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독립서점은 어떻게 부활했을까? (기획회의, 458호)

외부 매체 기고 2018. 2. 22. 19:30

미국의 독립서점은 어떻게 부활했을까?

 

류영호(교보문고 콘텐츠사업단 차장)

 

일반적으로 독립서점(independent bookstore)은 규모와 운영 인력이 중소형 규모로 소유 구조가 개인 또는 단체이며, 거대 상업 자본에서 독립된 서점을 의미한다. 이와 대비되는 대형 체인형 서점은 대부분 주식회사 법인의 형태로 대규모의 투자 자본가 또는 기업이 소유하고 있다. 미국은 1980년대부터 반스앤노블(Barnes&Noble)과 보더스(Borders) 같은 대형 체인형 서점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들은 미국 전역의 대형 쇼핑몰에 입점했고, 30%씩 할인 판매를 단행하면서 많은 중소형 서점들이 문을 닫게 되었다. 1990년대가 되면서 반스앤노블과 아마존이 온라인 서점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1995년에 문을 연 아마존이 급성장하면서 5년 후 미국 내 독립서점의 수는 43%나 줄어 들었다. 2007년 아마존이 전자책 킨들(Kindle)을 오픈하면서 종이책 판매에 집중된 대형 체인형 서점도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되었다.

온라인 서점과 전자책의 급성장 등으로 촉발된 경영 실패로 인해 2011년에 보더스가 파산하면서 미국 서점업계는 충격에 빠져 들었다. 2010년대에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 환경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 디바이스가 일상화되었다. 출판 생태계에도 전통적인 포맷과 채널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출판 유통을 대표하는 서점의 위상도 변하고 있다. 반스앤노블도 디지털 신규 사업에서 실패를 겪으면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상대적으로 온라인과 전자책 판매에 있어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춘 아마존은 2015년부터 오프라인으로 진출하면서 출판유통 시장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의 자본과 인력, 유통 역량으로 성장과 경쟁을 거듭하던 대형 서점 브랜드 사이에서 독립서점들이 반격하고 있다. 미국서점협회(American Booksellers Association)의 발표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5년 사이에 미국 전역의 독립서점 수가 각각 1,651개에서 2,227개로 35% 정도 증가했다. 독립서점의 서적 판매액은 2015년에 전년대비 10%, 2016년에는 5% 증가했다. 온라인 서점이 본격화되었던 1990년대 중후반, 독립서점이 감소되었던 것과는 다른 결과를 보인 것이다.

우선, 미국 독립서점의 부활은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중앙과 온라인에 집중된 소비문화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만든 ‘바이 로컬(Buy local)’ 운동을 시작점으로 촉진되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전국의 많은 도시에서 독립서점 대표들은 그들의 경제적 이익에 사회적 가치를 결합시키는 운동을 주도했다. 이후 주변의 다른 독립적인 가게 주인들에게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지역적 공동체 가치가 유지되었고, 그들과의 연합을 형성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주민들에게 독립서점은 이해관계가 맞는 사람들의 모임 장소이자 지역 커뮤니티의 거점이 되었다.

최근 기술의 재출현(Technology Re-Emergence)이 혁신을 불러올 수 있다는 연구로 잘 알려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라이언 라파엘리(Ryan Raffaelli) 교수는 미국 독립서점의 부활의 비결을 3C라는 키워드로 정리했다. 서점을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만들고(Convening), 기계적인 시스템이 아닌 사람이 직접 책을 추천하고(Curation), 지역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만들었기(Community)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서점업계에서 기술의 혁신을 주도하는 아마존이 도저히 할 수 없었던 것을 독립서점이 채워갔다. 아마존이 빠르고 편리함을 강조한다면 독립서점은 느리되 사람들과의 꾸준한 접촉을 만들고 있다. 그러면, 3C에 대한 간략한 분석과 주요 사례를 살펴보자.

