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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민지 시대의 아이돌(idol) 강석연을 아십니까
    카테고리 없음 2013. 11. 22. 11:08

    식민지 시대의 아이돌(idol) 강석연을 아십니까

    글 | 이동순  영남대 국문과 교수

    피가 뜨거워야 할 젊은이의 몸에서 피는 식었습니다.

     

    그리고 두 눈에는 흥건한 눈물이 괴어 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젊은이의 마음은 낙망과 설움으로 가득 차 있고, 온몸에는 병도 깊었군요. 이런 몸으로 과연 어디를 어떻게 여행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그런데도 가수 강석연(姜石燕, 본명 姜福亨, 1914∼2001)이 불렀던 노래 <방랑가>의 한 대목은 차디찬 북국 눈보라 퍼붓는 광막한 벌판을 혼자 떠나갑니다. 이 노래 가사에 담겨 있는 내용은 그야말로 비극적 세계관의 절정입니다. 그 어떤 곳에서도 희망의 싹을 찾아볼 길이 없습니다. 실제로 1920년대 초반 당시 우리 민족의 마음속 풍경은 이 <방랑가>의 극단적 측면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었을 것입니다.

     

    이런 좌절과 낙담 속에서 우리는 기어이 1919년 독립만세 시위운동을 펼쳤고, 죽음을 무릅쓴 채 불렀던 만세소리는 한반도 전역에 울려 퍼졌습니다. 그러나 이도 잠시 우리의 주권회복 운동은 잔인무도한 일본군경의 총칼에 진압이 되고 말았지요. 그 후의 처절 참담한 심경은 말로 형언할 길이 없었을 것입니다. 1920년대의 시작품도 몽롱함, 까닭모를 슬픔, 허무와 퇴폐성 따위의 국적을 알 수 없는 부정적 기류가 들어와 대부분의 식민지 지식인들은 그 독한 마약과도 같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그런데 1931년 이런 시대적 분위기를 잘 담아낸 노래 한 편이 발표되어 식민지 청년들의 울분과 애환을 대변해 주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방랑가>였습니다. 이 노래는 이규송(李圭松)이 노랫말을 만들고 강윤석(姜潤石)이 편곡을 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한 잔 술에 취하여 이 노래를 부르면 그나마 답답하던 숨통이 조금이나마 트이는 듯했습니다. 줄곧 명치끝을 조여오던 해묵은 체증 같은 것이 다소나마 씻겨 내려가는 듯했습니다.


    http://pub.chosun.com/client/news/viw.asp?cate=C03&mcate=M1004&nNewsNumb=2013117345&cho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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