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국내 진출에 따른 출판업계 영향과 대응 전망 (기획회의, 462호)

외부 매체 기고 2018. 5. 13. 00:09

아마존의 한국 진출 시나리오와 출판업계의 변화 전망


류영호 (교보문고 콘텐츠사업단 차장, 『아마존닷컴 경제학』 저자)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존은 상품 다각화, IT 인프라 서비스, 스마트홈 서비스 등을 통해 세계 최고의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했다. 국가별 진출 현황을 보면, 미국(1995년)을 시작으로, 영국과 독일(1998년), 일본과 프랑스(2000년), 캐나다(2002년), 중국(2004년), 이탈리아(2010년), 스페인(2011년), 브라질(2012년), 인도와 호주(2013년), 멕시코(2015년), 네덜란드(2017년)까지 총 14개국에 현지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아마존이 진출한 국가의 이커머스(e-commerce) 시장은 대부분 아마존이 시장점율율 1위를 차지할 만큼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성장 잠재력이 높은 아시아 지역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시장 규모가 큰 인도에 집중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싱가포르와 베트남에도 본격적인 진출을 위한 사전 정리 중에 있다. 


이커머스 분야(내수 판매 중심)에서 한국은 아마존의 미진출 국가지만, 인터넷 사업 인프라와 연평균 소득과 경제 수준 등 모든 면에서 매력적인 시장이다. 해외 직구 시장이 커지면서 아마존에 대한 관심도 높아서 대대적인 진출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지난 2012년 아마존코리아가 법인을 설립하면서 아마존웹서비스(AWS, Amazon Web Services)를 통해 한국 IT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유통 부문은 글로벌 셀러 채용을 지속하며 한국 판매자들을 위한 글로벌 셀링(역직구)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아마존 플랫폼에 한국 판매자들을 안착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국내 시장에 직접 진출하기보다는 역직구 사업을 통한 물류 서비스 등을 통한 수익 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아마존의 마켓플레이스가 실제 운영되는 국가는 20여개 이하지만, 실질적으로는 200여개의 국가의 고객을 대상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한국에서 AWS 사업이 안정화되면서 아마존이 국내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기존 진출 국가에 비해 시장 규모가 작고, 대형 사업자들과의 치열한 경쟁과 각종 규제가 심한 한국의 이커머스 시장 진출에 의문을 갖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특히, 배송 경쟁력을 경쟁 우위로 삼고 있는 아마존에게 당일 무료 배송이 일반화된 한국 시장은 그들의 강점이 통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더불어, 아마존을 대표하는 ‘원클릭(one click)’ 결제 시스템도 한국의 공인인증서 체계에서는 실행에 한계가 지적된다. 그렇지만, 아마존이 한국 유통 시장에 진출하게 되면,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이미 아마존이 진출한 국가들의 전후 상황을 통해 충분히 검증된 부분이며, 지금도 아마존은 유통 시장 전반에서 성장과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아마존이 국내 시장에 진출한다 하더라도 시장 잠식에 대한 우려보다는 시장의 성장에 속도가 더해질 것이라는 의견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아마존의 국내 진출에 대한 2가지 시나리오


아마존의 한국 이커머스 시장 진출에 대한 업계 전문가들이 전망을 종합해보면,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는 크게 2가지 모델로 정리된다. 첫째, 자체 사업 법인을 신설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내부에서 커머스 사업을 추진하는 모델이다. 이미 대부분의 해외 시장 진출 시 독자 법인 설립하는 것을 기본 사항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모델은 아마존에서 표준화된 플랫폼을 한글화하고, 상품 매입부터 배송, 마케팅, 고객지원 등 업무 프로세스에 투입할 인력 충원 등의 준비 과정이 병행된다. 커머스 사업에서 매우 중요한 물류센터는 이미 한국에서 글로벌 셀링(global selling)에 지원되는 FBA(Fulfillment By Amazon)를 통해 오픈마켓 대응력을 갖추고 있다. 상품 카테고리가 확대되고, 총 주문량이 늘어나는 속도를 감안해서 물류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확장해나갈 것이다. 이러한 성장 프로세스는 아마존이 20년 넘게 실행하고 있는 ‘Get big fast(최대한 빠르게 키워라)’ 전략에 최적화된 모델이다. 