 

① 컨비닝(Convening) : 온라인 서점에서 더 많은 할인율과 무료 배송으로 책을 구입할 수 있지만, 지역의 소규모 독립서점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감성이 있다. 대부분의 독립서점들은 독자들이 좋아하거나 관심을 갖고 싶은 주제와 저자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빠르고 다양하게 만들어내고 있다. 오프라인 단골 고객 리스트를 활용하고,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서 큰 비용없이 저자와 출판사, 독자 간의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독립서점들은 이제 “얼마나 책을 많이 팔았느냐가 아니라, 독자들이 얼마나 좋은 시간을 보냈느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다양한 작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각종 출판 행사, 저자와의 만남, 어린이 생일 파티, 청소년 도서 출판 지원, 다양한 독서 모임 등을 주관하고 열고 있다. 몇몇 독립서점은 연간 500개 이상의 행사를 주최할 정도로 지역의 출판문화 향상에 많이 노력하고 있다. 2004년 뉴욕 맨해튼 소호에 문을 연 독립서점 맥널리 잭슨(Mcnally jackson)을 오픈한 사라 맥널리는 대형 서점에서 취급하지 않는 다국적의 작가들이 펴낸 책들을 판매한다. 거의 매일 독서 토론회와 해외 작가와의 만남 등 다양한 이벤트가 열린다. 매장에 있는 에스프레소 북머신(Espresso Book Machine)을 통해 지역 사람들이 편리하게 책을 제작할 수 있는 POD(Publish On Demand) 서비스도 제공한다.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북 코트(Book court) 서점은 주말 저녁 시간에 가족 단위로 찾아올 수 있도록 무료로 영화를 상영하거나 음악 행사를 열고 있다. 정치·사회분야의 토론회, 시 낭송, 어린이 북클럽 등 거의 매일 문화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덴버에 있는 북바(book bar) 서점은 책과 함께 와인과 맥주를 마실 수 있게 판매하는데 지역 주민들이 술 한잔하면서 책도 읽고, 주변 사람들과 대화도 나눌 수 있게 만들었다. 펜실베니아 미드타운에 있는 스콜라 서점(Midtown scholar bookstore)은 매달 작가와 저널리스트를 초청해서 글쓰기 관련 강의를 열고 있다. 기타리스트나 인디밴드의 음악회, 장르별 북클럽은 멀리있는 독자들이 자발적으로 찾을만큼 인기가 높다.

② 큐레이션(Curation) : 독립서점들은 좀 더 개인적이고 전문적인 고객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도서 진열과 재고 관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베스트셀러만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서점 직원들이 선별한 신인 작가들과 예상하지 못한 제목을 발견할 수 있게 진열해서 독자들과 친밀도를 향상시키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출판사와 서점의 일방적인 광고에 의존하지 않고 지역의 특성, 서점 주인과 직원들의 전문성을 활용한 도서 큐레이션은 기계적인 추천에 비해 책과 만나는 감성을 더욱 자극시킨다. 미국 독립서점의 부활을 주도하는 곳은 뉴욕으로 맨해튼과 브루클린에는 100개 이상의 독립서점들이 있다. 서점마다 독특한 구성과 진열 방식으로 만들어진 그들의 큐레이션 역량은 세계 여러 서점에서 벤치마킹할 만큼 매력적이다.

보니 슬로닉 쿡북스(Bonnie slotnick cookbooks)는 요리책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다. 국가별 전통 요리, 인종과 종교별 음식의 특징, 다양한 컬러를 가진 식재료, 음식으로 치유하는 방법, 디저트의 역사, 연령대에 맞는 간식, 주방 인테리어 소품 등 요리와 관계된 특별한 주제를 책을 중심으로 만든 서점이다. 스트랜드 서점(Strand bookstore)은 직원 채용시에 저자를 맞추는 등 주관식 퀴즈를 풀어야 하는데, 창고 직원들도 빠짐없이 책 전문가로 채용한다. 200여명의 직원들이 책을 잘 알기 때문에 코너별로 스태프가 직접 POP(Point of Purchase) 광고물에 실명으로 책을 추천하고 있다.

