년 그 규모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2010년 전자책 수익이 9조원이었던 것에 비해 2011년 수익은 20조원에 가까운 것으로 산출되었다. 바야흐로 전자책의 전성시대다. 전자책 출판계 내부에서 다양해진 컨텐츠 유통 사업과 작가, 출판사, 유통업자간의 견제가 불러일으키는 각종 이슈들은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중소형 출판사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이 전자책 시대에서 새로운 컨텐츠들과 치열한 유통 사업에 얼마나 발 빠르고 소신 있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출판사 자체의 성공뿐 아니라 전자책 시장을 보다 역동적이고 다채롭게 만드는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글쓴날 : [12-07-27 13:34]


    http://opia.klti.or.kr/news_view.jsp?pg=0&ncd=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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