아마존의 단독 진출시 최대 관심사는 전자책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서비스를 선행 오픈하느냐의 여부다. 최근 해외 진출 국가별 초기 전략을 통해 보면, 빠른 시일 내에 고객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집중한다. 따라서, 일반 상품보다 투자대비 고객 및 이용자 데이터 확보가 수월한 전자책과 디지털 콘텐츠 사업을 선행하고 있다. 이렇게 확보된 고객(회원)과 각종 검색 및 구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본격적인 상품 다각화를 추진하고 완전한 형태의 이커머스 사업으로 확장시켜 나간다. 즉, 아마존은 선(先) 콘텐츠-후(後) 커머스 진출 방식으로 강점을 살려가는 방식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하지만, 단독 진출에 따른 복잡다단한 시장 현황 분석과 대응 전략 수립 등 시장성과 수익성 등에 대한 고민은 상존한다. 아마존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한국의 유통 시장과 각종 규제 정책 등에 대한 모니터링과 대응 전략 수립이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둘째, 아마존이 국내 주요 커머스 사업자 또는 연관 사업자를 인수합병(M&A)하거나 합작법인 설립을 통한 진출 모델이다. 중국과 인도의 진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로컬의 이커머스 사업자 중 단기간에 시장 안착이 가능한 사업자를 부분 투자 및 인수합병을 단행하는 것이다. 조금 다른 방식이지만, 투자 규모가 매우 크거나 인수합병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것도 예상 가능한 모델이다. 아마존 본사와 한국 투자자 간에 새로운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이커머스와 유통 사업 전반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인수합병과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방식은 자체 설립 운영에 비해 단기간에 고객 기반 확보가 가능하고, 사업 네트워크 확보에 유리하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전략은 오늘의 아마존을 만든 핵심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 인수합병에 주력하는 이유는 조기 시장 선점과 경쟁 우위 확보를 통한 핵심 사업 강화와 기술 융합 및 인재 확보에 있다. 로봇을 통한 물류 시스템 개선을 위해 인수한 ‘키바 시스템즈’, 신발 판매를 위해 인수한 ‘자포스’, 식료품 판매 거점 확보를 위해 인수한 ‘홀푸즈’ 등 아마존이 인수했거나 지분을 투자한 기업들은 수십여 개에 이른다. 한국은 시장 규모와 인수합병 이후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 기존 대형 유통 사업자보다 회원수가 많은 온라인 서점, 오픈마켓 및 소셜 커머스 업체에 투자의 우선 순위를 둘 가능성이 높다. 


종합해보면, 아마존의 국내 진출 시나리오와 시기는 한국 유통시장의 경쟁 구조와 소비자의 취향과 특수성과 관련 법제도 등의 영향에 따라 급변할 수 있다. 하지만, 10여 개가 넘는 국가에서 추진했던 법인 설립 시나리오와 초기 실행 전략에서 크게 벗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AWS와 글로벌 셀링 사업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충분히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2010년대에 들어오면서 한국의 이커머스 시장 상황은 출혈 경쟁이 심화되면서 주요 업체들의 재편이 일어났다. 최근 온라인/모바일과 오프라인 매장이 연결된 옴니채널(omni-channel)이 차세대 유통 채널로 각광받고 있다. 아마존도 2015년 아마존북스 개점을 통해 오프라인 진출을 선언했고, 에코(echo)와 알렉사(alexa)를 통해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 비즈니스 분야도 선점하고 있다.  


한국은 스마트 디바이스 보급율과 정보통신기술(ICT) 수준이 높기 때문에 콘텐츠 사업 실행에 있어서 아마존에게 매우 유리한 환경이다. 지금도 전자책 서비스(text), 오디오북과 뮤직 서비스(audio), 영화와 드라마 서비스(video), 게임 중계 서비스 등 아마존의 플랫폼 안에서 연결되는 콘텐츠 서비스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국내 저작권자 및 콘텐츠 공급자와의 파트너십을 통해서 콘텐츠를 대대적으로 확보한다면 선(先) 콘텐츠 사업 전략은 빠른 추진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아마존의 강점인 프라임(prime) 회원제와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 판매 방식이 결합되면서 보다 저렴하게 양질의 콘텐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구매 탄력성이 높은 콘텐츠 서비스가 성장할수록 충성도 높은 고객 확보가 가능하다. 즉, 향후 종이책과 의류, 가전, 식료품 등 일반 상품 판매를 위한 다각화의 핵심 기반이 갖춰지는 것이다. 최근에 진출한 호주, 브라질, 네덜란드에서 적용한 모델이라서 한국 진출시 선택될 확률이 높은 전략이다. 


아마존 국내 진출에 따른 출판업계 영향과 대응 전망


아마존은 2017년 북미 종이책 유통의 40% 이상, 전자책 유통의 70% 이상을 점유할 만큼 세계 출판업계의 좌우하고 있다. 시장 독과점에 대한 우려와 대형 출판사들과의 공급율 및 판매가 분쟁 등 출판 생태계에서 논란의 중심에 아마존이 있다. 대부분의 진출 국가에서 도서 유통을 주도하면서 매출액도 업계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2014년 온라인 서점의 공세로부터 독립 서점(동네서점)을 보호하기 위해 온라인 서점의 책값 할인판매와 무료 배송을 금지하는 법률을 시행한 프랑스처럼 어려움을 겪는 국가도 있다. 최근 영국, 일본, 중국 등 자국의 서점을 보호하기 위해 과도한 할인 금지 및 진흥 지원 정책을 펴는 국가가 많아지면서 아마존도 적극적인 대응을 고민하고 있다. 


그러면, 세계 최대의 서점인 아마존이 국내에 진출한다면 출판업계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우선, 앞에서 언급했듯이 아마존은 전자책 서비스를 종이책 유통보다 선행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아마존 본사에서 관계 임원을 한국에 파견해서 업계 현황을 살펴본 것도 이런 예측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아마존 킨들의 한국 스토어가 오픈되면 한글과 함께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으로 제작된 전자책도 원화 결제를 통해서 이용할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전자책 제작과 판매, 독자의 이용 편의성, 고객센터 등의 대응 이슈는 기존 방식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지만, 한글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저작권자 및 대리자와의 협상력은 시장 진출의 중요한 과제다. 단행본 전자책은 개별 출판사 또는 관련 협회와 단체 등을 통해서 협상을 해야 하는데 콘텐츠 공급율과 DRM(Digital Rights Management) 적용 방식, 도서정가제법 등 한국의 특수성을 극복해야 한다. 