미스터리어스 서점(Mysterious bookshop)은 스릴러와 미스터리 소설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다. 서점 직원들이 모두 해당 분야의 매니아라서 방문하는 독자들과 소통하면서 성향을 파악하고 책을 추천해준다. 전문가들이 직접 읽어보고 맞춤형 큐레이션을 해서 독자들의 도서 구입과 방문율이 높은 편이다. 아이들와일드 서점(Idlewild books)은 주인이 여행전문가로 여행서적을 주로 취급하는데 주머니 크기의 여행 가이드북부터 여행지의 역사서, 주인이 여행하면서 모은 희귀한 도서와 소품들이 많이 진열되어 있다.

원 그랜드 북스(One grand books)는 주요 직업군을 구분해서 인기있는 책을 큐레이팅하는데 큐레이터 카테고리에는 배우, 작가, 미술가, 요리사, 디자이너, 방송인, 정치인 등 각계 전문가들이 있다. 그들이 직접 추천하는 10종의 책들이 간략한 추천평과 함께 오프라인과 온라인에 동시 진열된다. 동종 분야에 있는 사람들이나 진출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추천서로 인기가 많다.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더 라스트 북스토어(The last bookstore)는 대형 금고를 활용한 도서 코너를 구성하고, 책으로 동굴 모양의 터널을 만들어서 포토존으로 활용하고 있다. 아마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절판된 책이나 희귀한 책을 진열하고, 저자의 초판 싸인본을 별도 장식장으로 만들어서 책의 새로운 발견을 제공하고 있다.

③ 커뮤니티(Community) : 독립서점은 미국의 지역주의에 대한 아이디어를 최초로 채택한 산업군으로 평가받고 있다. 독립서점은 지역 사회 가치에 대한 연대를 강조해서 아마존과 대형 체인형 서점들로부터 독자들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이를 위해서 미국서점협회는 서점과 지역의 다른 사업체들의 사이에서 파트너십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독립서점에서 진행되는 특별한 행사를 홍보하기 위해서 협회는 전용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회원사 중에서 지역 내의 커뮤니티를 모범적으로 운영한 사례를 공유하고, 독립서점의 정체성을 강화하는데 미국서점협회는 중요한 구심점이 되고 있다.

포틀랜드 ‘문화의 허브’라고 불리는 파월스 서점(Powell's city of books)은 거리의 한 블록 전체를 차지하는 4층 건물에 100만 권 이상의 신간과 중고 도서를 판매하면서 지역의 거점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역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서점을 자주 방문하면서 주변의 카페와 쇼핑 매장들도 상권을 키울 수 있게 되었다.

뉴욕에 있는 블루 스타킹스(Blue stockings)는 자원 봉사자들의 활동으로 운영되는 페미니즘 전문 서점이면서, 성소수자와 진보적 정치 성향을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로 잘 알려져 있다. 이곳에는 매달 페미니스트, 진보적 교육자들을 위한 북클럽, 레즈비언들이 모여 뜨개질을 하는 모임, 여성과 트랜스젠더를 위한 오픈 마이크도 운영된다. 블루 스타킹스는 다른 길을 걷는 외로운 개인들이 서로의 지성과 감성을 나누는 커뮤니티로 자리 잡았다. 세인트 마크스 서점(St.Marks Bookshop)은 2008년에 임대료를 낼 수 없을 정도로 위기였다. 이를 안타깝게 생각한 뉴욕의 시민들과 작가들의 청원으로 위기를 모면한 적이 있었다. 지역의 문화 커뮤니티를 지키는 독립서점이 사라지는 모습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사람들의 마음이 모인 사례다.

독립서점의 커뮤니티는 독자들의 힘도 있었지만, 독립출판사와 독립출판물을 통해서 더 끈끈해질 수 있었다. 자본과 규모의 경제에서 벗어나 각자의 고유함과 자유로움을 중시하는 독립출판의 생산물이 독립서점을 만나서 상생할 수 있었다. 1976년에 설립된 프린티드 매터(Printed Matter)는 아티스트 도서 판매·연구·출판지원 등을 목표로 운영되는 자선단체로, 뉴욕에 독립서점을 적접 운영하고 있다. 서점 주인의 선택에 달려 있지만, 주변 상인들과의 적극적인 커뮤니티를 통해 지역만의 차별화된 문화를 만드는 역할을 서점이 주도적으로 하고 있다.