여러 과정을 거쳐 킨들 스토어가 오픈되면, 국내 전자책 사업자들과의 경쟁 구조도 급변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기존 유통사들은 기술적 고도화와 양질의 콘텐츠 구성과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는 마케팅 강화에 주력해야 아마존과 맞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존이 전자책 스토어를 추진하는 국가들은 대부분 전자책 시장이 매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 환경을 자사만의 차별화 요소를 가지고 활용하는 사업자는 로컬의 강자로 자리잡을 수 있다. 좀 더 확장해서 보면, 한국의 전자책 사업자간에 합종연횡을 통한 구조 조정도 예상된다. 역으로 아마존의 진출로 포털, 게임, 통신사 등 대형 사업자들이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할 수도 있다. 아마존과 글로벌 경쟁 관계에 있는 ‘구글’에 이어 ‘코보’와 ‘텐센트’ 등 해외 콘텐츠 사업자들의 한국 진출도 전망된다.


전자책 사업에서 목표를 달성한다면 출판사 파트너십을 활용해서 종이책 유통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것이다. 전자책 사업과 마찬가지로 국내 온라인 서점과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지만, 이때부터는 일반 상품 확장도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서 기존의 대형 온라인 쇼핑몰, 오프라인 백화점과 할인 마트, 편의점 등 국내 대부분의 유통 사업자와의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다. 아마존의 온라인 사이트는 개인화된 맞춤형 페이지로 고객들의 마음을 잡을 것이고, 머지않아 오프라인에서도 아마존의 로고와 매장을 직접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아마존은 창업 당시부터 온라인의 메인 상품을 책으로 설정하고 있는 만큼 국내 출판 시장을 활성화하는데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국의 도서정가제법이 아마존에게 높은 진입장벽으로 지목되지만, KDP(Kindle Direct Publishing) 서비스를 통해 저자와 콘텐츠를 직접 발굴하고, 전자책 킨들 플랫폼, 데이터 기반의 큐레이션 서비스, 굿리즈(Goodreads)를 통한 소셜리딩(social reading) 커뮤니티 등을 통해 출판업계를 흔들면서 우호적인 저자와 독자군을 확보할 것이다. 출판 생태계를 구성하는 저자, 출판사, 도·소매 서점, 북테크 관련 업체 등은 각자의 대응 방향에 따라 아마존의 국내 진출에 따른 명암이 갈라질 것이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마존의 진출 여부가 언제 결정되고 실행될 것인가에 달려있다. 그 시기에 따라 출판을 포함해서 아마존과 연계된 모든 이해관계자의 전략적 선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의 출판업계는 모바일과 뉴미디어가 만들어가는 유통 환경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효율적인 유통 프로세스 개선과 새로운 독자 발굴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그 다음에 아마존의 한국 진출에 대한 협력과 대응 전략을 고민해도 충분하다. 위기는 곧 기회가 될 것이다.



posted by 류영호

2015년 국내 전자책 시장 동향 (출판문화, 2015년 12월호)

외부 매체 기고 2016. 2. 12. 15:43

2015년 국내 전자책 시장 동향



전반적으로 소강상태(小康狀態)를 보인 한 해였다. 단행본 중심의 전자책은 지속적인 독서율 감소, 개정 도서정가제 등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둔화되었다. 하지만, 전자책 시장의 외연은 상대적으로 넓어지고 있다. 웹소설과 웹툰으로 대표되는 웹콘텐츠(web contents)는 전자출판기술을 활용해서 다양한 독자들과 확장된 관계를 만들고 있다. 모바일 환경에 익숙해진 독자들은 디스플레이 ‘읽기’에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 종이책과 전자책을 교차하면서 읽는 하이브리드(hybrid) 독서율도 높아지고 있다. 종이책이 있는 전자책에서 디지털 온리(digital only) 형태로 만들어진 콘텐츠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디지털 콘텐츠 유통은 ‘소유’에서 ‘소비’의 형태로 환경이 변하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서 짧은 시간에 즐길 수 있는 문화콘텐츠인 스낵컬처(snack culture)가 유행이다. 종이책과 전자책 읽기에 익숙한 독자들도 점점 스낵컬처로 이동하고 있다. 보다 짧고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진 콘텐츠를 원하는 대로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선호도가 높다. 이제 생산자가 주도하던 시대에서 소비자가 주도하는 시대로 콘텐츠 시장은 급변하고 있다.



장르문학의 강세와 인문 분야의 높은 인기


본론으로 들어가서, 2015년 국내 전자책 시장은 어떻게 움직였는지 살펴보자. ‘교보문고의 2015년 상반기 전자책 판매 동향’에 따르면, 로맨스/판타지/무협으로 대표되는 장르소설 분야가 54.2%로 가장 높은 판매 점유율을 보였다. 장르소설에 일반 소설 분야를 합하면 64.1%를 점유하고 있을 정도로 독자들은 ‘스토리’가 있는 콘텐츠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르소설 이외에 일반 분야 전자책 판매는 하락했는데, 이는 도서정가제로 인한 가격 할인이 제한되면서 평균 가격이 높은 도서에 대한 독자들의 구매력을 이끌지 못한 편이었다.