 

규모가 작은 독립서점들은 경기 불황의 파장에서 자유롭지 못한 편이다. 따라서, 출판 관련 단체와 정책 기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미국서점협회는 독립서점을 지원하는 인디 바운드(Indie Bound)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독립서점이 지역에서 지속될 수 있도록 각종 지원 정책과 정보를 제공한다. 지역의 독립서점 회원들을 위해 신뢰할 수 있는 베스트셀러 목록을 발표하는데, 일정 수준의 큐레이션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다. 몇몇 독립서점은 전국과 지역의 베스트셀러를 비교해서 별도의 큐레이션 도서 코너를 구성하기도 한다. 전자책 전문 회사인 코보(Kobo)와 제휴를 통해서 전용 디바이스 판매를 지원하고, 수수료를 통해 신규 매출 채널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이제 국내 독립서점들도 보다 적극적인 네트워크를 통해서 출판 산업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갖출 필요가 있다. 함께 연대하면 거래 조건 개선과 차별화된 이벤트를 추진할 수도 있다. 물론, 출판유통 프로세스와 독자의 양상 등에서 미국 서점 생태계와 한국은 차이가 많다. 하지만, 미국의 독립서점들의 부활을 이끈 3C 분석은 한국의 독립서점들에게 지속가능한 전략과 실행의 방향을 보여준다. 책을 좋아하고, 책을 통해 새로운 사람과 문화를 찾는 사람들은 여전히 서점을 통해 욕구를 채워간다. 독립서점에서 찾을 수 있는 아날로그적인 감성과 친근감, 정서적 애착감은 시대가 변해도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물성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사람의 본성과 소비 욕구에 가장 근접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지역에서 사람과 책을 연결하는데 최선을 다하며 분투하는 수많은 독립서점들을 응원한다. 《끝》

posted by 류영호

전자책 시장의 주요 흐름과 출판 생태계의 방향 <출판문화-2017년 10월호>

외부 매체 기고 2017. 9. 21. 11:16

전자책 시장의 주요 흐름과 출판 생태계의 방향

 

류영호 (교보문고 콘텐츠사업단 차장)

 

2007년 아마존이 킨들을 출시하면서 매년 급속한 성장을 이어가던 전자책은 미국 출판시장의 25%, 영국은 15%, 일본은 10% 내외로 출판 시장 내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영어권 국가를 중심으로 성장률에 정체 신호가 들어왔다. 미국출판협회(Association of American Publishers, AAP) 집계에 따르면, 2016년 1월부터 9월까지 도서 판매에서 전자책 매출은 18.7% 감소하고, 종이책은 7.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출판협회(Publishers Association, PA)도 2016년 영국의 전자책 판매가 17% 감소, 종이책은 7%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전자책 전용 단말기(e-reader) 판매도 2011년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5년간 약 40% 정도 감소했다. 해외 전자책 시장 정체의 주요 원인으로는 이용자들의 디지털 피로도 현상과 메이저 출판사들의 전자책 가격 인상이 있다. 이용자 관점에서 보면, 다수 독자들이 느끼는 전자 기기를 통한 장문 읽기의 부담감과 다양한 멀티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이용률의 증가가 정체의 원인으로 찾을 수 있다.


메이저 출판사들도 종이책 판매에 대한 우려와 함께 전자책에서 수익력을 높이겠다는 목적으로 전자책 가격을 올리고 있다. 실질적으로 페이퍼백(paperback)과 가격 차이가 크지 않으면서 대다수 종이책에 익숙한 독자들은 전자책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메이저 출판사가 아닌 개인(독립) 저자들이 자가출판(self publishing)을 통해 제작한 전자책은 시장의 약 40% 정도를 차지하면서 시장 내에서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전자책보다 오디오북이 대중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디지털 콘텐츠를 선호하는 출판 독자층이 넘어간 측면도 있다. 2017년 초 퍼블리셔스 마켓플레이스(Publishers Marketplace)가 발표한 유통 플랫폼별 시장 점유율을 보면, 미국 전자책 시장에서 아마존은 71%, 애플은 14%, 코보는 9%, 구글은 2%, 기타 4% 정도다. 시장에 매우 큰 이슈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아마존의 압도적인 시장 지배는 지속될 전망이다.