그리고, 종이책 베스트셀러의 영향으로 인해 인문 분야의 판매량이 높아졌다. 종이책 베스트셀러에서 인문 분야의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전자책 판매에도 영향을 주었다. 종이책 베스트셀러인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미움받을 용기》등 인문 분야가 상위권에 진입했다. 인문 분야는 전자책으로 읽기에는 다소 무거운 분야였지만, 20~30대 독자들을 대상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인문학 개론서가 출간되면서 전자책 독자들도 관심이 높아졌다. 세계 전자책 판매량 1위인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영화 개봉으로 인해 종합 1위에 올랐다. 《50가지 그림자 심연》, 《50가지 그림자 해방》 등 시리즈가 나란히 상위권에 올랐다. 전자책 시장은 장르소설을 주로 읽는 마니아층들이 많고, 19금(禁) 전자책은 종이책으로 구입하는 것보다 전자책 선호도가 더 높은 편이다.


장르소설을 제외한 전자책 베스트셀러를 살펴보면, 영화화된 원작소설의 상위권 형성 등 종이책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종이책과 전자책의 동시출간율이 높아졌고, 종이책 베스트셀러를 전자책으로 읽는 독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문 분야와 미디어셀러(media seller) 전자책의 높은 인기는 하반기에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B2B 시장은 각급 전자도서관과 기업의 전자책 관련 예산 집행이 축소되면서 전반적으로 위축된 분위기다. 낮은 이용률과 개정 도서정가제에 따른 장서 구입량의 축소 등 여러 제약 요건이 있었다. 독서 인구 확대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는 도서관의 전자책 관련 투자는 거시적 관점에서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전용 단말기 출시 등 새로운 도전


하반기에는 메이저 유통사의 전자책 전용 단말기 출시가 주목되었다. 전자잉크(e-ink)의 품질이 개선되면서 스마트폰 등에 밀렸던 전자책 전용 단말기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이퍼브가 ‘크레마 카르타’를 출시했다. 300ppi급 고해상도와 전자잉크 패널의 잔상 제거 기술인 리갈 웨이브폼(regal waveform) 적용으로 종이책과 같은 느낌을 구현했다. 리디북스는 자사의 첫 전용 단말기인 ‘리디북스 페이퍼’를 출시했다. 전용 단말기가 독서에 더 적합하고 전용 단말기로 콘텐츠 플랫폼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 1년간 준비했다. ‘리디북스 페이퍼’는 300ppi급 페이퍼 모델과 212ppi급인 페이퍼 라이트 두 가지 모델로 출시되었다.


교보문고는 애플 아이패드, 삼성갤럭시 탭, LG Gpad, 소니 엑스페리아 등 태블릿과 회원제 콘텐츠 서비스인 샘(sam)을 결합해 판매하고 있다. LG유플러스 부가 서비스로 전자책 구독을 할 수 있는 ‘Sam for U+’를 출시했다. 이처럼, 전자책 서점들이 자사의 전용 단말기 출시하거나 제조사 및 통신사와 결합 상품을 출시하는 이유는 독자의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누가 더 많은 충성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가’, ‘이를 위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 이는 전자책 유통 플랫폼들이 가장 깊이 고민하는 부분이다. 국내 전자책은 출판 시장에서 약 3% 정도 점유하고 있다. 최근 성장세가 둔화되었지만, 해외 시장의 점유율과 성장률을 보면 잠재력은 충분하다. 만약 아마존, 코보, 애플 등 해외 메이저 사업자들이 정식으로 진출한다면, 국내 전자책 시장은 지금과는 다른 구조로 급변할 것으로 전망된다.


출판사를 통한 단행본 전자책 계약과 유통은 콘텐츠 부족에 대한 독자들의 갈증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 전자책 서점들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다양한 장르의 작품 연재와 공모전을 확대하고 있다. 교보문고는 기존의 작가 독점 연재 메뉴에 출판사 누구나 직접 등록하는 완결·미완결 콘텐츠 연재를 오픈했다. 9월에 진행된 제3회 스토리 공모전 시상식은 피칭 행사와 연계하여 드라마/영화/만화 등 미디어 콘텐츠 업계 관계자에게 호응을 얻었다. 예스24는 4컷의 일러스트에서 1컷을 선정하고, 일러스트에 어울리는 이야기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e연재 공모전을 진행했다. 카카오페이지, 북팔, 조아라닷컴 등 콘텐츠 전문 플랫폼도 국내 작가 및 장르소설 출판사와 다양한 협력을 추진했다. 종이책과 전자책 출간 지원을 통해 창작 역량이 높은 작가와 흥미로운 스토리 발굴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단행본 전자책의 판매 방식 변화도 주목해야할 점이다. 일반 판매를 통한 소유가 아닌 대여를 통한 할인 방식을 선보이고 있다. 종이책과 동일한 도서정가제를 적용받는 관계로 할인율이 낮아진 영향에서 시작되었다. 대여 방식은 가격을 판매자가 저작권자와 합의하에 얼마든지 낮출 수 있다. 최근 10년/24년이라는 파격적인 대여 기간을 내세운 이벤트가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사실상 독자 입장에서는 구매를 하는 것과 차이가 거의 없다. 국내 전자책 가격이 종이책 대비 평균 70% 수준임을 감안하면, 종이책 가격의 절반 이하인 장기 대여는 구매력 상승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11월에 개최된 ‘2015 디지털북페어코리아’는 디지털 쉼표, 이북(e-Book)을 표어로 국내외 전자책 동향과 미래 전망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행사였다. 혁신적인 전자책 제작/유통 기술을 갖고 있는 여러 전문 회사와 기관이 참여해서 역량을 선보였다. 유명 출판 콘텐츠 기업의 관계자가 참석한 국제 콘퍼런스와 다채로운 저자와의 대화 행사 등이 열려 전자책의 가능성에 대해 살피고 소통할 수 있었던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독자를 지향하는 시장 구조 강화 필요


전자책 독자들의 다수는 가격민감도가 높은 편이다. 종이책과 전자책의 가격을 비교하고, 디지털 온리 콘텐츠도 저렴한 가격대를 선호한다. 이는 여러 국내외 전자책 소비 관련 자료에서 확인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제한된 형태의 대여제가 운영되고 있지만, 해외는 킨들 언리미티드(kindle unlimited)와 스크리브드(scribd) 등 월간 무제한 대여 형태의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 모델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미 비디오와 음원 시장은 서브스크립션 모델이 콘텐츠 판매 방식의 주류가 되었다. 텍스트 중심의 전자책도 유사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서브스크립션 모델은 타 분야의 콘텐츠 서비스와 시간점유율 경쟁에서 맞설 수 있는 최적화된 구조로 평가된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전통적인 출판 강국은 이미 전자책 시장 성장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에 비해 아직 국내 시장은 더딘 성장을 보이고 있어서 전반적으로 업계가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각종 스마트 단말기의 높은 보급률과 모바일 인프라 구축이 잘 되어 있는 환경은 든든한 성장 기반이다. 속도에 대한 지나친 낙관이 시장을 더 어렵게 한 측면도 있다. 전자책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국가는 대부분 아마존의 진출 영향이 크다. 이에 자극을 받은 로컬의 기존 사업자들이 다양한 변화를 병행하면서 ‘판’이 커졌고, 이것이 독자들의 수요로 이어진 결과이다. 디지털 콘텐츠 시장은 강렬한 변화를 이끄는 요소들이 연속적으로 진행될 때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국내 전자책 시장에서 웹콘텐츠로 연결 및 확장을 거듭하는 최근 트렌드는 내재적인 콘텐츠 활성화 관점에서 중요하다. 독자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양질의 출판 콘텐츠가 제작되고 유통될 수 있는 플랫폼은 이미 보편화되어 있다. 지금 세계 출판계는 큐레이션(curation), 발견가능성(discoverability), 빅데이터(big data), 옴니채널(omni channel) 등 미디어 콘텐츠 산업의 핵심 트렌드와 연계해서 돌아가고 있다. 전자책은 포맷과 상품 관점에서 미래 출판시장의 큰 축을 차지할 것이다. 좀 더 긴 호흡으로 멀리 내다보는 생산과 유통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 모든 지향점은 독자를 중심에 두고 생각해야 한다. 2016년은 국내 전자책 시장이 새로운 역동성을 가질 수 있도록 관계 기관과 민간의 긴밀한 협력과 도전을 기대해본다.



posted by 류영호

디지로그 시대의 서점 (서점은 어떻게 변화하는가)

출판과 서점 이야기 2015. 12. 10. 12:37


출처: http://real.tsite.jp/umeda/news



2000년대 중반 아날로그 사회에서 디지털로 이행하는 과도기라는 의미로 디지로그(Digilog)라는 개념이 등장함. 2010년부터 모바일 환경이 확장되면서, 출판 유통 시장에 디지로그는 여전히 유효한 키워드임. 시장 측면에서 서점을 보는 관점은 다양함. 오프라인-온라인, 종이책-전자책, 대형 체인-중소형/독립형, 수도권-지방, B2C-B2B 등으로 구분할 수 있음. 구분되는 두 가지의 관점이 디지로그 형태로 어울리면서 서점도 변화의 시대를 지나고 있음. 과연 서점은 출판 시장에서 어떤 위치에 있으며, 어디를 바라봐야할지 현장 이야기와 미래 전략을 위한 키워드를 제시하고자 함.


세계 출판 시장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떠한가

보더스(Borders)의 파산과 반스앤노블(Barnes&Noble)의 매장 철수 및 디지털 사업 축소 등 전반적인 오프라인 서점은 침체기에 접어들고 있음. 지역의 독립서점은 로컬에 적합한 이벤트 등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수준임. 상대적으로 온라인은 급성장하고 있는데, 아마존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음. 아마존은 미국 출판시장에서 신간 유통의 40%, 전자책의 60% 이상 점유하고 있으며, 2011년부터 전자책이 종이책 판매량을 추월했음. 

PwC에 따르면, 세계 전체 출판시장은 2019년까지 매년 1~2% 성장하고, 전자책은 25~30% 정도 점유할 것으로 전망함. 참고로, 미국 독자의 도서구입 채널은 온라인이 가장 높고, 오프라인이 뒤를 이음. 북클럽과 도서전을 이용하는 독자의 수가 2014년에 전년대비 2배 올랐다는 점은 주목해야 함. 책을 발견하고 구입하는데 영향을 많이 받는 채널로는 잘 아는 작가, 가까운 지인, 소셜리딩 커뮤니티 친구들이 주축으로 떠올랐다. 종이책의 주류인 페이퍼백과 하드커버의 판매량은 줄어들고, 전자책은 증가 추세에 있음. 전자책 이용 단말기는 다독가들이 선호하는 e-리더(전용 단말기)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이용하는 비율이 더 많아진 상황임. 