그러면, 한국 전자책 시장의 현황을 살펴보자. 한국 출판 시장에서 전자책의 점유율은 수년 째 3% 내외로 추정된다. 단행본 전자책은 출판사의 동시출간율이 높아지면서 콘텐츠 종수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더해 웹소설을 중심으로 하는 스낵 컬처(snack culture)형 콘텐츠가 급성장하면서 텍스트 읽기를 즐겨하는 독자들이 몰리고 있다. 웹툰과 웹드라마 등으로 연결되는 스낵 컬처는 이제 모바일 라이프스타일에서 대세가 되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발표한 '2016 출판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자책 유통사 매출은 1,258억원으로 전년보다 25.4% 증가했다. 전체 출판산업에서 전자책유통사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1.2%에서 2015년에는 1.6%로 0.4%포인트 증가했다. 진흥원은 주요 통신사와 포털사이트 업체에서 유통되는 전자책까지 포함할 경우 전자책 시장 규모가 1,500억∼1,6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예측했다. 전자책 매출의 72%는 로맨스소설과 판타지, 무협 등 이른바 장르문학에서 나왔다. 이 중 웹소설 형태의 전자책 매출이 333억원으로, 전년 대비 73% 늘어났다.


최근 2017년 말에 재개정될 도서정가제가 주요 관계자간에 현행 유지로 잠정 합의되었다. 따라서, 종이책 대비 전자책의 가격 책정은 현재 수준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공공·사립·기업 등의 전자도서관도 대대적인 추가 예산 집행이 없는 이상, B2B 시장도 큰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하지만, 각종 스토리 공모전과 웹소설 연재 서비스에 대한 공급과 수요는 매년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양대 포털사와 각종 출판 콘텐츠 유통 플랫폼의 적극적인 투자와 해외 진출 추진은 국내 전자책 사업 확장에 적지않은 파급력을 미치고 있다.

 

전자책의 본격적인 외연 확장이 필요한 시기


출판사의 규모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해외 출판사들은 디지털 전문 임프린트(imprint)를 조직화하거나 외부 인력 영입에 적극적인 추세다. 북테크(book tech)를 접목시키기 위해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추진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유통사도 자체 콘텐츠 기획과 제작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최근 아마존은 어린이와 청소년 독자들을 위해 채팅형 전자책 콘텐츠인 '래피즈(Rapids)'를 선보였다. 웹소설 전문 플랫폼인 왓패드도 채팅형 앱인 ‘왓패드 탭(wattpad tap)’을 출시하면서 모바일에 사용자 경험에 최적화된 전자책을 판매하고 있다.


최근 전자책은 종이책이 있는 타이틀보다 디지털 온리(digital only) 방식의 개인 출판 콘텐츠의 공급과 소비가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다. 판매 가격면에서도 일반 단행본 전자책보다 저렴하고, 미스터리·로맨스·SF·판타지 등 킬링타임용으로 적합하다. 일부 콘텐츠는 내용을 보완해서 종이책으로 출간하거나 드라마/영화/애니메이션 등의 소재로 판권 판매가 이어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독자들의 콘텐츠 소비 패턴의 변화가 전자책 시장의 판도 변화를 만들었다. 전자책은 출판 산업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울만큼 정보통신기술(ICT)과 연결된 융복합형 콘텐츠다. 전자책은 종이가 아닌 다양한 스크린과 플랫폼이 인터넷을 통해 연결되어야 완성되고 소비된다.


전자책은 모빌리티(mobility) 환경에서 집중력을 요구하는 콘텐츠라는 점에서 소비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다. 이는 읽기 시간이 많이 필요한 단행본 전자책이 장르문학이 주도하는 웹소설에 비해 성장세가 둔화된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유통 관점에서 보면, 단행본은 회원제 방식의 서브스크립션 판매 모델이 수요자에게 좀 더 매력적이다. 일정 금액의 회비를 지불하면 특정 수량 또는 스토어 내 전량의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아마존 킨들 언리미티드(kindle unlimited)는 140만 개의 전자책 타이틀을 서비스하고 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오디오북도 서브스크립션 모델로 전자책 플랫폼에서 카테고리 확장을 주도하고 있다.