전반적으로 글로벌 출판 시장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이동하는 시점에 있음. 일본 기노쿠니야(Kinokuniya)의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간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초판의 대부분을 직매입한 사례는 오프라인과 온라인 채널의 대립 관계를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함. 


국내 오프라인/온라인 서점 상황은 어떠한가

도서만 판매하는 오프라인 서점은 2013년 기준 1,625개로 10여년 간 오프라인 서점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음. 2014년 11월 개정된 도서정가제의 영향으로 지역 중소형 서점의 활로가 일정 수준 높아졌고, 독립형 오프라인 서점들의 확산은 최근에 나타난 고무적인 현상임.  

주요 온라인 서점의 2014년 전체 실적을 보면, 전년대비 예스24는 8.3%, 인터넷교보문고는 3.4%, 인터파크도서는 -17.1%, 알라딘은 21.6% 성장함. 개정 도서정가제 이후, 매출은 소폭 성장했거나 유지한 수준이나, 할인율 축소로 인한 매출이익과 영업이익 전년대비 증가한 것으로 발표되고 있음. 오프라인과 모바일을 연계한 O2O 서비스(교보문고 바로드림), 독서관련 굿즈(goods) 상품 판매 등 새로운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음.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1년을 넘기면서 나온 공급율 조정, 재정가 판매 등 여러 이슈들은 업계의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임. 


서점은 어떤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가

오프라인 서점은 멀티-큐레이션(multi-curation, 하나의 주제에 맞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한 곳에 진열)과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형태의 진열에 변화에 주력하고 있음. 전자책과 음원 등 디지털 컨텐츠와 각종 단말기를 현장에서 체험할 수 있는 공간 구성도 활성화되고 있음. 전통적인 중소형 서점에서 벗어나 셀렉트 샵 형태의 독립 서점들도 독자들과의 친밀도를 높이면서 꾸준히 확대되고 있음. 

온라인 서점의 오프라인 진출도 눈여겨볼 현상임. 주요 거점별 중고서점 운영(알라딘), 전자책 체험과 종이책 픽업 공간 구성(예스24) 등을 들 수 있음. 아마존은 미국 시애틀에 최초의 오프라인 서점인 아마존북스(amazon books)를 오픈하면서, 온라인의 마케팅 역량을 오프라인에 접목하고 있음.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다양한 실험과 도전이 이어지고 있는데, 준쿠도서점의 밤샘 독서 이벤트와 교보문고의 5만년된 소나무로 만든 대형 독서 테이블 설치 등을 예로 들 수 있음.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서점이 주목해야할 키워드

①옴니채널(omni-channel) : 모바일 시대에 독자들의 출판 컨텐츠 접근성은 시공간을 초월할 수 있게 되었음. 기노쿠니야와 교보문고 등 오프라인 매장 내 비콘(beacon) 활용은 대표적인 사례임. 출판유통 과정도 보다 체계적인 구조를 통해 비용 절감 및 고객관계관리(CRM) 방식에도 편리함이 더해질 수 있음. 어떻게 기획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서점의 가치와 수익에 큰 변화가 생길 수 있음. 

②소셜미디어(social media) :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되고 있음. 이제 개인들은 책을 발견하고 구입하거나, 큐레이션을 받는 채널과 플랫폼으로 소셜미디어를 선호하고 있음. 서점도 보다 체계적인 관점에서 소셜미디어 활용 전략을 수립하고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겨야 할 시점임. 

③디테일(detail) : 오프라인과 온라인 모두 고객(독자)의 접점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사항에 대해 꼼꼼하게 준비하고 즉각적인 개선이 요구됨. 온라인의 경우, 비대면 고객을 위한 인터페이스 설계는 텍스트와 이미지 표현 하나하나에 편의성을 극대화해야 함. 철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별 고객의 성향에 맞는 큐레이션과 검색-주문-결제-배송 과정에서 치밀한 설계와 대응이 필요함. 

④충성도(loyalty) : 전반적으로 출판 시장은 제로섬(zero-sum) 게임에 돌입하고 있음. 여러 부분에서 독자를 늘리는 활동이 많지만, 성과는 미약한 수준임. 결국 경쟁사의 독자를 유입시키거나 자사의 독자를 대상으로 충성도를 높이는 전략에 집중해야하는 상황임. 아마존 프라임 회원은 추가 요금을 내면서 양질의 서비스를 받길 원하는 충성 고객임. 객단가도 훨씬 높고, 바이럴(viral) 마케팅 관점에서 아마존의 든든한 기반이 되고 있음. 

⑤협력(collaboration) : 지식문화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서점과 도서관의 협력은 매우 중요함. 츠타야(Tsutaya) 서점을 운영하는 일본의 컬처컨비니언스클럽(CCC)는 다케오 시의 도서관을 위탁 운영하면서 이용자 수를 획기적으로 높였고, 출판문화 공간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함. 북콘서트, 독서 프로그램 등을 서점과 도서관이 공동 기획 운영한다면 지역 문화 발전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음.