무엇보다 출판 업계는 독자들이 영화/게임/음악 등 경쟁 콘텐츠 시장으로 이동하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 플랫폼 비즈니스에 적합한 전자책 사업 생태계 구축이 중요하다. 시장 참여자들마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있지만, 콘텐츠 제작-유통-소비의 큰 축이 균형을 맞추고 협력해야 한다. 이해 관계자 간의 불협화음으로 콘텐츠 시장 내 대응력을 제대로 키우지 못한 정책과 전략도 개선이 필요하다. 최근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한국전자출판협동조합, 오디언소리, 에스프레소북 등 17개 전자출판사의 신규 회원 가입을 승인한 것은 국내 출판 산업 전체의 상호 협력을 위한 의미있는 결정이다. 한 국가와 언어권의 지식문화를 대표하는 콘텐츠로 책의 본질적 가치는 변함이 없다. 오히려 디지털 시대일수록 체계적이면서 포괄적인 아카이빙과 유통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실제 산업 현장의 속도를 맞춰가는 법과 제도의 정비와 균형이 중요하다.

 

국내 전자책 시장,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분다


최근 출판사와 유통사를 중심으로 전자책 사업에 대한 재도약과 확장의 신호가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다. 황금가지의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와 위즈덤하우스미디어그룹의 ‘저스툰’ 등 출판사의 콘텐츠 사업의 확장에서 있어서 매우 의미있는 사례다. 시공사는 아시아 최초로 마블코믹스(Marvel comics) 전자책을 국내에 출시했다. 이어서 유통사를 보면, 교보문고는 본격적인 웹소설 사업 추진을 위해서 '톡소다(Toc soda)' 플랫폼을 오픈했다. 리디북스도 연재 전용 ‘리디스토리’에서 웹툰과 만화 콘텐츠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예스24는 와일리(WILEY)의 해외 원서와 EBS의 학습서를 결합한 태블릿을 판매하고 있다. 인터파크는 전자책 앱에서 외국도서를 읽을 때 실시간 한글 번역을 해주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온라인 도서 플랫폼인 밀리(Mille)의 서재는 월 9,900원에 이용할 수 있는 전자책 서브스크립션 모델을 선보였다. 이렇게 전자책 사업자들은 출판 콘텐츠 시장에서 소구력이 높은 콘텐츠 제작과 일반 독자들의 사용자 경험을 높일 수 있는 솔루션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페이스북,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등 각종 소셜네트워크와 큐레이션(curation) 서비스가 확장되면서 전자책 마케팅에도 적용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전자책 유통사들은 대부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식 계정을 활발하게 운영하면서 독자의 접점을 강화시키고 있다. 독서 인구도 줄어들고, 다른 산업의 콘텐츠와 시간점유율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여전히 출판 생태계는 종이책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동안 전자책으로의 급속한 변화를 예견한 곳도 많았지만, 세계 출판 시장은 답보 상태에 있다. 전자책의 성장이 출판 산업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전자책과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종이책 출판 전략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고민과 도전이 필요하다. 종이책과 전자책의 경계를 허물어가는 작업들이 여러 곳에서 시작되고 있다. 독자를 고객이라는 단어로 치환하면 더욱 매력적이고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기본적으로 모든 전자책 플랫폼은 지속적으로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전자책 제작 기술과 뷰어의 기능 개선 등 유통 플랫폼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출판사는 단행본 전자책의 동시출간율을 현재 수준보다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선택부터 시도할 필요가 있다. 이는 전자책 판매를 올리는 측면도 있지만, 종이책을 포함한 해당 타이틀과 출판사에 대한 발견가능성을 더욱 높여줄 수 있다. 전자책은 독자의 구입과 독서 활동에 대한 데이터 분석이 종이책에 비해 훨씬 편리하다. 각종 전자책 이용 통계와 분석 등을 통한 데이터 전략 수립과 추진에 업계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책의 지식문화적 가치가 디지털 환경에서 더욱 빛을 낼 수 있도록 진정한 상생과 실천적 협력을 기대한다. <끝>

posted by 류영호

스쿠베(Skoobe): 독일의 성공적인 전자책 구독 서비스

전자책 관련 이야기 2015. 11. 18. 14:40

스쿠베(Skoobe): 독일의 성공적인 전자책 구독 서비스


(Andrew Richard Albanese, 2015.10.09)