결국, 오프라인과 온라인 채널의 구분을 넘어 디지로그 시대의 서점은 플랫폼(platform)을 지향해야 함. 이는 사람과 책, 사람과 사람, 책과 책의 연결을 모두 포함하는 지식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을 추구해야 한다는 의미임. 이를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독자를 중심에 두고 명확한 서점 구성과 운영 컨셉을 선행적으로 수립해야 함. 합리적인 방향이 정해지면, 속도는 모바일 환경과 디지털 기술을 통해 충족시킬 수 있는 시대라는 점을 인식해야 함. <지적자본론>에서 마스다 무네아키 CCC 대표는 “이제 고객의 고유한 취향을 충족해야 하는 서드 스테이지의 시대로 진전되었다.”말했다. 이를 현실화시킨 것이 플랫폼 서점의 대표적인 모델로 이야기되는 츠타야의 다이칸야마 T-SITE임. ‘연결’과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세계 출판시장에서 서점은 변화의 중심에 있음. 시장 내 가치사슬(value chain)에서 상생과 협력이 가능한 매력적인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관심과 투자가 지속되어야 함. <끝>


- 출판컨텐츠마케팅연구회, 2015년 12월 세미나에서 발표한 자료 요약 (발표: 류영호)




posted by 류영호

전자책 시장, 현실을 직시하고 도전과 상생의 시대로 바라보자

외부 매체 기고 2012. 9. 10. 11:51

원고를 마무리하던 날(2012. 9. 7) 미국에서 아마존 킨들(kindle) 라인업의 새 모델 출시 소식이 들려왔다. 미디어와 얼리어댑터들의 반응은 상당히 뜨겁다. E-ink 전용 디바이스인 킨들 페이어화이트(Paperwhite)와 태블릿PC인 킨들파이어HD의 고성능 저가격 정책과 더불어 텍스트, 오디오, 비디오 포맷의 다양한 콘텐트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아마존의 킨들은 고객(사용자)을 중심으로 디바이스, 콘텐트, 서비스가 삼위일체가 되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조사기관별로 다소 차이는 있으나 북미지역 전자책 시장에서 아마존의 시장점유율은 6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아마존은 2007년 11월 킨들을 출시하면서 종이책보다 더 강력한 마케팅 투자를 하고 있다. 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한 전략 차원에서 사업 초기엔 역마진 정책을 펼쳐 나갔다. 당시 대부분의 전자책 판매가가 9.99달러로 출판사에 지불하는 금액보다 더 적은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아마존의 저돌적인 행보에 맥밀란 등 메이저 출판사들은 종이책 판매량의 감소와 아마존 중심의 전자책 시장 재편에 대해 충돌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아직도 아마존은 출판사를 통한 전자책 콘텐트 소싱이 중심이다. 


하지만, 콘텐트 소싱의 수직계열화 측면에서 로맨스, 스릴러 중심의 임프린트(imprint) 출판사를 설립하거나 투자를 통해 인수하고 출판유통 전문가들을 영입해서 콘텐트 오너십(ownership)을 확대하고 있다. 킨들 출시 당시 8만여종이었던 콘텐트 종수는 5년이 지난 현재 100만 종을 넘어섰다. 상당한 성장이다. 아마존은 킨들 싱글즈(singles)라는 단문 분량의 전자책 카테고리와 KDP(kindle direct publishing)를 통해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을 구축하면서 킨들의 생태계를 빠르고 강력하게 진화시켜나가고 있다. 이러한 아마존의 사업 포트폴리오적 변화로 인해 아마존에서 종이책 보다 전자책 판매량이 더 많아졌다는 통계가 미국에 이어 영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아시아지역은 일본을 1순위로 선정하고 2012년 내 출시를 목표로 여러 출판사들과 협상을 진행 중에 있다. 


필자가 아마존의 전자책 사업에 대해 압축해서 이야기한 이유는 글로벌 시장이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현실적으로 냉철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서다.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던 국내 전자책 시장이 그간의 업력에 비해 성장력이 높지 못한 점은 여러 유통사들의 실적을 통해 알 수 있다. 교보문고의 경우, 2011년 디지털 콘텐트 사업 매출액이 최초로 100억원 넘기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였지만 총 매출액을 기준으로 보면 약 2% 수준이다. 아직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 있다. 다르게 보면 그만큼 할 수 있는 일과 해야할 일들이 전자책 시장에는 있는 것이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중반까지 장미빛 미래로 보여졌던 국내 전자책 시장은 당시 업계의 선두주자였던 <북토피아>의 부도와 청산 과정을 통해 많은 변화를 겪게 되었다. 출판사는 저작권료 미정산 문제 등으로 유통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악화되었고, 전자책에 관심을 가지고 이용하던 많은 독자들은 국내 전자책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가중되는 측면이 있었다. 


일정 기간 국내 전자책 시장은 침체기를 걸었지만, 애플의 아이폰과 삼성전자의 갤럭시S 등 스마트폰의 국내 출시와 태블릿PC 등 스마트 미디어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되고, 라이프스타일의 한 축으로 자리잡으면서 전자책 시장도 본격적인 성장이 가능하게 되었다. 교보문고도 삼성전자와 ‘교보e북’ 전용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을 빌트인(built in)한 전략을 추진하면서 매출 성장과 고객 확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이제 전자책 시장은 출판사와 유통사의 노력만으로 성공을 담보할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이미 국내에도 3천만대 이상의 스마트폰이 보급되어 있고, 와이파이(wifi)와 함께 4세대 통신서비스인 LTE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 환경이 구축되어 있다. 이제 기술적인 환경은 잘 갖춰져 있고, 앞으로도 계속 진화할 것이다. 