(https://www.skoobe.de/)



전자책 구독 서비스는 북미 출판업계에 있어서 열렬한 관심을 받아 온 주제였다. 이는 특히 지난 달 오이스터(Oyster)의 참패와, 여름 내 고전을 면치 못한 그 라이벌 스크리브드(Scribd)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두 서비스가 생겨나기도 전에 독일에서는 스쿠베라는 구독 서비스가 있었다. 2012년 출범한 이래 스쿠베는 강력하게 성장해왔다. 올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화제로 떠오른 모바일 독서에 관해 스쿠베의 CEO 콘스탄스 란츠베르크(Constance Landsberg)에게 들어보았다.


- 2012년은 인기 도서에 대한 전자책 구독 서비스가 그다지 인지도가 없던 때였다. 어떻게 구독 모델을 도입하게 되었는가?


2012년을 돌이켜보면, 우리는 그야말로 탐험가였다. 창립자들은 새로운 독자와 확장된 출판 시장을 만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연구하고 있었으며, 구독 서비스는 이미 영화와 음악 등 다른 매체 시장에서 확고한 기반을 마련해가고 있었던 때였다. 우리는 구독 모델이 촉망된다고 생각했으며, 지금 생각해보면 업계에서 앞서나갈 수 있었던 중요한 한 걸음이었다. 마침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의 디지털 기기에서 많은 상품과 서비스가 시간을 절약하거나 소비자들의 주의를 끌기 위해 경쟁하고 있었다. 우리는 앱이나 소셜미디어, 게임, 음악, 영화 등에서 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확보하고 싶었다. 지금은 전 세계의 많은 시장에서 구독 서비스가 가능하게 되어 보다 많은 독자와 출판사들이 이러한 기회를 얻고 있다.


- 스쿠베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들려줄 수 있는가?


독일에서는 많은 출판사들이 우리의 구독 모델에 큰 관심을 표하고 있다. 처음에는 1만 종의 전자책을 서비스했으나 지금은 독일어 뿐만 아니라 8개 언어의 전자책 14만 종을 서비스하고 있다. 스쿠베가 제공하는 도서 목록은 광범위하게 확장되었으며, 특히 지난해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작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이후로 1,600개 이상의 출판사에서 8만 종의 도서를 추가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고객의 만족도가 높아진 것은 물론이다. 지난 해 연구에 따르면, 독일인의 4분의 1 이상이 전자책을 읽으며, 16% 이상이 전자책 구독 서비스에 관심이 있다고 한다.


- 특히 전자책 분야에서 독일과 미국 시장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은 익히 들어왔다. 귀사의 경험에 비추어 볼때, 독일 전자책 독자가 가지는 특징은 무엇인가?


독일의 전자책 시장은 아직 성장이 지연되고 있으며, 아주 천천히 미국 시장을 따라잡고 있다. 독일출판사·서점협회(German Publishers and Booksellers Association)에 따르면 2013년 2/4분기 미국의 전자책 매출이 전체 도서매출의 22%를 차지하는 것에 비해, 독일은 2015년 고작 5.6%를 차지한다고 한다. 소비 측면에서 볼 때, 독일에서 전자책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전체 독자 중에서 전자책으로 독서를 하는 고객의 성향과 매우 흡사하다. 로맨스, 스릴러, 에로티카가 전자책 독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장르이며, 스쿠베의 신규 가입자일 경우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독서 습관은 때에 따라 달라지고, 고객들은 논픽션이나 가이드북 등과 같은 다른 새로운 장르를 요구하기 시작한다. 이는 곧 스쿠베가 책을 접할 수 있는 훌륭한 수단으로 성장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이기도 하다.