다시 문제는 콘텐트다. 전자책 판매로 인해 종이책 판매가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전자책 시장 진출을 망설이게 하는 첫번째 질문이다. 이 부분은 통계적으로 규명된 바가 없다. 종이책과 전자책을 동시에 출간해야 하며, 해당 타이틀을 구입한 독자를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정답은 없지만 전자책 시장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보다는 시대의 변화 속에 독자들이 출판 콘텐트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창구로 전자책은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스마트 미디어 환경으로의 빠른 변화와 SNS를 통한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해지면서 양질의 콘텐트에 대한 소구력도 상대적으로 많이 높아졌다. 이제 국내 전자책 시장도 이러한 시대 환경을 잘 활용하는 전략 수립과 대응이 필요하다. 해당 분야에 따라 전자책이 종이책의 ‘보완재’일수도, ‘대체재’일 수도 있다. 출판사와 유통사 모두 이러한 컨텐트의 속성과 독자들의 선호도와 구입 패턴을 면밀하게 보면서 전자책 콘텐트를 기획하고 마케팅하는 역량을 갖출 필요가 있다. 더불어, 전자책을 매출의 관점보다는 이익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전략이 필요하다. 독자의 PC, 노트북, 스마트폰, 태블릿PC, 전자책 전용 e-Reader 등 전자책이 소비되는 플랫폼 환경은 이제 상당한 규모로 펼쳐져 있다. 


단 권으로 보면 종이책으로 매출보다 작지만 이익 관점과 소비의 파급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더 많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전자책이다. 책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저자와 출판사의 관점 변화는 전자책 시장의 성장을 좌우할 만큼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최근 2~3년동안 국내 전자책 시장에도 종이책과 전자책의 동시 출간율이 많아졌고, 종이책 베스트셀러 중 20~30% 이상이 같은 분기 내에 전자책으로 출간되고 있다.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이다. 유통사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전자책 독자들에 타겟팅된 마케팅과 함께 다독자(heavy reader)를 대상으로 다양한 전자책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모바일과 연계된 SNS 마케팅과 전용 스토어 및 뷰어 개선 등을 통해 이용자의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전반적인 독자 반응도 좋아지고 있다. 


최근 구글플레이(Google Play)에서 국내 단행본 전자책 판매가 정식 오픈되었다. 이미 애플의 아이튠즈를 통해 유명 출판사에서 직접 또는 외주를 통해 제작해서 판매하고 있다. 기존의 밸류체인(value chain) 중 유통사를 건너 뛴 모델이 실제 가능해졌고 그 플랫폼이 글로벌 메이저라는 점은 상징적이다. 국내 전자책 유통사들이 긴장하는 부분도 바로 글로벌 플랫폼이 가진 거대한 자본력과 IT 경쟁력이다. 전자책은 IT 산업이라고 불릴만큼 스토어와 전용 뷰어(viewer)의 인터페이스와 클라우드와 N스크린 등 다양한 사용자 편의성을 완벽하게 지원해야 성공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글로벌 최강자인 아마존도 올해 일본 시장에 킨들 스토어를 오픈하고 나면,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의 문을 두드릴 것이다. 국내 독서인구도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제 출판과 독서는 종이책과 전자책의 대결구도가 아닌 디지털 음악과 비디오, 게임 콘텐트 등과의 경쟁을 통한 사용자의 시간점유율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는 기획과 시스템을 만들어야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다. 전자책도 종이책의 단순한 디지털화를 넘어 독서에 대한 만족도를 높여줄 수 있는 멀티미디어 결합형 또는 백과사전 방식으로 본격적인 진화의 길을 걸어갈 것으로 본다. 과거에 비해 콘텐트를 제작하는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제작비용도 많이 줄어들고 있다. 


글로벌 사업자들과의 경쟁에서 대등한 위치에 설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유통사의 관점에서 보면, 양질의 전자책 서비스를 위해 저자와 출판사의 합리적이면서 끈끈한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유지하면서 수익력을 확대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중요한 부분이다. 더불어, 책을 좋아하는 국내 독자와 잠재 고객들의 대상으로 체계적인 사용자 분석 등을 해서 1:1 맞춤형으로 책을 추천해서 충성도를 강화시키는 방법이 중요할 것으로 본다. 전자책을 넘어 책의 미래는 결국 저자와 독자간에 정신적인 교감을 통해 변화의 길을 갈 것이다. 전자책은 IT라는 도구의 힘을 빌려 편리성을 더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 ‘읽는다는 것의 역사’는 종이에서 디스플레이로 확장되어 그 가능성을 우리에게 더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기술을 만들고 사용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며, 책을 쓰고 만드는 것도 사람이다. 숫자에 매몰되어 빠르게 성장하는 것보다 대다수의 시장참여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시장 경쟁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함께 성장할 때 진정한 가치가 생겨나고 멀리 오래갈 수 있다고 본다. 이제 전자책 시장은 이제 시작이다.  <끝>


- 기획회의 328호 (2012.9.20) / 기고한 원문을 부분 편집하여 올립니다. 

posted by 류영호