- 미국에서는 최근 오이스터의 퇴진과 스크리브드의 서비스 축소 및 수정에 관해 많이 거론되고 있다. 스쿠베의 사업은 어떻게 될 것으로 전망하는가?


스쿠베의 비즈니스 모델은 견고하고 지속가능하다. 서비스하는 목록도 안정적으로 늘고 있으며, 사업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우리와 계약을 맺은 파트너들은 여전히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 출판사들은 계약 도서를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있으며, 구독 서비스의 잠재력을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전략도 수립해가고 있다. 스쿠베는 일반서, 특히 구간 도서에 있어 매우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증명되었고, 이는 신진 작가와 베스트셀러, 신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제공 목록이 질적으로 향상됨에 따라, 독자들은 새로운 작가와 장르를 원하게 된다. 80% 이상의 회원이 스쿠베가 제공하는 도서목록에 대해 “매우 좋음”이라고 답했으며, 80% 이상의 회원들이 자신이 읽은 전자책을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고 있다.


- 지난 런던 도서전에서 스크리브드는 자사의 독자들에 대해 독서량, 선호하는 도서 등 상당한 데이터를 공유했다. 스쿠베도 발표할 만한 흥미로운 데이터가 있는가?


물론이다. 우리는 고객들이 독서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스쿠베에서 읽은 책 중 3/4 정도가 독자들 스스로는 구매할 계획이 없던 책이었다고 한다. 구독 독자들은 하루 평균 50분을 앱을 통해 독서한다. 대략 25%의 독자가 스쿠베에서 접하고 읽었던 책을 종이책이나 전자책으로 구매한다. 이러한 수치들은 스쿠베가 실제로 출판시장을 확장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독자들이 책을 읽기 전에 우리가 제공하는 목록을 실제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 또한 주목할 만하다. 독자들은 독서를 시작하기 전, 평균 여섯 권의 책을 훑어본다. 흥미로운 것은, 스쿠베가 실제로 고객들의 일반적인 매체 활용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독자들은 가입 전보다 TV와 컴퓨터, 비디오게임을 덜 접하게 되었다고 대답하였다.


- 비평가들은 오이스터와 스크리브드의 실패가 구독 모델의 맹점을 입증한다고 지적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견고한 비즈니스 모델에 기반을 둔다면, 구독 서비스는 분명 유효하다. 견고한 모델이란, 관련된 모든 당사자들 - 즉 고객, 작가, 출판사, 서비스 모두에 이득이 되는 것이어야 한다. 한편으로 우리는 구독 모델이 디지털 매체 시대가 출판업계에 안겨 준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확신한다. 다른 디지털 매체에 비교할 때, 독서라는 행위에 닥친 위기는 훨씬 크다. 젊은이들은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통해 전자정보를 얻는 데 계속해서 시간을 쓰고 있지만, 대부분이 앱, 소셜미디어, 문자 메시지 등이다. 독서가 젊은 유저들의 마음에서 떠나지 않고 있으며, 특히나 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디지털 기기를 통해 이루어질 것이라는 확신이 필요하다. 게다가 하나의 매체에서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 그 콘텐츠가 도서가 아닌 영화, 음악, 혹은 다른 것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구독 서비스 자체가 초래하는 위험이 ‘너무 많은 책을 접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구독 서비스가 없을 경우 독서량이 현저히 줄어들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독자들과 출판사들에게는 적절한 서비스가 필요하다.


- 스쿠베의 다음 행보는 어떠한가? 사업 확장이나 새로운 파트너십을 계획하고 있는가?


스쿠베 앱에서는 최근 신간을 업데이트하여 독자들이 새로운 책들을 좀 더 손쉽게 찾아볼 수 있게 하였다. 앞으로도 콘텐츠 목록에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그리고 곧 새로운 파트너십도 론칭할 계획이니,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었으면 한다.



[출처] 월간 웹진 <출판 이슈> 2015년11월호


posted by 류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